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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 회복을 위한 노력들: 《현장 기자를 위한 체크리스트》
집중점검 | 등록일 : 2020-03-02

젊은 저널리스트를 위한 실무형 안내라는 부제로 알 수 있듯, 현장기자를 위한 체크리스트는 언론계에 첫발을 내디딘 기자들을 위한 안내서다. 언론에 대한 신뢰가 곤두박질치고 있는 가운데, 저널리스트의 길을 선택한 젊은이들은 내일의 희망이다. 그들이 보다 밝은 길을 열어갔으면 하는 언론계 선배와 학자들의 바람이 이 책에 담겨 있다. 편집자 주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이사장 직속 자문기구인 저널리즘위원회(위원장: 박영상 한양대 명예교수)현장기자를 위한 체크리스트(이하 체크리스트)를 펴냈다. 5년 차 미만의 기자들이 취재 현장에서 겪을 문제를 소개하고 이에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은가를 항목별로 정리한 일종의 교범(field manual)이다. 이 저술은 무엇보다 현장 친화성이 돋보인다.

사실 주위에서 쉽게 접하는 윤리강령이나 가이드북은 현장과 유리된 문제를 안고 있다. 선언에 그치거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기 때문이다. 있는 것조차 초입 기자 때부터 제대로 교육하지 않고, 위반 시 책임 추궁과 징계 같은 조직 차원의 사후 대책도 미비하다. 그저 보여주기식이라는 냉소 어린 시선을 벗어나기 어려운 이유다.

이 같은 현실에서 체크리스트는 새로운 접근법을 시도한 것 같다. 저널리즘 기본 원칙에 충실하면서도 취재 보도 현장과 직접 맞물리는 효용성을 살리고자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체크리스트를 읽다 보면 사안에 대해 무겁게 고민하고 사유하기보다 현장에서 손쉽게 찾아보고 바로바로 참고할 수 있는 레퍼런스로서 이용 가치를 높이려 한 의도가 여기저기서 읽힌다. ‘실무형 안내서라는 성격에 어울리게 파트 구성과 항목 배치의 순서에 파격을 가했다. 현장 취재와 직접 관련된 실전적인 항목을 책의 앞부분에 싣고 원론적인 이야기는 후반부에 배치하는 식이다. 물론 체크리스트의 진정한 가치는 현장에서 기자가 직접 참고하며, 옆에 있는 동료에게도 권유할 때 구현될 것이다.

 

손쉽게 쓸 수 있게 이용 편의성 극대화

 

체크리스트는 모두 432항목, 그리고 이론적인 언론학 개념(10)을 담은 부록으로 구성돼 있다. 집필자들은 좋은 품질의 뉴스 기사를 만들기 위해 현장에서 기자가 놓치지 말아야 할 사안을 중심으로 취재 실무의 원활한 수행을 돕는 저널리즘 지침을 구체적으로 안내하는 데 주력한다. 항목마다 주요 키워드와 연관 개념을 소개하고 그 역사와 예시를 드는가 하면 실수하거나 빼먹기 쉬운 유의사항도 당부한다.

당장 서술 내용상의 장점은 마치 용어사전을 보는 듯 간결하고 이해하기 쉽다는 것이다. 현장 실무에선 고답적으로 느낄 학술적 어조를 아예 걷어냈다. 항목마다 마지막에 대처 방안을 제시한 310개 정도의 목록도 눈에 띈다. 좋은 기사를 쓰기 위해 현장에서 체크해야할 사항을 목록으로 요약한 것이다(체크리스트 목록만 별도로 포켓용 소책자로 제작하는 꼼꼼함도 잊지 않았다). 비록 개략적인 수준이지만, 언론학 비전공자라면 약간 생소할 저널리즘의 학술용어 10가지도 선별해 부록으로 소개한다. 저널리즘의 맥락과 구조, 시대적 분위기와 추세 흐름을 간단하게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체크리스트는 챕터별로 주제의 일관성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하위 항목마다 고유한 내용을 독립적으로 담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따라서 독자는 각자 필요한 챕터나 항목만 찾아 그때그때 신속하게 참고해도 좋다. 물론 시간을 들여 차분히 전체를 숙독한다면 언론계 초년 기자들에겐 상당히 유익할 것이다. 전체 분량이 그리 많지 않아 읽는데 긴 시간이 소요되지 않을 듯하다. 전체적으로 보면, 현장 기자가 손쉽고 재빠르게 참고하도록 이용 편의성을 극대화하려 한 발간 취지와 의도가 책자의 내용 구성과 형식 편제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제 좀 더 구체적으로 내용 구성을 살펴보자.

    

 

 

현장기자를 위한 체크리스트표지 ©한국언론진흥재단

 

 

취재 현장에서 되새길 필수 사항 정리해 

 

뉴스 보도는 사건과 이슈가 발생하는 현장 취재에 나서면서 시작된다. 무엇이 좋은 취재 보도인가를 둘러싼 관점과 견해는 여럿일 수 있다. 하지만 어느 현장이든 기자라면 반드시 취재에 나설 때 숙지해둬야 할 기본이 있다. 1, ‘취재 실무는 취재에 나서는 초년 기자가 사전에 알아두거나 현장에서 반드시 되새겨야 할 필수 사항을 13개 항목으로 정리했다.

기사의 핵심 내용을 구성하는 정보와 의견은 대부분 사안에 정통한 믿을만한 취재원에게서 나온다. 따라서 체크리스트는 취재 실무의 알파라 할 수 있는 취재원 관계’, ‘취재원 밝히기’, ‘인용’, ‘이해관계자’, ‘정직한 취재’, ‘인터뷰같은 항목의 내용 소개로 시작한다. 취재는 기본적으로 취재원을 만나 정보를 모으고 의견을 확인하는 활동이다. 하지만 취재 과정에서 확보한 정보가 정확하고 의견이 타당한 지, 따라서 기사를 구성하는 기초 자료로서 뉴스 품질과 신뢰성을 담보하는지 반드시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사실과 의견의 구분’, ‘사실검증과 진실의 삼각측정’, ‘팩트체크’, ‘기사 검토와 편집같은 항목이 포함된 이유다. 뉴스를 생산하는 공정은 기자 개인의 작업이라기보다 언론 조직의 집단적 의사결정 과정이다. 취재에서 기사 작성을 거쳐 편집에 이르는 뉴스 의사결정의 조직적 흐름이 곧 게이트키핑 (gate keeping)이다. 취재는 제도적이고 집단적인 맥락 안에서 이뤄지는 게이트키핑의 출발점이라는 사실에서 취재 실무의 환경을 조성하는 주요 요소로서 출입처’, ‘기자단’, ‘이해관계자’, ‘기사 스타일같은 개념에 대한 이해도 중요하다.

누구나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을 금과옥조처럼 강조하지만, 실제 현장에선 그저 빈말에 그칠 뿐 강력한 실천이 뒤따르지 못한다. 한국 언론이 가장 비판받는 지점, 곧 뉴스의 품질 저하와 형편없는 신뢰도 평가가 이를 방증한다. 이런 문제는 따지고 보면 저널리즘 윤리의 부재와 철학의 빈곤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저널리즘위원회의 냉정한 현실 인식이 체크리스트2부의 짜임새에 반영돼 있다. 2법과 윤리는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을 저널리스트가 정당하게 실천할 수 있도록 윤리적 쟁점 상황의 행동 규준을 8개의 항목으로 안내한다.

언론은 국민의 알 권리를 앞세워 정보공개청구를 하고 사건과 이슈에 접근하지만 때때로 공인 보도범죄 보도의 기사화에 급급하다 보면 몰래카메라와 도청의 유혹에 넘어간다. 취재 보도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는 새 명예훼손을 일삼고, ‘초상권 침해소송과 뉴스 저작권논란에 휘말리기 일쑤다. 무지와 부주의 혹은 관행에 편승해 이해충돌방지를 어기는 경우도 허다하다. 특히, 도제식에 의존하는 언론계의 신참 훈련 방식이 대체로 놓치는 부분이 있다. 고도의 윤리의식이 요구되고 법적 이해가 예민하게 충돌하는 지점에 대한 교육을 무시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채 윤리와 법률에 무지한 결과는 보도 참사와 소송으로 이어진다. 문제는 법과 윤리 교육이 피상적인 윤리 강령의 제시에 머물거나 복잡한 법리 해석에 빠지기 쉽다는 점이다. 그러나 체크리스트는 실제 현장에서 유의할 윤리와 법적 기초를 사안마다 평이하게 소개함으로써 양극단을 피해 간다.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좋은지 해당 영역에 대한 기자의 각성을 촉구하는 장점도 미덕이다.

  

현장 기자의 디지털 전술 지침서

 

인간 커뮤니케이션의 발전은 정보·커뮤니케이션기술(ICT)의 발달과 불가분의 관계다. 인간 커뮤니케이션 양식의 하나인 저널리즘 역시 ICT의 발달에 크게 의존한다. 한국 언론의 현재 위기를 설명하는 원인은 실로 다양하다. 하지만 디지털 네트워크 기술의 전면적 도입과 결부된 저널리즘의 시스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전략 실패와 비전 부재가 위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물론 디지털 거대 담론을 취재 보도 실무형 안내서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오히려 거대한 시대적 변화에 맞서는 현장 기자의 디지털 전술이 어떻게 고품질 기사의 생산과 관리의 효율화를 지향할 수 있는지 미시적인 지침을 세밀하게 안내하는 것이 이 책의 목표다.

3부 디지털 저널리즘은 미디어 빅뱅을 넘어서는 디지털 환경 변화에 신속하게 적응하는 방편으로 디지털 취재 보도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소개한다. 제목만 언뜻 보자면 저서 몇 권에 해당할 것 같은 항목들이다. ‘어뷰징과 표절’, ‘소셜미디어 활용 보도’, ‘알고리즘과 로봇 저널리즘’, ‘크라우드 저널리즘’, ‘인포그래픽과 숫자 사용법’, ‘데이터 저널리즘등 다루는 하나하나가 절대 만만치 않은 주제다. 하지만 체크리스트는 이론적 저술과 거리가 멀다. 기술적으로 급변하는 환경에서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이 디지털 취재 보도 현장과 어떻게 맞물려 가는지 주요 항목별로 새로운 실무 지침을 간결하게 설명한다. 온라인 디지털 취재에 최적화한 방식으로 저널리즘의 품질을 구현하기 위해 주제별 개념과 특성을 정리하고 현장 적절성이 강한 가이드라인을 해설한다. 적당한 예시로 이해도도 높인다.

저널리즘은 문화적 맥락과 역사적 환경 그리고 공동체의 가치와 규범이 서로 달라서 존재 보편적인 하나의 양식이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바람직한 저널리즘의 이상형을 정의하려는 규범이론(normative theory)도 시대와 체제 그리고 국가와 지역마다 그 모습을 달리한다. 실제로 사건과 이슈가 넘쳐나는 취재 보도 현장은 사회적 진실의 구성을 둘러싼 이해관계와 가치, 그리고 세계관이 충돌하는 시공간이다. 그러나 저널리즘이 저널리즘인 한, 저널리즘 공동체의 가치와 이상은 어떤 보편적 원칙을 지향한다. 저널리즘의 품질 제고를 위한 원칙은 추상적이지만 인류 보편성을 지닌 가치 규범에 토대를 두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 4부는 저널리즘 원칙을 떠받치는 핵심 가치와 저널리즘 현장 실천 사이의 연관성을 다룬다.

4저널리즘의 원칙은 저널리즘 품질의 철학적, 윤리적 기초를 구성하는 핵심 가치들인 자유와 책임’, ‘정확성’, ‘투명성’, ‘공정성’, 그리고 다양성과 불편부당성같은 굵직굵직한 개념을 다룬다. 이들 개념은 정의하기에 따라 개념을 구성하는 속성이 다르게 강조되고, 개념 간의 연관성을 둘러싼 이론적 논란이 격렬하기도 하다. 물론 그런 철학적, 윤리적 논쟁은 체크리스트의 관심 밖이다. 취재 보도는 검증 가능한 사실에 기초해 사회적 진실을 추구해 가는 활동이다. 이 과정에서 저널리스트는 정확한 정보와 다양한 의견에 불편부당하게 접근하며 이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보도하는지, 그래서 언론의 자유를 지키고 책임을 다하는지 항상 윤리적으로 성찰해야 한다. 체크리스트는 이 같은 윤리적 성찰이 취재 보도 현장에서 어떻게 충실하게 이뤄져야 하는지 그런 성찰이 어떻게 기사로 표현돼야 하는지 따져야 할 현장의 실천 사항을 되짚어준다.

 

5년 차 기자를 위한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

 

사건이 발생하면 예전에는 경찰서 가서 대장부터 살폈지만 요즘 기자는 SNS부터 체크하고 현장 가서 블랙박스를 확인한다고 한다. 저널리즘 위기를 불러온 거대 변화를 구름 잡듯 말할 것 없다. 취재 방식과 절차, 접근 방법부터 달라진 현장이 일선 기자가 피부로 느끼는 진짜 변화다. 하지만 예전이나 지금이나 움직일 수 없는 실천 원칙은 사실 발굴(fact finding)’의 기본 수칙을 기자 스스로 체화하는 일이다. 저널리즘 현장의 필요가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을 낳았다. 체크리스트는 이 같은 원칙의 공통분모를 하나씩 짚어가면서 저널리스트라면 누구나 합의하거나 동의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세우고 그 범위 안에서 새롭게 꾸며본 실전 매뉴얼이다.

체크리스트의 주력 독자는 현재 언론에 종사하는 젊은 기자들이다. ‘선배들을 따라하자니 어딘지 현장과 맞지 않는 것 같고, 그렇다고 딱히 다른 방법은 잘 모르겠는경력 5년 차 미만 기자들이다. 저널리즘 원칙에 기초한 실천을 강조함으로써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고픈 교육적 취지와 목적이 책의 서문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아직 경험하지 못한 실제 현장과 밀접하게 연계된 살아있는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언론 지망생이나 언론 관련 전공 학생에게도 유익한 레퍼런스가 되리라 믿는다. 물론 경험 풍부한 경력기자와 데스크급 선임기자들도 체크리스트를 유용하게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언론사와 언론 관련 단체의 연수·교육 활동에서도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부연하자면, 이 책의 온라인 판에는 각 항목마다 조금 더 깊은 참고와 고민이 가능하도록 관련 문헌과 자료를 소개하거나 연관 사이트의 링크를 걸어뒀으면 하는 바람이다.

기레기라면서 시민들이 기자의 전문성을 무시하고 언론의 사명을 조롱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저널리즘의 품질을 곧추세우는 것은 오롯이 저널리스트 자신의 몫이다. 그런 환경을 만들고 위기를 극복하는 데 이 저술이 조금이라도 기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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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자 : 김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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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행 : 2020-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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