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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 겨냥한 넷플릭스 대항마 ‘퀴비(Quibi)’
산업정책 | 등록일 : 2020-03-02

숏폼(Short-Form) 콘텐츠가 각광받는 시대. 이른바 할리우드와 실리콘밸리가 결합한 새로운 숏폼 콘텐츠 플랫폼의 등장이 예고되고 있다. 그 주인공은 빅 스토리, 퀵 바이트(Big Stories, Quick Bites)’를 표방하는 퀴비(Quibi). 이미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CES 2020 기조연설을 통해 소개된 퀴비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 본다. 편집자 주

 

 

지난 18, 세계 최대 기술전시회인 CES 2020의 개막 둘째 날. 기조연설 무대에 제프리 캐천버그(Jeffrey Katzenberg) 전 드림웍스 CEO와 맥 휘트먼(Meg Whitman) HP 회장이 등장했다. 할리우드와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경영자 두 명이 만나 퀴비(Quibi)’라는 새로운 플랫폼을 처음으로 공개하는 무대여서 테크와 미디어 산업 관계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벌써 15,000만 달러(1,7857,500만 원)의 광고가 완판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기대감을 끌어 올렸다. 퀴비가 빨리 씹는다는 의미인 퀵 바이트(Quick Bite)의 약자라는 사실과 오는 46일 공개한다는 내용 외에 그동안 어떻게 콘텐츠를 만들 것인지 잘 알려진 바가 없었기 때문이다.

 

 

 퀴비가 모바일 디바이스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독자 개발한 턴스타일 <출처 - 필자 제공>

 

그러나 아무리 캐천버그와 휘트먼이 만났다고 해도, 더구나 창업 2년이 안 된, 서비스도 공개되지 않은스타트업이라 볼 수 있는 신생기업 퀴비가 CES의 기조연설을 맡다니 파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 자리에서 캐천버그와 휘트먼은 나란히 무대에 올라 퀴비를 왜 창업하게 됐는지 차별화된 기술로 선보인 턴스타일(Turn Style)’은 무엇인지, 그리고 기존 미디 어와 어떻게 다른지 자세히 공개해 호평을 받았다.

그들은 퀴비가 할리우드(스토리텔링)와 실리콘밸리(기술)의 결합이라는 점을 내세웠다. 하지만 정작 할리우드와 실리콘밸리에서는 파괴력이 크지 않을 것이란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다. 2020년대 탄생한 첫 미디어 플랫폼. 퀴비는 무엇이고 미디어 산업에 얼만큼 파장을 줄 수 있을까?

 

퀴비란 무엇인가

 

퀴비의 가장 차별된 포인트는 스스로 내세우듯 빅 스토리, 퀵 바이트(Big Stories, Quick Bites)’로 요약할 수 있다. 지난 18CES 2020 기조연설에서 퀴비는 스티브 스필버그(Steven Spielberg), 샘 레이미(Sam Raimi) 등 할리우드의 전설적인 감독과 리스위더스푼(Reese Witherspoon), 덴절 워싱턴(Denzel Washington) 등 블록버스터에나 등장하는 배우들이 출연하는 영화, 드라마를 상영하는데, 스마트폰에서만 볼 수 있고 6~10분 길이로 제작된다고 밝혔다.

콘텐츠도 다양하다. 영화나 드라마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제프리 캐천버그는 퀴비는 영화(드라마), 다큐멘터리, 뉴스 등 세 개 카테고리가 있으며 첫해 총 175, 8,500개 에피소드가 방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메이크 TV 시리즈로 <레전드 오브 더 히든 템플(Legends of the Hidden Temple)>, <펑크드(Punk'd)> 같은 콘텐츠도 준비됐다. 퀴비의 콘텐츠는 밀레니얼 및 Z세대에 맞춰져 있다. 18~34세가 핵심 타깃이다. 특히 뉴스도 제공하는 데 NBC는 아침과 저녁 두 개의 뉴스 프로그램을 방송하고 게임 쇼(MTV의 게임 쇼 <싱글아웃(Singled Out)>)도 준비돼 있다.

가격도 관심사였다. 구독형 서비스를 표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퀴비는 광고를 포함한 가격은 월 4.99달러(6,000), 광고가 없는 서비스는 월 7.99달러(9,500)에 제공할 예정이다.

 

 

CES 2020 기조연설에서 퀴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제프리 캐천버그()와 맥 휘트먼(아래) <출처 - 필자 제공>

 

 

제프리 캐천버그는 왜 단편 비디오 플랫폼을 구상했나

 

퀴비는 단편(숏폼) 비디오 플랫폼이다. 월트디즈니에서는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알라딘>, <라이언킹> 등을 흥행시켜 디즈니 르네상스를 만들고 드림웍스를 창업한 이후엔 <이집트 왕자>, <개미> 그리고 <슈렉>을 만들어 할리우드 전설의 반열에 오른 제프리 캐천버그의 잠재력이 퀴비의 첫째자산이다. 캐천버그는 “1990년대 HBO가 등장했을 때 그들은 ‘TV가 아니라 HBO라고 선언했다. 우리도 숏폼 비디오가 아니다. 우리는 퀴비다라고 말하고 싶다고 언급했다.

그의 문제의식은 사람들이 이제 영화나 드라마 등을 모두 스마트폰으로 보는데 정작 스마트폰은 미디어 소비를 위해 개발됐나이다. 스마트폰은 처음엔전화, 메신저, 앱 다운로드 등을 위해 개발됐지만 지금까지도 영화나 드라마, 뉴스를 보기 위해 개발되진 않았다는 것이다.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의 드라마, 영화도 TV에 최적화 되도록 제작될 뿐 스마트폰 상영을 위해 제작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영상의 상당 부분이 스마트폰으로 소비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스토리텔링도, 기술도 처음부터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 제프리 캐천버그의 문제의식이었다.

즉 할리우드 최정상급 콘텐츠를 모바일로 볼 수 있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TV 시대의 스토리텔링은 60분이었지만, 스마트폰 시대엔 60초가 기본이 돼야 한다. 영상 제작자 우대 정책도 퀴비 생태계를 확장하게 한다. 제프리 캐천버그는 퀴비를 위한 영화(드라마)는 퀴비에서 7년간 스트리밍이 보장되며, 첫 스트리밍 후 2년 후에는 제작자가 재편집해 새롭게발표할 수 있도록 했다.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어 퀴비로 보다 많은 영상 제작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이다.

 

턴스타일이 새 무기

 

퀴비는 모바일 디바이스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기술을 독자 개발했다. 이를 턴스타일(Turn-Style)’로 명명하고 특허도 얻었다. 턴스타일은 같은 장면(scene)을 찍고 두 개의 비디오를 제공하는 방법이다. 스마트폰을 가로로 돌리면 3인칭 시점의 랜드스케이프(landscape lens) 모드를 보여주고, 세로로 돌리면 1인칭 시점의 포트레이트(portrait lens) 모드가 나타난다. 이렇듯 퀴비는 자연스럽게 화면과 시청자의 시선을 전환시켜 몰입감을 더한다. 그래서 이용자는 스마트폰 속 주인공의 관점에서 시청하는 듯하다. 어떤 방향에서 시청하더라도 최적의 장면을 보여주겠다는 것이 목표다.

퀴비의 최고 제품 책임자인 톰 콘래드(Tom Conrad)이 포맷은 특허까지 출원했다. 턴스타일은 다양한 각도로 촬영, 스마트폰에서 최고의 몰입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두 가지 버전의 영상은 같은 오디오 트랙을 사용하기 때문에 몰입도가 더욱 높다.

퀴비는 여러 번의 실험을 거쳤고 진화됐다고 강조했다. 스마트폰 수직 화면은 배우들을 근접 촬영해 카메라에 가깝게 다가간 것 같은 느낌을 주고, 가로 화면은 배우들을 둘러싼 외부 환경을 함께 느낄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이렇듯 퀴비의 사용자들은 하나의 장면에서 다른 시선들을 경험할 수 있다. 한편 스마트폰이 시간대를 알 수 있는 특성에 맞춘 영화도 제작된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호러물 <애프터 다크(After Dark)>는 저녁 7시부터 감상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퀴비, 성공할 수 있을까

 

새로운 포맷을 시도하기 위해선 제작도 중요하지만 이를 어떻게 공급하는가도 중요한 성공 포인트일 것이다. 맥 휘트먼 퀴비 CEO우리는 매일 25편의 신선한 콘텐츠를 제공한다. 머신러닝 등의 기술을 이용해서 매일 시청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선별해 추천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퀴비는 46일 서비스 첫날 50~60편을 시작으로 175편의 오리지널 쇼와 8,500개의 에피소드, 영화(7~10), 교양 다큐멘터리(스포츠, 여행, 코미디까지), 일일 라이브 콘텐츠(5~6분 뉴스와 정보쇼) 등을 제공한다.

퀴비는 매일 하나의 에피소드를 공개할 예정이다. 이는 한 번에 한 시리즈를 모두 공개하는 넷플릭스의 전략과 다르고 매주 단위 편성 전략을 쓰는 TV와도 차별된다. 또 광고가 포함된 구독형 모델을 채택한 것도 퀴비의 특징이다. 맥 휘트먼은 우리의 고객이 18~34세가 많고, 퀴비의 광고는 그리 부담되지 않는다. 많은 고객이 광고가 포함된 상품을 구매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퀴비의 성공 여부는 앞으로 지켜볼 일이라고 판단한다. 턴스타일 등 퀴비의 포맷이 신선하지만 18~34세 세대들이 스마트폰 전용 미디어에 돈을 지불할지 여부는 확실치 않다. 더구나 디즈니플러스, 애플뿐만 아니라 올해 HBO MAX, NBC의 피콕까지 등장이 예고되면서 스트리밍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일부에서는 구독 피로감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구독 서비스 과잉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도 하다. 

퀴비의 공식 서비스 론칭이 두 달여 남았지만 자금 압박을 받는 것도 미래를 불투명하게 한다. 스마트폰미디어에 어울리지 않는 쓸데없이 고퀄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14억 달러(16,667억 원)를 모았지만 콘텐츠의 질을 높이다 보니 초기 자금이 너무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출범 초기엔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 모두가 자본금 내고 주주가 됐지만(10) 2차 펀딩에는 CBSNBC유니버설 등 두 개 업체가 참여하지 않았다는 점도 불안하게 한다. 경쟁이 치열한 스트리밍 시장에 새로운 포맷으로 승부해 성공하면 새로운 미디어의 전형을 만드는 사례가 되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제프리 캐천버그와 맥 휘트먼은 회복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퀴비가 가장 큰 차별점으로 내세운 턴스타일도 파괴력이 덜할 수 있다. 얼마나 많은 모바일 시청자들이 가로, 세로를 바꿔가며 시청할지 미지수라는 평가도 나온다. 새로 등장할 폴더블폰에는 턴스타일 기술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가상현실, 증강현실 등의 기술에는 퀴비가 내세우는 턴스타일 기술을 적용할 수 없다는 점도 불안하게 한다. 기존 아이폰에만 맞춰져 있는 기술이 미래에 적응할 수 있을지는미지수다.

넷플릭스는 사용자가 스토리를 선택하는 인터랙티브 영화 <블랙 미러: 밴더스내치>를 선보였지만, 초기의 뜨거웠던 반응과 달리 지속적인 히트는 하지 못한 바 있다. 시청자들은 영화를 편하게 감상하고 싶을 뿐 적극적으로 스토리에 개입하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얼마나 많은 시청자들이 턴스타일하면서 영화를 보게 될지, 그리고 그것에 가치를 느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퀴비의 성공과 실패에 상관없이 인공지능 기반의 숏폼 비디오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실험될 것이다. 퀴비는 신기술을 적용한 미디어 서비스의 완성체가 아니라 시작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 5G 등 새로운 기술이 보편화되고 있는 시대, 그에 맞는 새로운 미디어를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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