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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사회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매년 100여 명이 모여 듣던 ‘KPF 저널리즘 컨퍼런스’ 는 올해 비대면 화상회의로 진행됐다. 질문은 실시간 채팅방에서 이뤄졌고 세션 중간에 문답이 끊기기도 했지만, 토론자들은 모두 빠르게 적응했다. 익숙하지 않은 변화에 적응해야 하는 건 언론도 마찬가지다. ‘2020 저널리즘 주간’의 첫 번째 세션에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언론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힌트를 제공했다.
데이터, 구독, 광고
첫 번째 발제를 맡은 얼 윌킨슨(Earl J. Wilkinson) 국제뉴스미디어협회(INMA) 대표는 2021년 미디어 산업에서의 가치 창출 핵심을 데이터, 구독, 광고로 꼽았다. 그는 정확히 437일 후 구글이 제삼자 쿠키(Third-Party Cookies)를 중단할 것이며 언론사들의 데이터 수집 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할 것으로 예측했다.
제삼자 쿠키는 구글이 크롬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서비스로, 사용자가 특정 웹사이트를 방문했을 때 남는 기록 등이 저장된 정보(쿠키)를 인터넷 광고 업체 등 제삼자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제삼자 쿠키 서비스가 중단되면 언론사들은 광고하고자 하는 브랜드를 직접 찾아야 하며 언론사 홈페이지 방문자와 관련된 데이터도 직접 수집해야 한다.
윌킨슨 대표는 “보통 뉴스 홈페이지 페이지뷰의 5~10%만이 직접 홈페이지에 로그인해서 뉴스를 보는 사용자들로, 어떤 언론사들은 이 비율을 80%까지 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내년에 가장 우려되는 점으로는 데이터를 확보한 언론사와 그렇지 못한 언론사 간의 격차를 꼽았다.
윌킨슨 대표에 따르면, 이미 많은 매체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 분할’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인도와 중남미 지역의 언론사들은 구독자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투자하고, 구독 경쟁력을 늘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유럽 언론사들 역시 구독자 데이터를 어떻게 쌓고 활용할지 고민하고 있다.
코로나19가 퍼진 지난 22주 동안 유럽 언론사의 뉴스 구독률은 눈에 띄게 늘었다. 언론사들이 유료화의 벽을 낮췄기 때문이다. 새로운 구독자의 3분의 1은 코로나 관련 정보를 얻기 위해 들어온 것으로 집계됐다. 윌킨슨 대표는 이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매체 홈페이지를 찾아 들어온 신규 구독자들이 어떤 뉴스를 보는지 데이터화하고 이들에게 필요한 정보가 무엇인지 분석·제공해 이것이 구독률 증가로 이어지도록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윌킨슨 대표는 “2021년 미디어 업계는 언론사 홈페이지에 직접 들어오는 구독자 데이터를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질 것이다. 데이터 활용도에 따라 광고 비즈니스 승패가 결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시에 그는 언론사의 신뢰 회복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구독자들은 신뢰할 수 있는 뉴스를 찾아 언론사 홈페이지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구독률에 대한 고민은 결국 뉴스 신뢰를 어떻게 증대시킬지에 대한 고민과 맞닿아있다.
토론자들은 언론사별 구독자 데이터 확보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포털에 종속돼있는 한국 언론의 한계를 느낀다고 토로했다. 세션 1의 좌장을 맡은 김영욱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초빙교수는 “자사 뉴스 이용자에 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광고 유치에 활용하라고 했는데 한국 언론사에 가장 부족한 부분이다. 한국 언론사들은 대부분 자사 구독자들이 누구인지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황정미 세계일보 편집인은 이에 공감하며 “한국은 미국과 달리 뉴스 유통의 60%를 네이버 플랫폼에 의존하고 있다. 네이버로부터 어떤 기사의 페이지뷰가 높은지, 구독자 반응이 어땠는지 등 구체적이고 충분한 데이터를 받지 못하는 게 한계”라며 “언론사 홈페이지를 직접 찾아 들어와 뉴스를 소비하는 비중은 3~4%로 독자 데이터를 어떻게 모아야 하나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포털을 벗어 나 구독자 중심의 데이터를 쌓는 데 주력해야 한다 는 당부가 이어졌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뉴미디어 더밀크를 운영하는 손재권 대표는 “미국 언론사들은 각 사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구독 모델로 옮겨가고 있는데 여전히 한국은 네이버에 의존하거나 기존 방송·신문 시스템에 의존해 신규 구독자들을 끌어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손 대표는 “한국 언론들은 스스로 독자와 관계 맺기 위해, 신뢰 회복을 위해 얼마나 투자하고 있는지 반성해야 한다”며 포털, 매체에 의존하는 구조적 틀을 깨고 나와 도전하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위기 속에 중요한 건 ‘신뢰 저널리즘’
구독자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한 첫 번째 걸음은 신뢰받는 뉴스를 제공하는 데 있다. 《총, 균, 쇠》의 저자인 재러드 다이아몬드(Jared Diamond)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기조연설에서 코로나19 시대에 저널리스트들이 신뢰받는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를 겪으며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이고, 재앙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이해시키는 데 저널리즘이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언론인들에게 의학 전문지에 실린 복잡한 내용을 쉽게 전달해주는 전달자 역할을 당부했다. 코로나19와 관련된 무지를 부추기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치인들에 맞서기 위해 언론사가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세 번째 발제자로 나선 박영흠 협성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초빙교수도 이와 같은 역할을 언론인들에게 당부했다. 박 교수는 “신속성보다는 정확성, 단순 사실 전달보다는 심층적 해설 제공에 언론이 주력해야 한다”며 “시민들이 전통적인 언론에 필요로 하는 것은 위기의 순간에 참고할 수 있는 정보다. SNS나 정부 홈페이지에서 제공되는 단순 수치 외 전문지식과 분석을 담은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 한국 언론은 “별다른 준비 없이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 교수가 12개 주요 언론사 보도를 분석한 결과 전체 기사 중 정보를 단순히 전달한 스트레이트 기사 비중이 88.3%에 달했다. 분석 해설기사는 5.6%, 탐사기획 보도는 전체의 0.5%에 불과했다.

언론은 코로나19 현상을 과도하게 부정적으로 보도해 불안감을 조성하기도 했다. 부정적인 정보는 긍정적인 정보보다 독자들의 반응이 크다. 정부 비판 보도의 경우 권력 감시라는 저널리즘 본령을 지키는 것처럼 보이기에 언론은 비판 보도를 선호하는 경향이 높다. 박 교수는 “오늘날 언론은 더 많은 주목을 받기 위해 기능적 수단으로 비판 보도를 관습적으로 이용한다”고 했다. 이에 더해 언론은 ‘무능한 정부’ 프레임 씌우는 보도,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는 보도를 내보내기도 했다.
박 교수는 언론은 갈등을 부추기는 보도나 논란을 키우는 보도보다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기사를 작성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혐오와 불안을 조장하는 보도는 지양해야 하며, 의학 전문 기자를 양성해 정확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시민들이 언론을 필요로 할 때 언론이 스스로 존재 이유를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욱 교수는 “언론사들이 지금껏 해오던 대로 보도해서는 저널리즘이 유지되기 힘들다. 언론사와 기자들이 독자들의 신뢰를 얻고 변화된 방식으로 구독자를 확보해야지 지금과 같은 방식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좋은 저널리즘은 공짜로 얻을 수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많은 언론사가 코로나19를 겪으며 저널리즘을 돌아보고 있다. 지난 4월 한국기자협회에서는 ‘감염병 보도준칙’을 만들어 과장된 표현, 추측성 기사나 과장된 기사 작성에 주의해야 한다고 정했다. 하지만 최근 사망자가 발생한 독감 백신주사 접종 관련 기사에서 언론은 앞서 지적받았던 보도 행태를 되풀이하고 있다. 구독자가 포털사이트가 아닌 언론사 홈페이지에 직접 찾아가 뉴스를 보는 게 세계적인 추세라면 지금 언론인들이 고민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 돌아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