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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데이터로 보는 언론: 잡지산업 실태조사
670 | 등록일 : 2026-09-23
잡지는 점점 덜 팔리지만 새로운 독립잡지는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독립잡지는 얼마나 발행되고 얼마나 읽힐까.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잡지산업 실태조사> 데이터를 활용해 독립잡지의 현황과 지속가능성을 위한 방안을 확인해 본다. 편집자 주

“대부분 (잡지가) 독자의 구미가 아니라 자본의 구미에 맞추게 된다는 거죠. 사실 우리 잡지의 사이즈는 광고를 받기 어려워요. 패션지가 그 사이즈여야만 하는 건 광고 사이즈이기 때문이에요. 자본에 휘둘리는 경우죠.”

독립잡지 《싱클레어》 김용진 발행인의 인터뷰 내용이다.1) 2000년 창간한 《싱클레어》는 소위 ‘독립잡지계의 조상’으로 불리며 국내 독립잡지를 다룰 때 빠짐없이 회자된다. 필자는 2020년 독립잡지 현황 분석과 지속가능성 연구에 참여한 뒤로 독립잡지의 발행과 변화를 꾸준히 살펴봤다. 그리고 2026년 현재, 다시 독립잡지를 주제로 꺼내며 6년 전 만난 한 창작자의 말이 떠올랐다. “광고를 싣지 않냐고요? 받을 수 있으면 좋죠.” 독립잡지라고 하면 으레 광고에 독립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깨버린 계기였다. 《싱클레어》 인터뷰가 남긴 질문은 아직 유효하다. 독립잡지는 자본으로부터 독립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어떻게 이어지는가.

독립잡지는 주로 개인이나 소수집단이 자신의 관심사와 취향을 담아 세상에 내놓는 잡지다. 필자는 지난 연구에서 ‘무엇에서 독립하는가?’에 주목했다. 광고 의존을 낮추는 ‘광고에서의 독립’, 자신만의 이야기를 담는 ‘주제의 독립’, 자체적으로 만드는 ‘제작 방식의 독립’, 발행이 정해져 있지 않은 ‘발행주기의 독립’ 등 잡지마다 다르게 겹친다. 광고를 실으면서도 주제와 제작 방식에 독립성을 가질 수 있는 셈이다.
 
[표 1] 2021~2023년 잡지산업의 변화
 
[표 2] 정기간행물 등록현황 잡지 종수(2023~2026년)
 
[표 3] 발행 형태별 사업체당 평균 경영지표(2023년 기준)

내려는 사람은 늘고 독자는 줄어

잡지산업의 사정은 좋지 않다. <2024 잡지산업 실태조사>에서 먼저 살펴보고자 하는 것은, 매출과 유료 유통의 위축이다.2) 2021년과 2023년을 비교해 보면, 잡지산업 총매출, 사업체당 평균 매출, 잡지당 유료 유통 부수, 정기 구독자 비율이 모두 감소했다. 지금 미디어 환경과 감소 폭을 보면, 잡지의 빠른 회복은 쉽지 않아 보인다.

잡지를 만드는 주체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을까. <2024 잡지산업 실태조사>에서 ‘1인 또는 독립 발행’의 응답 비중은 2020년 조사 10.8%에서 2022년 4.7%로 낮아졌다가 2024년 7.4%로 반등했다. 해당 유형 응답 사업체 수도 137개 사에서 65개로 줄었다가 다시 104개로 늘었다. 물론 조사마다 응답 사업체 구성이 달라 독립잡지 전체 증가율이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매출이 줄어든 시기에 ‘1인 또는 독립 발행’의 비중이 올라선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그렇다면 2023년 이후에도 이런 움직임이 나타났을까. 이를 보충할 자료로 문화체육관광부의 ‘정기간행물 등록관리시스템’에서 ‘잡지’ 부분을 살펴보고 [표 2]에 정리했다. 2023~2025년은 연간 등록분을, 2026년은 9월 21일까지를 추렸다.

조사 결과, 전체 등록이 줄어드는 가운데 개인 명의 등록은 2024년과 2025년에 66종을 유지했다. 올해는 9월 21일까지 62종으로 지난해 연간 수치에 가까워졌다. 이러한 흐름이 이어진다면 연말에는 지난해 수준을 충분히 넘어설 것이다.

개인 등록 목록에는 독립만화를 기록하는 잡지 《뾰로롱》이 있다. 이 잡지는 2026년 2월 27일 등록됐으며 올해 집계한 62종 가운데 하나다. 자연스레 소규모 발행 주체의 경영 여건이 궁금해진다. 수많은 독립잡지가 텀블벅 같은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독립잡지 《뾰로롱》의 텀블벅 펀딩 화면 <출처 – 텀블벅(https:// tumblbug.com/pyororong01)>
독립잡지 《뾰로롱》의 텀블벅 펀딩 화면 <출처 – 텀블벅(https://tumblbug.com/pyororong01)>

다음 호를 가로막는 비용

<2024 잡지산업 실태조사>에서 ‘1인 또는 독립 발행’ 사업체의 2023년 평균 매출액은 다섯 가지 발행 형태 중 가장 낮았다. 평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마이너스였다.

[표 2]를 다시 보자. 2023년 낮은 수익성과 별개로, 그 이후에도 개인 명의 등록은 꾸준히 이어졌다. 두 자료가 같은 모집단은 아니지만, 개인과 소수집단이 만드는 움직임을 보는 보조 지표로 나란히 볼 수 있다. 개인의 관심사와 취향은 독자에게 새로운 읽을거리가 된다. 그 잡지가 독자를 만나 제작비를 회수하고 다음 호를 낼 수 있다면, 발행자의 경험과 콘텐츠도 그만큼 쌓일 것이다.

‘1인 또는 독립 발행’ 사업체 82.2%는 연 매출 1억 원 미만이었다. 휴간 경험률은 12.5%로 전체 응답 사업체의 휴간 경험률(4.1%)보다 높았고, 휴간한 13개 사업체 가운데 61.5%가 재정 악화를 이유로 밝혔다. 다음 호를 이어가는 조건으로 ‘돈’을 빼놓을 수 없는 것이다.

숫자에 드러나지 않는 것들도 많다. 바로 창작자의 노력과 시간이다. 필자도 대학 강의 수강생의 과제를 모아 독립잡지처럼 엮어 마지막 수업 시간에 건넨 적이 있다. AI를 활용해 표지와 내지를 만들었음에도, 잡지 한 권을 완성하느라 잠을 줄여야 했다. 이 경험을 떠올리면 AI가 없던 시절 독립잡지 한 권에 쏟았을 노력과 집중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텀블벅은 작은 발행 주체들이 기획을 알리고 제작비를 모으는 통로다. 이 글을 쓰는 2주 남짓의 기간에 네 종의 독립잡지가 펀딩을 진행하고 있었다. 독자는 이들이 올린 기획에 공감하며 제작에 힘을 보탠다. 
 
텀블벅 펀딩 독립잡지 사례. 왼쪽부터 연세대학교 실내건축학회 HIDDEN의 여정을 담은 매거진 《UN:HIDDEN》, 공주 로컬 매거진 《소쿠리》,  필름을 잇는 도시 《부산》, 손편지 매거진 《Re:ply》 <출처 – 텀블벅(https://tumblbug.com)>
텀블벅 펀딩 독립잡지 사례. 왼쪽부터 연세대학교 실내건축학회 HIDDEN의 여정을 담은 매거진 《UN:HIDDEN》, 공주 로컬 매거진 《소쿠리》, 필름을 잇는 도시 《부산》, 손편지 매거진 《Re:ply》 <출처 – 텀블벅(https://tumblbug.com)>

젊은 층에서 더 높은 잡지 이용률

만드는 사람에서 읽는 사람으로 시선을 돌려보자.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5 언론수용자 조사>에서 ‘지난 1주일간 잡지를 이용한 비율’은 전체 4.4%였다. 전년 4.9%보다 0.5%p 낮아졌으며, 이용률 자체가 낮다. 그런데 연령별 차이를 보면 잡지를 소위 ‘올드한 미디어’라고 할 수 없다.

성별로는 여성의 이용률은 5.7%로 남성 3.0%보다 높았다. 종이와 디지털을 포함한 전체 잡지 이용에 나타난 차이다. 이 결과를 보니 독립잡지를 읽는 사람들의 경험이 궁금해진다. 어떤 주제에 끌려 처음 한 권을 골랐는지, 어디에서 발견했는지, 다음 호도 찾았는지 말이다. 다음 연구에 맡기기로 하자.
 
[표 4] 2025년 연령별 잡지 이용률[표 4] 2025년 연령별 잡지 이용률

독립잡지들이 독자를 만나는 자리도 이어지고 있다. 독립출판 페어 ‘서울퍼블리셔스테이블’의 공식 기록에 따르면, 2025년 행사에 200여 팀이 참여했고, 1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찾았다.3) 올해도 9월 11일~13일 국립중앙도서관 국제회의장에서 역시 200여 팀이 참여하는 행사를 열었다. 올해 문구는 ‘독자가 창작자가 되는 곳!(Where Readers Become Creators!)’이다. 누구나 독립잡지 창작자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첫 호보다 네 번째 호가 관건

필자가 참여한 독립잡지 연구에서 당시 수집한 독립잡지 300종의 평균 발행 호수는 9.63호, 중앙값은 4호였고, 3호 미만은 38%4)였다. 이는 당시 수집한 독립잡지의 통권(호)을 기준으로 한 값으로, 폐간 여부나 실제 생존 기간을 뜻하지는 않는다.

주목할 것은 중앙값 4호다. 첫 호에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창간 자체도 눈길을 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첫 호를 구매한 독자가 다시 살 것인지, 다시 인쇄할 비용은 어떻게 마련할지, 새로운 이야기를 계속 만들 수 있을지를 해결해야 한다. 위 연구에서도 펀딩 목표를 넘겨 출간됐지만 다음 호가 몇 년째 나오지 않는 잡지, SNS에서 활동을 이어갔음에도 첫 호에 머문 잡지들이 있었다.

한 호에서 멈춘 잡지를 보면 어디까지 만들 생각이었을까 질문이 생긴다. 다음 호를 위한 재원 마련이 힘들었을 수 있고, 다음을 생각 안 했을 수도 있다. 대개 독립잡지 창작자들은 본업이 있고, 시간을 쪼개 독립지를 낸다. 또 자신의 독립잡지를 바탕으로 강연, 교육, 전시, 관련 콘텐츠 제작으로 활동을 넓히기도 한다. 어쨌든 다음 호를 구상했음에도 비용이나 인력 때문에 멈췄다면, 출판 정책 차원에서 다시 이어 나갈 장치가 있었으면 한다. 창간 지원만큼 필요한 것은 후속 호 지원이다. 다음 호가 독자에게 닿을 수 있도록 말이다.

다시 《싱클레어》 발행인의 말로 돌아가 보자. 독자의 구미를 따를 것인가, 자본의 구미를 따를 것인가. 독립잡지 창작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와 독자가 읽고 싶은 이야기가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 개인과 소수가 오래 품어온 관심과 직접 겪고 해석한 경험은 잡지마다 다른 개성을 만든다. 여기에 끌려 다음 호를 기다리는 독자가 생긴다면 발행자도 이야기를 이어갈 힘을 얻는다.

이제 독립잡지를 만드는 사람에게는 AI라는 도구도 생겼다. 표지 제작과 편집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누구나 AI를 쓸 수 있게 된 만큼, 결국 중요한 것은 무엇을 이야기하느냐이다. AI로부터 독립한 나만의 이야기로, 다음 호를 기다리게 만드는 잡지가 더 많이 나왔으면 한다. 




1) 편집부, <독립잡지 ‘싱클레어’ 김용진 발행인 인터뷰>, 산위의 마을, 2012., https://m.earticle.net/Article/A337054
2) <2024 잡지산업 실태조사>의 시점은 2023년 말 기준으로, 현재 상황을 파악하기에 일부 한계가 있다. 이 글에서는 <2026 잡지산업 실태조사> 발표를 기다리며 앞선 조사의 주요 결과를 살펴보고자 한다.
3) <History of Seoul Publishers Table>, https://publisherstable.kr/history
4) 이용준·조항민·김찬원·권오현(2020), <독립잡지 현황 분석과 지속가능성 전략 연구>, 한국언론진흥재단, https://kpf.or.kr/synap/skin/doc.html?fn=1605838020576.pdf&rs=/synap/result/rese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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