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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人사이드]언론상담소: 언론인 대상 소송, 어떻게 대응할까
미디어 人사이드 | 등록일 : 2024-11-29

Q.

기사가 나간 뒤 기자 개인이 고소당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언론사별로 차이가 있겠지만, 대개 회사가 아닌 기자 개인을 상대로 한 소송에는 개인이 대응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소송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요?

 

박하림 쿠키뉴스 기자

 

언론인으로 살아가는 데는 항상 이런 위험이 있습니다. 기사는 특정인이나 특정 집단의 입장에서 아픈 점, 숨기고 싶은 점을 드러내는 역할을 맡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기사를 쓰고 난 뒤 제소나 고소를 당할 것을 두려워해서 기사에 대한 자기검열을 하거나 기사를 안 쓸 수는 없습니다. 

 

저는 언론중재위원회 중재위원을 6년 동안 했습니다. 3년의 임기를 연임해서 1년에 100건 이상, 6년간 600건 이상의 조정사건을 다뤘습니다. 조정일에는 피신청인 측으로 언론사가 출석하게 되는데, 기사를 쓴 기자들이 방청석에 있고, 데스크가 피신청인석에 앉아 조정에 대한 사건 진행을 합니다. 방청석의 기자들은 자신이 쓴 기사가 정정·수정되면 자신이 잘못했다는 판단을 받는다는 생각에 힘들어합니다. 그런데 언론인으로서는 정말 잘못한 것이 있으면 언론중재에서 조속히 시정하는 것이 옳은 태도입니다. 펜은 칼처럼 날카로워서 사람을 죽이기도 합니다. 이런 점을 늘 마음에 두고 기자 생활을 해야 합니다. 

 

언론중재위원회의 중재에 의해 사건이 조정성립으로 마무리되면 부제소조항이 있어서 기자를 상대로 한 민사소송이나 형사고소, 행정소송 등을 할 수 없게 됩니다.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은 이렇게 언론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저는 위원회에 오는 기자들이 위축되지 않도록, 조정 과정에서 신청인에게 언론 자유의 중요성을 언급하곤 합니다. 물론 언론사에는 언론의 자유가 무제한은 아니며 남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도 언급합니다. 

 

언론중재를 하다보면 언론의 역할과 원칙을 벗어난 듯한 사건들을 접하게 됩니다. 언론의 자유를 강조하는 언론사가 역설적으로 그 자유를 남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게 보았습니다. 광고주나 경쟁사와 관련된 이해관계가 있는 것처럼 의심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런 경우에 정정보도, 반론보도, 손해배상, 명예훼손 고소 등 여러 수단이 언론 전체의 명예를 훼손하는 이런 행위에 대한 경고 메시지로 기능합니다. 


언론사가 기자를 송사(訟事)로부터 지켜줘야

 

가끔 언론인 중에 언론중재위원회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만일 이런 언론중재 절차가 없다면 언론인들은 늘 민사소송이나 형사고소에 시달릴 수도 있습니다. 저작권 사건에서 작가들이 장기간 소송에 시달리면 창작의욕이 꺾이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언론인이 수년에 걸쳐 법적 공방에 시달리게 되면 좋은 기사에 대한 의욕도 잃고 방어적인 기사를 쓰게 될 수 있습니다. 언론중재를 통해 조정이 성립되면 신속히 사건이 마무리되니 송사에 시달릴 일이 없습니다. 그런데 피해를 주장하는 사람이 언론중재를 반드시 신청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언론중재위원회에서의 조정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바로 기자를 상대로 민사소송이나 형사고소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기자로서는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한번은 모르는 번호로 전화를 받았습니다. 젊은 신문기자였습니다. 갑자기 명예훼손으로 형사고소를 하겠다는 연락을 받고 당황해서 알아보다가 필자를 소개받았다고 했습니다. 정치권에 대한 기사를 게재하였는데, 해당 정치인이 그 기사가 허위라고 하면서 기자를 고소하겠다고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해당 언론사는 기자를 지켜주지 않았습니다. 민사소송이건, 형사고소건 이 일을 감당해야 하는 것은 오로지 그 기자의 몫이었던 것입니다. 

 

<신문기자(新聞記者)>라는 일본 드라마가 있습니다. 요네쿠라 료코(よねくら りょうこ, 米倉 涼子)라는 일본 배우가 주인공 기자로 등장해 정치권의 스캔들을 파헤치는 내용입니다. 이를 정권에 위협이 된다고 보고 진실을 덮으려는 세력과 진실을 파헤치는 신문기자. 신문기자는 힘이 없고, 신문사도 그를 지켜주지 못하고, 그 과정에서 여러 좌절을 겪게 됩니다. ‘혼자 버려진 기분’으로 해나가는 취재는 고통스럽습니다. 신문이건, 방송이건 조직이 구성원을 지켜주는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언론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는 구성원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하고, 동시에 언론사는 구성원들을 지켜주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소제기를 당하면 어떻게 할까

 

현실적으로 민사소송을 생각해 보면, 기자를 상대로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청구소송이 제기될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됩니다. 반론보도청구나 추후보도청구소송도 있을 수 있으나 정정보도와 손해배상을 청구취지(소로 원하는 결과)로 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형사로는 명예훼손죄로 고소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입니다. 정정보도가 인용된다는 것은 허위 보도나 오인을 유도하는 보도처럼 사실을 다루는 데 실수한 보도, 사실을 왜곡하는 보도라는 의미입니다. 

 

언론의 힘은 진실, 팩트(fact)에서 나옵니다. 다이너마이트(dynamite)와 같이 터져 나오는 사실의 힘이 응축되어야 언론은 힘을 가집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습니다. 기사의 속보성이라는 문제가 있고, 특종을 위해 검토하는 시간에도 제약이 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기자는 수사권이 없습니다. 진실을 파헤치고 싶어도 한계가 있습니다. 카메라 들고 뻗치고 있다가 순간을 포착하기도 하고, 내부 고발(whistle blowing)하는 고발자의 도움을 받기도 하고, 정보원의 협조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기사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완벽한 사실을 파악한 후에만 기사를 쓰라고 하면 단 한 건의 기사도 쓸 수 없을 것입니다. 특히 탐사보도, 사건보도 등은 관련 형사사건이나 징계사건 등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반론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대법원은 미세한 사실의 차이를 정정보도의 대상이 아니라고 보는 것이라고 이해합니다.

 

기자로서 최선을 다했음에도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소송을 당하고 자비로 이런 소송에 대응하여야 한다면, 본인소송(당사자가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고 스스로 소송하는 행위)을 하는 경우라면 언론사 내부에 도움을 청해 사내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고, 그렇지 않다면 취재의 경위 및 동기, 취재 과정에서 노력한 결과 등을 소상히 밝히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런 점은 형사로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하는 경우에 대한 대응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바람직하기로는 언론 사건을 많이 경험해 본 변호사의 조력을 받는 것이 좋다는 생각입니다. 언론중재위원으로 일을 하면서 변호사들이 대리인으로 있는 경우에도 상당한 전문성의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사건을 맡기기 위한 미팅을 통해 변호사의 경험과 전문성, 그리고 쟁점이 된 기사에 대한 이해도를 확인하고 도움을 받는 것이 좋겠습니다.

 

한편, 재직 중인 회사의 도움을 받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렇지 못한 경우가 있을 것입니다. 이런 경우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지원하는 언론인 대상 무료 법률상담 서비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으니 참고하면 좋겠습니다.1) 또 소제기를 당할 경우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도 막막할 수 있습니다. 법률상담을 받을 수 있다면 변호사와의 상담을 통해서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정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취재수첩에 기재된 메모, 통화내역 및 문자내역을 챙기고, 취재과정을 일자별로 정리해서 취재한 내용과 기사에서 논란이 되는 점에 대한 근거를 확인해야 합니다. 이것이 대응의 첫걸음입니다. 법적으로는 취재원을 찾아내려는 목적으로 기자를 대상으로 문제를 삼는 경우를 막기 위해서 취재원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기자의 권리를 입법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분쟁에 휩싸이는 것은 인생에서 그리 유쾌한 경험이 아닙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기사로 인해서 분쟁의 당사자가 되는 것이 언론인 본연의 역할을 하는 과정에서 생긴 일이라면, 어쩌면 그것은 진정한 언론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생기는 나이테가 아닌가 생각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1) https://url.kr/wugk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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