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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리뷰]2024년 KPF 저널리즘 컨퍼런스 참관기
미디어 리뷰 | 등록일 : 2024-12-27

한국언론진흥재단은 2017년부터 해마다 언론계의 주요 이슈를 다루고 미래를 전망하는 KPF 저널리즘 컨퍼런스를 개최해 왔다. AI 시대, 인공지능과 언론의 공존을 모색하기 위해 ‘저널리즘, AI를 품다’라는 주제로 열린 2024 KPF 저널리즘 컨퍼런스의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2022년 챗GPT의 등장 이후 거대언어모델(LLM)과 생성형 AI의 활용은 언론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기술의 발전은 전통적인 뉴스 제작 및 유통 방식을 변화시켰으며, 언론의 윤리성과 신뢰성이라는 핵심 가치를 둘러싼 논쟁을 촉발했다.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는 AI 규제 필요성을 논의하며 다양한 정책적 접근을 모색하고 있지만, AI는 이미 개인의 일상적인 업무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도구로 자리 잡은 상황이다. 이제 언론계는 AI를 단순한 도구로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 혁신적 활용 방안을 통해 수익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실질적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개최된 <2024 KPF 저널리즘 컨퍼런스>는 AI 기술을 저널리즘 혁신의 계기로 삼으려는 국내외 언론사의 다양한 시도를 조명했다. 이번 참관기에서는 AI와 저널리즘의 융합 가능성을 살펴보고, 변화가 가져올 저널리즘의 새로운 가치를 함께 고찰하고자 한다.


AI, 고립된 지역신문의 탈출구 될까

 

<2024 KPF 저널리즘 컨퍼런스>의 첫 번째 세션은 ‘AI의 혁신과 공존’을 주제로 진행됐다. 발표자로 나선 트리나 레이놀즈 타일러(Trina ReynoldsTyler)는 AI와 머신러닝을 활용한 데이터 저널리즘의 혁신적 사례를 공유했다. 트리나는 시카고 지역 언론사인 인비저블인스티튜드(Invisible Institute)에서 데이터 디렉터로 활동하며 지역사회 문제 해결과 경찰 비리 폭로를 목표로 한 AI 기반 데이터분석 프로젝트를 이끌어왔다. 그가 주도한 탐사보도 <시카고의 실종(Missing in Chicago)>은 흑인 여성과 아동 실종 사건, 그리고 경찰의 부적절한 대응 문제를 심층적으로 다뤄 2024년 퓰리처상(지역보도 부문)을 수상하는 성과를 거둔 바 있다.

 

트리나의 발표는 AI 기술이 탐사보도에 미치는 변화를 구체적으로 보여주었다. 그는 2014년부터 구축한 <CPDP(Civic Police Data Project)>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시카고 경찰의 위법 행위와 구조적 문제를 심층적으로 분석한 사례를 소개했다. 머신러닝과 AI를 활용해 방대한 데이터를 교차 분석해 경찰 기록, 911 신고 내역, 의료 보고서 등의 데이터를 연결해 숨겨진 사건 간 연관성과 맥락을 추적해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추적 결과, 트리나는 흑인 여성과 아동의 실종 사건이 부적절하게 처리되고 축소된 정황을 밝혀냈다. 그는 “머신러닝과 AI는 탐사보도의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며, 데이터를 통해 기존에 드러나지 않았던 불평등과 부조리를 효과적으로 파헤칠 수 있었음을 강조했다.

 

트리나는 “AI와 머신러닝을 통한 데이터 분석이 취재를 시작할 수 있었던 계기”였다고 밝히면서도, 데이터의 해석에는 사람의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시민들이 직접 나선 덕분에 데이터 분석의 질이 비약적으로 향상됐다”며 지역사회 구성원, 자원봉사자들의 데이터 라벨링 참여가 프로젝트의 신뢰성과 정확성을 크게 높였다고 전했다. 데이터 저널리즘은 기술만으로 완성되지 않으며 커뮤니티의 참여와 협력이 분석의 질을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트리나는 AI가 불러올 저널리즘의 변화에 대한 질문에도 답을 제시했다. 그는 “기술은 우리의 시야를 더 넓혀주는 도구로 활용돼야 한다”며 기술 자체에 집착하기보다 기술 너머에 존재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트리나는 “데이터와 스토리텔링을 결합해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저널리즘의 본질적 가치를 강화할 수 있다”고 말하며, AI 기술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저널리즘의 지평을 확장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음을 역설했다.

 

 

인비저블인스티튜드의 CPDP 웹사이트 <출처 – https://cpdp.co/>;

 

 

AI 도입한 국내 언론들, 현장서 본 현황과 과제는

 

이어지는 세션에서는 AI를 활용한 신규 서비스를 개발 중인 국내 언론사의 사례가 소개됐다. 국내 언론사의 AI 활용은 ‘AI를 이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과 ‘편집부의 업무 효율성 제고’ 두 가지의 접근 방향으로 구분되고 있었다.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의 김현지 팀장은 《동아 비즈니스 리뷰(DBR)》 매거진의 기사 요약 및 챗봇 사례를 통한 AI 비즈니스 모델 개발 과정을 발표했다. 개발 초기, 동아일보는 데이터 보안을 유지하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SLLM(Smaller Large Language Model)을 튜닝하여 사용했다. 그러나 SLLM의 낮은 성능과 높은 서버 유지 비용이 발목을 잡았고, 결국 LLM으로 전환하게 되었다.

 

김현지 팀장은 LLM 전환 후에도 여전히 높은 비용이 문제였음을 언급하며, “원가 분석을 했더니 기사 요약 한 건에 높은 단가가 나왔다. 그 돈을 매번 내고 요약해서 볼 사람이 없을 것 같았다”고 밝혔다. 이러한 고민 끝에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 AI 챗봇의 커스텀을 통해 비용의 효율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파일럿 서비스 구독 유저 중 88%가 월 3,000원짜리 AI 요약 서비스를 구매했다”며 큰 금액은 아니지만 새로운 수익 모델을 발굴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김현지 팀장은 AI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얻은 교훈으로 MVP(Minimum Viable Product) 방식을 강조했다. 그는 “AI라고 하면 머리가 복잡해진다. 안 하면 안 될 것 같고, 얼마나 투자해야 하는지, 투자 대비 수익성은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이 많으실거다”라며 불확실한 시장에서는 적은 비용으로 빠르게 출시하고 검증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큰 그림을 그리기보다 작은 규모로 시작해 빠르게 실행하고, 결과를 검증하며 점진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며 초기부터 과도하게 큰 그림을 시도하는 대신, 실행할 수 있는 작은 프로젝트로 출발해 신속히 학습하고 적응하는 단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무엇보다 김현지 팀장은 AI 시대 언론사의 가장 중요한 생존 전략은 독자의 신뢰라고 말했다. 그는 “신뢰야말로 언론사의 핵심 자산이다. AI 기술은 독자와의 접점을 통해 신뢰를 확장하는 데 활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론사가 빅테크의 종속적인 콘텐츠 제공자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라 언론사 나름의 혁신과 실험을 통해 독자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접점을 찾아야 하며, 언론사가 보유한 신뢰가 그 기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 안중현 조선일보 기자는 기자 1인당 일주일간 기사 작성 건수가 2017년 22.4건에서 2023년 25.7건으로 10% 증가했다며 언론계의 인력 부족 문제를 언급했다. 조선일보 역시 200명의 기자가 하루 120~130건의 지면 기사를 소화하다(2022년 기준), 현재 하루 약 300건 이상의 기사를 소화하는 중이라고 전하며 ‘조선 AI 어시스턴트’의 개발 배경을 전했다. 조선 AI 어시스턴트는 초창기 챗GPT 3.5 모델을 사용하다가 고도화 작업을 거쳐 현재는 앤트로픽(Anthropic)의 클로드 소넷(Claude Sonnet)을 기반으로 운영 중으로 “발제문만 충실하게 작성하면 기사로 출고하기 크게 무리가 없는 수준”으로 품질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다만 여전히 존재하는 환각(Hallucination)과 어색한 의미 표현이 남아있어, 출고 전 반드시 기자들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중현 기자는 또한 기자들의 AI 활용 교육을 더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주변 기자들이 AI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취재해 본 결과, 녹취록을 텍스트로 추출해 커스텀 GPT를 통해 콘텐츠를 작성하는 사례, 해외 기사 번역과 논문 등을 요약하는 사례, 미드저니나 달리 등의 그래픽 생성 AI를 이용해 일러스트를 제작하는 사례 등이 있었다며 “기자들간 AI 활용 능력이 천차만별”이라고 전했다. 이에 “회사 차원을 넘어 한국언론진흥재단이나 기자협회 등에서 지속적인 AI 활용 사례 공유와 교육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우승호 서울경제신문 기자는 자사의 AI 모듈인 AI 프리즘, AI 쇼츠, AI 라이터, AI 레이더의 사례를 소개하며 “AI가 단순한 도구를 넘어 독자 맞춤형 뉴스를 제공하고 기자의 업무를 지원하는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소프트런치와 협력으로 개발한 DLOG 어플리케이션의 뉴스 추천 시스템(AI 프리즘)을 소개하며 “단순히 독자가 좋아하는 뉴스를 추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독자가 꼭 알아야 할 중요한 기사와 인사이트를 제공한다”며 AI 모듈을 통해 독자 맞춤형 뉴스 추천이 한층 정교해졌다고 전했다. 또한 숏폼 콘텐츠 제작 모듈인 AI 쇼츠를 소개하며 인력 활용의 효율성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는 “AI 쇼츠를 통해 인턴 두 명이 하루 약 40개의 숏폼 영상을 제작하고, 월 600만 회 이상의 영상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며 신속한 콘텐츠 제작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기자를 위한 어시스턴트 도구인 AI 라이터와 AI 레이더에 대한 소개도 이어졌다. AI 라이터는 지면 기사나 외신 기사를 온라인 및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된 콘텐츠로 변환한다. 기자가 기사를 입력하면 모바일 화면에 적합한 문장과 문단 길이로 재구성되며 전문 용어 설명 박스와 관련 트렌드 요약도 자동으로 추가된다. 또한 기사 제목을 저널 충실형, 클릭 유도형, 소셜미디어 공유형 등 다섯 가지 유형으로 추천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어 “다양한 독자층을 겨냥한 제목을 손쉽게 작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AI 레이더는 환율 변동, 글로벌 경제 동향, 주요 기업 이슈 등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보고서를 생성하는 모듈이다. 우승호 기자는 “AI 레이더를 활용해 중요한 데이터를 빠르게 정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자는 추가 취재와 기사 작성에 집중할 수 있다”며 AI를 통한 기자의 업무 효율성 강화에 집중하고 있음을 밝혔다. 더불어 “AI는 기자의 판단과 편집이 있어야 비로소 완성된다”며 콘텐츠의 질은 여전히 기자의 전문성과 창의력이 좌우한다고 전했다.


AI 시대 빛나는 저널리즘의 가치

 

이어진 토론에서 참가자들은 AI 시대에 언론이 지켜야 할 가치와 기자들의 역할 변화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참가자들은 한목소리로 언론의 신뢰성을 유지하고 기자 개개인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김현지 팀장은 “AI한테 맡길 수 있는 기사는 AI에게 맡기고, 사람은 AI가 꺼낼 수 없는 심층적인 기사를 작성해야 한다”며 기자만의 차별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무수히 많은 정보가 쏟아지는 현시점에 언론사가 보유할 수 있는 가장 우수한 자산은 ‘신뢰성’임을 거듭 역설했다.

 

안중현 기자는 향후 2~3년 내 AI가 작성한 기사가 사람의 기사와 비슷한 수준에 이를 것이라 전망하며, 기자는 취재의 영역에서 전문성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기사 작성은 AI의 보조를 받는 형태로 나아갈 것”이라며, 기자의 핵심 역량은 취재와 분석에서 더욱 빛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승호 기자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기자의 본질적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AI는 넣어준 만큼만 답한다. 초등학생이 쓰면 초등학생 수준의 답변이 나오고, 대학생이 쓰면 대학생 수준의 답변이 나온다”며 AI가 제공할 수 없는 취재, 인터뷰, 문제 제기 등 저널리즘의 본질적 영역에서 기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AI 기술 도입이 언론사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창출하기 위한 필연적인 흐름임을 인정하면서도, 기술 자체를 혁신으로 간주하지는 않았다. 머신러닝 기술이 데이터를 분석하고 처리하는 것은 기계의 몫이지만, 데이터를 해석하고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여전히 사람의 역할이다. GPT와 같은 AI 모델이 생성하는 콘텐츠의 퀄리티 또한 입력된 프롬프트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는 점에서 AI 활용의 방향성을 설정하고 이를 최적으로 활용하는 주체는 결국 사람이라는 결론에 의견이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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