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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가 피부로 와닿는 요즘, 한국 언론은 환경문제를 어떻게 다뤄왔을까?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지난 35년간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 수상작 321건을 분석했다. 신문과 방송의 매체별 보도 특성을 비교해 환경문제 보도 양상을 살펴보고, 향후 환경 저널리즘이 나아가야 할 길을 확인한다. 편집자 주
“이거 그림 좋니?”
사회부에서 현장을 누비던 시절 뉴스거리를 발제할 때마다 데스크로부터 자주 듣던 질문이다. 그림이 좋냐는 것은 리포트에 들어갈 영상에 시청자의 시선을 끌 ‘화끈한(?) 화면’이 있냐는 것이다. 일반 사건·사고도 그랬지만 환경 관련 아이템을 발제할 때는 유독 데스크로부터 이 질문을 많이 받았다. 적조 현상으로 바다가 붉게 물든 장면이나 공장에서 오폐수가 흘러나와 인근 하천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한 장면처럼 시각적 충격이 있어야 좋은 리포트로 평가받고 메인 뉴스에 나갈 수 있었다. 역설적으로 현장 그림이 너무 충격적이면 화면을 흐릿하게 모자이크 처리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환경 이슈를 다룰 때는 내용만큼 ‘그림’도 매우 중요한 뉴스 가치 판단의 기준이 됐다.
하지만 영상이 좋다고 반드시 환경 이슈가 KBS <뉴스 9>에 잘 나가는 것은 아니었다. 사회부 시절 구제역 돼지 매몰지에서 침출수가 상수원으로 흘러드는 현장을 취재한 적이 있었다. 주민들의 제보로 시작된 취재였지만, 이 소식이 <뉴스 9> 메인 뉴스로 나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불법 벌목으로 산림이 황폐해져 피해를 본 경기도 어느 마을의 사례를 다룰 때도 마찬가지였다. 시급한 사건·사고, 이른바 발생 뉴스가 아니고 기획 아이템이었기 때문이다. 시급성을 요하지 않는 환경 이슈는 늘 정치·경제·사회적 이슈나 사건·사고에 밀려 방송이 연기되는 경우가 많았고 그나마도 <뉴스 9>의 중후반 시간대에 배치되곤 했다.
‘이달의 기자상’으로 추적한 환경 보도의 궤적
이런 경험을 돌이켜보면서 한 가지 질문이 떠올랐다. 과연 한국 언론은 지난 35년간 환경문제를 어떻게 다뤄왔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1990~2024년까지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 중 환경 관련 수상작 321건을 체계적으로 분석했다. 이 연구는 35년이라는 장기간에 걸친 시계열 분석을 통해 한국 환경 저널리즘의 변천사를 추적했다. 분석 대상은 한국 언론계의 권위 있는 상인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 수상작들로, 각 시대의 대표성과 완성도를 인정받은 기사들이다. 연구는 슈메이커와 리즈(Shoemaker & Reese)의 계층적 영향 이론(Hierarchy of Influences Theory)을 이론적 토대로 삼았다. 이 이론은 뉴스 생산 과정에서 기자 개인, 미디어 관행, 조직적 특성, 외부 사회 환경, 이데올로기적 요인이 다층적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한다. 환경 보도 역시 이러한 복합적 요인들의 상호작용으로 형성된다는 가정하에 분석을 진행했다. 수상작들은 매체 유형별(신문, 방송, 온라인), 지역별(중앙, 지방), 정권 성향별(보수, 진보)로 분류했다. 또한 제목에 나타난 핵심 어휘와 시각적 표현을 통해 보도 프레임의 변화를 추적했다.
분석 결과 방송과 신문 매체 간 뚜렷한 차이가 드러났다. 방송 수상작은 전체의 43.6%(140건)를 차지했는데, 제목에서부터 차이가 명확했다. ‘썩어’, ‘무너진’, ‘붉은’, ‘침몰’, ‘녹조’ 등 시각적 연상 단어를 활용했고 <소양호 썩어간다>(KBS춘천, 1992), <적조, 황토가 대안인가>(울산MBC, 2003), <해파리의 침공>(부산방송, 2003) 같은 제목들은 시각적 연상을 유발하는 단어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제목만으로도 해당 보도가 영상적 요소에 더 많이 치중했음을 알 수 있었다.
반면 신문 수상작(52.6%, 169건)은 ‘조사’, ‘보고서’, ‘진단’, ‘실태’ 같은 분석적 표현을 주로 사용했다. <고성 민통선 지역 해양 생태계 학술 조사>(강원일보, 1999), <난개발 부추기는 개발행위허가제>(경인일보, 2007) 등은 정책적 문제점을 심층적으로 다루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각 매체의 구조적 특성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방송은 시각적 요소와 긴급성을 강조해 대중의 감정적 공감과 즉각적 반응을 유도하는 데 효과적이다. 신문은 시간 제약 없이 지면을 통해 복잡한 환경문제의 구조적 원인을 분석하고 정책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런 각각의 매체 특성에 기인해 환경 보도도 각 매체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방식으로 진화해 왔다고 볼 수 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2000년대 이후 방송 수상작이 급증했다는 것이다. 1990년대 27건에서 2000년대 47건, 2010년대 51건으로 계속 증가했다. 이는 환경 의식의 고조와 함께 방송 매체의 시각적 표현력이 환경문제 공론화에 효과적이라는 인식이 확산한 결과로 해석된다.
지역 언론의 약진 돋보여
분석 과정에서 또 하나 주목할 만한 발견은 지역 언론의 약진이었다. 전체 수상작의 68.5%(220건)가 지역 언론에서 나왔다. 이는 중앙 언론의 31.4%(101건)를 크게 앞선다. 물론 이달의 기자상에 지역 보도 부문이 특화돼 있어 지역 언론이 중앙 언론사와 경쟁 없이 수상할 가능성이 높지만, 환경 보도가 유독 지역 언론사에서 더 많았다는 것은 유의미한 결과로 보인다. 이 가운데 특히 영남권 언론사들이 98건으로 압도적 수치를 보였는데, 이는 이 지역에 집중된 중화학공업단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영남 지역 수상작들을 살펴보면 산업 구조와 환경문제의 상관성이 명확히 드러난다. 1991년 KBS대구의 <낙동강 상수원 페놀 오염> 보도를 시작으로, KNN의 <낙동강 불법 매립 탐사보도>(2008), 국제신문의 <지금 부산 바닷속에서는>(2009) 등이 이어졌다. 언론은 사회 현상을 반영하는 거울이다. 영남 지역 언론사들이 산업화로 인한 개발 사업과 공장 단지 확산에 따라 생기는 환경 오염과 생태계 파괴 현장을 적극 보도함으로써 환경 관련 보도량이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 지역 언론은 중앙 언론과 달리 지역 주민의 생존권과 직결된 환경문제를 끈질기게 추적했다. 환경 이슈는 지역 주민의 생활과 직결되며, 즉각 체감할 수 있고 언론의 감시 기능 수행에도 적합한 주제다. 따라서 지역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주민 삶의 질 향상에 있어 중요한 의제로 부각되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죽음의 분진…그 후 2년>(울산MBC, 2015)은 “온산공단 비산분진 문제를 2년간 추적해 산업단지 공해 문제를 심각하게 고발했다”라는 평가를 받았다. <생태하천 20년, 방향 잃은 물길>(부산일보, 2015)은 “생태하천 복원의 실패를 장기 밀착 취재해 지방 정부 환경 행정의 허점을 구조적으로 고발했다”라고 기록됐다. 권역별 분석에서는 산업단지 관련 주제가 40건, 비산업단지 관련이 38건, 자연 관련이 20건으로 나타났다. 영남권이 산업화 과정에서 발생한 환경문제에 집중한 반면, 강원권(21건)과 제주권(16건)은 자연 보전 관련 수상작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정권에 따라 환경 의제도 변화해
정권의 이념적 성향에 따른 환경 보도의 변화도 흥미로운 패턴을 보였다. 보수 정권 시기(170건, 53%)와 진보 정권 시기(151건, 47%)의 수상작 수는 비슷했지만, 주제와 접근 방식에서는 명확한 차이가 나타났다.
노태우 정부(1988~1993) 시기에는 급속한 개발로 인한 부작용이 주요 의제였다. <충주댐 건설 득실>(충청일보, 1990), <소양호 썩어간다>(KBS춘천, 1992) 등이 대표적이다. 김영삼 정부(1993~1998) 시기에는 지방자치제 시행과 함께 지역 환경문제가 부각됐다. 김대중 정부(1998~2003) 시기는 지속가능한 발전이 화두가 되면서 생태계 보호 관련 수상작이 급증했다. <고통받는 동해 물개>(문화일보, 1999), <생명의 땅, 삼각주>(부산방송, 2001) 등이 이 시기의 특징을 보여준다. 노무현 정부(2003~2008) 시기에는 주한미군 기지 환경 오염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이는 당시 정부의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추진과 한미동맹 재정립 노력과 맞물린 현상으로 해석된다. 이명박 정부(2008~2013) 시기는 4대강 사업을 둘러싼 논란으로 특징지어진다. <4대강에 버려진 175억 예산>(부산MBC, 2011), <비밀문건으로 들통난 4대강 대국민 사기극>(CBS, 2013) 등 비판적 보도가 집중됐다. 박근혜 정부(2013~2017) 시기에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여파로 원전 관련 수상작이 10건에 달했다. 문재인 정부(2017~2022) 시기는 탄소중립과 기후 위기 대응이 핵심 의제로 부상했다. <기후변화의 증인들>(경향신문, 2020), <제로웨이스트 실험실>(한국일보, 2021) 등 실천적 접근을 강조하는 보도가 늘어났다.

다양한 요인이 환경 보도에 영향 미쳐
환경 보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계층적 영향 이론에 따라 분석한 결과, 각 층위의 요인들이 시대에 따라 다르게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자 개인 수준에서는 환경에 대한 개인적 신념과 사명감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1991년 낙동강 페놀 오염 사건을 보도한 기자는 “수돗물 악취 소동으로 끝날 수 있었던 사안이었으나 현장 취재로 전국에 페놀 오염을 최초로 알렸다”라고 회고했다. 이는 기자 개인의 집념과 문제의식이 환경 보도의 출발점이 됨을 보여준다. 미디어 관행 수준에서는 매체별 뉴스 제작 관행의 차이가 환경 보도 방식을 결정했다. 방송은 시각적 요소와 긴급성을 강조하는 관행으로 인해 현장 중심의 보도가 두드러졌고, 신문은 분석적이고 심층적인 접근을 통해 정책적 문제 제기에 집중했다. 조직 수준에서는 언론사의 경영 전략과 정파적 성향이 환경 보도에 영향을 미쳤다.

지역 언론은 지역사회와의 밀착성을 통해 차별화를 도모하면서 환경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뤘다. 중앙 언론은 전국적 관심사와 정부 정책에 더 밀착해 보도하는 경향을 보였다. 외부 사회적 요인으로는 정부의 정책 방향, 시민사회의 압력, 광고주의 영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특히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이나 박근혜 정부의 원전 정책에 대한 비판적 보도가 집중된 것은 정부 정책에 대한 언론의 감시 기능을 보여준다. 이데올로기 수준에서는 시대적 가치관의 변화가 환경 보도에 반영됐다. 1990년대 개발 우선주의에서 2000년대 지속가능성, 2010년대 이후 기후정의1)와 환경권으로 담론이 진화했다.
환경 저널리즘의 질적 진화
35년간의 변화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환경 저널리즘의 질적 진화다. 크게 다섯 가지 변화 양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첫째, 맥락 저널리즘으로의 진화다. 과거 단순한 사건 보도에서 벗어나 환경 파괴의 구조적 원인을 추적하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환경문제를 고립된 사건이 아닌 사회 시스템의 문제로 접근하는 시각이 확산했다.
둘째, 환경권 개념의 확장이다. 전통적인 환경 오염으로 여겨졌던 공해나 수질 오염을 넘어 소음, 전자파, 일조권, 정신건강까지 환경의 범위가 확대됐다. <단열 빈곤층>(서울신문, 2023), <출구 없는 사회적 공해 악취>(한국일보, 2023) 등이 대표적 사례다.
셋째, 노동환경으로의 확장이다. 석면 노출, 산업 안전, 중대재해 등 작업장 환경문제가 중요한 의제로 부상했다. 이는 환경문제가 일부 지역이나 계층의 문제가 아닌 모든 시민의 문제임을 보여준다.
넷째, 기후 위기 보도의 확대다. 지역적 환경문제에서 전 지구적 기후 위기로 보도 범위가 확장됐다. 2020년대 들어 기후 위기와 관련된 수상작이 급증한 것은 이러한 변화를 반영한다.
다섯째, 솔루션 저널리즘으로의 진화다. 문제 제기에서 그치지 않고 구체적 해결책과 실천 방안을 제시하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한국일보의 <제로웨이스트 실험실>, <탄소 도시 서울>(2022) 등은 이러한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연구의 의미와 한계를 따져본다면 이 연구는 35년간의 장기 시계열 분석을 통해 한국 환경 저널리즘의 변천사를 체계적으로 규명했다는 점에서 학술적 의의가 있다. 특히 기존 연구들이 개별적으로 다뤘던 매체별·지역별·정권별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환경 보도의 다층적 특성을 밝혀냈다. 실무적으로는 매체별 환경 보도 전략 수립에 구체적 지침을 제공할 수 있다.
방송은 현장성과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해 환경 이슈의 즉각적 여론 형성 능력을 강화할 수 있으며, 신문은 심층 분석과 구조적 접근을 통해 정책 변화를 촉진할 수 있다. 다만 이달의 기자상 수상작만을 분석 대상으로 한 한계가 있다. 수상작은 우수 보도의 특성을 반영하지만, 일반적인 환경 보도 경향을 대표하지 않을 수 있다. 향후 연구에서는 수상작과 일반 환경 보도를 비교 분석해 연구 결과의 일반화 가능성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환경 저널리즘의 발전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 △심층적 탐사보도 강화를 통해 환경 파괴의 근본 원인을 지속해서 규명해야 한다. △환경권과 삶의 질 관련 환경문제를 포괄적으로 조명해 대중의 환경 인식을 확장해야 한다. △환경과 노동 문제의 통합적 접근을 통해 환경정의 실현에 이바지해야 한다. △지역 환경문제와 글로벌 기후 위기의 연관성을 강조해야 한다. △실질적 해결책을 제시하는 솔루션 저널리즘을 확산해야 한다.
35년간의 기록을 돌아보며 확신하게 된 것이 있다. 환경 저널리즘은 더 이상 ‘부차적 아이템’이 아니라는 점이다. 기후 위기가 현실이 된 지금, 환경 보도는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 핵심 의제가 됐다. 뉴스룸에서 “이거 그림이 좋니?”라는 질문 대신 “이 문제를 지금 다루지 않으면 우리 아이들이 어떤 세상을 살게 될까요?”라는 질문과 답변이 오가기를 기대해 본다. 환경 저널리즘의 진정한 역할은 오늘의 시청률이 아닌 내일의 생존을 위한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1) 기후변화로 인한 비윤리적이고 불평등한 피해와 책임을 인식하고 그것을 줄이기 위한 사회 운동. 편집자 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