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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AI 트렌드] ‘홀드백 6개월’ 법제화 추진
미디어&AI 트렌드 | 등록일 : 2025-11-28

극장 관객이 줄면서 영화 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이에 ‘홀드백(Holdback)’ 기간을 6개월로 정하는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 팬데믹 이후 짧아졌던 홀드백 기간 연장이 영화 산업에 다시 활기를 가져올 수 있을지, 이를 둘러싼 영화계의 의견을 확인해 본다. 편집자 주

 

‘홀드백 6개월’ 법제화가 추진되면서 영화계에 찬반 의견이 엇갈린다. ‘홀드백 6개월’은 영화가 극장 상영을 종료한 후 6개월 뒤에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에 공개되는 것을 의미한다.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이를 법제화하기 위해 지난 9월 12일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홀드백 6개월’ 법제화 배경

 

‘홀드백 6개월’ 법제화는 극장 상영 기간을 법으로 보장하려는 움직임이다. 영화관은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관객이 급감한 후 2년 전부터 매년 2019년의 60% 수준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영화 관람 습관의 변화가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감염병 대유행 기간 극장 방문은 급감한 반면 OTT 이용량은 크게 늘었다. <사냥의 시간>(2020)을 시작으로 한국 영화들이 극장을 거치지 않고 넷플릭스와 같은 대형 OTT로 직행하는 경우가 생겨나기도 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종식된 후에 영화들의 OTT 직행은 거의 사라졌으나 OTT의 위력은 여전했다. 영화사들은 개봉작이 극장에서 이익을 많이 남기지 못하자 극장 상영 종료 직후 콘텐츠를 OTT로 바로 넘기기 시작했다. <한산: 용의 출현>(2022)과 <비상선언>(2022)이 IPTV를 거치지 않고 쿠팡플레이로 가면서 ‘홀드백 파괴’는 본격화 됐다. 극장 상영 종료 후 IPTV를 거친다고 해도 OTT로 향하는 시간이 빨라지기도 했다. 

 

OTT는 가격 경쟁에서도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극장 관람료(주말 2D 일반관 기준)가 1인당 1만 5,000원인 반면 OTT 한 달 요금은 1만 3,500원(넷플릭스 스탠다드 요금제 기준)이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이전 국내에서는 영화는 일반적으로 극장에서 상영한 후 IPTV(VOD 개별 판매, 일명 TVOD)를 거쳐 유료 케이블TV-일반 케이블TV-지상파TV 순으로 공개됐다. OTT 공개는 TVOD 이후 작품별로 적절한 시점에 이뤄지는 방식이었다. 각 창구(Window)별 공개 시기는 영화의 인기 정도와 영화사의 사정에 따라 달라졌지만, OTT 공개까지는 보통 영화 상영 종료 후 6개월이 지나야 했다. 2~3년 사이, 웬만한 흥행작을 극장 상영 종료 후 한두 달이면 OTT에서 볼 수 있을 정도로 홀드백이 짧아졌다. 관객 입장에서는 한두 달 참으면 기대했던 영화를 극장 밖 어디서든 볼 수 있게 됐다. 극장 관객이 줄어드니 영화 흥행이 쉽지 않고 영화들은 또 OTT에서 빠르게 손실을 보전하려 한다. 악순환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영화 관람료는 보통 극장과 영화사(투자배급사와 제작사)가 5 대 5로 나눠 갖는다. 관객이 많으면 많을수록 양쪽 다 수익이 늘어나는 구조다. OTT는 다르다. 단매1)를 원칙으로 한다. 한번 팔면 제아무리 시청자가 많아도 수익을 공유하지 않는다. 영화사로서는 지나치게 빠른 극장 종영과 OTT로의 급행을 원하지 않기 마련이다.

 

또 다른 문제가 따르기도 한다. 영화발전기금은 관람료에서 3%를 떼 조성한다. 극장 관객이 줄면서 영화발전기금 역시 급감했다. 한국 영화 제작과 개봉 지원에 쓰일 영화발전기금이 줄어드니 한국 영화계 활동이 더 위축될 수밖에 없다. ‘홀드백 6개월’ 법제화 추진은 홀드백 기간을 강제해 극장을 살리는 동시에 한국 영화 수익 감소 방지와 제작 활성화에 도움을 주려는 목적을 지니고 있다.

 

영화 수익 극대화 수단인 홀드백

 

극장은 ‘홀드백 6개월’ 법제화를 무조건 반길 처지다. 관객들이 오랜 시간(최소 6개월) 기다리기보다 극장에서 영화를 볼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반면 영화사는 마냥 찬성할 수 없는 입장이다. 영화사들은 극장에서 본 손실을 빠르게 보전하기 위해 OTT에 급매로 넘겨 돈을 확보할 수 있다. OTT끼리 콘텐츠 확보 경쟁이 치열한 흥행 영화는 OTT가 큰돈을 제안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영화 한 편에 사운을 거는 영세한 제작사들이 대부분인 상황을 고려하면 ‘홀드백 6개월’ 법제화는 현금 흐름을 막는 악재가 될 수 있다. 중소 투자배급사들도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영화사들은 극장 상영 기간이 늘어나게 되면 관객 증가 가능성이 커져 수익 확대를 노릴 수 있다. 하지만 극장 상영 종료 6개월 후 OTT로 향한다고 극장 상영 기간 연장을 보장 받을 수는 없다. 극장은 돈은 안 되는 영화는 일찍 종영하는 반면 관객이 몰릴 영화에 스크린을 열어준다. 한국 영화계의 묵은 숙제인 스크린 독과점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상황을 감안하면 영화사들이 우려할 만한 일이다.

 

홀드백은 영화 수익을 극대화하는 수단이다. 할리우드는 TV가 등장하고 비디오와 DVD가 나왔을 때 각 창구별로 공개 시기를 세분화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대부분 국가들은 할리우드가 만든 질서에 따라 영화를 공개했다. 그러나 넷플릭스가 홀드백에 균열을 내기 시작했다. 2015년 자체 제작 첫 영화인 <비스트 오브 노 네이션(Beasts of No Nation)>을 온·오프라인에서 동시 공개하면서부터다. 극장들은 넷플릭스 영화를 거의 상영하지 않았다.

 

코로나19가 상황을 바꿔놓았다. 유니버설이 2020년 4월 애니메이션 영화 <트롤: 월드 투어>를 극장과 동시에 주문형비디오(VOD)로 공개했다. 북미 2위 멀티플렉스체인 AMC는 이에 반발해 유니버설 영화를 상영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으나 곧 꼬리를 내렸다. 같은 해 7월 유니버설과 개봉 영화는 최소 3주 극장 상영을 한다는 합의를 이뤘다. 오랜 시간 관행으로 여겨지던 ‘극장 상영 90일’ 시대의 막이 내린 것이다. 이후 같은 해 12월 워너브러더스는 영화 <원더우먼 1984>를 극장과 자사 OTT HBO맥스에 선보였다. 2021년 7월에는 월트디즈니컴퍼니가 영화 <블랙 위도우>를 극장과 자사 OTT 디즈니플러스에 동시 공개하기도 했다. 팬데믹이 끝난 후 극장과 OTT 동시 공개는 사라졌으나 극장 상영 기간이 단축되며 전체 홀드백 기간(스튜디오와 영화별로 신축적 운영)은 줄어들게 됐다. 하지만 미국에 비해 한국의 홀드백 단축은 상당히 빠르고 파괴적이다.

 

시장에 맡겨야 하나, 법으로 강제해야 하나

 

홀드백은 대체로 시장 참여 주체들의 협의에 따라 움직인다. 극장은 되도록 오래 영화를 묶어두고 싶으나 영화사의 속내는 다르다. 극장에서 어느 정도 수익이 나면 다음 창구에서 영화를 판매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극장과의 관계를 고려하기도 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그렇게 서로 줄다리기를 하며 코로나19 대유행 전까지 극장 상영 90일이 관례가 됐다.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몇몇 예외는 있었으나 영화사와 창구별 회사들 사이 힘의 균형 속에서 홀드백이 형성되고 유지됐다. 코로나19는 시장이 만들어낸 이런 균형을 무너뜨렸다. 예상치 못한 시장질서 급변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자는 논의가 나오는 건 당연하다. 2년 전부터 영화계 전체가 홀드백을 엄격히 유지하기 위해 법제화를 주장해 왔던 이유다.

 

하지만 극장과 영화사는 ‘홀드백 6개월’ 법제화에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영화사들의 바람(3~4개월가량)과 달리 기간이 너무 길어서다. 영화계 전체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관련 법안 개정안 발의가 불쑥 이뤄진 점도 반발을 부르고 있다. 시장이 우선이지만 시장만능주의에 기댈 수는 없다. ‘보이지 않는 손’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 하면 법과 제도가 개입해야 한다. 단, 영화계 각 이익 주체들의 협의가 전제조건이다. ‘홀드백 6개월’ 법제화가 영화계 여러 주체의 의견을 충실히 반영했는지는 의문이다.

 

홀드백 법제화를 언급할 때 프랑스가 종종 사례로 등장한다(홀드백을 법으로 정한 나라는 극소수다). 하지만 프랑스는 홀드백을 법으로 정하진 않는다. 프랑스국립영화센터(CNC)가 민간위원회를 운영해 매년 상황에 따라 신축적으로 홀드백을 정한다. 이 위원회 결정에 따라 영화의 극장 상영 기간은 기본적으로 4개월로 설정되며, 흥행 성적이 좋지 않을 경우 3개월까지 단축될 수 있다. OTT 홀드백은 민간위원회와 OTT 회사별 협의를 통해 결정한다. 프랑스 영화산업에 대한 투자 등 민간위원회의 요구 사항에 부합하는 정도에 따라 홀드백이 달라진다. 넷플릭스는 극장 상영 종료 후 15개월, 아마존프라임은 17개월이다. 디즈니플러스도 17개월이었으나 올해 협상을 통해 좀 더 많은 투자를 하는 조건으로 9개월로 줄었다. OTT를 마냥 적대적으로 보는 게 아니라 협력 대상으로 대하고 있는 셈이다.

 

프랑스는 오래 전부터 한국보다 훨씬 강력한 자국 영화 진흥 정책을 시행 중이다. CNC가 2024년 프랑스 영화 제작 지원에 쏟은 돈은 14억 4,000만 유로(약 2조 4,000억 원)다. 홀드백이 길어도 영화사들이 생존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 영화 관람료뿐 아니라 방송, OTT, 인터넷 사업자 등에게 거둔 돈이 CNC의 재원이다. 내년 한국 정부의 영화 분야 전체 예산은 1,498억 원이다. 그나마 올해보다 123.9%(669억 원) 증가한 액수다. 

 

 

 

 

 

 

1) 추가 저작권료를 별도로 받지 않고 직접 영화의 배급권을 파는 방식.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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