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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들이 취재·보도 과정에서 겪는 신변의 위협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분열이 깊어지면서 취재진은 어느 때보다 극심한 혐오와 폭력에 노출되고 있다. 위협받는 취재 현장 실태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언론인들이 취재·보도 과정에서 겪는 압박, 공격 등은 비일비재한 문제다. 권력 비판 보도에 대한 고소·고발, 취재 거부와 물리적 폭행, 온라인상에서의 괴롭힘, 편집권 침해, 취재 요구 묵살 등 언론사 안팎에서 취재·보도의 자유를 억압하는 사안의 성격과 종류는 너무나 다양했다. 하지만 지난 1월 19일 새벽, 서울서부지방법원(이하 서부지법)에서 벌어진 폭력 사태는 초유의 일이었다. 대한민국 법치주의의 최후 보루인 법원에 윤석열 대통령 극렬 지지자들이 난입한 테러 사건으로, 이들 시위대가 취재진을 표적으로 한 조직적 폭행은 “전례가 없는 충격적인 행위”(한국기자협회 등 9개 언론단체 성명)였다.
12·3 비상계엄, 대통령 탄핵 정국 과정에서 언론인들은 분명 평소와는 다른 취재 환경에 있다. 이미 반(反) 언론 정서가 만연했으나, 이번 국면 들어 한국 사회의 갈등과 분열이 극심해지면서 취재진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수준의 혐오와 폭력에 노출돼 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측의 특정 언론사에 대한 취재 배제 논란은 이러한 사례 중 하나다. 내란 혐의 핵심 피의자인 김 전 국방부 장관의 변호인단은 지난해 12월 26일 기자회견을 열었는데, 전날 본인들이 원하는 언론사만 선별해 초청하고 MBC와 JTBC 등 특정 매체를 언급하며 취재를 불허한다고 해 파문이 일었다.
권력자가 비판적 언론을 배제하는 행위, 그것도 중대 범죄 혐의를 받는 피의자가 제 입맛에 맞는 언론에만 취재를 허락하겠다는 의사를 당당히 드러냈다는 점에서 초유의 사태였다.1)
이날 한국기자협회와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3개 언론 현업단체는 긴급 성명을 발표해 “언론을 취사선택해 여론 조작을 시도하겠다는 얄팍한 계산에 놀아난다면 그 언론 또한 내란의 공범이라는 오명을 자초할 수밖에 없다”며 언론에 ‘취재 전면 거부’ 연대를 촉구했다.
취재진은 권력 비판 보도에 적개심을 가진 시위대의 표적이 되며 무차별적 폭력마저 겪었다. 윤 대통령이 지난 1월 19일 새벽 구속되자 시위대는 서부지법에 난입해 폭동 사태를 일으켰다. 이날 현장에 있던 KBS, MBC, MBN 등의 취재진은 폭동에 가담한 시위대로부터 집단 폭행을 당해 심각한 상해를 입었다. 시위대는 취재진의 카메라 메모리를 빼앗거나 영상 삭제를 강요하고, 촬영 장비를 파손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윤 대통령 체포 영장 집행 당시, 서울 한남동 관저 주변에서도 기자들은 집회 참가자들로부터 둘러싸여 욕설을 듣고 통행을 저지당하는 일을 겪기도 했다.
언론사 내부도 구성원이 당한 무차별 폭행 피해에 분노했다. 서부지법 사태에서 피해를 당한 취재진의 소속 언론사들은 즉각 폭력을 행사한 당사자들을 형사고발 조치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도 성명을 통해 “단순히 언론 전반에 대한 분노가 아니라 자신들의 의견과 다른 언론을 표적으로 한 테러 행위”라며 “이번 언론에 대한 테러를 어떻게 처리하느냐 역시,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건강한 공론의 장을 형성할 능력과 의지가 있느냐를 측정하는 단초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부지법 사태 직후인 1월 22일 방송기자연합회와 한국영상기자협회는 취재진 안전 보장을 위한 ‘집회·시위 취재시 안전을 위한 유의 사항’을 발표하기도 했다. △안전거리 및 퇴로 확보 △취재진을 보호할 추가 인력 배치나 경찰 인근 위치 선정 △취재 데스크는 현장 취재진의 안전을 최우선 고려할 것 등의 지침이 주요 내용으로 담겼다.
과열된 현장, 기자 신분 감추기도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임박한 현재(3월 20일 기준), 취재 현장에 있는 기자들은 서부지법 사태처럼 물리적인 충돌이 발생하진 않고 있지만, 여전히 신변에 위협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전한다.
2017년 헌재의 박근혜 대통령 파면 선고 당시에도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들이 취재진을 폭행한 사건이 있었다. 하지만 기자들은 그때보다 집회는 더 과열된 양상을 보이고, 긴장 수위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때문에 기자들은 시위 참여자가 건네는 피켓을 받아 취재하고, 언론사 로고 스티커를 뗀 카메라를 쓰거나, 기자 신분을 감추고 스마트폰으로 현장을 찍어 집회를 생중계하는 유튜브 영상을 통해 싱크(음성)를 따는 등의 자구책을 쓰기도 했다.
탄핵 심판 선고 당일을 대비해 각 언론사는 취재진 안전 대책을 세우고 지침을 전달하고 있는데, 일부 언론사의 경우 이날 관할 경찰서에 경비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언론인이 느끼는 위협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들이다.
대통령 탄핵 관련 취재를 하는 외신 기자들도 위협을 느끼는 상황이다. 특히 중화권 매체 기자들의 경우 욕설을 듣거나, 카메라가 파손되는 일을 겪는 등 피해 정도는 심각하다. 한 중국 매체 기자는 ‘중국 혐오’ 정서를 드러내는 집회 참여자로부터 ‘중국 기자가 왜 여기 있냐’는 말을 듣고 현장에서 이탈한 경험을 전했다. 누군가가 카페에서 원고를 쓰고 있는 이 기자를 쫓아와 모니터의 중국어를 보고 “여기 있다”고 말해 사람들이 몰려들어 위협을 가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2)
대통령이 헌재 탄핵 심판 변론에서 ‘부정선거 중국 배후설’을 직접 언급하는 현실 속, 탄핵 선고 이후에도 혐오가 만연하고 극단적인 대립 양상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 국면에서 언론의 존재, 역할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 기자들이 있을까. 소위 계몽이라고 하는, ‘독자들의 생각을 바꿔야지’ 이런 마음을 버린 지 한참 된 것 같다. 최소한 기사를 보면서 공감할 수 있는 정도로만 기사를 읽어도 요즘 시대에서는 다행이라고 본다.”

한 주간지 편집장의 말처럼 언론을 믿지 않는 데서 나아가 언론을 향한 적개심이 극한으로 표출되는 상황에 대한 뉴스룸 책임자들의 고민도 크다.
언론인을 향한 취재 위협이 일상이 된 불행한 현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상계엄을 일으킨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음모론을 파헤치고, 권력의 부정과 비위를 끝까지 추적하는 등 그 역할을 해내는 언론의 모습을 우리는 계속 목격하고 있다. 언론 자유에 대한 탄압엔 단호히 맞서면서도 그동안 그랬던 것처럼, 기자들은 취재 현장에서 묵묵히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다.
1) 기자협회보 편집위원회, <우리의 주장-언론탄압 맞서 신뢰 무장, 독자라는 우군 얻어야>, 기자협회보, 2024.1.1, https://www.journalist.
or.kr/news/article.html?no=57439
2) 최승영, <한자만 써도 "중국인이냐!"… 외신기자들 위협·고충 시달려>, 기자협회보, 2025.3.18, https://www.journalist.or.kr/news/
article.html?no=58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