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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AI트렌드] 교실로 번진 조롱 문화
669 | 등록일 : 2026-08-28
지난 6월 전국 고교야구 선수권대회에서 배재고 학생들의 이른바 ‘5·18 민주화운동 조롱 응원’은 사회적으로 큰 논란과 파장을 일으켰다. 우리 사회에서 조롱과 혐오 표현이 일상적인 놀이처럼 소비되고, 청소년에게까지 확산되고 있는 원인과 배경, 해결 방안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은 《소년이 온다》에서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에 의해 목숨을 잃은 중학생 동호를 비롯한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스웨덴 한림원은 한강의 소설이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한 서정적 산문”이라고 평했다. 

1995년 제정된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이하 「5·18민주화운동법」)에 따르면 5·18민주화운동은 “1979년 12월 12일과 1980년 5월 18일을 전후하여 발생한 헌정질서 파괴범죄와 반인도적 범죄에 대항하여 시민들이 전개한 민주화운동”으로 정의된다.1) 「5·18민주화운동법」은 5·18 민주화운동을 부당한 국가권력에 의해 발생한 폭력과 이에 맞선 시민들의 민주화운동으로 규정하고, 관련자에 대한 처벌과 명예 회복 등을 통해 현대사의 불의를 바로잡기 위한 법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자 제정됐다. 

일상적 놀이가 된 혐오 표현

지난 6월 29일 서울 목동 야구장에서 열린 제81회 청룡기 전국 고교야구 선수권대회에서 승기를 잡은 배재고 학생들이 상대 팀인 광주제일고를 향해 “가야지, 가야지, 스타벅스 가야지”라는 응원 구호를 반복적으로 외치는 장면이 공개됐다. 일부 학생들은 ‘탱크데이’라는 표현도 사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스타벅스는 5·18 민주화운동 46주년을 맞은 지난 5월 18일 ‘탱크데이’라는 이름의 행사를 기획하고, 홍보물에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 당시 경찰이 발표한 문구를 연상시키는 표현을 마케팅에 활용해 큰 논란을 일으켰다. 이러한 논란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배재고 학생들이 광주제일고를 상대로 한 경기에서 ‘스타벅스’라는 표현을 응원 구호로 사용한 것이다. 

해당 사건은 소위 10대의 ‘극우 놀이’로 볼 수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일베’에서 사용하는 전형적인 혐오 표현이 일상화되었다는 징후인 것이다.2) 그동안 5·18 민주화운동과 광주 및 호남 지역에 대한 비하는 ‘일베’의 단골 소재였지만, 이러한 혐오 표현의 발화자가 점차 낮은 연령대로 확장되고 있다는 데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주목할 것은 내란죄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이에 맞선 시민들의 공동 행동 이후, 역설적으로 국민의힘을 비롯한 정치권의 극우화와 청(소)년의 동원이 더욱 적극적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영향으로 중고등학교 교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정치적인 공간이 되고 있다. 학생들은 ‘윤 어게인’을 공공연하게 외치고,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과 관련한 밈과 용어를 농담의 소재로 공유한다. 

여성 혐오와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또한 일상적인 언어와 놀이의 형태로 나타난다. 부모, 특히 어머니의 이름을 들먹이는 이른바 ‘패드립’이나 상대방을 ‘게이’라고 부르는 행위는 상대를 조롱하면서도 웃음을 유발하는 농담과 유머의 한 형태로 소비된다. 
 
지난 7월 6일 배재고 야구부 선수단과 교사, 학부모 80여 명이 광주제일고 학생들과 함께 국립 5·18민주묘역을 방문해 참배하고 있다. ⓒ뉴스1
지난 7월 6일 배재고 야구부 선수단과 교사, 학부모 80여 명이 광주제일고 학생들과 함께 국립 5·18민주묘역을 방문해 참배하고 있다. ⓒ뉴스1

청소년을 겨냥한 극우 담론과 숏폼화

이러한 혐오와 차별의 다양한 사례를 포괄적으로 다루기 위한 「차별금지법」은 성별, 장애, 성적 지향, 출신 지역 등 다양한 맥락에서 발생하는 차별과 비하, 혐오를 문제 삼고 평등의 원칙을 제도화하기 위한 입법안으로 오랫동안 추진됐으나, 이 역시 극우 담론의 주요한 공격 대상이자 콘텐츠의 소재로 유통되고 있다.

5·18과 「차별금지법」에 관련된 왜곡 정보와 음모론은 인스타그램 검색 첫 단계에서부터 쉽게 접할 수 있다. 사진과 영상 등의 시각적 자료를 활용한 ‘지식 콘텐츠’ 형식으로 제작·유통되는 것 또한 문제다. 전현직 국회의원, 정치 인플루언서, 교육 강사, 보수 기독교 단체 및 개인, 연예인 등은 이러한 형식의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생산하며 청소년을 포함한 젊은 이용자들을 겨냥하고 있다. 

추천 알고리즘 역시 중요한 문제로 제기된다. 이용자가 처음 어떤 계정을 팔로우하고 어떤 콘텐츠에 관심을 보이느냐에 따라 이후 제공되는 추천 계정과 콘텐츠의 방향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극우 콘텐츠에 한번 관심을 보이면 금세 ‘일베’ 계정이 추천된다. ‘일베’ 계정만이 문제인 것은 아니지만, 유사한 콘텐츠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것이 핵심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5 10대 청소년 미디어 이용 조사>3)에 의하면, 초중고 학생의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의 이용률은 95.1%로 나타났다. 하루 평균 이용 시간은 중고등학생의 경우 4시간, 초등학생은 2시간 30분에 달했다. 청소년들은 인스타그램 릴스(37.2%), 유튜브(35.8%), 유튜브 쇼츠(16.5%) 순으로 숏폼 콘텐츠를 주로 소비하고 있다. 콘텐츠의 숏폼화는 다양한 맥락을 제거해 정보의 단순화를 야기하며, 음모론의 유통이 좀 더 일상적이고 가벼워지는 데 기여한다. 시각적 자료와 큰 글씨로 단순하게 전달되는 메시지, 분노를 유발하고 동참을 권유하며 개인에게 호소하는 미디어 환경, 유사한 정보를 추천하는 편향된 알고리즘 환경에서 음모론은 확산한다.

이러한 미디어 양식과 수용의 변화는 플랫폼 기업의 상업적 목적과 생산 및 노동 조건의 변화와도 결부된다. 더 많은 사람의 참여를 유발하고, 극적인 반응을 유도하는 숏폼 형식은 바쁜 한국 사회에서 학생들이 짧은 시간에 강력한 도파민을 얻는 여가 활동의 주요 방식이 되고 있다. 미래 세대의 정치적 지지를 확보하려는 정치권과 인플루언서를 열망하는 사람들이 뒤얽혀 쏟아내는 혐오 표현과 음모론은 각종 정책과 집단에 대한 내용들을 매우 단순화해 제공함으로써 인지적 극단화를 야기한다. 밈을 통한 짤막한 시각 정보의 유통은 증오와 폭력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거나 시각화하는 데 덜 노골적이고, 풍자, 농담, 말장난, 이중적 표현 등을 유머로 뒤섞는 특징을 가지며, 다양한 서사와 스타일을 변형·모방·편집하고 서사를 재구성하면서,4) 적대적이거나 극단적인 견해의 수용을 용이하게 한다.5)

개별화된 미디어 환경에서 습득한 음모론과 혐오 표현은 유행하는 밈이자 재미있는 농담의 소재로 학교 공간에서 유통된다. 특정 표현을 역사적·정치적 의미를 충분히 알지 못한 채 그저 재미있는 밈의 소재로 사용하기도 한다. 청소년 극우화는 숏폼과 바이럴화를 촉진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이들을 대상으로 한 정치 세력의 의도적인 정보 확산과 결합해 나타난다. 학교는 청소년이 이러한 정동(情動)과 세계관을 형성하는 중요한 사회적 공간이다. 진학률 등의 지표를 중심으로 학생을 평가하고 서열화하는 학교는 소수의 승자와 다수의 패자를 만들어 내며, 능력주의 가치관을 체화하게 한다. 이러한 공간에서 교사의 정치적 중립 의무, 행정 및 민원 부담, 학교 일상의 사법화가 결합되면서, 학생들은 공동체 내의 갈등을 진지하게 토론하고 정의에 대해 판단해 볼 경험의 기회를 충분히 갖기 어렵다. 그 결과 충분하게 논의되거나 체화되지 못한 역사적 사건과 사회적 소수자, 약자의 고통은 숏폼으로 단순화되고 ‘나의’ 권리를 침해하는 음모론과 결합해 유통되면서 배타적 세계관을 형성한다. 

개별화된 미디어 환경에서 청소년이 접하는 역사·정치·혐오의 언어는 서로 분리된 정보가 아니다. 밈과 농담, 짧은 영상과 추천 콘텐츠 형태로 일상에 침투하면서 정치적·사회적 정체성과 타자에 대한 인식을 형성하는 문화적 자원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디어 환경을 의도적으로 활용하는 정치권과 성인들에 의해 청소년을 겨냥한 극우 담론이 생산·유통되고 있다. 그러므로 10대의 혐오 표현은 특정한 세대의 문제가 아니라 미디어 환경 변화와 정치권의 극우화의 맥락에서 이뤄져 온 역사 및 정책 왜곡의 결과인 셈이다. 






1) 신문, 잡지, 방송, 그 밖의 출판물 또는 정보통신망, 전시물, 공연물, 공개적 토론회, 간담회, 기자회견, 집회, 가두연설 발언 등에서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허위 사실을 유포할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다. 예술, 학문, 연구, 학설, 시사 사건이나 역사의 진행 과정에 대한 보도, 그밖에 이와 유사한 목적을 위한 경우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는 예외 규정 또한 두고 있다.
2) 최서은·임주영, <배재고 사태로 확인된 ‘혐오의 일상화’…학생들에 스며든 ‘극우 놀이’ 어떻게 대응할까>, 경향신문, 2026.6.30, https://www.khan.co.kr/article/202606301817001#ENT
3) https://www.kpf.or.kr/synap/skin/doc.html?fn=1767919899351.pdf&rs=/synap/result/research
4) Özkula, S. M., & Prieto-Blanco, P.(2026), , New Media & Society, 28(4), pp.1592-1618, https://journals.sagepub.com/doi/10.1177/14614448251396942
5) Schmid, U.K.(2023), , New Media & Society, 27(3), pp.1588-1606, https://journals.sagepub.com/doi/10.1177/14614448231198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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