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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신문발전위원회가 개최하는 지역신문 컨퍼런스가 올해로 17회를 맞았다. 올해는 특히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 제정 20주년이 되는 해로 의미가 남달랐다. 지난 11월 8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2024 지역신문 컨퍼런스의 주요 행사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2004년 3월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이하 지역신문법)이 제정된 후 20년이 흘렀다. 지역신문 20년의 시간은 어땠을까. 위기는 늘 따라다녔고, 생존은 항상 절박한 과제였다. 위기는 필연적으로 변화를 가져왔고, 생존하기 위해서는 변화에 대응해야 했다. 그래서 지역신문 20년의 여정은 도전과 좌절, 성취와 실패의 과정으로 채워졌다.
지난 11월 8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제17회 지역신문 컨퍼런스는 지역신문의 20년 발자취를 진실하게 보여준 자리가 됐다. 지역신문 컨퍼런스를 주최하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이하 위원회)는 이번 컨퍼런스가 지역신문 20년을 회고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모색하며 미래의 이정표를 정하는 출발점이 되자는 의미에서 ‘지역신문법 20년, 지역신문의 미래를 그리다’를 대주제로 정했다. 컨퍼런스 프로그램으로는 토크콘서트, 우수·도전사례 6개 세션, 청년공모 1개 세션, 부대 전시와 홍보부스가 마련됐다. 지역신문법 20년은 지역신문에 적을 두고 있는 모든 이에게 의미가 남다르다. 그래서일까. 이른 시간부터 컨퍼런스 장내는 지역신문 종사자와 관계자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지역신문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백
개회식 후 ‘지역신문법 20년, 성과와 과제’라는 주제로 토크콘서트가 시작됐다. 이날 토크콘서트에는 2023년 지역신문 컨퍼런스 우수사례 수상자인 김칭우 인천일보 국장, 변은샘 부산일보 기자, 유지호 무등일보 센터장, 이진경 무주신문 기자, 최학수 주간함양 PD가 참석했다. 이들은 지역, 연령, 경력도 제각각이지만 전지적 지역신문 기자 시점에서의 지역 언론 생존기를 나누며 공감대를 형성했다. 아울러 지역신문이 직면한 현실적 어려움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대화가 이어졌다.
특히 지역신문발전기금(이하 지발기금) 지원사업이 지역신문의 변화를 견인하는 동력이 됐다는 데 입을 모으면서도 인력 부족과 같은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기획취재 지원 등 지발기금 지원사업으로 인해 지역신문 기자들이 열악한 환경에서도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기획을 지속하고 지역신문 기자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지만, 포털 사이트 중심의 언론 생태계에서 지역신문이 지역민과 접점을 찾기 위한 제도적 지원은 아직 부족하며 인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인 지원 프로그램도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이외에 지역 밀착, 독자 친화를 강조하지만 독자가 있는 곳을 쫓아다니지만 말고 독자가 즐길 수 있는 공간과 지면을 만들어 독자 스스로 지역신문을 찾아오게 해야 한다는 자평도 있었다.

탐사보도에 강점 보인 일간지, 지역 참여와 창의·혁신 드러낸 주간지
오후에는 우수·도전세션과 청년세션이 이어졌다. 우수·도전세션 발표작인 우수·도전 사례는 모든 지역신문을 대상으로 탐사보도, 지역참여, 창의혁신 3개 분야를 공모했고 일간지와 주간지 총 93개 작이 접수됐다. 지역신문 컨퍼런스는 근 몇 년간 우수사례만 공모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지역신문의 다양한 경험을 공유하고 실패와 성공 원인을 분석하며 더 나은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로 만들기 위해 우수사례뿐만 아니라 도전사례도 공모했다.
그 결과, 1차 기획안, 2차 발제작 심사를 거쳐 총 16작이 컨퍼런스 현장발표작으로 선정됐다. 부대 전시는 지발기금 지원사업 우수 결과물을 전시하는 자리로 올해 우선지원대상자만 신청할 수 있었고 홍보 부스는 모든 지역신문사를 대상으로 운영 기회가 주어졌다.

청년아이디어 부문에서는 청년을 대상으로 지역신문의 경영 활성화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창의적이고 도발적인 아이디어를 공모했으며 총 20작이 접수됐다. 1차 PT 심사를 거쳐 7작이 컨퍼런스 현장 발표작으로 선정됐다.
우수·도전사례 6개 세션장은 발제작 내용에 따라 각각 ‘지역신문과 솔루션 저널리즘’, ‘지역신문, 지역공동체의 원동력’, ‘담대한 여정, 새로운 미래’, ‘역사를 남기다, 시대를 통하다’, ‘디지털시대, 지역신문 생존전략’, ‘지역신문과 공공저널리즘’의 소주제로 구성됐다. 우수·도전사례 발제작을 살펴보면 일간지는 탐사보도에서 강점을 보였고 주간지는 지역 참여와 창의·혁신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먼저 이날 우수·도전사례 일간지 대상을 수상한 손혜림 부산일보 기자는 ‘연결프로젝트, 고립의 꼭짓점 무연을 잇다’라는 제목으로 무연고 사망자가 전국 최다인 부산 지역의 현황을 보여준 뒤 개정 장사법의 결함을 지적하고 사회적 가족 도입 등 사후 의사 관리 서비스를 무연사회 고립 예방의 새로운 복지 모델로 제시해 이목을 끌었다. 특히 누구도 주목하지 않던 무연고자 사후 단절 아이템을 발굴한 점과 단순 취재에 그치지 않고 부산 동구청과의 연결 프로젝트 협업을 통해 사회적 가족의 가능성을 보여주며 정책적 변화까지 끌어냈다는 점에서 솔루션 저널리즘의 정석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주간지 대상을 차지한 이종호 울산저널 편집국장은 ‘시민이 만드는 지역 의제-공론 마당 화요 토론’이라는 제목으로 울산저널에서 매주 진행하고 있는 화요 토론에 대한 내용을 발표했다. 울산저널은 시민 공론화 역량과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기 위해 화요 토론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작년과 올해 합쳐 약 60회에 달하는 화요 토론회 기록은 산림일자리, 공공교통 무상버스, 신불산 케이블카, 산업폐기물 매립장 등 지역사회 의제로 공론화됐다. 지역민 여론 다양화와 공공 저널리즘 확산에 지역신문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작년 지역신문 컨퍼런스 대상에 이어 올해도 은상을 거머쥔 김원진 인천일보 기자는 <함박스탄>이라는 제목으로 14개국 사람들이 모여 사는 ‘함박마을’을 조명하며 그동안 다문화인들을 다루는 표면적이고 자극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어린이, 노년층, 골목 경제 등 사회 현안을 담아냈다. 인천일보는 프롤로그부터 에피소드까지 총 10편의 기획 기사를 제작하며 독자에게 보내는 초대장으로 서문을 열고 단편소설 형식으로 기사를 전달했다. 독자친화적인 전달 방법에 대한 인천일보의 고민과 노력이 기획 기사 곳곳에 스며있었다.
권오성 옥천신문 상임이사가 발표한 ‘지역신문발전기금 우선지원대상사 공모 첫 탈락, 그리고 옥천신문 생존기’는 자생력 확보가 관건인 지역신문에서 주목할 만한 발제였다. 우선지원대상사에 떨어지면 디지털 취재 장비를 반납해야 하고, 해당 신문에 대한 소외계층 구독료 지원과 기획취재 지원 등이 중단돼 지면을 구성하던 모든 취재를 자비로 진행해야 한다. 옥천신문은 지발기금 지원사업이 처음 시행됐던 2005~2023년까지 19년 동안 계속 기금 지원을 받았기 때문에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익숙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옥천신문은 이 시기를 체질 개선 기회로 삼아 문화누리사업과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해 구독자를 발굴하고 일손이음지원사업으로 신문 포장, 가공비 등의 인건비를 절감하는 등 다방면으로 자구책을 마련했다.
지역 언론 앱, 커뮤니티 전략 등 반짝이는 청년 아이디어
청년세션에서 대상을 수상한 아우라팀은 흥미롭고 간편하게 지역 언론을 접하는 환경이 필요하다는 데 주목하고 청년세대 맞춤형 언론을 보여주기 위한 건강한 지역 언론 증진 애플리케이션 아이템을 선보였다. 금상을 받은 문효민은 옥천저널리즘스쿨 참여 후 지역 언론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소회를 밝히며 지역신문의 경쟁력은 지역 커뮤니티 보유 및 활성화에 있다는 내용으로 구체적인 실행계획과 함께 청년 커뮤니티에서 마을 커뮤니티로의 확장이라는 사업 전략을 제시했다. 이외에 AI 앱 기술을 활용한 고객 맞춤형 서비스(하마로드팀, 동상 수상), NFT 발행 등 지역신문과 핀테크를 결합한 아이디어(팔방미한팀, 동상 수상) 등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려는 시도도 눈길을 끌었다.
반나절의 시간이 흐르고 컨퍼런스 세션도 서서히 마무리됐다.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사전심사와 현장 심사 결과를 합산하여 수상자를 선정했다. 시상식은 김찬영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위원장의 기념사를 시작으로 김효재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장의 축사, 지역신문 유공자 11명에 대한 표창으로 이어졌다. 지역신문 컨퍼런스의 백미인 시상식은 청년아이디어 공모 7작과 우수·도전사례 공모 16작에 대한 시상 순서로 진행됐다. 우수·도전사례 대상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으로 부산일보(일간지), 울산저널(주간지)이 수상했다. 금상부터 장려상까지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위원장상으로, 금상은 경기신문(일간지), 원주투데이(주간지), 은상은 인천일보(일간지), 해남우리신문(주간지), 동상은 광주매일신문, 영남일보 등 일간지 2개 사와 거제신문, 주간옥천신문 등 주간지 2개 사가, 장려상은 무등일보, 매일신문, 전남일보 등 일간지 3개 사와 청양신문, 경주신문, 광양만신문 등 주간지 3개 사가 수상했다.
AI는 지역 공동체를 대체할 수 없다
버스 가판대에 온갖 신문이 즐비하고, 직장인이 신문을 한 팔에 끼고 출근하며, 취업준비생 스터디에 신문 정리가 필수였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세상은 순식간에 방향을 틀어서 이제 사람들은 신문 대신 스마트폰을 쥐고 있으며, 지면 기사를 보는 대신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를 보고, 기자의 전유물인줄 알았던 기사를 AI가 쓰기 시작하는 시대가 됐다. 앞으로 기술은 더 발전할 것이고 어쩌면 변화의 속도는 지금보다 더 가속화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날 지역신문 컨퍼런스는 모든 것이 다 바뀌어도 지역신문이 가진 고유한 가치는 절대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지역신문은 단순한 뉴스 공급자가 아니다. 지역민의 삶을 담아내는 그릇이고 지역공동체를 연결하는 창구이며 지역사회의 살아있는 기록이다. 지역신문이 걸어온 길은 그 자체로 풀뿌리 민주주의의 서사가 된다. 흔히 의미 없는 경험은 없고, 헛되이 흐르는 시간은 없다고 말한다. 지역신문법 20년의 경험과 시간은 지역신문의 서사가 되고 시대의 질곡을 뚫고 나오는 지역신문의 힘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