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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리뷰]<2025 NAB SHOW> 참관기
미디어 리뷰 | 등록일 : 2025-05-30

미국방송협회(National Association of Broadcasters)가 주최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미디어 박람회 2025 NAB SHOW가 지난 4월 5~9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전 세계 1,100여 개 기업이 참가했고, 약 5만 5,000명이 방문한 이번 박람회의 주목할 만한 이슈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이번 박람회의 핵심은 인공지능(AI)이었다. 너도나도 AI를 전면에 내세웠다. 영상 편집 프로그램 프리미어와 사진 편집 프로그램 포토샵으로 유명한 어도비(Adobe)는 부스 곳곳에 ‘영상 편집을 위한 AI’란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어도비는 실제 영상 편집을 하면서 AI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보여줬다. 애초 촬영하지 않은 영상을 생성해 자연스럽게 붙이는가 하면, 배우의 벗겨진 고글을 벗겨지지 않은 것처럼 수정하기도 했다. 언뜻 봐선 직접 촬영한 영상 같았다.

 

새로운 영상 검색 기능도 신선했다. 대사만으로 검색하는 기능이 대표적이다. 프랜시스 크로스맨(Francis Crossman) 어도비 프로그램 시연 담당자는 “누군가 인터뷰에서 ‘원숭이’라고 말하면 그 단어가 포함된 인터뷰를 정확히 찾아준다”면서 “과거에는 감독이 ‘그 장면 기억나?’라고 물으면 편집자는 어딘지 몰라서 오랫동안 찾아야 했는데, 이제 그런 논쟁은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한발 더 나아간 AI 검색 기능을 공개한 회사들도 있었다. 트웰브랩스(Twelvelabs)와 모먼츠랩(Momentslab) 등이다. 방송사의 방대한 영상 콘텐츠 아카이브에서 ‘사막 위를 달리는 자동차 영상’을 검색하면, 어떤 영상 몇 분 몇 초에 해당 부분이 있는지 정확히 찾아내는 방식이다. 사람이 영상을 하나하나 보면서 찾아야 하는 일을, 별도의 분류 표기가 안 된 영상에서도 곧장 찾아내는 것이다.

 

딥더브(Deepdub)란 회사도 주목을 받았다. 딥러닝과 더빙을 합친 회사명처럼 AI 음성 더빙을 전문으로 한다. 다른 회사와의 차별점은 핵심 기능이 실시간 작동한다는 점이다. 음성 녹음 파일을 외국어로 더빙하는 일은 여러 업체에서 하고 있지만, 실시간으로 감정까지 살려 외국어로 더빙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오즈 크라코프스키(Oz Krakowski) 딥더브 기술 설명 담당자는 “무엇이든 (원하는 언어의 음성으로) 바꿀 수 있고, 대부분 매우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 또 하나 좋은 점은 자신의 목소리를 가이드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뉴스나 드라마 등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여러 국가에 각국 언어로 손쉽게 유통할 수 있는 셈이다.

 

 

키메라 비디오 엔지니어링 개발자가 버추얼 스튜디오 시스템을 작동 중이다. ⓒ이윤석

 


머리카락까지 완벽하게 구분 가능?

 

AI 기능이 강화된 버추얼 스튜디오 세트도 눈에 띄었다. 가상 스튜디오 시스템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품질이 떨어져 널리 활용되진 못했다. 사람 머리카락을 정확하게 가려내지 못해 흐릿하게 표현하는 등 여러 면에서 한계가 뚜렷했다.

 

소셜리유(Sociallyu) 버추얼 스튜디오 시스템은 기존에 가장 큰 어려움이었던 사람 머리카락과 투명한 물컵 등을 완벽하게 구분해 냈다. 크로마키(녹색 배경) 앞에서 모델이 물컵을 들어 물을 마시거나, 긴 머리카락을 휘날리는 상황에서도, 최종 출력 화면엔 어색함이 전혀 없었다.

 

아이작 댄슬러(Isaac Dancelor) 소셜리유 버추얼 스튜디오 기술 담당 스페셜리스트는 “버튼 하나만 누르면 순식간에 스튜디오 배경이 달라진다”라면서 “가상 스튜디오 배경을 세트당 1,000달러(약 140만 원)에 판매할 예정인데, 매우 정밀하게 만들어져 있어 자연스럽고 사실적인 가상 공간 구현이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키메라(Qimera)와 액심메트리(Aximmetry)의 버추얼 스튜디오 시스템도 눈에 띄었다. 이들 부스에선 실시간으로 다양한 방송 프로그램을 송출하는 체험을 할 수 있었다. 크로마키 앞에 서 있는 모델의 배경을 순식간에 미국 선거 방송 화면으로 만들거나 라이브 토크쇼 배경으로 바꿨다. 카메라가 이동하더라도 스튜디오 배경은 어색하지 않았다.

 

타하 미말라(Taha Mimarlar) 키메라 비디오 엔지니어링 개발자는 “스튜디오 배경을 바꾸는 것뿐 아니라, 카메라 여러 대를 사용하고, 라이브 방송에서 애니메이션 재생 등 다양한 작업이 가능하다”라면서 “선거 방송이나 라이브 쇼 등 다양한 실시간 콘텐츠 제작에 활용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버추얼 스튜디오보다 더 쉽게 비슷한 효과를 내는 시스템도 등장했다. 삼성전자와 브이유(Vu Technologies)는 공동으로 부스를 만들고, 초고화질 대형 디스플레이를 활용한 버추얼 프로덕션 시스템을 공개했다. 초고화질 대형 디스플레이에 아름다운 해변이나 자동차 창고 같은 다양한 화면을 띄운 다음, 카메라로 촬영하면 마치 그곳에 있는 것처럼 결과물이 나왔다. 부스엔 실제 시네마 카메라가 설치돼 있어서, 촬영 결과물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는데, “결과물이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다”라는 게 관람객들의 평가였다.

 

드루 스미스(Drew Smith) 브이유 기술감독은 “매우 많은 자산(화면)이 준비돼 있어 원하는 걸 선택해 사용할 수 있고, 조명 자동 설정 기능도 포함돼 해당 환경의 조도나 분위기에 맞춰 결과물이 자동으로 조정된다”면서 기능을 직접 시연했다. 그는 “모든 시스템엔 전용 소프트웨어가 포함돼 있어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고, 원하는 크기로 맞춤형 제작도 가능하다”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와 브이유가 공개한 버추얼 프로덕션 시스템 ⓒ이윤석

 

 

저비용 고효율 제작의 진화

 

카메라 제조사들은 저비용 고효율 제작 시스템을 대거 선보였다. 캐논(Canon) 부스 방송 스튜디오엔 두 남녀가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PTZ 카메라(좌우·상하·줌 등 원격 조정이 가능한 카메라) 3대가 이들을 촬영하고 있었다. 1대는 전체를 잡는, 이른바 ‘풀샷’, 2대는 남녀 각각 ‘클로즈업’ 상태였다. 두 사람의 움직임에 맞춰 카메라는 자동으로 작동했다. 최종 송출 화면에선 대형 카메라로 촬영한 수준의 4K급 고화질 영상이 나타났다.

 

스튜디오 카메라, 조명, 음향 등 모든 걸 단 1명이 관리했다. 캐논은 ‘1명이 여러 대의 카메라를 작동할 수 있습니다’란 홍보 문구를 내걸었다. 소형 카메라도 화질이 크게 좋아졌고, 무엇보다 사람의 눈이나 몸짓을 자동으로 추적하는 이른바 ‘AI 트래킹’ 기술 발전 덕분에 가능했다.

 

고헤이 마에다(Kohei Maeda) 캐논 매니저는 “방송사에서는 카메라 오퍼레이터들이 하루에 서너 개 프로그램을 연달아 찍는 경우가 많다. 이 시스템은 그런 부담을 줄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기존 인원으로 프로그램을 동시에 더 많이 만들 수 있다는 게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파나소닉(Panasonic)도 비슷한 시스템을 선보였는데, 독특한 기능을 하나 추가했다. 움직이는 모델의 얼굴만 정확하게 모자이크하는 기술이었다. 방송 프로그램에 모자이크하려면 인물 움직임에 맞춰 하나하나 수작업해야 한다. 생방송에서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특정 부분만 모자이크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파나소닉은 움직이는 모델의 얼굴만 실시간으로 정확하게 잡아내 모자이크 처리했다.

 

마이클 베르제론(Michael Bergeron) 파나소닉 시니어 프로덕트 매니저는 스튜디오 뒤쪽에 자리한 작은 컴퓨터를 가리키며 “이 안에 엔비디아 고성능 GPU(그래픽카드)가 있다. 다양한 기능에 GPU가 활용된다”라고 설명했다.

 

 

캐논 부스의 방송 스튜디오 시스템 ⓒ이윤석

 

 

AI를 접목한 최신 특수 카메라로 스포츠 중계 콘텐츠 시장을 노리는 기업도 눈에 띄었다. 비스링크(VISLINK)는 최소 규모 카메라로 웬만한 대형 스포츠 경기를 모두 중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공개했다. 여러 개의 렌즈가 달린 특수 카메라와 고성능 PTZ 카메라 조합 방식이다.

 

비스링크는 실제 스포츠 경기 촬영 결과물을 보여주기도 했다. 기존 스포츠 중계방송 시스템에 비교할 만한 결과물은 아니었지만, 막대한 자본과 인력이 없어도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나름의 장점이 많아 보였다.

 

예룬 데이크하위젠(Jeroen Dijkhuizen) 비스링크 기술 담당자는 “이전엔 중계 카메라가 스포츠 경기 때 추적 대상자를 놓치면 다시 전체를 봐야 했는데(줌 아웃을 해서 해당 선수가 어딨는지 봐야 한다는 뜻), 이 시스템은 전체를 보는 오버뷰 카메라가 대상자의 위치를 계속 파악하고, PTZ 카메라가 고화질 광학 20배줌으로 정확히 촬영한다”라고 이야기했다.

 

이밖에도 AI를 활용해 저화질 스포츠 중계 화면을 고화질 HDR 화면으로 실시간 바꿔주는 등의 다양한 기술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VR 영상의 화려한 부활? 

 

이번 박람회에서 사람이 많이 몰려 30분 이상 기다려야 했던 체험 프로그램이 있었다. 바로 블랙매직디자인(Blackmagicdesign)이 공개한 애플비전프로 전용 콘텐츠 체험. 이른바 ‘초몰입형 콘텐츠’로도 불린다. 고글을 착용하면 마치 현장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영상을 느낄 수 있는데, 과거 유행했던 360도 VR 영상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블랙매직디자인 부스에서 애플비전프로 전용 콘텐츠를 체험 중인 관람객들의 모습 ⓒ이윤석

 

 

현재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확장현실(XR) 등은 시장성이 낮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애플 역시 야심차게 애플비전프로를 출시했지만, 기대만큼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다. 블랙매직디자인은 이에 대한 가장 큰 원인으로 전용 콘텐츠를 쉽게 만들 수 없다는 점을 꼽으며 자사가 공개한 전용 카메라와 콘텐츠 제작 시스템이 이런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했다.

 

셰르윈 라우(Sherwin Lau) 블랙매직디자인 기술 설명 담당자는 “애플비전프로 등 초몰입형 콘텐츠는 제작비도 비싸고, 과정도 복잡해 시장성이 떨어지지 않느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그래서 이런 전용 카메라와 간단한 작업 과정이 필요했던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전엔 영상을 스티칭(영상을 이어 붙이는 것)하는 과정 등이 필요했는데, 이젠 카메라 한 대, 하나의 파일로 일반 영상처럼 손쉽게 다룰 수 있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스링크가 선보인 AI 기반 스포츠 중계 시스템 ⓒ이윤석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는 카메라맨

 

시대적 변화를 보여주듯 박람회 현장에선 스마트폰 하나만 들고 촬영 중인 기자나 크리에이터를 여럿 만날 수 있었다. 대부분 스마트폰에 무선 마이크를 연결해 촬영하는 방식이었다.

 

프레드 도슨(Fred Dawson) 울트라미디어파이프라인(UltraMedia Pipeline) 대표는 카메라맨과 함께 박람회 현장을 취재하고 있었는데, 특이한 건 카메라맨이 작은 LED 조명과 무선 마이크만 추가한 스마트폰으로 촬영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박람회 현장에서 인터뷰 중인 프레드 도슨 울트라미디어파이프라인 대표(오른쪽) ⓒ이윤석

 

 

그는 “예전엔 촬영 장비를 엄청나게 많이 들고 다녔는데, 지금은 스마트폰 촬영 기술이 발전해 이거 하나면 간단하게 촬영할 수 있다. (박람회 규모가 워낙 커서) 가장 중요한 건 속도와 가벼움”이라며 스마트폰에 작은 조명과 외장 마이크 정도만 추가하면, 기존 캠코더 못지않은 고화질 영상 촬영이 가능함을 보여줬다.

 

지난 수십 년 동안 급변하는 미디어 산업의 중심에 있었던 프레드 도슨 대표는 기자와의 인터뷰 도중 이번 박람회를 취재한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AI를 비롯해 혁신적인 미디어 기술을 직접 체험한 그의 소감은 매우 짧고 강렬했다.

 

“이미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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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자 : 이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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