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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리뷰] 행사: ‘2025 지역신문 컨퍼런스’ 참가기
미디어 리뷰 | 등록일 : 2025-11-28

올해로 18회째를 맞는 지역신문 컨퍼런스가 지난 10월 31일 청주에서 열렸다. 지역의 감시자이자 공론장으로서 지역신문의 역할을 조명하고 연대와 상생을 통한 동반 성장을 모색하는 자리였던 이번 컨퍼런스의 주요 세션과 우수·도전 사례 수상작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작년 한 해 지역신문법 20주년이라는 이정표를 지나오면서 지역신문은 ‘지속가능한 발전 방향’이라는 묵직한 과제와 마주했다.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이하 위원회)는 이에 대한 해답을 모색하며, 지역의 사회적 자본을 축적·강화하는 핵심 주체가 되는 것이 지역신문의 시대적 사명이라는 데 인식을 함께하고 ‘로컬리즘, 연대와 공존’을 올해 컨퍼런스의 대주제로 정했다. 지난 10월 31일 청주 오스코에서 열린 제18회 지역신문 컨퍼런스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방향성을 찾는 시간이었다. 이번 컨퍼런스는 기획 세션, 특별 세션, 일반 세션 우수·도전 사례, 지역신문발전기금(이하 지발기금) 지원사업 우수 결과물 부대 전시와 홍보 전시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지역 언론인들의 대표적인 축제답게 행사장은 이른 시간부터 참석자들로 붐비며 활기를 더했다.

 

로컬리즘 시대의 핵심 자원, 기자가 지역 전문가로 진화해야

 

여러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큰 관심을 모은 것은 단연 기획 세션이었다. 기획 세션 연사로 나선 임광욱 AXZ 미디어부문장은 ‘포털 미디어 방향과 지역 언론과의 연대’를 주제로 강연하며, 포털 영향력이 약화되는 전환기 속에서 지역 언론이 확보해야 할 경쟁력과 포털과의 관계 설정에 대한 구체적 전략을 제시해 주목을 받았다. 강연의 출발점은 포털 영향력이 더 이상 예전 같지 않다는 현실적인 진단이었다. 임 부문장은 소셜화와 개인화된 미디어 환경에서 이용자들은 숏폼과 라이브 등 새로운 포맷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포털 역시 모든 이용자에게 동일한 콘텐츠를 보여주는 방식에서 탈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2023년 뉴스제휴평가위원회 폐지 후 다음(Daum)은 평가 방식을 정량 체계로 바꾸고, 지역 카테고리를 우선 도입했다. 현재 59개 지역 언론사가 입점해 있다. 그러나 임 부문장이 강조한 메시지는 포털 입점 자체가 아니라 지역신문이 수행해야 할 역할의 전환, 즉, 지역 전문가로의 진화에 있었다. 임 부문장은 지역신문 기자는 지역 이슈 전문가로 진화해야 하며 그 출발점은 지역 내부 커뮤니티에서 일어나는 미세한 변화를 누구보다 먼저 포착하는 능력이라고 강조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 지역 밴드와 카페 등에서 정책이 발표되기 전에 오가는 여론 전 단계의 미세한 목소리를 가장 먼저 짚어내고 그 맥락을 해석해 독자에게 제공하는 역할이 앞으로 지역 언론의 핵심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강연 말미에서 임 부문장은 이러한 역량을 갖춘 기자가 독자와 신뢰 기반의 팬덤을 형성하게 되고, 개인의 영향력이 곧 매체의 영향력으로 확장될 것이라 전망했다. 아울러 지역 언론사가 여러 분야의 지역 전문가 기자들을 묶어 지원하는 지역 전문가 에이전시 모델을 구축할 때 지역 언론 생태계가 성장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날 기획 세션은 지역신문이 나아갈 방향은 ‘독자와의 직접 연결’이고 그 중심에는 맥락을 해석할 줄 아는 지역 전문가로서의 기자가 있으며 포털은 지역신문 기자의 전문성을 유통하는 협력적 파트너라는 것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기획 세션 연사로 나선 임광욱 AXZ 미디어부문장 ©한국언론진흥재단

 

 

AI는 지역신문 신뢰 회복의 기회 

 

오후에는 특별 세션과 일반 세션의 우수·도전사례가 이어졌다. 특별 세션은 현재 미디어 환경의 핵심 변수인 AI 기술 진전과 지역신문에 미치는 파급 효과를 심층적으로 조망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AI 기술이 미디어 환경을 빠르게 재편하는 가운데 지역신문은 기술 수용과 저널리즘의 본질 사이에서 중대한 전략적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오세욱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AI 시대 지역 언론의 혁신 전략을 위한 질문들’이라는 주제로 ‘AI는 콘텐츠의 혁신인가? 경영의 혁신인가?’, ‘언론의 새로운 수익원은 무엇인가?’라는 핵심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오 교수는 먼저 지역 언론이 AI 혁신을 전달하는 동시에 스스로 혁신해야 하는 이중적 위치에 있음을 지적했다. 아울러 AI를 기사 요약과 자동 작성 같은 콘텐츠 혁신의 도구로만 바라보는 시각을 넘어 수익 모델까지 재편하는 경영 혁신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향후 AI 검색과 AI 에이전트가 보편화됨에 따라 언론사로 트래픽이 유입되지 않는 제로 클릭 현상이 만연해지고 언론사의 기사가 출처 인용 없이 재활용될 위험이 커질 수 있음을 꼬집었다. 또한 AI 플랫폼 기업들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신뢰도 높은 고품질의 독점 콘텐츠를 원한다는 점을 짚으며, 유료화의 주 대상은 이용자(B2C)가 아닌 플랫폼(B2B)이 될 수 있다는 관점의 전환을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생성형 AI 정보가 흘러넘치는 상황을 주목하며, 무엇을 믿어야 할지 모르는 시대가 됐기에 오히려 지금이 신뢰를 잃었던 언론이 다시 믿음을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와 함께 지역신문의 의제 설정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확실한 독자 층을 구축하는 커뮤니티 페이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날 특별 세션은 AI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기술에 매몰되지 않고 저널리즘의 본질을 강화하는 것만이 지역신문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깊이 있는 화두를 던진 시간이었다.

 

 

특별 세션 참석자들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역 공동체 성과로 빛난 공존의 장

 

일반 세션의 우수·도전 사례는 모든 지역신문사를 대상으로 기획탐사, 참여밀착, 창의혁신, 신진기자 등 4개 분야를 공모했으며 총 111편의 신청서가 접수돼 예년보다 높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역신문 컨퍼런스는 근 몇 년간 우수사례만 공모하다가 작년부터 지역신문의 실패와 극복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도전 사례도 함께 공모하고 있다. 1차 기획안, 2차 발제작 심사를 거쳐 총 24작(일간 12작, 주간 12작)이 컨퍼런스 현장 발제작으로 선정됐다. 

 

부대 전시는 지발기금 지원사업 우수 결과물을 전시하는 자리로 2025 우선지원대상사만 신청할 수 있다. 홍보 전시 ‘지역의 목소리’는 모든 지역신문사를 대상으로 신문사 창간호와 주요 시대별 기사를 접수해 구성했으며, 지역신문이 오랜 시간 지역과 호흡하며 축적해 온 기록과 시대 변화에 따른 지역 담론의 흐름을 입체적으로 조망하는 기회가 됐다. 특히 올해는 지역신문의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지원하기 위해 취재·보도 경력 5년 이하의 지역신문 기자를 대상으로 한 신진기자 부문을 신설했다. 새로운 시각과 심층 분석, 혁신적 접근을 기반으로 지역 사회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제시하는 언론인을 발굴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신진기자 부문에는 다수의 지원자가 신청했으며 이 가운데 4명이 본선에 올랐다. 

 

신진기자 부문 이외에도 올해 컨퍼런스는 저연차 기자의 활약이 어느 때보다 두드러졌다. 대상을 수상한 김진아 광주일보 기자는 입사 3년 차의 새내기로 <물길 끊긴 어도(魚道), 생태계도 끊겼다>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이 보도는 하천 생태계의 이동 통로인 어도가 관리 사각지대에 방치돼 생태계를 단절시키고 있다는 실태를 고발한 내용이었다. 발표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김 기자의 집요한 현장 취재 과정이었다. 김 기자는 3개월간 주말까지 할애해 구례, 장성, 해남 등 광주·전남 일대를 직접 돌며 114개에 달하는 불량 어도를 일일이 찾아냈고 물이 마르거나 쓰레기로 막힌 어도, 구조물이 파손돼 통로 기능을 상실한 어도들을 현장 사진으로 기록했다. 저연차 기자가 가진 무한한 잠재력과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였다. 김 기자는 이 끈질긴 추적 보도를 6차례에 걸쳐 연재했으며 이미 제418회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역의 작은 물길에서 생태계 단절이라는 큰 문제를 길어 올린 저연차 기자의 뚝심이 돋보이는 발표였다.

 

또 한 가지 주목할 만한 대목은 지발기금 지원사업의 지역공동체활성화프로젝트 성과가 두드러졌다는 점이다. 금상을 수상한 안라미 당진시대 미디어제작국장의 공간스토리텔링 프로젝트 <행담의 추억>은 개발로 사라진 행담도의 아픈 역사를 주민들과 함께 3년 6개월간 되살려낸 기록이었다. 당진시대는 지자체와 협력해 실향민의 행방을 찾고 기록 책자와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등 로컬리즘의 서사를 복원하는 데 이바지했다. 특히 30년 만에 행담향우회가 창립되는 등 흩어졌던 공동체가 복원되는 연대와 회복의 성과를 이끌어 냈다. 당진시대의 노력 덕분에 주민들의 버팀목이 돼 주던 행담분교 교사들과 주민들이 다시 모이는 행사가 추진되는 등 공동체 활동도 활발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2025 지역신문 컨퍼런스 대상을 수상한 김진아 광주일보 기자 ©한국언론진흥재단

 

2025 지역신문 컨퍼런스 대상을 수상한 전병권 남해시대 기자(왼쪽) ©한국언론진흥재단

 

장려상을 받은 주간한산신문의 <통영 바다 생태계 파괴 폐해수관 추적기> 프로젝트는 2년 간 지발기금 지원을 받은 사업으로 환경과 지역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통영 바닷속 방치 폐해수관 문제를 공론화했다. 아울러 횟집 등에서 사용 후 버려진 폐해수관이 해양 생태계 오염과 수산자원 감소를 초래하는 실태를 심층 보도하며 주요 정책 관계자들과의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 간담회에는 경상남도, 통영시, 시의회, 환경단체 관계자 등이 참석해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논의했으며 100㎜ 이하 폐해수관 관리 사각지대 해소 조례 제정 및 전수조사, 신고제·실명제 도입 등 입법과 행정이 함께 작동하는 정책 개선을 촉진하는 해법을 제시했다.

 

모든 세션장이 하루 종일 바쁘게 돌아가다보니 어느덧 컨퍼런스의 꽃인 시상식 시간이 됐다.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사전심사와 현장심사 결과를 합산해 24편의 수상작을 선정했다. 우수·도전사례 대상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으로 광주일보(일간지), 남해시대(주간지)가 수상했다. 금상부터 입선까지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위원장상으로, 금상은 인천일보(일간지), 주간당진시대(주간지), 은상은 경기일보(일간지), 옥천신문(주간지), 동상은 매일신문, 제민일보 등 일간지 2개 사와 설악신문, 원주투데이 등 주간지 2개 사가, 장려상은 강원일보, 경남도민일보 등 일간지 2개 사와 울산저널, 주간한산신문 등 주간지 2개 사가, 입선은 강원도민일보, 경인일보, 영남일보 등 일간지 3개 사와 고성신문, 성주신문, 해남우리신문 등 주간지 3개 사가 수상했다. 그리고 신진기자상은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장상으로 인천일보, 전남일보 등 일간지 2개 사와 거제신문, 옥천신문 등 주간지 2개 사에게 돌아갔다. 

 

오늘날의 지역사회는 거대한 기술 변화 속에서 관계의 방식과 공동체의 의미를 재정립해야 하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제아무리 스마트폰 알고리즘이 일상의 정보 지도가 된 시대일지라도, 지역을 묶는 근본적인 힘은 결국 지역민의 신뢰를 매개하는 지역신문에서 비롯된다.

 

이번 컨퍼런스는 지역신문이 로컬리즘을 통해 지역 공동체의 사회적 자본을 축적하고 신뢰와 연대를 형성하는 핵심 플랫폼으로 자리해야 한다는 시대적 사명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변화의 속도는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더 빨라질 것이다. 하지만 그 어떤 기술적 파고가 몰아친다고 해도 지역신문은 오랜 시간 축적해 온 지역성과 공공성, 연대의 경험을 기반으로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갈 것이다. 이는 지역사회를 가장 가까이서 관찰하고 지역민을 연결하며 지역 공동체를 기록해온 지역신문의 만만치 않은 내공이 있기 때문이다.

 

올해 컨퍼런스에는 새로운 시각과 심층 분석, 혁신적 접근을 기반으로 지역 사회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제시하는 언론인을 발굴하자는 취지에서 신진기자상 부문이 신설됐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올해의 대주제인 ‘로컬리즘, 연대와 공존’은 지역신문이 시대의 변곡점에서 지역사회의 중심 역할을 더욱 힘 있게 수행해야 한다는 요청이자 그 해답을 찾는 여정이었다. 지역신문이 쌓아온 서사와 현장성, 그리고 지역민과의 신뢰가 앞으로 지역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비추는 든든한 등불이 되길 기대한다.

 

 

 

 

 

 

 

 2025 지역신문 컨퍼런스 대상 수상 후기

 

남해시대 <주민들 몰래 세워진 해안도로 전봇대 사태를 바로잡다>

전봇대가 가린 건 지역 민주주의였다

 

전병권 남해시대 편집국장

 

어느 날 갑자기 설치된 100대가 넘는 전봇대는 ‘왜 아무도 이 과정에 참여하지 못했는가’라는 의문을 남겼습니다. 해안도로를 따라 줄지어 선 거대한 전봇대는 풍경을 가리는 것을 넘어, 절차 없이 진행된 소통의 빈틈을 그대로 드러냈습니다.

 

이번 사태는 한 통의 제보 전화로 시작됐습니다. 주민의 목소리에는 “아무런 설명을 듣지 못했다”라는 불만이 담겨 있었고, 현장에는 기존보다 큰 전봇대들이 이미 세워진 뒤였습니다. 주민들은 ‘전력 보강’, ‘노후 전선 교체’, ‘리조트 전용 전선’ 등 서로 다른 말만 들은 상황이었습니다.

 

남해군은 “공사 내용을 몰랐다”라고 했고,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 경남본부는 “불법이 아니다”라며 공사를 계속 진행하며 법적으로 설명회 의무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남해군은 도로점용 허가를 냈지만 공사 내용을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두 기관의 이런 태도는 주민 참여를 최소한의 의무로만 해석하는 구조적 문제를 보여줬습니다.

 

전력 공급을 반대하는 이는 없었습니다. 대신, 주민들은 “보상을 바라는 게 아니다. 전봇대를 철거하고 정식 설명회를 열고 주민들의 동의를 얻은 뒤 다시 설치하라. 절차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주민들이 지적한 건 ‘함께 결정하는 과정’의 부재였습니다.

 

4개월 동안 이어진 아홉 차례의 보도는 단순한 사실 나열이 아니라 주민·행정·공기업 사이의 빈 구조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이었습니다. 결국 한전은 전봇대를 자체 비용으로 철거했고, 선로는 주도로를 따르는 것으로 변경됐습니다. 남해군은 다른 기관 공사라도 사전 고지를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한전 역시 주민 설명회를 갖겠다고 밝혔습니다.

 

저는 기자로서 해안도로의 가치를 알리고,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지역 민주주의를 지키고 싶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수상은 지역신문의 보도가 그 역할을 제대로 했을 때 어떤 변화가 가능한지 보여준 순간이라 더욱 뜻깊었습니다.

 

작은 지역이라고 해서 지역이 가진 가치마저 작지는 않습니다. 앞으로도 주민의 권리가 흔들릴 때 그 자리를 지키는 지역신문의 존재 이유를 잊지 않겠습니다.

 2025 지역신문 컨퍼런스 대상 수상 후기

 

광주일보 <물길 끊긴 어도(魚道), 생태계도 끊겼다>

단절된 것은 사람들의 관심과 행정의 연속성


김진아 광주일보 기자 

 

댐과 보로 단절된 하천에서, 물고기가 오르지 못하는 어도를 보며 생태계의 최소한 통로조차 방치된 현실을 느꼈습니다. 어도는 하천 생태계 순환을 위한 최소한의 통로입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물이 흐르지 않거나 쓰레기가 쌓여 있고, 구조물이 손상된 사례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설계부터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기능을 잃은 어도는 생물 이동을 막는 장애물일 뿐이었습니다.

 

저는 이 구조적 결함이 실제 수생 생물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고자, 기능하지 못하는 어도를 중심으로 현장 점검을 이어갔습니다. 대부분의 불량 어도는 물고기가 오를 수 없는 급경사 구조로 설치돼 있었고, 연결 기능을 상실한 어도는 곧 생태계 단절로 이어졌습니다. 실제로 지역 주민들은 “예전에는 물고기가 많이 보였는데, 요즘은 아예 없다”라며, 수중 생태계가 급격히 줄어든 현실을 체감하고 있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느낀 것은 단절된 것은 생물만이 아니라 사람들의 관심과 행정의 연속성이라는 점이었습니다. 단순히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왜 많은 어도가 기능하지 못하고 방치되는지, 그 배경에는 어떤 행정과 정책의 한계가 있는지를 짚고 싶었습니다. 이후 취재는 정비 사업의 실효성과 예산 구조, 행정 속도 등으로까지 확장되었고, 문제의 근본적 원인을 살펴보는 방향으로 이어졌습니다.

 

구례, 장성, 해남 등 전남 지역 산과 논 곳곳에 설치된 어도 114개를 3개월간 찾아 나서는 과정에는 자라난 수풀로 접근이 막히고, 길을 잃기도 하는 등 우여곡절도 많았습니다. 또 유사한 문제가 반복되는 현장을 기록하며, 보도를 어떤 구성으로 풀어야 현상을 다양한 시점에서 조명할 수 있을지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방향을 잃지 않도록 조언해 주시고 손잡아주신 광주일보 선배들 덕분에 기획 시리즈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기사 한 편 한 편이 흐름을 잃지 않고 이어지도록 꼼꼼히 챙겨주신 덕분입니다. 이번 기획을 통해 평소 개인이나 지방자치단체의 관심이 닿지 못하는 생태 기반 시설의 중요성을 알릴 수 있어 뜻깊었습니다. “큰물을 바꾸려면 결국 자잘한 물고기가 있는 작은 물부터 바꿔야 한다”라는 한 주민의 말은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3개월간 불량 어도 114곳을 점검하며, 전수조사를 위해 준비한 표의 한 칸 한 칸에 직접 기록하고 색을 칠하며 확인했습니다. 한 곳씩 체크할 때마다 ‘모든 곳을 직접 확인하겠다’라는 의지가 강해졌습니다. 이번 취재는 저에게 ‘작은 물부터 바꿔가자’라는 결심이 되었고, 이번 보도가 가져온 성과에 힘입어 앞으로도 매 순간 온 마음을 다해 듣고, 보고, 기록하며, 작은 물에서 시작해 큰물까지 바꿔가는 사람이 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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