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상세
생성형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공지능 학습 데이터를 둘러싼 저작권 문제가 쟁점이 되고 있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저작권위원회와 함께 생성형 인공지능 저작물 학습의 저작권법상 공정이용 규정 적용 여부를 판단하는 데 참고 자료가 될 안내서를 펴냈다. 본 안내서의 주요 내용을 요약·소개한다. 편집자 주
인공지능 대변혁의 시대, 인공지능은 우리의 생활과 산업 깊숙이 함께하고 있다. 인공지능은 2000년대 들어 발전된 인공신경망(Artificial Neural Network) 기술과 함께 발전해 왔다. 인간의 뇌를 모방한 인공신경망 기술은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대국으로 화려한 등장을 알렸고, 그 후 생성형 인공지능(GAI, Generative Artificial Intelligence)의 발전은 인간의 고유한 영역이었던 창작의 세계까지 혼돈으로 이끌고 있다.
인공지능은 인간과 마찬가지로 학습을 통해 지적 능력을 키우는데, 이 지점에서 인간과 인공지능 사이의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인공지능 심층학습(deep learning)은 인간의 성과물을 이용하는데, 이때 인간의 저작물이 이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인공지능 심층학습에 저작물을 이용하는 경우 이를 공정이용(fair use)으로 볼 것인지에 관한 문제가 발생한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는 2026년 2월 26일 <생성형 인공지능의 저작물 학습에 대한 저작권법상 “공정이용” 안내서1)>를 발간했다. 이 안내서는 생성형 인공지능이 인간의 저작물을 학습에 활용할 때 저작권법상 공정이용 적용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 자료다. 이를 통해 인공지능 개발자와 이용자들이 저작권 침해의 기준을 명확히 인지해 산업 경쟁력 및 인공지능을 이용한 발전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창작자 보호 vs 기술혁신, 공정이용의 쟁점
인공지능 학습으로 인한 공정이용 문제는 창작과 이용이라는 저작권법이 예정하고 있는 근본적인 갈등 구조에서 기인한다. 저작물 창작자를 보호하는 동시에 공정한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문화 및 관련 산업 발전에 이바지해야 하는 저작권법의 사명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저작권법 제도는 저작물 창작자를 강력하게 보호하는 한편, 공정이용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저작권을 제한한다. 이는 구체적으로 인공지능 학습자료의 창작자에게 대가를 지급하게 할 것인지, 공정이용으로 보아 자유롭게 심층학습을 허락해 AI 기술혁신을 도모할 것인지의 문제로 요약될 수 있다. 전자의 견해를 갖는 학자들은 인공지능 플랫폼이 상업적이거나 자본 집약적이고 시장 중심적인 플랫폼임을 강조한다. 반면 후자의 견해와 관련해, 많은 학자가 인공지능의 발전은 시대적 과제이며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한편 미국에서는 아마존과 뉴욕타임스, 뮤지컬 AI(Musical AI)와 심포닉 디스트리뷰션(Symphonic Distribution), 엔비디아(NVIDIA)와 게티 이미지(Getty Images) 간의 인공지능 학습용 저작물의 이용 계약이 체결됐고, 우리나라 역시 퍼플렉시티와 이데일리, 매일경제 사이에 이용 계약이 체결된 바 있다. 여러 국가가 TDM(Text and Data Mining) 규정에 의한 공정이용의 범위를 정하고 있는 한편, 우리나라와 미국은 공정이용에 관한 일반규정 또는 원칙에 따라 그 판단을 맡기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저작권법이 예정하고 있던 정교한 균형(delicate balance)의 추를 맞추는 작업이 필요하다.
공정이용 판단, 목적·범위·시장가치 등 종합적 고려해
우리나라 저작권법 제35조의5는 △저작물의 일반적인 이용 방법과 충돌하지 아니하고, △저작자의 정당한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다고 하면서, 그 판단 요소로서 1)이용의 목적 및 성격, 2)저작물의 종류 및 용도, 3)이용된 부분이 저작물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그 중요성, 4)저작물의 이용이 그 저작물의 현재 시장 또는 가치나 잠재적인 시장 또는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저작권의 합리적 보호와 더불어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저작물 이용 활성화와 건전한 저작권 생태계 형성을 유도하기 위해 2011년 도입된 규정이다. 다만 추상적인 규정인데다 법률과 사실이 결합된 해석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법적 안정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어 왔다.
판례 역시 이들 요소의 종합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영리적·비영리적 요소가 고려되지만 영리적이라는 이유만으로 공정이용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점에서 공정이용 규정은 유연하면서도 추상적인 규정으로서 장단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공정이용의 인정에 유리한 요소로 판례에 주로 등장하는 개념에는 공익성과 변형적 이용이 있는데, 안내서는 “학습된 저작물의 전부 또는 일부 표현이 생성형 인공지능 결과물에 반영되지 않으며, 결과물이 다른 용도로 활용되는 경우 공정이용 판단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를 위해 “AI가 이용자의 특정 저작물의 표현을 재현하거나 모방하는 요청을 시스템적으로 차단”하는 경우 공정이용 판단에 유리한 반면, “새로운 가치 또는 용도를 창출하지 못하거나 기존 저작물 시장이나 권리자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경우라면 공정이용 판단에 불리하게 고려”될 수 있다. 그 외에 권리자가 웹크롤링이나 웹스크래핑 방지를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며, 접근이 제한된 저작물을 무단 수집한 경우 및 접근이 가능하더라도 인공지능 학습이 허용되지 않은 저작물을 학습한 경우에는 허락된 이용 범위를 넘어서는 것으로 판단될 수 있다.
또한 사실적이거나 기능적인 저작물의 이용은 공정이용 판단에 유리하나, 창작성이 높은 소설·영화·미술·음악과 같이 저작물 자체의 향유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라면 공정이용 판단에 불리하게 된다. 미공표된 저작물은 공표된 저작물에 비해 공정이용 판단에 불리하다. 특히 문학·예술적 저작물은 창작적 표현이 핵심적 가치이므로 이를 학습에 활용할 경우 생성형 인공지능이 해당 저작물의 표현적 특징을 재현하거나 유사한 결과물을 생성할 가능성이 있어 공정이용 판단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또한 구독 서비스나 유료 데이터베이스와 같이 제한된 접근 권한 하에 제공되는 콘텐츠의 무단 이용은 저작권자의 경제적 이익이 직접적으로 침해될 위험이 크기 때문에 공정이용 판단에 불리하게 된다.
다음으로는 양적·질적 비중도 중요한데, 이용 목적상 불가피한 경우라면 공정이용 판단에 유리하게 고려될 여지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구글이 도서관과 협력해 책을 전체 스캔한 사건인데, 이 사건에서 법원은 이러한 행위를 불가피한 기술적 수단으로 판단해 공정이용을 인정했다. 한편 인공지능의 학습에는 저작물이 일정 규모 이상 이용돼야 할 것이므로 그 양의 측면에서 불리한 요소로 삼기 어려운 점이 있다. 다만 이용 과정에서 저작물의 핵심적 표현이 직접적으로 재현되거나 인공지능 결과물이 학습을 위해 이용한 저작물과 동일하거나 실질적으로 유사한 경우라면 공정이용 판단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이와 같은 인공지능 학습이 저작물의 현재 시장 또는 가치나 잠재적인 시장 또는 가치에 미치는 영향 역시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즉 저작물의 이용이 원저작물 또는 원저작물의 2차적 저작물에 대한 현재 시장이나 장래 개발될 합리적인 개연성이 있는 통상적인 시장의 수요를 대체하거나 그 시장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는지 등을 고려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안내서는 “학습을 통해 생성된 결과물이 원저작물의 경제적 가치나 시장의 수요를 대체하거나 그 시장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없거나 적은 경우 및 독립된 효용을 가지는 경우”에는 공정이용의 판단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하는 반면, “학습을 통해 생성된 결과물에 원저작물의 핵심적 표현이 직접적·실질적으로 재현되는 경우 및 학습을 통해 생성된 결과물이 원저작물과 대체 관계를 형성하거나 원저작물의 잠재적 시장·수요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는 공정이용 판단에 불리하게 작용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뉴스 저작물의 인공지능 학습과 공정이용 가능성
뉴스 저작물은 인공지능 학습에 매우 유용한 자료로 평가된다. 여러 분야의 소재와 주제를 다루고, 주장이나 사실관계가 다양한 자료이기 때문이다. 다만 저작권법은 ‘사실의 전달에 불과한 시사 보도’는 보호받지 못하는 저작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스 저작물에는 칼럼이나 분석 기사, 보도사진 등 수많은 저작물이 포함돼 있다.
한편 인공지능의 뉴스 저작물 학습이 공정이용에 해당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몇 가지 고려사항이 있다. 첫째, 뉴스 저작물이 기술적 보호조치 등 접근 권한을 제한하는 수단에 의해 제한적으로 접근 가능한지의 여부인데, 통상 뉴스 제공 플랫폼은 접근 권한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공정이용 인정에 유리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한편 robot.txt에 의한 접근제한 표지가 있는 경우라면 공정이용 인정에 불리한 요소다. 둘째, 뉴스 저작물을 대규모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뉴스 저작물 데이터베이스 구매를 통해 취득할 수 있는데, 이와 같이 뉴스 저작물이 데이터베이스로 판매되고 있다면 공정이용 판단에 불리한 요소가 될 것이다. 셋째, 뉴스 저작물을 이용해 동일하거나 실질적으로 유사한 인공지능 결과물을 생성하는 모델이라면 변형적 이용이 부정될 것이므로 공정이용 인정에 불리한 요소가 될 것이다. 끝으로, 뉴스 저작물을 양적·질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는데, 이는 현재 또는 잠재적인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이는 공정이용 인정에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생성형 인공지능 모델의 영리성 여부, 뉴스 저작물 이용허락 계약에 있어서의 이용 조건 및 범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공정이용 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이다.
창작자 보호와 이용의 균형을 향해
공정이용은 불확정적 개념을 포함하고 있고, 사실과 법률의 적용이라는 단계를 거쳐 4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므로 법적 안정성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비판이 있다. 그럼에도 인공지능 대변혁의 시대에 인공지능 심층학습을 위한 공정이용과 저작자의 창작을 보호해야 하는 딜레마를 고려할 때, 공정이용의 판단은 사례마다 다른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 과정에서 <생성형 인공지능의 저작물 학습에 대한 저작권법상 “공정이용” 안내서>와 향후 형성될 판례들은 이 같은 불확정성을 보다 명확한 기준으로 전환해 인공지능 산업의 법적 위험을 줄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나아가 저작권법의 목적인 창작자 보호와 공정한 이용의 조화를 통해 문화 및 관련 산업 발전에도 이바지하길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