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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러시아 파병 북한군 포로 인터뷰는 세계적 특종이 됐다. 세계 최초 보도의 주인공은 바로 정철환 조선일보 유럽 특파원. 그는 국제정세에 대한 깊은 이해와 다양한 언어 능력을 바탕으로 현장의 생생한 소식을 전달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파리에 상주하고 있는 정철환 특파원을 서면 인터뷰로 만나본다. 편집자 주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2002년 한국일보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했고, 2006년 조선일보에 입사해 지금까지 일하고 있습니다. 전공은 외교학(국제정치)이지만, 인터넷과 정보기술(IT)에 관심이 많아 졸업 후 관련 기업에서 근무하다 기자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IT 기업에서 일한 경험을 인정받아 경제·산업부에서 일할 기회가 많았습니다. 금융, 국제경제, 국내외 테크 기업, 신기술 스타트업 등을 주로 취재했습니다. 이 밖에도 사회정책부에서 복지 정책 이슈를, 경영기획실에서는 미디어 정책 문제를 담당했습니다.
Q. 언제부터 유럽 특파원으로 근무하셨나요? 특파원을 준비하시게 된 계기와 과정도 궁금합니다.
2021년 11월부터 파리에 주재하며 유럽 특파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학창 시절 유럽 정치사와 근대 정치사상에 관심이 많았고, 독일어와 프랑스어를 제2외국어로 배웠습니다. 이런 배경이 유럽 특파원에 관심을 갖게 된 자연스러운 계기가 된 듯합니다.
운 좋게도 유럽에서 연수를 받을 기회가 두 차례 있었습니다. 2011년,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으로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유러피언저널리즘센터(European Journalism Centre)에서 연수하며 EU에 출입·취재했습니다. 2016년에는 또 다른 외부 재단의 지원을 받아 프랑스 리옹에서 1년간 공부했습니다. 기자로서 유럽에서 직접 살면서 유럽의 제도와 환경을 속속들이 경험하고, 이를 한국과 비교해 볼 수 있었던 경험이 특파원 활동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특파원 지원은 2017년에 처음 시도했고, 2021년 두 번째 지원해 선발됐습니다. 영어와 제2외국어 실력, 활동 계획서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평가받았습니다.
Q. 유럽은 매우 넓은 지역입니다. 유럽 특파원은 일상적으로 어떻게 취재·보도 활동을 하는지요? 국내 언론사의 특파원도 유럽에 많이 상주하고 있나요.
조선일보 파리 주재 유럽 특파원은 유럽 전역(44개국)뿐 아니라 구소련 국가(15개국), 중동(18개국), 아프리카(54개국)까지 담당합니다. 중복을 제외하면 총 105개국으로, 전 세계 195개국(바티칸과 팔레스타인 포함) 중 절반이 약간 넘습니다. 이처럼 광범위한 지역을 모두 커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통 지역별 핵심 국가에서 발생한 굵직한 사건 가운데 국제 정세와 한국에 영향을 미치는 이슈를 주로 취재합니다.
과거 유럽 지역에서 중요한 기사가 많이 나오지 않는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최근 몇 년 새 크게 달라졌습니다. 한국이 본격적으로 선진국 반열에 올라서면서 유럽 각국과 교류가 폭증했고, 이해관계도 한층 복잡해졌습니다. 여기에 더해 코로나 변종 확산, 에너지 문제와 탈(脫)원전,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중동 분쟁, 유럽 내 극우 세력 득세,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 사망, 북한군 파병, 푸틴 재집권, 튀르키예와 모로코 대지진 등 잇따른 굵직한 사건들이 이어졌습니다. 요즘 유럽과 중동 지역 담당 특파원들은 늘 바쁜 상황입니다.
현재 유럽에는 조선일보(파리), 동아일보(파리), 한국일보(베를린), 한겨레신문(베를린), KBS(파리·베를린), SBS(파리), MBC(최근 파리에서 베를린으로 변경) 등이 특파원을 두고 있습니다. 연합뉴스의 경우 파리·런던·브뤼셀·베를린·로마 등에 특파원을 상주시켜 유럽에서 가장 많은 인력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Q. 2022년 키이우 현장 취재, 2023년 젤렌스키 대통령 인터뷰, 최근에는 북한군 포로 인터뷰까지 특파원 생활을 하며 ‘최초’, ‘단독’ 수식어가 붙는 보도를 많이 하셨습니다. 특별히 현장 취재와 원천 보도,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현장 취재, 원천 보도에 집중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우크라이나 전쟁이 세계 정세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한 만큼, 특파원으로서 이에 주목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이 전쟁으로 인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70여 년간 형성·유지돼 온 국제 관계와 지정학, 글로벌 경제 구조가 재편되고 있습니다. 한국은 특히 기존 국제정치·경제 질서의 논리 속에서 탄생해 성장하고 성공을 거둔 국가이기에, 이러한 변화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국민과 정치 지도자들의 관심이 한반도 내 문제에 집중돼 있어, 정작 위기감을 잘 느끼지 못하는 듯합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지정학적으로 한국과 가까운 강대국인 러시아가 자국의 확장적 외교·안보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주변 국가에 무력을 행사했다는 점에서, 한국이 예의주시해야 할 사건이기도 합니다. 한국은 오래도록 중국·러시아·일본 등 강대국에 둘러싸여 영향과 간섭을 받아왔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습니다. 과거 수천 년 역사를 돌아볼 때, 현재 두 세대 이상 이어지고 있는 평화 상태는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입니다.
여기에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함으로써 한국과 우크라이나 전쟁의 연결 고리는 한층 강화됐고,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구조의 불안정성도 더욱 커졌습니다. 이러한 국제정치적·지정학적 의미 때문에 우크라이나 전쟁에 큰 관심을 갖게 됐고, 이는 조선일보의 편집 방향과도 어느 정도 일치했던 것 같습니다.
특히 큰 비용을 들여 특파원을 운영하는 언론사 입장에서, 외신 보도 내용을 인용하는 간접 취재만으로는 독자들에게 충분히 의미 있는 기사를 전달하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있었습니다. 특파원으로서 저 역시 그러한 편집국 방침에 동의했기 때문에, 현장 취재에 더 많은 공을 들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2022년 초 전쟁 발발 직전의 첫 키이우 현장 취재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인터뷰, 북한군 포로 인터뷰 등에 최소 1~2주 이상의 시간을 투자했고, 적지 않은 출장비를 썼습니다.
Q. 최근의 북한군 포로 인터뷰는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보도입니다. 북한군 포로를 인터뷰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이유가 있으실까요?
북한군이 해외에 파병돼 외국 정규군과 전투를 벌이고, 대규모 사상자까지 낸 것은 사상 처음 벌어진 일입니다. 이 점만으로도 북한군 포로를 직접 만나 취재해야 할 이유는 충분했습니다. 게다가 여태껏 북한군 포로의 존재를 우크라이나 당국이 아닌 제3자가 독립적으로 확인한 적이 없다는 점이 이 사안의 취재 필요성을 더욱 높였습니다.
무엇보다 북한군 파병에 대한 수많은 정황 증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와 북한은 파병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에서조차 이를 ‘가짜뉴스’라고 주장하는 글이 넘쳐났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군 포로는 북한군 파병을 입증할 수 있는 가장 결정적 증거이자, 그 자체로도 무척 중요한 팩트였습니다. 따라서 북한군 포로를 실제로 만나 이들의 실존 여부와 진짜 북한 출신임을 확인하는 인터뷰 취재의 보도 가치가 매우 커진 상황이었습니다.
한편으로 북한군 파병 관련 기사를 우크라이나 정부나 외신 보도에만 의존하고 싶지 않았고, 다른 나라도 아닌 북한군 포로에 대한 확인 취재만큼은 직접 해내야 한국 언론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다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서울 편집국 역시 비슷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습니다. 북한군 포로 생포 소식을 접한 직후 국제부장과 통화하면서 취재 필요성과 의미를 공유했고, 자연스럽게 취재가 진행되었습니다.
Q. 취재원 접근이 굉장히 어려웠을 텐데, 어떻게 인터뷰를 성사시킬 수 있었는지 취재 과정과 취재 성사 노하우를 알려주시겠어요?
키이우 4번을 포함, 총 5차례에 걸친 우크라이나 방문을 통해 알게 된 우크라이나 정·재계 및 언론계 인사들, 이 중에서도 한국에 호감이 있는 친한 인사들의 도움이 컸습니다. 구체적 내용은 밝히기 어렵지만, 다른 모든 취재와 마찬가지로 관련 인물들을 끊임없이 접촉해 정보와 도움을 요청하고, 또 기다리는 과정을 계속 반복하면서 조금씩 나아갔습니다. 전쟁이라는 특수 상황 속에서, 우크라이나 고위 인사들이 해외 언론들의 접근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기 때문에 더 어려웠던 점도 있습니다. 최대한 예의를 갖추고, 중립적인 태도를 보이려 애썼습니다.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밝혔듯 한국 정부의 도움은 전혀 없었고, 취재 과정 역시 모두 비밀리에 진행했습니다. 정부가 관여할 경우 일이 성사되기는커녕 어그러질 가능성만 큰 상황이었습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입국 과정에서 북한군 포로 인터뷰를 추진 중이라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 정부 관계자가 상당한 ‘우려’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취재가 성사되면 정치권으로부터 받게 될 부담을 의식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Q. 인터뷰 과정에서 북한군 포로의 솔직한 답변을 끌어내는 것도 매우 어려운 과정이었을 것 같습니다. 인터뷰 당시의 분위기가 어땠는지, 기사에 서술하지 못한 상황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별다른 사전 안내 없이, 면회실이 아닌 포로가 머무는 방으로 바로 안내돼 다소 당황스러웠습니다. 북한군 청년 두 사람도 아무런 언질을 받지 못한 듯,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우선은 긴장을 풀어주고, 편한 분위기에서 터놓고 대화를 나누기 위해 일상적인 이야기부터 시작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측으로부터 여러 차례 신문을 받으면서 상당한 피로감을 느꼈을 상황도 고려했습니다. 본인들이 하고 싶은 말을 가능한 한 자연스럽게 풀어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인터뷰 과정에서 예상치 못했던 사실들을 접해 놀라기도 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외아들이고 비교적 출신 성분이 좋다는 점, 그럼에도 성장 과정에서 많은 고생을 했고, 파병 사실도 모른 채 아무 동의 없이 끌려왔다는 점 등에서 적잖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인터뷰어 입장에서 최대한 평정을 유지하며 질문을 이어가려 노력했습니다.
전반적으로 의사소통에 큰 지장은 없었지만, 억양이나 단어 차이 때문에 몇 차례나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해 되묻곤 했습니다. 남북한의 언어가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습니다.
두 청년을 위해 컵라면과 초코파이 등 간단한 먹을거리를 챙겨갔지만 충분치 못했습니다. 특히 담배를 몹시 피우고 싶어 했는데 챙겨가지 못해 너무나 아쉽습니다. 담배 한 대를 건네며 인터뷰했다면 분위기가 한층 편안했을 겁니다.
Q. 북한군 포로 인터뷰를 하고 기사를 쓰는 과정에서 어떤 점이 가장 걱정되셨나요? 그 과정에서 다양한 딜레마는 어떻게 해결하셨는지요.
기사에 실린 내용은 전체 인터뷰 내용의 절반가량입니다. 인터뷰 내용을 어느 정도까지 지면에 공개해야 할지를 두고 고민이 컸습니다. 이들의 인권 보호 차원에서 필요한 고려 사항과 관련 사례 등을 데스크에 보고하고, 최종 판단은 서울 편집국에 맡겼습니다. 이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측 관계자로부터 러시아와 북한 당국이 북한군 포로 두 사람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아 참고했습니다. 결국 실명 등은 밝히지 않고, 얼굴은 공개하는 것으로 결정이 됐습니다.
이 인터뷰가 두 사람의 인생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숙고했습니다. 북한군 출신의 북한 이탈 주민 등 여러 북한 인권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습니다. 이미 우크라이나 측에 의해 신원이 노출된 상황에서, 북한으로 송환될 경우 본인과 가족 모두 큰 박해를 받을 것이란 지적이 많았습니다.
오히려 언론 인터뷰를 통해 국제적 관심을 환기하는 것이 이들의 인권 보호와 생존에 더 도움이 될 것이란 의견이 중론이었습니다.
인터뷰 영상과 기사를 송고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습니다. 먼저 대화 내용을 전문(全文)으로 옮기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특히 포로 리모 씨는 턱 부상과 사투리 때문에 발음이 잘 들리지 않는 구간이 많아, 영상 녹음을 여러 차례 반복해 확인해야 했습니다. 이동 중에도 계속 기사를 쓰고 다듬으면서, 영상에서 사용할 만한 부분을 선별해 편집해 보내는 작업 역시 적잖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영상 편집 소프트웨어가 없어 인코딩 프로그램을 대신 활용했는데, 최종 기사와 영상 송고를 마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Q. 일련의 우크라이나 취재, 보도 관련해서 추가로 하실 말씀 있으시면 자유롭게 말씀해 주세요.
우크라이나 같은 전쟁 지역의 현장 취재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 인력을 필요로 합니다. 이 때문에 규모가 크고 역사가 긴 영미권과 유럽의 매체들이 사실상 독점해 온 것이 사실입니다. 반면 한국 매체들은 여러 제약으로 인해 현지 취재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러나 계속 이대로 남아있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한국은 이제 세계적 경제 대국이자, 명실상부한 선진국입니다. 세계 각지에 기업과 교민이 진출해 있고, 경제와 안보, 문화 측면에서 방대한 영향력과 이해관계를 지닌 국가가 됐습니다. 해외 유력 매체들처럼 직접 현장에 나가 자국의 시각으로 취재할 수 있는 인력과 인프라를 충분히 갖출 필요성이 더욱 커졌습니다.
그런데도 한국 매체들의 규모와 역량은 갈수록 위축되고 있는 듯합니다. 한국 언론 환경의 구조적 변화가 절실한 이유입니다. 이를 방치하면 결국 외신을 받아쓰는 데 그칠 뿐, 제3자의 시각과 이해관계에 종속될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Q. 유럽 특파원으로 활동하며 가장 중점을 두고 취재하는 분야는 무엇인가요? 또 앞으로 비중 있게 취재하고 싶은 영역이 있으신지요?
한국에 영향을 미치는 유럽 내 모든 이슈, 반대로 유럽에서 한국의 국익에 영향을 미치는 이슈를 중점적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외교·안보 분야 보도가 많았지만, 기술 혁신·에너지·산업·통상 분야에도 높은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문화와 사상, 기후 변화, 보편적 인권 문제 등도 계속해서 주시하고 있습니다.
Q. 앞서 언급된 취재를 포함해 가장 기억에 남거나 보람을 느꼈던 취재 경험이 있으신가요? 더불어 기억에 남는 힘들었던 순간이 있으신가요?
지난 3년여간 각종 분쟁과 자연재해를 취재하기 위해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의 오지를 두루 방문했습니다. 모로코 아틀라스 산맥의 산골 마을, 튀르키예와 시리아 접경 지역, 몰도바 내 친러 분리주의 세력이 장악하고 있는 트란스니스트리아 등을 한국 기자로는 처음으로 찾아 취재했던 일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곳에서 거대한 자연의 힘과 인간이 자행한 무분별한 폭력으로 수많은 생명이 덧없이 사라져 가는 모습을 직접 목격한 것이 상당한 정신적 충격으로 남았습니다. 처참한 상황 속에서 사람들이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광경을 지켜보면서도, 취재하고 기사를 쓰는 일 외에 별다른 도움을 줄 수 없었다는 것에 큰 자괴감을 느꼈습니다.
Q. 전 세계적으로 언론사들이 타국에 체류하는 특파원 수를 줄이고 있습니다. 한국 언론은 더더욱 그렇습니다. 언론사의 경제 상황 때문이기도 하고, 인터넷으로 전 세계 정보를 자유롭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국제 뉴스가 인기가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해외 체류 특파원이 필요한 이유가 있을까요?
인터넷 덕분에 해외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게 된 것은 사실입니다. 외국 정부나 기업의 발표 자료를 쉽사리 내려받아 확인할 수 있고, 현지 매체 보도도 인터넷을 통해 편리하게 접하고 인용할 수 있습니다. 굳이 특파원을 파견하지 않아도, 현지 기자를 채용해 특파원처럼 활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영어 매체라면 역량 있는 현지 언론인을 고용할 기회도 많습니다.
다만 국제 뉴스가 ‘인기가 없다’기보다는 수요가 양극화된 것이 더 큰 문제처럼 보입니다. 일반 대중은 자극적인 해외 토픽이나 한국 관련 찬양조의 뉴스(국뽕 뉴스), 경제·투자 관련 국제 뉴스를 여전히 많이 소비합니다. 반면 국가 정책이나 기업 경영 전략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국제 정치·경제 분야의 분석적 기사는 그 가치와 영향력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소비층이 얇습니다. 결국 ‘클릭수’로 대표되는 수익성 지표만으로는 국제 뉴스에 많은 자원을 투입하기가 어려워집니다. 동시에 언론사 직원의 보수나 사회적 평가가 낮아지면서, 국제 뉴스를 심층적으로 취재할 역량 있는 기자를 확보하기도 점차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오피니언 리더를 겨냥한 수준 높은 국제 뉴스를 생산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실정입니다.
그런데도 ‘특파원’이 필요한 이유는 역설적으로 이 지점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해외의 정보를 쉽게 구하게 된 상황은 그만큼 검증되지 않은 정보에 쉽게 노출되고, 특정한 이해관계를 가진 이가 의도적으로 왜곡한 정보에 호도될 위험도 커졌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인터넷과 외신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얻은 현지 정보가 얼마나 신뢰 가능한지를 축적된 현장 경험과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판단할 사람이 필요합니다.
또 현지 채용 기자가 취재 능력이나 운용 편의 측면에서 더 나을 수 있지만, 한국 국적이 아니고 삶의 기반 또한 다른 나라에 있기에 현지의 시각과 이해관계에 얽매여 객관성이나 공정성을 잃는 위험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자신이 속한 매체의 국가 이익과는 다른 방향으로 기사를 쓰게 되는 경우도 보고 있습니다. 유명 해외 매체들이 현지 기자를 채용하면서도 꼭 별도의 파견 특파원을 두는 이유는 바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