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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인공지능기본법」 시행과 저널리즘의 미래
커버스토리 | 등록일 : 2026-01-30

인공지능은 이미 뉴스룸 깊숙이 들어와 있다. 그러나 AI 콘텐츠가 뉴스의 일부가 되는 순간, 저널리즘의 신뢰와 책임은 새로운 시험대에 오른다. 언론 현장과 이용자들의 인식을 통해 AI 시대 저널리즘의 선택지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지난해 9월, 중국 전승절을 앞두고 한 방송사가 시진핑, 푸틴, 김정은이 나란히 선 장면을 인공지능(이하 AI)으로 제작해 방송했다. 세 정상이 천안문 광장 망루에 서 있는 모습은 꽤 그럴듯해 보였다. 화면 한쪽에 ‘AI 생성’이라는 고지가 붙었지만, 어딘가 부자연스러워 보였다. 전승절 당일 김정은은 AI 화면에서 입은 인민복 대신 회색 넥타이에 양복 차림으로 등장했고 푸틴의 얼굴 모양새나 시진핑의 풍채도 AI로 그려낸 모습과는 달랐다. 한 방송사 기자는 “유튜브나 다시보기로 유통될 경우 시청자들이 AI로 만든 것인지 모르고 착각할 위험이 있다. 정확하지도 않고, 시청자의 이해를 돕지도 못했다”라고 비판했다.

 

기사(텍스트) 영역에서도 AI 활용은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지난해 미국의 유력 일간지는 AI가 생성한 ‘여름 추천 도서 목록’을 게재했다 독자들의 거센 비난을 샀다. 추천된 책 가운데 일부가 유명 작가의 이름을 빌린 존재하지 않는 가짜 책이었기 때문이다.1)

 

이 두 사례는 뉴스를 만드는 제작 현장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AI가 그럴듯한 영상과 텍스트를 만들어 낼 수 있지만 저널리즘의 가장 원초적 가치인 팩트, 즉 정확한 보도를 해칠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 (이하 「인공지능기본법」)이 고영향 AI에 대해 엄격한 투명성을 요구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가공된 허구’가 ‘객관적 사실’로 둔갑해 유통되면 언론의 신뢰도는 추락할 수밖에 없다. AI가 생성한 ‘그럴듯한 허구’와 ‘객관적 실재’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시대, 뉴스의 신뢰는 어떻게 지켜야 할까. 지난 1월 22일부터 시행된 「인공지능기본법」이 저널리즘에 던지는 근본적인 질문이다.

 

AI는 이미 뉴스룸 깊숙이 들어와 있다. 외신 번역, 인터뷰 녹취록 전사, 자료 조사, 데이터 패턴 분석 등 뉴스 제작의 ‘전단계(Pre-production)’업무에서 AI는 없어서는 안 되는 도구가 됐다. 언론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Truth Social)’에 글을 올리면 AI로 즉시 번역해 30분 안에 영상 뉴스로 만들어 내보낸다. 인도나 캄보디아에서 사건이 발생했는데 AP나 로이터에 영상이 없을 경우, AI를 통해 현지 방송이나 유튜브, SNS를 검색해 직접 영상 자료를 확보하기도 한다. 과거에는 엄두도 못 냈던 일이다.

 

이용자들의 인식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조사2)에 따르면 이용자의 절반 이상은 AI의 ‘정보 수집 및 자료 조사’ 활용을 적절하다고 평가했고, 64%는 ‘데이터 분석’ 활용에 긍정적이었다. 현업 기자들 역시 번역이나 방대한 문서에서 핵심을 추출하는 데 거부감이 없다. “번역이나 자료 검색 및 요약을 AI가 1차로 하고 사람이 검수하면 업무 속도가 두 배 이상 빨라진다”라는 평가도 나온다. 뉴스 제작 전 단계에서는 기자와 이용자 모두 AI 활용을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정작 뉴스 제작물 자체에 AI가 깊숙이 개입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기사 작성, 이미지 생성, 동영상 제작 영역으로 들어서면 기자도 이용자도 조심스러워진다. 같은 조사에서 ‘AI의 기사 초안 작성’을 적절하다고 본 응답은 37%에 그쳤다. 이유는 명확하다. 인간 기자가 작성한 기사와 AI가 생성한 기사 사이의 경계가 흐려질수록 정확성, 윤리성, 책임 소재를 둘러싼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현장 기자들의 설명은 보다 현실적이다. 한 디지털 뉴스 데스크는 “프롬프트를 스무 번 고쳐 원하는 수준의 기사를 얻느니 직접 쓰는 게 빠르다”라고 말한다. 특히 사건이 막 터진 속보 상황에서는 AI에게 무엇을 입력해야 할지조차 정리되지 않는다. 보도자료가 있는 기획 기사라면 몰라도, 속도 경쟁이 일상인 뉴스룸에서 기사 작성은 여전히 인간의 영역이라는 것이다. 결국 ‘무엇을 전할 것인가’를 판단하는 핵심 지점에서는 AI가 들어설 자리가 많지 않다. 이것이 「인공지능기본법」제31조가 ‘AI 생성물의 투명성 의무’를 명시한 배경과도 맞닿아 있다.

 

기자의 역할 변화: AI 생성물의 검증자

 

AI 활용이 늘어나면서 뉴스룸 내부의 역할도 분화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변화는 데스크의 위치다. 취재기자들이 번역과 자료 정리에 AI를 적극 활용하면서, 데스크는 오히려 AI를 쓰지 않는역할을 맡게 됐다. 원문과 AI 번역본을 대조하고, AI가 만들어 낸 결과물에 오류나 맥락 훼손이 없는지 검증하는 ‘최종 관문’이 된 것이다. 현장 취재를 총괄하는 한 데스크는 “AI는 중간 단계까지는 활용할 수 있지만, 마지막 판단에 AI를 쓰는 건 불가능하다”라고 말한다. 학계에서 말하는 이른바 ‘알고리즘 게이트키핑(Algorithmic Gatekeeping)’이 뉴스룸의 새로운 풍경이 된 셈이다. 기자는 이제 기사를 쓰는 작성자를 넘어, AI 결과물을 감별하고 책임지는 ‘최종 검증자’로서의 무게를 견뎌야 한다.

 

AI 기술은 진일보하고 있지만 기술적 한계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AI 생성 이미지의 경우 계속 수정을 거듭하면 환각(hallucination)으로 인해 일관성이 떨어져 문자나 이미지가 뒤틀리는 현상이 반복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실사와의 혼동이다. 재현 영상이나 아직 발생하지 않은 상황을 AI로 만들 때, 아무리 고지해도 시청자들이 착각할 수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기자들은 삽화나 애니메이션은 누구나 ‘만들어낸 것’임을 식별할 수 있지만, 실사형 동영상은 실제 상황인지 AI 생성물인지 구분이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한 기자는 과거의 ‘재현 화면’을 예로 들었다. “예전에 리포트나 시사 프로그램에서 그림이 없을 때 부득이 재현 화면을 사용할 때가 있었다. 그때도 조명을 어둡게 하고 촬영 방식도 달리해서 시청자가 재현임을 분명히 알 수 있게 했다. AI가 만든 것도 마찬가지다. 실사와 너무 똑같아서 시청자가 실제 장면으로 착각하게 하면 안 된다”라고 강조한다.

 

부적절한 시각 요소의 유입도 현장이 경계하는 위험이다. AI가 이미지를 생성할 때 교묘하게 수정된 혐오 표현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한 데스크는 “폭력적인 이미지나 남성·여성·외국인 노동자와 관련해 혐오성 이미지가 리포트나 앵커 배경에 노출되면 파장이 너무 커서 치명적”이라고 우려했다. 이런 복합적인 이유로 현장에서는 “AI가 보조 역할은 할 수 있지만 주요 수단으로 쓰기엔 아직 위험성이 있다”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유튜브 썸네일이나 디지털 기사의 배경 이미지 정도는 허용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실사로 오해할 수 있는 이미지와 영상 사용은 가능한 자제하고 삽화나 애니메이션 정도까지만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 대체적인 뉴스룸 기자들의 의견이다.3)

 

고영향 저널리즘과 책임성이라는 새로운 규범

 

그렇다면 뉴스를 소비하는 이용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한국언론진흥재단 조사에서 96%가 AI 활용 사실의 공개를 요구했다. 단순 공개를 넘어 ‘AI 사용 비율’, ‘AI의 역할과 과정’, ‘인간 편집자의 감수 여부’까지 구체적인 정보 요구도 높았다. 그리고 72%는 투명한 공개가 오히려 기사의 신뢰도를 높인다고 답했다. 숨기면 역효과라는 인식이다. 기자들은 일반적으로 이용자들이 인간 기자의 땀과 손때가 묻은 기사를 더 믿음직스러워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결과는 놀라웠다. 기사 작성 주체별 신뢰도 비교에서 ‘기자-AI 협업 기사’(3.27점)가 ‘인간 기자 단독 기사’(3.11점)나 ‘AI 단독 작성 기사’(2.96점)보다 높았다. 이용자들은 AI의 완전한 대체를 원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AI를 무조건 배제하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인간 기자의 전문성과 판단력에 AI의 효율성이 결합된 ‘협업 모델’, 즉 증강된 저널리즘(Augmented Journalism)과 함께 그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는 것, 이것이 이용자들이 원하는 AI 시대 언론의 모습이라고 추론할 수 있다. 이러한 이용자의 요구는 「인공지능기본법」상의 ‘고영향 인공지능’ 개념과 맞닿아 저널리즘의 사회적 책무를 재정의하게 한다. 법령이 보건, 금융 등 시민의 삶에 직결된 영역을 고위험군으로 관리하듯, 저널리즘 역시 선거와 재난, 범죄 등 여론 형성에 결정적인 보도 영역을 사실상의 ‘고영향 저널리즘’구간으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

 

이는 단순히 법적 의무인 ‘AI 생성 고지’를 이행하는 수준에 그쳐선 안 된다. 민감한 공적 사안을 다룰 때만큼은 AI의 편향성과 오류를 이용자의 시각에서 사전에 걸러내는 ‘레드 팀(Red Team)’식의 공격적인 내부 검증 체계가 가동돼야 한다. 법이 요구하는 기술적 신뢰성을 넘어, 언론 스스로가 사회적 영향력에 걸맞은 엄격한 내부 통제 기준을 세우는 것. 그것이 AI 시대에 저널리즘이 책임성을 증명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지금 유튜브와 SNS에서는 AI를 활용한 딥페이크와 가짜뉴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선거철이나 재난 때마다 허위 정보가 범람한다. 전문가들은 생성형 AI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이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런 상황에서 기성 언론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언론은 가짜와 진짜를 구별해 주는 신뢰의 기준점, 이용자들이 ‘믿고 보는’ 최후의 보루가 돼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언론의 AI 활용 뉴스 제작에는 다른 플랫폼보다 더욱 엄중한 책임의식이 요구된다. 뉴스룸 내부에서도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 많은 기자들의 생각이다. 한 기자는 “효율성 측면에서 AI를 안 쓸 수 없는 시대가 됐지만 원칙 없이 무분별하게 AI를 사용하는 것은 금도를 넘어서 회복할 수 없는 신뢰 추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인공지능기본법」 제31조는 고영향 영역 AI의 투명성 의무를 규정한다. AI가 만든 결과물임을 이용자가 알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이는 저널리즘의 핵심 가치인 진실성·투명성·책임성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법의 취지와 저널리즘의 본질이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 셈이다. 다만 이 법이 언론의 자유, 기자들의 취재와 기사 작성 활동에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 뉴스 제작의 전 단계에서 AI를 활용하는 것까지 규제 대상으로 삼는다면, 그것은 과잉이다. 규제가 아닌 계도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언론과 기자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면서, AI 창작물로 인한 오해나 명예훼손, 사생활 침해 등 이용자 권익 침해를 예방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최소한의 가이드라인, 최대한의 자율. 이것이 AI 시대 언론 규범의 원칙이 되어야 한다.

 

AI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뉴스의 출발점과 종착점은 인간이라는 사실이다. AI는 도구일 뿐이다. 무엇을 취재하고, 무엇을 전하고, 어떤 가치를 담을 것인지 판단하는 것은 여전히 기자의 몫이다. 진실을 추구하고 그에 책임지는 것, 이용자와의 신뢰를 지키는 것. 이것만은 AI가 대체할 수 없다. 투명한 고지, 엄격한 내부 검증, 그리고 이용자와의 신뢰. 「인공지능기본법」 시행을 계기로 저널리즘이 다시 새겨야 할 원칙들이다. 전승절 AI 영상 논란은 하나의 경고등이었다. 그 경고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AI 시대 저널리즘의 미래가 달라질 것이다.

 

 

 

 

 

1) Minsberg, T., , The New York Times, 2025.5.21, https://www.nytimes.com/2025/05/21/business/media/chicago-sun-times-ai-reading-list.html

2) 김영주·정용국·정재민(2025), , 한국언론진흥재단

3) 김학재(2026), <인공지능(AI) 시대 기자 역량의 대체 가능성 탐색: 방송기자 직무를 중심으로>, 고려대 대학원 박사학위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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