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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1,000만 관중 시대. 경기장을 찾기 힘든 사람들은 중계방송을 텔레비전 또는 스마트폰과 OTT로 시청한다. 지상파 방송사와 OTT는 중계권을 어떻게 확보하고 있을까. 상업화 물결에 무료 중계가 사라지고 있는 현실에는 문제가 없을까. 스포츠 중계권을 둘러싼 쟁점을 확인해 본다. 편집자 주
한국 프로야구가 사상 처음으로 정규리그 1,000만 관중을 돌파했다. 2024년 9월 15일에 달성한 기록이다. 프로야구가 출범한 1982년 야구장을 찾은 관중은 144만 명 수준이었다. 1995년에 500만을 넘기더니 마침내 1,000만 관중 시대의 문을 활짝 연 것이다.
역대급 폭염에 아랑곳하지 않고 타오르기만 하는 프로야구 열기의 비결은 무엇일까? 한국야구위원회(KBO)와 각 구단의 탁월한 마케팅, 스타 플레이어 등장, 영화나 음악 콘서트에 비해 저렴한 입장료, 사회경제적 감정 표출의 대안 등 여러 이유가 거론된다. 주목할 부문은 스포츠와 미디어의 관계, 스포츠 중계권에 관한 대목이다.
막대한 프로야구 중계권료, 수익성은?
KBO는 프로야구 중계권을 지상파 방송사와 뉴미디어로 구분지어 판매했다. 3년간(2024~2026년) 지상파 방송사 중계권료는 1,620억 원으로 연평균 540억 원이다. 프로야구 출범 당시 중계권료는 연간 3억 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이는 42년 새 180배로 폭증했다. 월 2,500원이던 TV수신료가 지금도 그대로인 것에 비하면 가히 폭발적이다. 뉴미디어 분야에서는 티빙과 3년간 1,350억 원, 연평균 450억 원 수준에 중계권 계약이 이뤄졌다.1) 지상파 방송은 프로야구를 직접 방송할 수 있고, 케이블TV와 IPTV에 중계권을 재판매할 수 있다. 티빙은 인터넷 생중계는 물론, 다시보기(VOD), OTT와 같은 스트리밍 플랫폼에 중계권을 되팔 수 있다.
문제는 수익성이다. 프로야구 중계는 막대한 중계권료도 문제지만 최첨단 장비를 구축하고 중계팀을 운영해야 한다. 국내 프로야구를 중계하는 지상파 방송은 기대했던 만큼 이익을 거두고 있을까? 구하기 어려운 회계 자료를 굳이 분석하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가늠할 수는 있다. 폭등한 중계권료, 고품질·고화질 중계 프로그램 제작비 증가는 방송사가 감내하기로 한 경영적 판단이다.
구조적인 변화도 살펴봐야 한다. KBO는 지상파 컨소시엄에 판매한 방송 중계권과 별도로 2015년부터 뉴미디어 중계권을 따로 판매했다. 중계권을 2개 분야로 나눠 판매하면서 방송 중계권료는 직전 중계권료를 그대로 이어가거나 오히려 늘어났다. 하지만 시청자의 미디어 이용 행태는 이와는 다른 양상이다. 중계권이 두 개로 나뉘었지만, 방송을 보는 시청자는 지상파 방송으로 보는 이용자 절반, 뉴미디어로 보는 이용자 절반으로 나뉘지 않는다.
방송과 뉴미디어 이용 정도를 동일하게 비교하긴 쉽지 않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민이 인식하는 생활 속 필수 매체로 가늠할 수는 있다. 필수 매체로 인식하는 비율이 높으면 해당 매체를 이용하는 비율이 높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2015년부터 우리 국민의 필수 매체는 텔레비전에서 스마트폰으로 넘어갔다. 2023년에는 스마트폰을 필수 매체라고 응답한 비율이 70%인데 비해 텔레비전은 27%에 그쳤다.
연령대별로 들여다볼 때, 젊은 이용자들의 스마트폰 쏠림은 더욱 심하다. 10대는 95.5%, 20대는 91.6%, 30대는 88%가 스마트폰을 필수 매체로 꼽았다.2) 프로야구장을 찾는 젊은 사람들 다수가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소비할 것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프로야구 중계에서 스마트폰은 뉴미디어에 해당하고, 스마트폰으로 프로야구를 보려면 티빙을 통해야 한다. 프로야구를 텔레비전으로 보는 시청자 수와 스마트폰과 OTT로 보는 이용자 수는 과연 비교할 만한 수준일까.
중계권을 확보하려는 기업들의 경쟁에서도 프로야구 시청 행태 변화를 읽을 수 있다. 지상파 방송은 직전 4년간(2020~2023년) 중계권료와 동일한 수준인 연간 540억 원으로 연장 계약한 것에 비해, 뉴미디어는 직전 5년간(2019~2023년) 네이버를 비롯한 통신·포털 컨소시엄의 연평균 220억 원 수준이었던 중계권료가 연 450억 원 수준으로 두 배 이상 껑충 뛰었다. 지상파 방송 광고 매출 변화에서도 방송의 급격한 쇠퇴는 쉽게 확인된다. 지상파 방송의 2023년 광고 매출은 9,273억 원으로 2013년 2조 675억 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미디어 이용 변화 추이에 따라 빠른 속도로 하락한 것이다.
1,000만 관중의 열매는 KBO와 티빙에게
최근 프로야구 입장권 매진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포스트 시즌에서도 마찬가지다. 입장권을 구하지 못한 팬들은 경기를 보기 위해 중계방송으로 시선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팬들은 방송으로 시청할까, OTT로 이용할까? 더 이상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프로야구 1,000만 관중의 열매는 KBO와 티빙이 가져가고 있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이대로 괜찮을까? 비단 한국 프로야구만의 문제가 아니다. 스포츠의 상업화 물결이 상상을 초월한다. 기존 방송사 입장에서는 천문학적인 중계권료가 가히 쓰나미에 가까운 수준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지상파 방송은 무료다. 뉴미디어는 유료다. 엄밀히 말해 KBO의 뉴미디어에 해당하는 티빙은 유료 플랫폼이다. 지난 5월부터 티빙 유료 이용자들만 OTT로 프로야구 생중계를 볼 수 있다. 지상파 방송과 티빙은 방송과 OTT 서비스로 대별된다. 방송은 공공성과 공익성의 원리에 기초해 보편성을 추구하는 데 비해, OTT는 상업성이 먼저다.
거대 자본력으로 무장한 글로벌 OTT와 국내 OTT 사업자들이 스포츠 중계권 확보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분명하다. 티빙이 1,350억 원을 들여 프로야구 중계권을 사들이고, 쿠팡플레이가 연간 700억 원을 지불하면서 6년간 영국 프리미어리그 독점 중계에 나서는 이유는 넷플릭스가 미국 프로레슬링 10년 중계권에 6조 7,000억 원을, 애플TV가 미국 메이저리그 축구 10년 독점 중계에 33조 원을, 유튜브가 아메리칸 풋볼(NFL) 일요일 경기 7년 독점 중계에 18조 원을 투입3)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구매력 있는 남성 구독자를 오랫동안 묶어둘 수 있기 때문이다.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프로그램을 보는 시대, 시청자의 눈길을 실시간으로 사로잡는 데 스포츠 프로그램 만한 것이 없다. 플랫폼 사업자들이 선두 자리를 지키거나, 시장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스포츠 콘텐츠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동안 스포츠와 미디어는 공생관계를 유지해 왔다. 스포츠 조직들은 종목의 인기와 흥행을 얻는 데 보편성을 갖춘 미디어의 도움이 필요했고, 방송사 역시 인기 있는 스포츠 콘텐츠로 시청자를 브라운관으로 끌어들였다. 스포츠 조직과 방송사의 관계는 ‘천생연분’으로 표현될 만큼 금슬이 좋았다. 하지만 이 관계는 다매체·다채널·다플랫폼 시대에 접어들면서 금이 가기 시작했다. 스포츠 조직이 방송을 멀리하고 자본력을 갖춘 기업으로 넘어갔다. 굳이 방송사가 아니어도 괜찮았다. 심지어 방송 플랫폼을 갖추지 못한 투자 자본에 독점 중계권을 판매하는 경우마저 발생했다.
자본가들의 천문학적인 스포츠 중계권 구매 비용은 고스란히 시청자 부담으로 전가된다. 무료로 볼 수 있었던 스포츠 중계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여파는 세계인의 축제, 올림픽까지 번졌다. “스포츠는 모두의 것(Sports for all)”을 표방하던 유럽에서조차 무료 지상파 방송이 주요 올림픽 경기를 지상파 방송으로 중계하기 힘든 지경에 이른 것이다. 영국 BBC마저 올림픽을 온전히 중계하지 못하는 상황이 초래됐다. 커뮤니케이션법에서 올림픽 게임의 보편적 접근권을 규정한들 상업화 물결에 묻히고 말았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유럽방송연맹(EBU)을 통해 방송사에 공급하던 구조를 버리고 글로벌 자본에 중계권을 넘겼다. BBC는 유럽 지역 올림픽 중계권을 확보한 디스커버리 커뮤니케이션즈(Discovery Communications)에 협조를 구해 도쿄 올림픽과 파리 올림픽의 일부 경기만을 중계할 수 있었을 뿐이다.
스포츠로부터의 소외…사회통합 멀어져
국내 프로야구는 올림픽이나 FIFA 월드컵과 다르게 방송법에 따라 보편적 시청권이 보장되는 스포츠 이벤트는 아니다. 그럼에도 국내 프로야구에 주목하는 이유는 스포츠의 상업화에 따른 보편성 실종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스포츠와 미디어는 보편성이라는 교집합 영역을 갖는다. 스포츠는 참여를 통해 개인과 사회를 이어주고, 미디어는 개인과 사회를 연결해 주는 가장 일반적인 매개체로 작동한다. 극본 없는 드라마로 표현되는 스포츠는 누구나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보편성이 확보될 때 그 가치를 십분 발휘한다. 보편성이 실종되고 일반 시민의 참여가 막힐 때, 스포츠는 스포츠 조직의 배를 불리는 도구에 지나지 않게 된다. 물론 보편성을 들어 전 지구적인 상업화 물결 속에서 스포츠의 비상업성만을 강조할 수는 없다. 상업성과 보편성의 두 날개가 조화를 이룰 때, 재투자가 이뤄지고 지역 간, 국가 간 형평성을 개선할 수 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문제는 스포츠로부터 소외당하는 시민들이다. 모두가 스포츠를 함께 즐길 수 있고, 미디어를 통해 중요한 경기를 시청할 수 있을 때 개인은 사회와 연결될 수 있다. 소외되는 개인이 늘어날수록 사회 통합은 멀어진다. 나중에야 막대한 자본을 투입한들, 실종된 사회자본을 회복하리라는 보장 또한 없다. 무엇보다 인간의 기본 권리 차원에서 국가가 보장해야 하는 최소한의 여건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법철학자 마사 누스바움(Martha C. Nussbaum)은 사람답게 살기 위해 교육이 필요하고, 이를 국가가 보장하는 것처럼 누구나 놀이와 여가를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놀이와 여가는 있으면 좋은 것에 그치지 않는다. 미래를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인생의 ‘마디’에 해당한다. 이런 차원에서 국가가 개인에게 제공하는 유용한 제도적 장치가 방송의 ‘보편적 시청권’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7년 방송법 개정으로 보편적 시청권 개념을 도입했다. 우리나라 보편적 시청권 제도의 전형은 영국의 보편적 접근권 보장 제도다. 영국에서조차 보편적 시청을 보장하는 제도가 스포츠 상업화에 밀려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자 오프콤(Ofcom)은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것을 행정부에 권고했다.4) 중요 스포츠 이벤트를 누구나 무료로 시청할 수 있어야 다양성을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양성은 민주주의 실현의 필수 조건이다.
스포츠가 보편성을 갖춰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면서 그 수명을 이어가기 위함이다. 시민의 관심과 참여 없이 스포츠는 존재할 수 없다. 또한 스포츠는 국민 인권 차원에서 국가가 보장해야 할 여가 활동이라는 점, 개인과 사회를 연결하고, 사회 통합을 끌어내는 매우 유용한 수단이라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미디어는 사회 모든 영역에 걸쳐 그렇듯 개인과 사회를 연결한다. 스포츠에 대해서도 실시간 중계방송을 통해 개인과 사회를 연결한다. 미디어는 스포츠 프로그램을 통해 오락을 제공하고 문화를 향유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스포츠와 미디어는 교육이 그러한 것처럼 개인의 미래 역량(competence)을 함양하고, 민주주의를 발전시킨다. 스포츠와 미디어의 ‘보편성’이 확보될 때, 개개인이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으며, 사회적 간극을 좁혀 통합으로 이끌 수 있다.
1) <KBO, CJ ENM과 2024~2026 유무선 중계방송권 계약 체결>, KBO, 2024.3.4, https://www.koreabaseball.com/MediaNews/Notice/View.aspx?bdSe=9981
2) <2023년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 방송통신위원회·정보통신정책연구원, 2023.12.
3) 김세훈, <넷플릭스가 스포츠중계 시장에 뒤늦게 뛰어든 이유>, 스포츠경향, 2024.5.27, https://sports.khan.co.kr/article/202405270722003, 한정훈, <넷플릭스도 뛰어든 스포츠중계 ... 프로레슬링에 6.7조 투자>, PD저널, 2024.1.24, https://www.pd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75682
4) <Recommendations to Government on the future of Public Service Media>, Ofcom, 2021.7.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