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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속 윤리: 언론이 놓친 것》 ⓒ박영사
언론은 민주주의 사회를 나타내는 핵심 지표이며, 권력을 감시하고 시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언론의 자유는 저널리즘 원칙에 따른 책임 있는 보도가 전제될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를 가진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오늘날 한국 언론은 심각한 위기 속에서 점차 대중의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포털 중심의 뉴스 소비 구조 속에서 자극적인 기사들이 이용자의 클릭 수를 유도하는, 즉 언론 윤리보다 수익이 더 앞서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이는 언론의 본질적인 역할을 위협하고, 대중이 언론에 대해 더 냉소적으로 변하도록 만든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1)의 <디지털 뉴스 리포트>에 따르면, 한국 언론의 신뢰도는 2016년부터 꾸준히 최하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2024)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2.1%가 뉴스를 회피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2) 하지만 위 설문에서 뉴스 회피 경험자 중 71.6%는 뉴스가 여전히 필요하고, 77%는 뉴스가 없으면 불편하다고 답했다. 이처럼 뉴스를 외면하면서도 동시에 그 필요성에 공감하는 역설적인 결과는, 언론이 왜 신뢰와 공정성을 다시 회복해야 하는지 분명하게 보여준다. 시민들에게 양질의 정보를 전달하는 언론의 본질적 역할이 지금 이 시대에 더욱 절실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표현의 자유와 공공성 사이, 언론 자율규제
언론이 공론장에서 밀려나는 작금의 현실은, 언론 스스로의 변화 없이는 극복하기 어렵다. 이러한 맥락에서 주목받는 개념이 바로 ‘언론 자율규제’다. 언론에 대한 자율규제는 외부의 강제력에 의한 통제가 아닌, 언론이 스스로를 감시하고 바로잡는 자정 시스템으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언론이 공공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장치라고 할 수 있다. 국내 언론자율규제기구는 크게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인터넷신문윤리위원회,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 등이 있으며, 기사 심의를 포괄적으로 담당하는 기구는 전자의 두 곳이다. ‘실효성 부족’이라는 자율규제기구의 고질적인 한계에도 불구하고, 위 기구들은 언론사 및 언론인들에게 기사 품질에 대한 이정표를 제시하고, 다양한 교육 및 후속 모니터링을 통해 언론의 자정 능력을 북돋는 역할을 한다.3)
«기사 속 윤리: 언론이 놓친 것»은 바로 이러한 자율규제 노력의 일환으로, 한국신문윤리위원회가 그동안의 심의 사례 중 사회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사례들을 신문윤리실천요강을 중심으로 분류·정리한 책이다. 책은 크게 ‘언론의 공정성’, ‘인격권의 보호’, ‘언론의 공공성’, ‘저작권 보호’, ‘비속어 사용’, ‘광고’라는 6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으며, 각 장은 관련 주제에 대한 설명과 더불어 위반 사례, 심의 결과 그리고 제도적 함의 등을 덧붙이고 있다. 예컨대 ‘편파적 보도’, ‘사생활 침해’, ‘차별적 표현’, ‘자살 보도’, ‘광고와 기사의 구분’ 등 최근 우리 사회에서 중요하게 논의되는 주제들을 다루면서, 그 과정에서 단순한 경고를 넘어 윤리적 기준의 필요성을 독자에게 환기한다. 이와 더불어 제7장에서는 그동안 한국신문윤리위원회가 자율규제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진행해 온 세미나와 교육 프로그램 등의 활동을 소개하고 있다.
오늘의 보도, 어제의 교훈에서 배운다
이 책의 강점은 지극히 현실적인 접근 방식에 있다. 이론적인 담론보다는 구체적인 보도와 그에 대한 심의 결과라는 실제 사례를 통해 자율적 윤리 규정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 독자의 이해도를 높인다. 무엇보다 책에 수록된 사례들은 단지 과거의 기록이 아닌 오늘날의 언론 환경에서도 여전히 반복되는 문제들이라는 점에서,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 문제의식을 갖고 판단할 수 있도록 한다. 동시에 사례를 시간 순서대로 배치함으로써 시기별 중점적으로 논의된 신문윤리실천요강의 변화와 경중을 파악하기에 유용하며, 언론 윤리를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데 기여한다.
또한 이 책은 언론인들에게 기사 작성의 실질적인 나침반이 될 수 있다. 오늘날 언론 환경은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함께 빠르게 변하고 있다. 새로운 플랫폼의 등장, 정보 유통의 가속화, 인공지능의 도입, 사회적 민감성의 증가 등은 언론 보도의 방식과 윤리적 기준에도 지속적인 재해석을 요구한다. 현재 언론인들은 단지 사실을 보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무엇을 어떻게 보도할 것인가에 대한 윤리적 판단까지 실시간으로 내려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더욱이 중소 규모의 언론사는 언론 윤리에 대한 교육 체계를 별도로 갖추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며, 주요 언론사의 일선 기자들 역시 바쁜 취재 일정 속에서 변화하는 윤리 기준을 충분히 숙지하고 반영하기란 녹록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책은 원론적인 내용이 아닌, 실제 사례와 각 심의 결과의 판단 근거를 맥락과 함께 제시해, 실제 보도 현장에서 언론인들이 참고할 수 있는 현실적 가이드라인 역할을 할 수 있다. 변화하는 언론 윤리의 기준을 감각적으로 익히고, 실무에 자연스럽게 반영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이 책은 특히 현장 중심의 실용적인 교육 자료로서 가치가 있다고 보인다.
나아가 «기사 속 윤리: 언론이 놓친 것»은 단순한 사례집을 넘어 언론 자율규제기구의 존재 이유와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론을 촉진하려는 목적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 책이 언론인만을 위한 내부 교육 자료에 그치지 않고, 일반 시민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언론 윤리 기준과 심의 결과를 알기 쉽게 풀어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덕분에 자율규제라는 개념이 일반 대중에게도 더 이상 낯설고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정보 소비와 밀접하게 연결된 현실적 문제로 인식될 수 있고, 이는 자율규제에 대한 일반인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까지 언론 자율규제는 전문가들의 영역으로만 여겨졌지만, 이 책은 독자가 양질의 보도에 대해 스스로 판단하고, 비판할 수 있는 감시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 자율규제제도의 정당성과 사회적 확산을 위해 대중을 설득한다는 점에서, 이 책의 가치와 활용도가 클 것으로 생각한다.
1) https://www.digitalnewsreport.org
2) 김영주·오세욱(2024), <누가, 왜 뉴스를 회피하는가?>, 미디어이슈, 10(4),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
3) 이재진·조소영·표시영·이영희·상윤모(2024), <고충처리 활성화 등 자율심의 실효성 제고 방안>, 한국언론진흥재단(지정 2024-06) 연구보고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