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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초 전국에 내린 집중호우의 피해를 보도하던 국내 뉴스 전문 종합편성채널 YTN은 영상 관련 대형 오보를 냈다. 보도 당일은 폭우로 서울 시내의 여러 도로가 통제됐는데, YTN의 한 프로그램은 서울 올림픽대로가 물에 잠기고 그 위를 달리던 차들이 오도 가도 못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내보냈다. 기자는 “급격히 불어난 물이 도로 위를 넘쳐흐르면서 지금 보시는 것처럼 차량이 꼼짝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도했지만, 해당 화면은 9년 전 연합뉴스의 사진인 것으로 밝혀졌다. YTN 측은 당시 프로그램이 시청자의 제보 사진으로 진행됐는데, 기자가 제보자에게 전화로 확인했지만, 마감 시간이 촉박해 충분히 검증하지 못했다고 오보 발생 경위를 설명했다(박서연, 2020.9.3).
이 사건은 YTN 해명처럼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서 뉴스 이용자의 참여가 늘어나고, 방송사에서 이를 실시간으로 방송하다 보니 확인할 시간이 부족해 발생한 오보일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TV 뉴스에서 영상을 사용할 때, 정확성을 엄격히 따지지 않는 국내 방송사의 현실을 보여주는 한 단면일 수도 있다.
실제로 여러 선행 연구가 국내 TV 뉴스의 품질을 분석한 뒤, 영상 처리와 관련한 여러 문제점을 지적해왔다(오해정·김경모, 2020; 이윤희·조연하, 2017; 이재경, 2004). 해외 주요 방송사인 영국 BBC나 미국 NBC 등과 비교할 때, 국내 TV 뉴스에서 취재원이나 취재 대상을 모자이크 처리하거나 자료 화면을 부적절하게 사용하는 사례가 유독 많다는 것이다. 특히, 사실 전달이 생명인 뉴스에서는 허용되기 어려운 영상기법인 재연(reconstructions) 등도 적지 않게 발견된다. 선거와 같은 주요 이슈에서 TV 뉴스에 대한 시민 의존도가 높다는 점을 감안할 때, 사실성과 직결된 TV 뉴스의 영상 처리 문제는 반드시 해결돼야 할 잘못된 관행 중 하나다. 사실성이 부족한 영상 처리는 무엇이며, 왜 자주 등장하는 것일까?
무분별한 익명 취재원… ‘시각적 익명 처리’
우선, 국내 TV 뉴스에서는 취재원과 취재 대상에 대한 모자이크 처리가 많다. 《신문과방송》 8월호 <버려야 할 관행, 지켜야 할 원칙>에서 밝힌 바와 같이, 좋은저널리즘연구회가 2018년 국내 지상파 3곳(KBS, MBC, SBS)과 종편 4곳(JTBC, TV조선, 채널A, MBN) 등 7개 방송사의 메인 뉴스와 미국의 NBC, 영국의 BBC, 일본의 NHK의 메인 뉴스를 비교한 결과, 국내 방송사의 모자이크 처리는 전체 기사의 53.2%인 243건에 이르렀지만, BBC는 3건(9.7%), NBC는 8건(12.9%), NHK는 1건(1.6%)에 불과했다. 이처럼 국내 TV 뉴스에 모자이크 처리가 많은 이유는 방송과 신문을 막론하고, 뉴스에 무분별하게 익명 취재원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뉴스에 등장하는 대다수 취재원을 익명으로 처리하다 보니, 이들에 대해 자연스럽게 ‘시각적 익명 처리’, 즉, 모자이크 처리나 화면 흐리기 등이 많아지는 것이다. 초상권에 대한 시민의 인식이 높아지는 것도 TV 뉴스의 ‘화면 흐리기’에 영향을 주고 있다. 국내 한 연구는 방송 기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TV 뉴스에서 취재원을 익명으로 처리하는 동기를 분석한 뒤, 그 결과로 △더 깊숙한 내막과 뒷이야기까지 알아내려는 기능적 동기 △취재원 보호 및 관계를 유지하려는 사회적 동기 △취재 과정에서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려는 편의적 동기 등을 제시했다(이윤희·조연하, 2017). 즉, 풍부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뿐 아니라 기자들이 쉽게 뉴스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자료 화면의 빈번한 사용과 부적절한 사용도 문제로 지적된다. 예를 들면, 화면을 확보하지 못한 사건을 보도하면서, 해당 사건과 직접 관련이 없는 영상을 내보내는 것으로, 이러한 보도 행위는 사실성 측면에서 용인될 수 없다. 실제, 2018년 8월 TV조선은 <뉴스특보>에서 태풍 ‘솔릭’의 피해를 보도하면서 중국 지역 영상을 자료 화면으로 내보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권고’ 처분을 받았다. 어느 정도 관련이 있어 보이는 화면이나 영상을 시청자가 알아볼 수 없도록 적당히 화면 흐리기 등으로 처리해 방송하는 일도 자주 발견된다. 9월 초 MBC <뉴스데스크>는 심층기획보도 <“숨겨야 번다”…의료계까지 퍼진 ‘뒷광고’>를 보도하면서 관련이 없는 다양한 유튜버들의 모습을 배경화면으로 사용했다가 사죄하는 일까지 벌어졌다.[그림 1] 이외에도 뉴스에서 자료 화면을 사용하면서 등장인물을 알아보지 못하도록 음영을 넣는 등으로 처리했다가 문제가 된 경우도 적지 않다.

뉴스가 드라마? 심각한 연기자 재연 관행
방송 뉴스에서 더 심각한 관행은 재연이다. 재연은 사건을 명백하게 재연출하는 것으로 뉴스에서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허용될 수 없다. 국내 방송기자들도 재연이라는 영상 기법이 뉴스 제작에 등장하는 현실을 문제로 인식하고 고쳐야 할 관행으로 지적한 바 있다(심석태 외, 2014).1) 그러나 이러한 관행은 완전히 개선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좋은저널리즘연구회 조사에서도 영국 BBC와 일본 NHK 뉴스에서는 재연이 단 한 건도 없었지만, 국내 방송에서는 11건(2.4%)이 발견됐다. 예를 들면, SBS의 <8뉴스>가 <최태원, ‘악성 댓글 폐해 직접 호소’…이례적 증인 출석>(2018년 8월 14일 자)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한 뉴스에서는 어둠 속에서 한 남성이 노트북을 통해 댓글을 쓰는 장면을 재연한 뒤 ‘자료화면’이라고 표지했다. 그러나 해당 화면은 댓글을 다는게 아니라 문서에 작업하는 것으로 보여 사실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이러한 재연이 필요했는지도 의문이다.[그림 2] MBN 뉴스에서는 아예 연기를 하는 방식의 재연이 보도됐다. <‘돈에 눈먼 경찰’…성매매 눈감아주고 100만 원 받아>(2018년 1월 15일 자)라는 제목으로 노래방 운영주가 식사비 명목으로 현직 경찰관에게 돈을 줬으며, 이 경찰관은 동료와 식사비를 나눠 가졌다고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노래방 운영주가 돈을 건네는 장면, 그리고 경찰관들이 식사비를 나눠 갖는 장면을 모두 연기로 재연했다.[그림 3]


TV 뉴스에서 영상은 시청자들이 해당 뉴스의 사실관계를 인식하는 데 핵심적인 영향을 미친다. 영상을 최대한 정확하게 사용해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실제, BBC는 정확성(Accuracy)을 제작 지침 의 첫 번째 원칙으로 정하고, 영상 사용 시 오보 가능성 없는지 철저히 점검한다. 이처럼 엄격한 잣대는 뉴스뿐 아니라 사실 기반의 다큐멘터리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실제 사례들은 BBC의 최고 심의기구인 BBC트러스트(BBC Trust)에서 2007년부터 2014년까지 시청자들의 이의 사항에 대해 심의한 결과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2) 예를 들면, BBC트러스트는 <파워 앤 더 피플(Power and the people)>이라는 제목으로 웨일스 지역의 자치정부 추진 움직임을 다룬 다큐멘터리가 정확성 지침을 어겼다고 판정했다(2008년 3월 심의). 웨일스 지역의 탄광에서 일어난 폭동을 다루며 이와 상관없는 오그리브(Orgreave) 탄광 관련 자료 화면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 화면이 웨일스 지역 폭동보다 심각한 경찰과의 대치를 담고 있어 해당 장면이 폭동의 수준을 오도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한 <파노라마: 석탄이 돌아오다(Panorama: Comeback Coal)>라는 프로그램에서는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발전소와 이산화탄소의 배출, 그리고 지구온난화에 대해 다뤘는데, 특정 영상이 정확성을 위배했다고 판단했다(2009년 7월 심의). 이산화탄소는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냉각탑에서 나오는 수증기를 화면에 내보냈는데, 이 영상이 무해한 수증기를 유해한 것으로 인식하도록 시청자를 오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잊어선 안 될 원칙, 절대 창작하지 마라
이처럼 BBC에서는 화면 자료를 사용할 때 그 영상이 얼마나 정확한가, 그리고 그 영상을 통해 시청자를 오도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엄격하게 따진다. BBC트러스트는 “우리는 특정 사건에 대한 자료를 사용할 때, 시청자가 그 사건이 아닌 것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자료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3)고 설명한다(방송통신위원회, p.104). 그러나, 모자이크가 53%에 이르는 국내 TV 뉴스의 현실을 감안하면, 과연 국내 방송사들은 뉴스의 영상을 제작할 때, 정확도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이러한 영상을 시청자들이 어떻게 인식할 것인지, 다시 말해, 혹시라도 사실과 다르게 인식하거나 오도될 가능성에 대해 고민하는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2014)의 저자인 빌 코바치(Bill Kovach)와 톰 로젠스틸(Tom Rosenstiel)은 이 책의 ‘사실 확인의 저널리즘’이라는 장에서 사실성을 추구하는 첫 번째, 그리고 두 번째 원칙으로 각각 “절대로 애초에 없었던 것을 추가하지 마라”와 “절대로 수용자를 속이지 마라”라고 제시했다. 또한, 저자들은 퓰리처상을 탄 존 허시(John Richard Hersey)가 ‘기자를 천직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새겨야 하는 말’이라는 글에서 강조한 ‘저널리즘을 설득력 있게 만드는 원칙’을 소개했다.
그것은 “절대로 창작하지 마라. 저널리즘의 내적인 신조는 ‘여기 있는 것 가운데 지어낸 것은 없다(nothing here is made up)’이다”(p.141)였다. 뉴스와 허구의 경계가 흐려지는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서, 그러기에 더욱 더 엄격하게 지켜야 할 원칙이 아닐까 생각한다.
1) 국내 방송기자와 방송학자는 2014년 《방송 뉴스 바로 하기》라는 책을 발간하고, 한국 방송뉴스의 고질적인 병폐 7가지를 지적했다. 7가지 병폐 중 하나가 ‘시청률 집착’이었는데, 재연은 시청률 집착의 한 결과물로 소개했다. 즉, 방송사들이 ‘시청률 집착’에서 선정적인 장면을 재연으로 방송한다는 것이다.
2) BBC는 시청자가 이의를 제기하는 불만사항(appeals)을 3단계에 거쳐 대처하고 있으며, BBC의 1, 2단계 대처에도 시청자의 이의가 해소되지 않을 경우 3단계는 BBC트러스트에서 판정하도록 하고 있다. BBC트러스트는 BBC의 외부 관리기관(governing body)으로 2007년 설립됐으며, BBC의 이사회와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BBC트러스트가 설립된 2007년부터 2014년 3월까지 시청자의 이의가 완전히 받아들여진(upheld) 34건의 사례 분석에 대한 상세한 내용은 <스마트 미디어시대 방송저널리즘 평가척도 기준정립 연구>(방송통신위원회, 2014)를 참고하면 된다(연구진은 숙명여대 산학협력단)
3) We should not use library materials of one event to illustrate another in such a way as to suggest the audience is seeing something it is no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