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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한겨레·MBC 사장 선거 결과
지금언론계에선 | 등록일 : 2020-03-02

경향신문·한겨레·MBC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새 사장을 선출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우리사주, MBC는 방송문화진흥회가 이번 선출에 주도적인 역할을 맡았다. 이번 사장 선임 과정과, 앞으로 이들 앞에 놓인 과제들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경향신문·한겨레·MBC가 연달아 새 사장을 맞이했다. 전임 사장 사퇴로 사장 선거가 1년여 앞당겨진 경향신문을 시작으로 한겨레, MBC가 차례로 사장 선거를 치렀다. 사주가 사원인 경향신문, 국민주로 운영되는 한겨레, 방송문화진흥회가 대주주인 공영방송 MBC의 사장선임 절차는 주주 지배 구조에 따라 각각 다르게 운영된다. 특히 이번 사장 선임 절차에는 언론사별로 변화된 상황과 최근 일어났던 논란의 타개책 등으로 변화된 부분이 있어 주목받고 있다.

 

구성원들이 직접 사장을 뽑는 경향신문

 

가장 먼저 사장 선거가 치러진 곳은 경향신문이다. 경향신문 사장 선거는 예정보다 15개월 정도 앞당겨졌다. 지난해 SPC그룹과의 기사 거래 사건으로 이동현 전 사장이 사퇴하면서다. 경향신문은 새 사장의 자격 조건에 편집권 독립을 추가했다.

사장 선거는 25일부터 6일까지 이틀간 세 명의 후보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김석종·최병태·박래용 후보자 중 과반 득표자가 없어 1~2위 다득표자를 대상으로 다음날인 7일 결선 투표를 진행했다. 488명의 사원주주회원 가운데 481(투표율 98.57%)이 투표에 참여한 결과, 김석종 상무(62)294(51.77%)로 과반으로 당선됐다. 김석종 사장 내정자는 227일 주주총회를 거쳐 최종 임명된다. 사장 임기는 3년이다.

김석종 내정자는 경영계획서에서 편집과 경영을 분리하겠다별도의 편집인 임명안을 제시했다. 사장 자격 조건으로 새롭게 추가된 편집권 독립에 대한 공약이다. 사장이 편집인을 겸하면 편집인의 역할과 경영자의 업무가 섞일 수 있다는 우려에서 나왔다. 편집인은 편집국이 제작한 지면과 논설실 사설의 비판 논조가 다른 방향을 가리킬 때 이를 잡아주는 역할을 맡게 된다.

 

 

 경향신문 신임 사장 후보로 선정된 김석종 후보 ©경향신문

김현대 한겨레 사장 내정자 <출처 - 김현대 후보자 공약 페이지>

 

 

이밖에 평균 연봉 7,000만 원 시대를 공약으로 내세워 3년 내 평균 연봉 1,400만 원 인상, 경영 실적에 따른 연말 인센티브 도입 등을 약속했다. 경향 디지털 5대 전략(디지털 전략 전담 부서 신설·독자 참여 프로그램 개발·버티컬 콘텐츠 생산과 실험·동영상 프로 그램 확대·후원모델 실험)도 공약 중 하나다.

경향신문은 사장 선임 절차의 주도권을 구성원이 가진다. 직원 대다수로 구성된 우리사주조합’, 즉 사원주주회가 의결권 주식 총수의 84.46%(20199월 기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사원주주회장이 경영진추천위원회장을 겸직하고 경영진추천위원회(이하 경추위)를 구성해 사장 선거 전반을 관리한다. 경추위가 면접을 통해 사장 후보자들을 추려 사원주주총회에 추천하면, 총회에서 투표를 통해 최종 후보자 한 명을 선출한다. 이후 주주총회에서 차기 대표이사 사장을 확정 짓는 방식이다. 사원 주주들이 경영계획서 외에 사장 후보자들의 경영 계획을 들을 기회가 두 차례 있다. 국실별로 열리는 후보자별 간담회와 사내 토론회다. 사내 토론회에 서는 후보자 세 명이 각자 공약을 소개하고 유권자인 구성원들이 질문한다. 토론회에 참석하지 못한 이들은 해당 내용을 정리된 글로 공유받을 수 있다. 이번 사장 토론회에서는 편집권 독립 방안뿐 아니라 다양한 의제들이 논의됐다.

경향신문의 한 기자는 직선제는 구성원의 뜻을 가장 잘 반영할 수 있는 제도다. 구성원 모두 내 한 표가 회사의 미래를 결정한다는 생각에 신중하게 투표한다간선제 등 다른 방법은 상상도 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기자는 다만 이번 선거는 급하게 치러져 각 후보자들의 역량을 검토하는 데 시간이 충분치 못했던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사장 직선제처음 도입한 한겨레직선제 개선 논의 과제로 남아

 

한겨레는 지난 213일 투표를 통해 김현대 한겨레 21 선임기자를 제18대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출했다. 당일 진행된 1차 투표에 한겨레 직원 536명 중 506명이 참여했다. 6명의 후보 중 김현대(230), 양상우(141) 후보가 최다 득표자로 꼽혀 결선 투표가 진행됐다. 오후 7시부터 한 시간 동안 진행된 결선 투표 결과, 김현대 후보가 492(투표율 91.79%)이 참여한 투표에서 324(65.85%)를 얻어 선출됐다. 321일 국민주주들이 참여하는 주주총회를 거치면 김현대 사장은 공식적으로 취임하게 된다.

김현대 차기 사장 내정자는 앞서 밝힌 경영계획서에서 신뢰도 1위 언론 탈환을 위해 편집인-편집국장 역할 분담, 저널리즘 책무실 설치 등을 약속했다. ‘10만 명 후원-구독 모델을 정립하고, 유튜브 한겨레TV를 케이블 채널을 넘어 보도 채널까지 진출시키겠다고 밝혔다. 또한 임기 내 연 1,000억 원 매출을 목표로 세웠다. 사내 성 평등을 위해서는 성 평등 인사체제 구축, 편집인 산하에 여성 인재 발굴과 육성을 담당하는 인사담당자를 따로 배치하겠다는 공약을 넣었다.

한겨레는 1999년 국내 언론사로서는 최초로 사장 직선제를 도입했다. 홈페이지에는 대표이사 후보선출 제도에 대해 한겨레신문사는 사주(社主)가 없는 국민주 신문사로 회사 주식을 소유한 회사 정규임직원의 직접평등선거에 의해 대표이사 후보를 선출한 후 정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를 선임한다고 나와 있다. 한겨레 직원 529명으로 구성된 우리사주조합20199월 기준으로 회사 주식의 20.94%를 소유하고 있는 최대 주주다.

우리사주조합은 사장 선거 과정에 가장 크게 관여한다. 이사회가 대표이사 후보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위원 4명의 명단을 부의하면 노동조합과 우리사주조합이 각각 2명씩 지명해 총 8명의 선관위원이 구성된다. 선관위는 대표이사 선거 일정 확정, 각 종 선거 관련 안내문 공고, 후보자 소결발표회·토론회 개최 등 선거 전반의 틀을 짜고 결정한다.

이번 선거에 달라진 점이 하나 있다. 처음으로 선관위에 2명의 사외인사를 참여시킨 것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겨레지부는 선관위에 사외이사 충원으로 불필요한 사내 갈등이 완화될 것을 기대한다고 노보 <한소리>에서 밝혔다. ‘임직원만의 선거를 통해 리더십을 창출해 온 한겨레의 폐쇄적 구조를 보완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는 최근 한겨레 내부에서 일고 있는 대표이사 직선제 수정논의와 연결돼있다. 21년 동안 이어져 온 직선제는 가장 민주적인 방법이지만 내부 편 가르기와 파벌주의를 심화시킨다는 문제제기가 있었다. 한겨레 노보에 따르면, 지부는 선거 뒤 기여도에 따른 논공행상, 그로 인해 발생하는 불공정 인사의 근본 원인이 대표이사 직선제라는 비판이 쏟아졌다며 직선제가 수정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길윤형 지부장은 공식적으로 차기 대표이사에게 새 선거제 시스템을 만들어 퇴임 전까지 시행할 것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새 선거제도 마련은 쉽지 않아 보인다. 한겨레의 한 기자는 과연 직선제보다 좋은 방법이 있을지 모르겠다간선제의 폐해로 직선제로 바꿨는데 또 다른 폐해가 생겨 이를 개선하고자 2007년에 논의가 있었다. 하지만 차선의 제도가 없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사장 선출 방식을 바꾸면 대표 이사를 결정하는 사장추천위원회는 누가 구성할지 등 내부 동의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현대 내정자는 24일 통화에서 직선제를 통한 대표이사 선출방식은 그간 폐해가 누적돼 꼭 보수가 필요하다다만, 노사 간 논의를 비롯해 구성원들의 공감대가 필요한 부분이기에 꼭 논의하자는 의미에서 우선 1년 반 뒤로 기간만 명확히 정해뒀다라고 말했다.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가 사장 선임하는 MBC시민평가단은 다음 기회에

 

MBC는 박성제 보도국장을 새 사장으로 선임했다. 이번 사장 후보자 공모에는 17명의 후보자가 나서 지원자 규모로는 역대 두 번째였다. MBC는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가 사장 선임 절차를 주관한다. 방문진은 지난 13일 차기 사장 후보자 면접을 통해 박태경·홍순관·박성제 후보를 추렸다. 원래는 222일 시민평가단의 평가를 거쳐 2명의 후보자를 추린 뒤 방문진에서 최종 내정자 1명을 결정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100여 명이 한자리에 모이는 시민평가단은 취소됐다.

방문진은 222일 오후 1시부터 5시간가량 후보자 별로 정책발표회를 듣고, 준비된 구성원들의 질의응답, 방문진 이사들의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이 과정은 전부 iMBCMBC 유튜브로 생중계됐다. 비공개로 진행된 투표에서 방문진 이사들은 각 1표씩 투표, 과반의 표를 얻은 박성제 국장이 차기 사장으로 선임됐다. 박성제 사장은 24일 주주총회를 거쳐 최종 임명됐고 3년의 임기가 시작됐다.

이번 MBC 사장 선임에서는 경영난 회복에 대한 비전과 해법 제시, 경영 능력, 뉴미디어 환경에서의 MBC 발전 방안, 지역사 및 자회사와의 전략적 발전 방안 등이 주요하게 거론됐다. 박성제 사장은 적자 경영 탈피를 위해 신사업TF’를 만들어 직접 해결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공영방송으로서 약자를 위한 프로그램 제작, 비정규직 상생방안 마련, 노사 협상을 기반으 로 한 고통 분담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정책발표회에서는 신사업보다 조직 쇄신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산된 디지털 부서를 하나로 모아 ‘D.Next본부(가칭)’를 만들고, PD 중심의 제작 체제에서 팀 단위로 움직이는 드라마 기획팀으로 재편하겠다는 계획이다. 16개 지역 계열사의 발전 방안으로는 전국단일법인 ‘One-MBC’를 내세웠다.

 

 

박성제 MBC 신임 사장 <출처 - MBC 사장후보 정책발표회 화면 갈무리>

 

 

MBC의 최대주주는 MBC 지분의 70%를 가지고 있는 방송문화진흥회다. 2대 주주는 30%를 가진 재단법인 정수장학회다. 방문진에서 사장을 결정하면 주주총회에 정수장학회 측이 참여해 사장을 최종 임명하는 방식으로, MBC 구성원들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는다.

하지만 구성원들은 공영방송인 MBC의 선거제도가 시민 의견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MBC의 한 기자는 시민 참여가 더 강화됐으면 좋겠다내부 구성원 의견이 반영될 수 없어 아쉽긴 하지만 정권에 따라 사장 선임 방향이나 성격이 바뀌는 부분에서만큼은 벗어나야 한다. 선임 절차에 시민의 몫을 늘릴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방문진이 이번 사장 선임 절차에 시민평가단을 새로 도입했던 이유도 이러한 고민에서다. 방문진은 공영방송 사장 선임 과정의 독립성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한 하나의 대안으로 시민 참여 도입 방안을 모색했다. 현행법상 MBC 사장을 결정하는 방문진 이사 9명의 구성 권한은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에 있지만, 관행적으로 정치권 여야는 63으로 추천·구성해왔다. 이로 인해 MBC 사장 선임 때마다 독립성 논란이 불거졌다. 방문진은 시민평가단 제도를 시민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방문진이 정한 시민평가단절차에 따르면, 방문진에서 후보 3인을 압축하면 시민평가단이 정책 발표와 토론을 거쳐 후보자 2인을 결정한다. 사장 선임 과정의 한 부분을 시민에게 통째로 맡기는 방식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환영 입장을 밝혔다. MBC본부는 공영방송 독립의 핵심인 사장 선임 절차에 국민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는 조합의 일관된 요구가 반영됐다는 점, 주요 의사 결정 과정에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야 한다는 시대정신에 부응했다는 점에서 방문진의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이번 선거에 시민평가단 제도가 실현되지 못했지만, 김상균 방문진 이사장은 이사회에서 시민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제도의 취지는 다음 사장 선거에 반영될 수 있도록 차기 이사회에 전달되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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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자 : 김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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