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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 제작기] KBS <기자 선행매매 수사, 특징주 100여 개 뒤진다> 취재기
취재기 제작기 | 등록일 : 2025-09-26

KBS는 지난 7월 7일 전현직 기자 20여 명이 연루된 상장사 주식 선행매매 관련 기사를 보도했다. 취재 과정에서 기자들은 다양한 정보를 접한다. 직업 윤리와 개인의 이익 사이에서 어떻게 중심을 잡아야 할지, <기자 선행매매 수사, 특징주 100여 개 뒤진다> 취재기를 통해 혜안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작전’. 인위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린 뒤, 미리 사뒀던 주식을 팔아 차익을 챙기는 행위를 뜻하는 은어다. 무척 당연한 말이지만, 작전은 불법이다.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에 해당한다. 시장에서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자연스럽게 정해져야 하고, 주식시장도 마찬가지다. 지인과 짜고 샀다 팔기를 반복해 수요를 부풀리거나(통정매매), 일부러 시장가보다 높은 가격에 사면(고가매수)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작전의 먹잇감이 되는 건 주로 시가총액 3,000억 원 이하의 소형주들이다. 지분이 최대 주주 쪽에 집중돼 있고 유통되는 주식 수가 적다. 경영권 인수 등의 방법으로 최대 주주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면 상대적으로 쉽게 주가를 움직일 수 있다. 소형주는 투자 진입장벽이 낮지만, 작전이 진행 중일 수 있어 위험하다.

 

작전 세력에 의해 작은 코스닥 상장사가 망가지는 과정과 그 피해를 다룬 시사 프로그램이 KBS 1TV <시사기획 창>, <코스닥 개미귀신> 시리즈다. 2022년부터 2024년 중반까지 모두 세 편이 방송됐다. 이 시리즈를 취재, 제작하면서 소형주의 생존방식을 집중적으로 취재했다. 그리고 작전의 성공적 수행에 언론이 필수란 사실을 알게 됐다. 지난 6월 말 기자 선행매매 사건에 대한 이른바 ‘찌라시’가 돌았을 때 즉시 취재에 돌입할 수 있었던 건 관련 취재 경험이 이미 있었기 때문이다.

 

언론이 왜 작전의 필수 요소일까. 작전주의 생성과 소멸 과정을 보면 이해할 수 있다. 작전 세력은 소형 상장사를 인수해 ‘○○AI’, ‘△△로봇’처럼 ‘뜨는’ 사업을 하는 듯 사명을 바꾼다. 이후 신사업 추진 같은 감언이설을 동원해 그럴싸하게 치장한다. 그래야 잘 모르는 개미 투자자들이 몰려들기 때문이다. 자기들끼리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주가를 올리고, 개인 투자자의 매수세가 따라붙어 본격적으로 주가 차트가 우상향해 최고점을 찍으면 보유 지분을 처분해 차익을 남기고 떠난다. 주가는 추락하고, 개인 투자자는 ‘물린다’. 따라서 소형주일수록 더 공부하고 투자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소형주일수록 정보가 없다. 업체 홈페이지에 게시된 내용은 왠지 믿음이 안 가고,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 전자공시 사이트에 올라오는 각종 공시는 어렵다. 증권사 분석 리포트는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소형주는 유통 주식 수 자체가 적어 매매가 좀처럼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증권사 입장에선 굳이 돈 써가며 리포트를 쓸 이유가 없다.

 

이 지점에서 우리 언론이 등장한다. 소형주에 대한 정보 부족을 해결해 주면서도 공시보다 접근성 높은 정보! 바로 기사다. 업체 안팎의 크고 작은 이벤트부터 시작해 CEO 동향, 신사업 투자 정보까지. 관련 기사가 있는지부터 검색하고, 한 줄이라도 나오면 안심하고 매수하는 투자자가 많다. 이유는 간단하다. 언론을 신뢰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소형주일수록 기사 의존도가 높을 수 있다. 물론 모든 소형주 기사가 문제가 되는 건 아닐 테다. 그렇지만 사실상 작전의 한 축으로 작동하는 기사도 분명히 있다. 예를 들어 주가를 우상향하게 만들 수 있는 호재성 기사가 바로 그것이다. 2022년에 방송된 <코스닥 개미귀신> 1편에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 작전 세력이 개입해 횡령·배임이 발생한 A 코스닥 상장사는 분기당 수천만 원을 중소형 언론사 서너 곳을 관리하는 데 썼다. 자사에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서였다.

 

 

<코스닥 개미귀신> 시리즈 ⓒKBS 

 

 

신뢰를 저버린 기자들

 

지난 6월 말 SNS를 타고 확산했던 ‘찌라시’에 등장한 기자 역시 호재성 기사를 쓰는 방법으로 1년에 수십억 원을 번 것으로 나왔다. 문제의 찌라시를 KBS 경제산업부 재정금융팀 단체 SNS방에 공유했을 때 우리 팀장이 했던 말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기사를 써서 어떻게 수십억 원을 벌지?” 이런 마법 같은 일이 가능했던 것은 기자들이 호재성 기사를 쓰기 전, 해당 종목을 대량 매수했기 때문이다. 찌라시를 근거로 금감원과 업계, 금융위원회, 언론 등을 취재한 결과, 일부 기자들이 선행매매 혐의로 수사받고 있다는 것이 사실로 드러났다. 기자들은 △취재 과정에서 특정 종목에 대한 호재를 듣고 매수한 뒤, △해당 종목에 대한 우호적인 기사를 쓰고, △주가가 오르면 팔아 시세차익을 챙겼다.

 

이러한 과정을 자본시장법은 선행매매(Frontrunning)라고정의한다. 자본시장법은 우리 자본시장을 망치는 3대 범죄로 ‘미공개중요정보이용’, ‘시세조종’, ‘사기적 부정거래’를 꼽고 있는데, 선행매매는 사기적 부정거래 중 하나다.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면 유기징역 1년 이상, 부당이익금의 3~5배를 벌금으로 내야 한다. 미공개중요정보이용 혐의와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다르다. 가장 큰 차이는 ‘주체’다. 미공개중요정보이용 혐의 대상자는 주로 상장사의 임원 같은 회사 내부자들이다. 선행매매의 주체는 증권사 직원, 인플루언서, 기자다. 즉, 시장에 유의미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전문가 집단이다.

 

이 사건이 충격적인 또 다른 이유는 연루된 기자들의 소속과 그 규모 때문이다. 금감원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이하 특사경)의 수사선상에 올라온 기자와 기자의 배우자 등이 20여 명에 이른다. 대부분 경제지 소속으로 언론사 규모는 다양한 걸로 알려졌다. 이들은 2022~2024년까지 위의 세 과정을 반복하며 수억 원의 시세차익을 남긴 것으로 금융당국은 보고 있다. 선행매매에 활용된 종목은 수백 개에 이른다. 특사경은 부당 이익금의 정확한 규모와 추가 연루자 등을 찾기 위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8월 5일에도 전현직 기자 두 명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 했다. 이와 별개로 서울남부지검은 유력 경제지 전 기자 A 씨를 수사하고 있다. 10개 종목에 대한 호재성 기사를 써서 2023~2024년까지 5억 원 넘는 시세차익을 거둔 걸로 알려진다.

 

새로운 사건도 금감원의 레이더에 포착됐다. 금감원이 호재성 기사를 스크리닝하는 과정에서 혐의군이 특정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추가 조사 방향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특징주 기사 100여 개를 뒤지고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특징주 기사란 특정 종목의 상승 이유 등을 집중 분석한 기사다. 특정 종목의 상승 원인이 나오기 때문에 그 자체로 호재다. 왜 금감원은 특징주 기사에 주목했을까.

 

특징주 기사는 특정 주식의 상승이 합리적 결과인 듯 보이게 만든다. 오른 이유는 다양하지만, 기자 입장에선 최근 호재성 이벤트(투자금 유치, 신사업 추진 등)를 상승 원인으로 쓰기 쉽다. 그런데 만에 하나, 작전 세력이 개입됐다면 어떨까. 작전 세력의 ‘떡상’을 합리적 상승으로 특징주가 인증해 주는 셈이 된다. 텔레그램,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서 급속히 유포되며 개인 투자자를 유혹한다. 올랐다고 하니 지금 사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을 들게 만든다.

 

가령, 시세조종 같은 불공정거래행위에 단골로 연루되는 ‘꾼’이 있고, 그 꾼이 관여된 소형 종목에 대한 특징주 기사를 자주 쓴 기자가 해당 종목 매매로 억대를 넘는 차익을 남겼다면? 금감원 조사국의 모니터링에 1순위로 걸렸을 거라 짐작할 수 있다. 요약하자면 3년 전에도, 이번 기자 선행매매 사건에서도 문제가 된 건 기사다. 그때도 지금도 언론의 신뢰 자본을 기사를 통해 돈과 맞바꿨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과거와 질적으로 다르다. 당시엔 해당 종목과 접촉면이 ‘언론사’에 있었다면, 이번 사건에선 개별 기자로 옮겨간 걸로 보인다. 그 과정은 ‘취재’였을 가능성이 크다. 기자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사익을 추구했다. 기사 작성의 대가를 상장사로부터 받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금융감독 당국의 의심이 맞다면, 스스로가 주가 부양의 주체가 됐고, 그래서 돈을 챙겼다. 연루된 기자들은 기사가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을 정확하게 알고 그 힘을 행사함으로써 본인들의 사익을 추구했다.

 

사회가 우리에게 부여한 ‘취재’라는 공적 기대를 저버리고 언론의 영향력을 사적으로 전용했다. 소극적인 참여자에서, 적극적인 행위자가 된 것이다. 회사가 알 수 없는 온전히 개인의 영역에서 일탈은 벌어졌다. 회사 이익이 아닌 ‘내’ 이익이라면 적극적으로 추구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지인을 동원하고, 자금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이익금을 계좌에 넣었다 뺐다 하는 치밀함까지 보여줬다. 온 국민이 알게 됐고 “내 그럴 줄 알았다”라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기자 개인의 일탈로만 치부할 수 있을까

 

이 사건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소속 언론사만 보면 메이저부터 인터넷 매체까지 다양하다. 그렇다면 언론사별 문제 기자들의 일탈로 넘기면 될까. 그러나 관점을 약간 틀면, 이렇게도 볼 수도 있다. 메이저에서‘도’ 나왔는데, 다른 메이저 언론에서 재발하지 않는단 보장이 있을까.

 

또, 선행매매만 아니면 되는 걸까. 이번 기자 선행매매가 문제가 된 이유는 자본시장법이 금지하는 ‘죄’이기 때문이다. 그럼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기사를 안 쓰는 선에서 개인 투자에 활용하는 건 괜찮은 걸까. 특정 기업의 M&A 소식, 자회사 매각 소식, 계약 수주 소식, 임상실험 성공 소식…. 증권부 기자, 산업부 기자들이 ‘단독’을 달고 내보낼 수 있는 뉴스 대부분은 그 누군가에게는 투자 정보가 될 수 있다.

 

3년 전 무자본 M&A 업계를 취재할 때, 발이 넓기로 소문난 ‘회장님’을 만난 경험이 떠오른다. 희토류 관련 상장사에 크게 투자 중이었는데, 처음 만난 자리에서 대뜸 정부 문서를 보여줬다. 해당 상장사로 대규모의 희토류 공급이 예정돼 있다고 나와 있었다. “내일 이거 기사로 나갑니다.” 다음 날 정말 기사가 나왔고, 해당 종목의 주가 차트는 며칠에 걸쳐 공중 부양했다. 소형 상장사도 이런데 수백억 원 단위의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는 투자업계(IB)는 어떨까.

 

정부 기관 역시 마찬가지다. 기획재정부나 금융위원회가 대출 규제 대책의 발표 시점을 엠바고를 걸어 정해두고, 사전 배포되는 자료마다 언론사명을 일일이 워터마크로 찍어 나눠주는 이유 중 하나는 각종 규제 정보가 기자를 통해 그 누군가의 손에 들어갈 경우 수익화가 가능하단 것을 알기 때문이다. 정보는 그 누군가에겐 금전적 이익이 될 수 있고 그 누군가가 내가 되는 상황도 생길 수 있다.

 

기자 일의 기본적 속성 중 하나가 ‘정보 취급’이기 때문에 이해충돌적인 상황은 무시로 발생할 수 있다. 정부의 대출 규제책 발표에 앞서 금융위원회에서 사전 배포한 자료를 미리 받은 출입기자 송수진의 일은 잘 공부해 둬서 좋은 기사를 쓰는 것이다. 그런데 사인 송수진의 이익은 대출받아 집 한 채 더 사려는 지인에게 대출이 조만간 막힐 거란 소식을 미리 전해주는 것일 수 있다. 혹은 이런 소식을 궁금해할 누군가에게 “이거 너만 봐”라며 건네주는 것일 수도 있다. 2주택자를 꿈꾼다면, 당장 은행으로 달려가 대출부터 받아두려고 할 수도 있겠다. 이런 상황은 어떻게 봐야 할까. 주식 선행매매는 자본시장법이 있어 규율이라도 가능하다. 부동산은 법도 없다.

 

 

지난 7월 7일 KBS <뉴스9>의 <기자 선행매매 수사, 특징주 100여 개 뒤진다> 보도 화면 ⓒKBS

 

 

기자 선행매매 사건을 취재하면서 늘 마음 한구석이 불편했던 것은 새삼 깨닫게 된 기자란 직업의 무게 때문이다. 정보 취급자, 이해충돌, 기자 윤리…. 무겁고 어려운 문제지만 일상은 시간과 지시를 핑계로 가볍게만 흘러간다. ‘어떻게 하면 특종을 많이 할 수 있을까?’에만 집중했지, ‘이게 맞아?’ 같은 반성하는 질문은 좀처럼 해 보지 않은 것 같다. 그건 우리 언론사도, 기자들로 이뤄진 단체들도 마찬가지일 듯하다. ‘선’ 넘은 기자들을 보면서, “그래도 우린 선은 안 넘었다”라고 스스로 위로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최대한 그 선과 멀어질 수 있을까”도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언론윤리강령을 좀 더 구체화하고, 기자 윤리 교육을 강화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어디선가 “살아남느냐 마느냐 하는 시점에 도덕 같은 소리 하네”라는 꾸지람이 들리는 듯도 하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보듯 기자에겐 특종만큼, 기자 윤리도 생존의 문제이지 않을까. ‘나’는 ‘기자’로 ‘제대로’ 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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