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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AI 트렌드] AI 시대, 탐사보도와 지역 언론의 미래 전략
미디어&AI 트렌드 | 등록일 : 2026-01-30

AI로 인한 언론 환경 변화는 지역 언론에 더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과연 지역 언론의 미래는 비관적이기만 할까. 언론 역사가 깊은 미국의 사례를 통해 해답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AI 시대’에 언론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몇 년 전부터 자문했다. AI 로봇이 기사를 쓰는 건 이미 오래전 이야기다. 마음만 먹으면, 생성형 AI에 특정 기자의 문체까지 학습시켜 그럴듯한 기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시대다. 기자의 역할, 기성 언론의 미래에 대한 비관론은 막연한 우려를 넘어 영향력 감소라는 이름으로 현실화하고 있다. 이 암울한 흐름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지역 언론에 더 직격탄이다. 뿌리 깊은 언론 역사를 지닌 미국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지난 20년 동안 미국 지역신문의 3분의 1 이상이 사라졌다. 지난해 기준으로 특정 카운티의 소식을 전하는 뉴스 매체가 단 하나도 없는 ‘뉴스 사막(News Deserts)’은 206곳에 이른다.

 

그럼에도 AI가 대체할 수 없는, 사람 기자의 역할이 있다고 믿는다. 필자는 ‘탐사보도’에서 그 해답을 찾고자 했다. 현장 속으로 파고들어 사람과 사건을 취재하고, 사실을 기록하는 일. 이 저널리즘의 본령에 언론의 오래된 미래가 있지 않을까. 이 같은 물음과 믿음을 품고 2024년 여름 미국으로 향했다. 미주리저널리즘스쿨(Missouri School of Journalism)과 IRE(전미탐사보도협회)에서 여러 전문가와 교류하며, 언론의 비관적 미래를 낙관으로 바꿀 단초를 만났다.

 

AI를 맹신하지 말라

 

매년 IRE가 개최하는 ‘IRE 콘퍼런스’는 미국을 비롯해 해외 언론계의 최신 흐름과 주요 이슈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지난해 6월 19일부터 나흘간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IRE 콘퍼런스 2025’에는 전 세계에서 1,60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는데, 특히 AI 관련 10여 개 섹션이 인기였다.

 

뉴욕타임스의 ‘AI 이니셔티브팀’도 한 섹션을 맡아 자사의 AI 활용 정책과 사례를 소개했다. 강연 내용의 핵심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AI의 비판적 활용’이다. 뉴욕타임스, AP통신 등 미국의 주요 언론사는 원칙적으로 ‘AI 기사 쓰기’를 금지한다. 첫 번째 이유는 할루시네이션(환각) 효과에 대한 우려, 두 번째 이유는 거대언어모델(LLM)의 특성상 창작보다는 요약·정리에 강점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뉴스 수집’ 단계에서는 AI 활용을 적극 권장하는 분위기다. AI 도구를 활용하면 텍스트·영상·이미지·음성 등 다양한 포맷의 데이터를 다른 포맷으로 변환하거나, 방대한 분량 중 유의미한 내용을 추출하는 데 유용하다. 일례로, 지난해 미국 대선을 앞두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한 트럼프의 인지 능력 저하 관련 기사가 AI의 데이터 분석 도움으로 탄생했다.

 

 

뉴욕타임스 ‘AI 이니셔티브팀’은 IRE 콘퍼런스에서 자사의 AI 활용 정책과 사례를 소개했다. <출처 – 필자 제공>

 

 

AI 활용 시 또 하나의 대원칙은 사람의 최종 검토다. 뉴욕타임스 AI 이니셔티브팀의 선임 머신러닝 엔지니어인 딜런 프리드먼(Dylan Freedman)은 “보통 탐사보도를 할 때 수많은 데이터 중 일부만 확인하게 되는데, 이때 AI는 더 유의미할 가능성이 높은 부분을 골라내는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면서도 “AI를 사용할 때는 (사람 기자가) 항상 결과를 재확인하고 교차검증을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참고로, 뉴욕타임스는 좀 더 신중하게 AI를 사용하기 위해 시중에서 널리 쓰는 생성형 AI 도구 사용을 지양하고, 자체 AI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일선 기자들의 요청을 받아 심층 취재를 도와줄 프로그램을 개발·보급하는 것이 AI 이니셔티브팀의 주 역할이다. AI 교육만 전담하는 직원도 두고 있다. 일종의 ‘로드쇼’처럼 뉴스룸의 각 부서를 찾아가 설명회를 열고 AI 도구 개발의 아이디어도 얻는다. 이 모든 활동에는 “AI는 사람을 돕는 ‘보조수단’일 뿐, 맹신해서는 안 된다”라는 기조가 깔려 있다.

 

저널리즘 상아탑에도 AI 바람

 

저널리즘 분야의 AI 활용에 대한 신중한 입장은 학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세계 저널리즘스쿨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며 한 세기 넘도록 정통 저널리스트를 배출해 온 미주리저널리즘스쿨에도 몇 년 전부터 AI 열풍이 불어닥쳤다. 70여 명의 교수진 중 AI 관련 내용을 가르치는 교수들이 증가하는 추세인데, 내용을 들여다보면 역시나 시중의 AI 프로그램을 그대로 활용하는 것을 경계하는 시선이 엿보인다.

 

미주리저널리즘스쿨 엘리자베스 루카스(Elizabeth Lucas) 교수는 지난해 봄 학기에 ‘저널리즘 분야에서 AI와 함께 일하기(Working with AI in Journalism)’란 특강을 개설했다. 강의명만 보면 AI 사용법을 가르치는 수업 같지만, 진짜 목적은 뉴스 취재용 AI 프로그램을 자체 개발하는 것이다. 실제로 수강생들은 팀을 나눠 미주리저널리즘스쿨에서 운영하는 언론사에서 활용할 만한 AI 도구를 만든다. 이들이 개발한 프로그램은 신문사 콜럼비아미주리안(Columbia Missourian), TV방송국 KOMU, 라디오방송국 KBIA 등의 매체에 시범 도입될 예정이다.

 

 

미주리저널리즘스쿨에서 운영하는 ‘미주리 뉴스 네트워크’ <출처 – 필자 제공>

 

 

참고로, 미주리저널리즘스쿨은 ‘미주리 뉴스 네트워크(Missouri News Network)’라는 이름으로 5개 지역 언론사(신문·TV·라디오·매거진·웹진)를 운영하고 있다. 3~4학년 학부생과 대학원생이 해당 매체에서 기자로 일하며 월급 대신 학점을 받는다. 자신과 동료가 취재 현장에서 쓸 AI 도구를 수업 시간에 직접 개발하면서, AI의 ‘비판적 활용’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습득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루카스 교수는 “AI는 출발점으로는 훌륭하지만 끝맺음으로는 부족하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라며 “AI가 주는 정보는 단서에 불과하다. 누군가의 ‘제보’를 그대로 믿고 보도하지 않듯이, AI가 주는 정보도 (사람이) 검증하고 보완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위기의 지역 언론, 연대와 협업으로

 

AI 시대, 미국의 지역 언론계 최근 흐름 중 특히 눈에 띄는 건 언론사끼리의 연대와 협업이다. 지역 언론사가 속속 문을 닫는 상황에서, 독자적인 생존 전략이 아닌 연대의 방식을 택한 것이다. 지역 언론의 연대 방식 중 흥미로운 사례로 <로컬매터스(Local Matters)>란 뉴스레터가 있다. 올해로 벌써 운영 10년째를 맞은 이 뉴스레터는 미국 전역에서 지역 언론의 좋은 보도를 선별해 소개한다. 탬파베이, 뉴올리언스, 시애틀 등 전국 각지의 지역 언론사 기자들이 자원봉사로 <로컬매터스> 운영을 돕는다. 한 주간 좋은 보도를 직접 발굴하거나, 각 언론사에서 보내오는 기사 중 선별해 주 1회 일요일마다 뉴스레터를 발행한다. <로컬매터스>는 독자에게 좋은 뉴스를 전하고 지역 언론의 가치를 알리는 동시에, 소속이 다른 언론사 기자들끼리 서로 취재 노하우를 배우는 장이 된다. <로컬매터스> 운영진 중 한 명인 베서니 반즈(Bethany Barnes)는 “매주 뉴스레터를 만들 때마다 ‘훌륭한 지역 보도’란 주제로 집중 강의를 듣는 기분이다”라며 “뉴스레터를 통해 얻은 기사 아이디어도 정말 많고, 전국의 뛰어난 기자들을 알게 되면서 네트워킹하거나 향후 일해보고 싶은 언론사와 연결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라고 전했다.

 

 

뉴스레터 <로컬매터스>의 첫 페이지 <출처 - 로컬매터스 X(@LMattersNews)>

 

 

메이저 주요 언론사와 마이너 지역 언론사의 협업도 눈여겨볼 만하다. 뉴욕타임스의 ‘탐사보도 펠로우십’, 프로퍼블리카의 ‘지역보도 네트워크’, AP의 ‘지역탐사보도 프로그램’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프로그램에 참여한 지역 언론사는 메이저 언론사의 노하우를 배우고 인프라 도움을 받아 자생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일례로 볼티모어배너(Baltimore Banner)는 2024년 뉴욕타임스의 탐사보도 펠로우십에 참여하며 약물 과다복용 관련 보도를 했는데, 이 경험을 바탕으로 전국의 9개 지역 언론사와 협업을 진행했다. 뉴욕타임스의 ‘멘티’에서 타 언론사의 ‘멘토’로 성장한 것이다. 9개 지역 언론사는 볼티모어배너의 데이터 분석 방법을 활용해 전국 단위 데이터를 수집·분석한 뒤, 그 결과를 각자 관할 지역에 맞게끔 보도했다. 볼티모어배너 데이터 에디터인 라이언 리틀(Ryan Little)은 “우리가 더 큰 도전에 나설 수 있었던 건 협업 지원 제도 덕분이었다”라며 “뉴욕타임스의 편집 과정을 지켜본 뒤 우리 뉴스룸도 예전엔 기껏 12번 정도 수정하던 기사를 지금은 500차례 넘게 체크한다”라고 달라진 점을 설명했다.

 

나이트재단(Knight Foundation), 아놀드벤처스재단(Arnold Ventures), 뉴스보도청렴센터(Center for Integrity in News Reporting) 등 언론사의 공익 활동을 지원하는 미국의 여러 비영리기관도 최근 들어 개별 언론사 지원보다 지역 언론사의 협업 프로젝트에 더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아놀드벤처스재단의 저널리즘 디렉터인 리애넌 콜렛(Rhiannon Collette)은 “언론 산업은 현재 극심한 자원 부족 상태에 처해 있다. 열정적이지만 소규모인 뉴스룸은 탐사보도 전담팀도 없고, 데이터 분석가도 없고, 편집 역량도 부족하다. 이런 조직들이 힘을 합쳐 자원을 공유하고, 서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방식의 협업 모델을 만든다면 분명히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다 함께 망하지 않으려면, 함께 무언가를 해야 한다’라는 점을 강조했다.

 

AI 사용 공개와 언론의 신뢰도

 

언론계의 AI 활용은 인터넷 시대의 온라인 검색처럼 거스를 수 없는 현실이 됐다. 하지만 AI 활용 기사가 되레 언론의 신뢰도를 떨어뜨린다면 스스로를 죽이는 꼴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비영리단체 트러스팅뉴스(Trusting News)의 연구와 활동을 주목할 만하다. 뉴스 신뢰도 강화를 목적으로 설립된 트러스팅뉴스는 최근 협력 언론사 독자 6,000명을 대상으로 AI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응답자 중 94%가 ‘기자가 AI를 사용했을 때, 반드시 설명이 필요하다’라고 답했다. 응답자 92%는 AI를 사용한 결과물에 대해 사람이 최종적으로 검토했는지를 알고 싶어했다. 또 AI를 활용해 기사를 작성했을 경우, ‘AI 활용 기사’란 단순 표시가 아니라 활용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하면 독자들이 해당 기사를 더 중요하게 여기고 더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러스팅뉴스의 ‘AI 활용 정보공개 템플릿’ 페이지 <출처 – 트러스팅뉴스 홈페이지>

 

 

트러스팅뉴스는 설문 결과를 바탕으로 AI 활용 정보공개 예시 문구(템플릿)를 만들어 언론사들이 두루 사용하도록 제공하고 있다. 이를테면 ‘전사(transcription)’ 작업에 AI 프로그램을 활용한 경우, “이 기사는 인터뷰 오디오를 전사하기 위해 AI를 사용했습니다. 기자는 원본 오디오를 직접 들으며 모든 내용을 정확하게 검토했습니다. 이를 통해 보도 과정의 효율성이 높아졌고, 그만큼 보도의 정확성을 더 신경 쓰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라고 기사 처음이나 마지막에 설명 문구를 넣는 식이다.1) 트러스팅뉴스 설립자인 조이 메이어(Joy Mayer) 경영디렉터는 “항상 ‘우리 엄마가 이해할 수 있을까’를 기준으로 생각한다. (AI 사용 공개) 핵심은 독자에게 ‘도움이 되는 수준’의 설명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년 동안 미국에서 확인한 AI 시대를 맞이하는 언론계의 자세를 요약하면, 변화에 대한 유연한 대처와 흔들리지 않는 저널리즘 원칙이다. 다양한 AI 프로그램을 개발해 취재 현장에 적극 도입하되, 사람 기자를 돕는 보조수단으로 그 역할을 제한한다. AI를 비판적으로 활용하면서, 언론의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한다.

 

언론사끼리 협업도 인상적이다. 각자도생이 아니라 공존동생의 마음가짐으로 언론계 공동의 위기에 대응하는 모습에서 낙관의 미래를 그리겠다는 의지를 엿본다. 이는 언론사 간 협업 경험이 부족한 우리나라 언론계에 시사점을 던진다. 상대적으로 여건이 열악한 지역 언론사의 경우 더더욱 공동 프로젝트를 적극 시도할 필요가 있다. 

 

IRE 콘퍼런스에서 만난 탐사보도 분야 대선배 짐 스틸(Jim Steele)은 “우리는 계속 사실을 보도하고, 데이터를 쌓고,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저널리즘은 소명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저 이 일을 하는 것이다. 그게 변화를 만들어 내는 유일한 방법이다”라고 전 세계 후배들에게 조언했다. ‘AI 시대, 탐사보도와 지역 언론의 미래 전략’이란 거창한 연수 주제에 걸맞은 뾰족한 해법을 찾지는 못했지만, 저널리즘은 소명이란 자세로 꾸준히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의지만큼은 수확했다.

 

두둑하게 충전된 사명감을 안고 지난해 여름 귀국한 뒤 부산일보의 AI 도입에 적극 참여했다. 첫 번째 결과물로 최근 ‘부산일보 AI 보도 활용 준칙’이 탄생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편집국 기자들을 중심으로 ‘AI 보도 활용 연구회’를 구성했고, 내외부 의견 수렴을 거쳐 2025년 12월 준칙을 제정했다. 준칙에는 AI 도구를 콘텐츠 제작에 활용할 때 지켜야 할 원칙과 윤리, 단계별 지침과 함께 사례별로 구체적인 정보공개(AI 사용) 템플릿까지 마련했다. 독자의 관심·요구에 부합해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언론의 신뢰도가 올라간다는 믿음에서다. 이는 AI 시대에 걸맞은 언론의 책임감을 스스로 부여하는 길이기도 하다. 노파심에서 덧붙이면, ‘부산일보 AI 보도 활용 준칙’ 1조 1항에 AI는 뉴스 제작의 효율성·창의성·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보조수단’이라는 점을 분명히 못 박았다. 앞으로 똑똑한 도우미와 함께 만들어 나갈 부산일보 콘텐츠를 기대해 주시길.

 

 

 

 

 

 

1) 트러스팅뉴스 홈페이지(trustingnews.org/ai)에서 더 다양한 템플릿(AI trust kit)과 설문조사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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