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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점검1: 2021 KPF 저널리즘 주간] 뉴스룸과 언론인
집중점검1 | 등록일 : 2021-11-26

지난 10월 27일부터 30일까지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주최한 '2021 저널리즘 주간' 콘퍼런스는 '다시, 저널리즘'이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29일 열린 콘퍼런스 세션4는 ‘뉴스룸 민주주의’, 세션5는 ‘언론인 스트레스 & 트라우마 A to Z’라는 주제로 열렸다. 언론인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문제 제기와 대안 모색이 이뤄졌던 두 세션을 지면에 옮긴다. 편집자 주 

 

 

한국언론진흥재단 ‘2021 저널리즘 주간’ 세션 4는 뉴스룸 내부의 민주주의에 주목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언론사를 떠나는 젊은 기자들이 늘고 있다. 낮은 연차 기자들의 이직 소식에 구성원들은 아우성이다. 낮은 워라밸에 높은 업무 강도, 수직적인 구조와 낮은 연봉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뉴스룸을 떠나는 것 외에 답이 없는 것일까. 지난 10월 29일 진행된 한국언론진흥재단 ‘2021 저널리즘 주간’ 세션 4, 5는 뉴스룸 내부 민주주의와 언론인 스트레스에 주목했다.

 

지난해 6월 한국일보를 퇴사한 이희정 기자는 29년간의 기자 생활을 반추하며 “언론을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핵심 기반이라고 하는데 정작 그 안에서 소통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언론이 제 역할을 할 수 있을까”란 질문을 던졌다.

 

이 기자는 ‘뉴스룸 민주주의’를 위해 다양성, 공정성, 포용성(DEI, Diversity, Equity, Inclusion) 가치가 뉴스룸 내부에 정착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룸 내 DEI란 언론인의 인구학적 다양성이 보장돼야 콘텐츠 다양성이 구현되고, 뉴스룸 구성원 간 공평한 대우가 보장돼야 차별적이거나 편향적 프레임을 지닌 콘텐츠가 나오지 않으며, 구성원 간 상호 이해와 공동체 소속감이 있어야 갈등을 조장하는 폭력적 프레임의 콘텐츠를 지양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우리나라 언론이 속보 경쟁과 지면 마감으로 DEI 실천 논의를 미뤄온 사이 해외 언론은 변화를 택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2017년 <다양성과 포용성 보고서>를 낸 이후 구성원의 다양성 확보에 주력한 결과 지난해 전체 직원 중 여성 직원의 수가 절반을 넘었고, 22~37세 직원도 49%에 달했다. 인종 다양성 측면에서 백인은 5년 전과 비교해 10%포인트 줄었고, 유색인종은 27%에서 33%로 늘었다. 이러한 결과에도 뉴욕타임스는 ‘유색인종 간부가 부족하다’는 판단에 따라 2025년까지 흑인과 라틴계 직원을 50%로 늘리는 목표를 잡았다.

 

그러나 한국 언론은 여전히 DEI를 ‘오래된 미래’로 인식하고 있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한국언론연감 2019》에 따르면 언론 산업에 종사하는 기자 직군 남성이 68.5%, 여성이 31.5%였다. 성별뿐 아니라 지역, 학력, 나이도 뉴스룸은 실제 사회와 다른 분포를 보였다. 서울 지역 종사자가 66.1%로 서울 집중 현상이 나타났고, 학력별로 보면 신문사 기준으로 대학 졸업 이상인 종사자가 90% 이상이었다. 이는 보도에 반영됐다. 방송통신위원회의 2018년 <미디어 다양성 조사>에 따르면 방송사 메인 뉴스에 나온 정보원의 성별은 남성 74.4%, 여성 25.6%였고, 정보원의 나이는 50~69세가 반 이상을 차지했다.1)

 

다양한 연차 기자들이 동의한 ‘뉴스룸 민주주의’ 부재


기자들도 뉴스룸의 DEI가 필수적이라는 의견에 공감했다. 29년 차 김영희 한겨레 기자는 “뉴욕타임스는 더 좋은 콘텐츠와 사람들의 공감을 얻기 위해 인위적인 변화를 택하는데 한국 언론은 DEI가 왜 필요한지도 모르는 데다 내부 성명 사태가 벌어지면 세대 변화로 치부한다”며 “개선 논의가 제도 변화보단 미봉책에 그치는 이유”라고 토로했다.

 

 

이희정 한국일보 기자의 발제 자료 중 <뉴욕타임스 다양성과 포용성 보고서>

 

 

3년 차 한성희 SBS 기자는 다양성 부재, 즉 획일화된 보도국 인력 구성 문제를 지적했다. 획일화된 채용 시스템으로 인해 언론인이 명문대 출신 위주로 선발되다 보니 대화 주제, 시각 등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한 기자는 “사회면 기사가 비슷한 이유는 특정 몇 개 대학을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기자들이 비슷한 시각으로 사회를 보기 때문”이라며 “이게 국민에게 도움이 될까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고 말했다.

 

6년 차 최미랑 경향신문 기자는 기자 중심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직군을 포용하는 뉴스룸으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자들은 지면 기사 외에 다양한 콘텐츠를 원하는데 언론사 내에선 여전히 기자 외 직군을 비주류로 여기고 알맞은 대우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자보다 개발자, PD들의 퇴사가 잦은 이유다. 최 기자는 “지면 제작을 중시하는 신문사 특성상 기자들 사이에 모종의 엘리트주의가 만연하다. 하지만 뉴콘텐츠팀에 들어와 보니 콘텐츠가 나오려면 웹을 구현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 필요하다는 걸 절실히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언론사가 PD, 개발자 구하기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시기”라고 덧붙였다.

 

18년 차인 위재천 KBS 디지털뉴스부 팀장은 민주적이고 투명한 소통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위 팀장은 “편집회의에 주로 간부들이 들어가 일선 기자들은 아이템 선정 과정을 볼 수 없다”며 “얼마 전 노태우 전 대통령 서거 소식 관련해 호칭 문제가 내부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채 결정됐으며, 보도국 내부에서 오랜만에 ‘범죄 피해자의 진술 신빙성’에 대한 토론이 이뤄졌지만, 서로에게 생채기만 낸 채 뚜렷한 답 없이 지나갔다”고 말했다.

 

한국의 ‘뉴스룸 민주주의’를 위한 첫걸음은?


한국 언론사에도 DEI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장치들이 조금씩 작동하고 있었다. SBS는 부장급 회의를 일선 기자들에게 모두 공개한다. 하루 두 번 정도의 아이템 선정회의 후 어감까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상세한 회의 내용이 공개된다. 한성희 기자는 “저연차 기자들의 경우 내 기사가 어떤 맥락에서 빠지고, 들어가게 됐는지 알 수 있어서 하는 일에 대해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최미랑 기자는 경향신문의 소통·젠더데스크와 독립언론실천위원회 제도를 꼽았다. 독립언론실천위원회의 경우 각 부서에 속한 위원들이 부서원 의견을 수렴한 뒤, 국장단에게 묻는 형태다. 한겨레도 젠더데스크, 10년 차 이하 기자들로 구성된 레드팀, 소통데스크, 책무위원회 설치 등 부지런히 여러 방법을 시도해보고 있다.

 

최미랑 기자는 “조직 내 다양성·포용성을 맡은 포지션이 있지만, 이들이 하는 일이 너무 많다”며 “소통·젠더데스크, 디지털부서를 거쳐야 만 국장까지 갈 수 있다든지 크레딧을 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또한 기자 직군처럼 개발자, PD들이 언론사 내에서 소속감을 가질 수 있도록 기수제 도입 등의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위재천 팀장은 “인적 구성의 다양성이 지적 다양성을 가져올 수 있다는 걸 믿는다”며 “보도국을 오픈해 소통을 자유롭게 하고, 가디언처럼 편집회의가 외부에 공개되는 수준으로 투명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희정 기자는 “경영·편집 리더십 혁신이 가장 중요하다”며 “시작은 우리의 자화상부터 솔직하고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것이다. 뉴욕타임스처럼 <다양성과 포용성 보고서> 발간을 정례화할 수 있도록 한국언론진흥재단, 한국신문협회, 한국방송협회 등 언론 관련 기관, 단체들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뉴스룸 밖 ‘언론인 괴롭힘’도 중요하게 다뤄져


뉴스룸 민주주의 정착만큼이나 중요한 사안이 있다. 뉴스룸 밖에서 벌어지는 언론인을 향한 괴롭힘에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박아란 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이 공개한 ‘언론인 대상 디지털 괴롭힘 실태 설문조사’ 결과는 심각했다. 기자 상당수가 공격적·모욕적 언어에 노출돼 있었고 개인정보 유출을 넘어 직접적인 위협으로까지 이어졌다.

 

괴롭힘 경로는 댓글, 이메일, 소셜미디어, 사이트, 전화 등으로 무차별적이었지만 괴롭힘을 당한 기자들의 대처는 소극적이었다. 선배나 동료, 회사에 알리면 ‘신경 쓰지 말라’ 등의 답변을 듣고, SNS를 폐쇄하거나 댓글을 보지 않는 등 무대응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박아란 연구위원은 “기자들은 심리 상담 지원, 기자협회나 한국언론진흥재단 차원의 법률 서비스 제공, 심리 치료 권장 분위기를 원하지만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디지털 괴롭힘에 대한 언론 인식이 변해야 하고 적극적인 해결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언론인을 향한 디지털 괴롭힘은 글로벌 이슈다. 영국은 정부가 직접 대책을 마련했다. 지난 3월 언론인 안전을 위해 책임기관별 실행방안을 발표했다. 내무성과 디지털·문화·미디어·스포츠부(DCMS, Department for Digital, Culture, Media and Sport)는 언론인 위협 상황 파악을 위한 증거를 요청하고, 언론 노조는 기자 대상 연례 설문조사를 진행하는 방안이다. 페이스북, 트위터에는 기자 위협 관련 신고에 대해 신속 대응할 책임이 지워졌다.

 

캣 맥마흔(Cait McMahon) 다트센터 아시아태평양 창립전무이사는 언론사가 기자들을 보호하고 회복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캣 맥마흔은 2019년 호주의 한 기자가, 언론사가 외부의 괴롭힘으로부터 자신을 제대로 돌보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속 언론사를 고발해 승소한 사례를 언급하며 “언론사는 내부 직원을 돌봐야 하는 법적이고 도덕적인 의무가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참혹한 사고 현장을 취재한 기자들의 스트레스를 조직 차원에서 풀어줄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하며,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는 교육을 제공하거나, 뉴스룸 내부에 전문 임상가를 배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캣 맥마흔은 마지막으로 기자 스스로의 노력을 강조했다. 디지털에서 욕을 많이 먹는다면 일과 시간 외에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과 더불어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고 했다. 캣 맥마흔이 가장 강조한 부분은 뉴스룸 내부의 연대다. 나 외의 동료들을 끊임없이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1) 강아영, <신문기자 90% 대졸 이상, 뉴스 정보원 55% 50~69세... 사회와 동떨어진 뉴스룸>, 기자협회보, 2020.1.22, http://www.journalist.or.kr/m/m_article.html?no=47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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