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상세
2024 KPF 저널리즘 컨퍼런스가 지난 11월 13~15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AX x Journalism: 저널리즘, AI를 품다’를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에 연사로 참여한 앤 마리 리핀스키 하버드대 니먼재단 큐레이터를 만나 AI 시대 저널리즘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지난 11월 15일 KPF 저널리즘 컨퍼런스 제3세션에서 ‘AI 위기와 대응’을 주제로 발표한 앤 마리 리핀스키(Ann Marie Lipinski) 하버드대 니먼재단 큐레이터는 언론계가 새로운 기술을 꺼리고 소심하게 대하기보다는 이를 현명하게 활용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딥페이크처럼 AI를 오용하는 사례를 감시하고 팩트체크 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저널리스트들이 AI 도구를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발표에서 AI를 활용해 400시간 분량의 녹음 기록을 분석한 뉴욕타임스와 자체 개발한 AI 툴 ‘해이스태커(Haystacker)’를 대규모 데이터 분석에 활용하고 있는 워싱턴포스트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세션이 시작되기 전 막간을 이용해 진행한 인터뷰에서 언론인으로 일한 지난 50년을 돌이켜볼 때 언론 환경이 급변하는 와중에도 저널리즘의 핵심 가치만은 변하지 않았다고 말하며 저널리즘의 가치를 지키면서도 새로운 뉴스 소비 방식을 조화롭게 수용할 방법을 찾는 것이 우리가 당면한 기술 격변기의 핵심 과제라고 역설했다. 다음은 앤 마리 리핀스키 큐레이터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다음 세대의 뉴스 소비를 위해 필요한 열린 자세
Q . 2000년대에 들어 저널리즘 환경이 급변했다. 기사 소비 기반이 온라인으로 옮겨가고 정보를 생산하는 주체도 기자에서 일반 전문가, 유튜버 등으로 다양해졌다. 1978년부터 50년 가까이 언론계에 몸담아 왔는데, 그동안 가장 많이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각각 무엇을 꼽겠는가?
가장 큰 변화는 단연 인터넷의 등장에서 비롯됐다. 인터넷은 뉴스를 만들고 전달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꿨다. 이제는 AI라는 새로운 변화의 물결이 다가오고 있다. 이처럼 미디어 환경이 격변하고 있지만 정확하고 공정하며 편견 없는 정보를 전달하고자 하는 저널리즘의 핵심 가치만은 변하지 않았다고 본다. 오히려 기술 발전이 저널리즘의 기본 가치를 위협하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뉴스의 본질적 가치를 지키기 위한 우리의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졌다고 생각한다.
Q . 요새 젊은이 가운데 상당수는 뉴스를 왜 읽어야 하냐고 묻는다. 이런 질문에는 뭐라고 답변하나?
젊은이들이 기성세대의 미디어를 이용하지 않으려는 것이 새로운 일은 아니다. 요즘은 젊은 세대뿐 아니라 전 연령층이 텍스트(신문 기사)보다 영상을 선호하는 추세이기도 하고. 오히려 변화를 받아들이기 싫어하는 기성 미디어가 문제인 측면도 있다. 1930년대 미국의 신문 발행인들은 라디오의 등장에 위협을 느끼고 라디오가 뉴스를 전달하지 못하도록 로비를 벌였다. 라디오가 독자층을 확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받아들이기보다 기존의 영향력을 잃을까 우려했다. 이는 텍스트와 오디오의 결합을 지연시켰고 어느 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인터넷의 시대에도 대부분의 언론사는 인터넷의 혁신적 힘을 활용하는 데 소심하고 느리게 대처해 많은 것을 잃었다.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할 때마다 당대의 주류 미디어가 새로운 방식을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
다음 세대의 뉴스 소비를 생각할 때 우리에게는 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 틱톡이나 유튜브와 같은 새로운 플랫폼도 신뢰할 만한 뉴스와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효과적인 도구가 될 수 있다. 다만 우려되는 점은 저널리즘의 기본 가치를 지키지 않는 콘텐츠가 넘쳐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우리의 과제는 저널리즘 본질의 가치를 지키면서도 새로운 세대의 뉴스 소비 방식을 충족시킬 방법, 두 가지 요구를 조화롭게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Q . 레거시 미디어가 IT 기술의 변화에 소심하게 대응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씀하셨다. AI 시대의 초입에 있는 현재, 언론사가 IT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선 어떤 조치가 필요하다고 보나?
한국의 미디어는 다른 나라에 비해 IT 기술 대응을 잘하고 있다는 점을 자랑스럽게 여겨도 된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인터넷 시대에 뉴스룸은 두 가지 큰 어려움에 직면했다. 하나는 기술 인재들이 더 높은 급여를 제공하는 실리콘밸리로 떠났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순수 기술 전문가들이 뉴스룸의 본질적 가치와 과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현재도 비슷한 도전이 반복되고 있다. 우리가 당면한 핵심 과제는 기술력과 저널리즘적 가치를 모두 이해하는 인재를 어떻게 발굴하고 유치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 인재들에게 저널리즘의 높은 사회적 가치와 소명 의식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그들을 설득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실리콘밸리만큼 높은 급여를 줄 수는 없지만 저널리즘이 추구하는 사회적 소명과 보람은 다른 산업군에서 제공할 수 없는 가치라는 점을 홍보해야 한다.
또한 이러한 기술 인재들을 뉴스룸에 효과적으로 통합하는 것도 중요하다. 기술팀과 취재팀이 물리적·업무적으로 분리되지 않고 일상적인 소통과 협업을 할 수 있도록 통합된 조직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Q . 언론사의 빠듯한 재정 상황이 IT 기술 대응의 큰 걸림돌이다.
그것은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재정이 빠듯하다고 투자를 하지 않겠다는 건 근시안적 생각이다. ‘돈을 벌려면 돈을 써야 한다(You have to spend money to make money)’는 말도 있지 않나. 목표가 있다면 투자해야 하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목표를 이룰 수 없다는 건 저널리즘뿐 아니라 모든 산업에 적용되는 상식이다.

기자, 공기(公器)로서 보람 잃지 않게… 일하고 싶은 직장 만들어야
Q . 요즘 많은 좋은 기자들이 언론을 떠나고 있다. 저널리즘 업계에 평생 몸담아 온 언론인으로서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저널리스트는 ‘고위험 고보상’의 직업이지만 여기서 말하는 ‘보상’은 금전적 보상은 아니다. 저널리즘의 진정한 보상은 공동체와 세상에 기여하고, 사람들이 세상을 이해하도록 돕겠다는 목적의식에서 나오는 것이니까.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이 무엇을 걱정하고 무엇을 알고 싶은지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일에서 오는 기쁨이 있다. 그런 특권을 누릴 수 있는 직업은 많지 않다. 나는 종종 “글쓰기가 그립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는데 내가 정말 그리운 것은 ‘보도하는 일(reporting)’이다.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사무실로 돌아와 그 내용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며 세상에 전하는 그 과정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보람 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이런 경험이 얼마나 흥미롭고 가치 있는 것인지 충분히 알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더구나 오늘날 저널리즘은 새로운 도전과 어려움에 직면해 있기도 하다. 내가 기자 일을 시작했을 때는 채용 기회가 많았다. 지금은 다르다. 이런 변화 때문에 사람들은 더 안정적이고 덜 도전적 직업을 선택하게 된다.
하지만 저널리즘에 깊은 열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혹은 예술가처럼 자신의 일에 깊은 애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금전적 보상이 적고 일이 힘들어도 이 일을 멈출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이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힘이기 때문이다. 여러 어려움이 있지만 저널리즘 업계는 개별 구성원들이 소속감을 느끼고 보호받고 있다고 느낄 수 있는 환경(hospitable environment)을 만들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많은 기자가 ‘떠나야겠다’고 마음먹게 하는 환경을 언론사 스스로 만들어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Q . 기자들이 신문사를 떠나는 이유 중 하나는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보장받기 힘들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일과 자녀 양육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추셨나?
우리는 가족 돌봄의 책임이 있는 직원을 충분히 지원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선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긍정적 결과를 가져온 측면이 있다. 꼭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아도 일할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일과 가족 돌봄 사이의 균형을 찾는 데 도움을 주었기 때문이다.
내가 처음 관리자 직위에 올랐을 때 아이를 가진 여성들에게 불합리하고 차별적으로 느껴졌던 신문사 규정을 바꿨다. 출산 휴가를 확대하고 필요할 때 휴직을 허용하고, 복직할 때 일자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회사가 직원을 교육하고 훈련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놓고 정작 그들이 돌아왔을 때 적절히 수용하지 못해 결국 회사를 떠나게 만드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느꼈다.
이는 여성뿐 아니라 남성의 문제이기도 하다. 함께 일했던 직원 중 각각 세 자녀를 둔 남녀 직원이 있었다. 이들 모두 아버지로서, 어머니로서 자녀 양육과 업무 사이의 균형을 고민했다. 결국 이것은 회사가 직원들을 얼마나 인간적으로 대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며 ‘정말 힘든 일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의 일부이기도 하다.
어떤 사람들은 “터프하지 않으면 이 바닥에서 살아남을 수 없어(If you’re not tough enough you don’t belong in this business)”라는 식의 말을 하곤 한다.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이런 태도 때문에 많은 사람이 재능과 꿈을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 경영진은 더 높은 민감성과 이해도를 가지고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