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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人사이드]대담: 세계의 눈으로 한국 보는 외신 기자들
미디어 人사이드 | 등록일 : 2024-07-26

서울외신기자클럽에 따르면 세계 100여 개국 언론인 250여 명이 현재 국내에서 활동 중이라고 한다. 그들은 어떤 시선으로 한국 사회를 바라보는지, 또한 그들이 보는 한국 언론은 어떤 모습인지 주한 외신 기자 네 명의 목소리를 통해 확인해 본다. 편집자 주

 

국내에서 활동하는 외신 기자들은 한국의 어떤 이슈에 주목할까. 한국을 바라보는 외신의 시각은 과거와 달라졌을까. 이들이 일하는 방식은 한국의 기자와 다를까. 지난 7월 8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주한 외신 기자 네 명과 ‘외신 기자가 바라본 한국, 그리고 한국 언론’을 주제로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사쿠라이 노리오(櫻井紀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강진규 AFP 기자, 이웅비 BBC코리아 편집장, 이희수 블룸버그 뉴스 기자가 참석했으며 사회는 이나연 연세대 교수가 맡았다. 

 

이나연 독자들은 어떤 분들이 주한 외신 기자로 일하는지 궁금할 것 같다. 간단히 자신과 지국의 규모를 소개해달라.

사쿠라이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한국과 중국의 문화와 역사에 관심이 많았다. 산케이신문에 입사한 것도 ‘기자’라는 직업보다는 한국이나 중국에서 일하는 특파원이 되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연세대 어학당도 다녔고 2016년에 다시 한국에 들어온 뒤 8년째 서울에서 일하고 있다. 지금은 서울외신기자클럽 회장을 맡고 있다. 산케이 한국 지국엔 세 명이 있고 다른 한 명은 주요 이슈가 있을 때 합류한다.

강진규 중앙일보 영어 신문인 중앙데일리에서 7년 정도 기자로 일한 뒤, 2019년부터 AFP에 몸담고 있다. 한국에는 텍스트 기자가 세 명이라, 출입처 없이 다양한 주제의 기사를 다룬다. 이외 팩트체크를 전담하는 디지털 베리피케이션(Digital Veri䞺cation)팀, 그리고 비디오 기자, 사진 기자, 프랑스 기자 등 12명이 있다.

이희수 미국 대학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했다. 1학년 때 필수과목인 저널리즘의 원칙(Principles of Journalism)이라는 수업을 들었는데, 워터게이트 사건(Watergate scandal)처럼 기자가 세상을 바꾼 많은 사례를 접한 뒤 기자직을 희망하게 됐다. 졸업할 때, 블룸버그 본사에서 서울지국 직원을 뽑고 있어 지원했고, 11년째 에너지를 담당하고 있다. 현재 서울지국에는 20명 정도 근무한다. 

이웅비 국내 방송사에서 국제 뉴스 PD, 영문 매체에서 근무한 뒤 8년 전에 BBC로 이직했다. 서울 지국에는 BBC 월드 서비스, BBC 특파원 등 20명 정도가 근무한다. 우리가 제작하는 뉴스는 영어를 비롯해 42개 언어로 세계에 방송된다.

 

 


 

‘한국 사회’에 관심 커진 세계

 

이나연 외신에서는 한국의 어떤 이슈가 뉴스 가치가 높은가? 혹시 한국을 다루는 주요 이슈가 달라졌나.

사쿠라이 다른 외신도 그렇겠지만 한국의 외교 안보 이슈가 가장 중요하다. 특히 일본의 경우 북한 미사일 도발, 핵실험 등이 일본과 직결된다. 북한의 일본인 납북자 이슈도 마찬가지다. 과거에는 한일 외교와 역사 문제가 제일 중요한 이슈였지만, 최근 한국의 글로벌 위상이 높아지면서 한국의 다양한 사회적 사건과 이슈도 깊이 다룬다. 세월호 사고 때는 많은 일본인이 국내 이슈보다 더 관심을 보였고, 저출산 문제 등 일본과 유사한 배경을 지닌 이슈에도 관심이 높다. 특히 10대, 20대는 한국 음악, 드라마에 높은 관심을 보인다.

이나연 1990년대 말 <겨울연가> 방영 때도 일본에서 한류 인기가 대단했다. 그때와 다른가?

사쿠라이 <겨울연가> 때는 많은 일본인이 ‘우리의 옛날 모습이다’라고 느꼈다. 지금 10대, 20대의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은 이와는 좀 다른데, 이들이 가장 동경하는 문화의 중심이 미국의 뉴욕이나 할리우드가 아니라 서울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교실에서 대화를 나눌 때 ‘진짜’, ‘정말’ 같은 한국어를 섞어 말하면 멋있다고 여긴다.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가 완전히 다르고, 젊은 세대에게 반한 감정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강진규 일본 매체처럼 AFP가 가장 많이 다루는 기사도 북한 관련 기사다. 다만, K-POP이나 한국 문화에 관심이 워낙 높아 관련 기사도 많이 다룬다. 일례로 BTS가 활동 중단을 선언했을 때 관련 속보를 미국의 뉴욕에서 썼다. 공식 발표가 아니라 늦은 시간에 공개된 하이브 유튜브 영상에서 멤버들이 지나가는 말처럼 “우리 이제 쉰다”는 식으로 나갔을 거다. 뉴욕 지국에서 사실을 확인하고 바로 기사화했다. K-POP이나 한국 문화에 대한 인기가 다른 영역에도 영향을 준다. 2019년에 AFP로 옮겼는데, 2020년 총선에 비해 2024년 총선에서 훨씬 많

은 숫자의 기사를 다뤘다.

이희수 블룸버그도 K-POP이 중요해져서 ‘아시아 엔터테인먼트팀’이 생겼다. 한국이 아닌 지역에 둬도 될 텐데, 한국 기자를 뽑아서 맡겼다. 산업 트렌드가 바뀌면서 에너지에서 중요한 부분도 기저 발전, 석탄, 가스, 오일 등만 봤다면 지금은 재생에너지, 기후 에너지 등이 중요해졌다.

이웅비 영문 기사만 놓고 봤을 때, 과거에는 북한이 주된 토픽이었다면 지금은 주로 한국 사회에서 발생한 사건에 관심을 둔다. 예를 들어, 최근 2년 동안 한국 관련 가장 인기 있었던 영문 기사는 히키코모리, 즉 한국의 은둔형 청년에 관한 기사였다. 장애인 시위 관련 기사, 한국에 오는 난민 등에 대한 이야기도 해외 시청자의 반향이 컸다. 이런 변화의 시발점은 과거 혜화역 여성 시위라고 본다. 이를 계기로 그동안 서구권의 국제적 의제, 즉 여성 인권, 장애인, 난민, 정신 건강 등이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된다는 점에 주목하는 것 같다.


‘무엇을 놓쳤는지’ 아닌 ‘무엇을 다르게 썼는지’에 초점

 

이나연 이제는 한국 기자들이 일하는 방식에 대해 논의해 보고 싶다. 

사쿠라이 한국의 경우 대통령실, 정치인 등이 많은 보도자료를 내고,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서도 자료를 풍부하게 제공한다. 일본에서는 이런 자료가 거의 없어 기자들이 취재를 위해 직접 정치인을 기다린다. 그만큼 일본 기자들이 지위가 높은 정치인을 직접 취재할 기회가 더 많은 것 같다. 총리를 비롯해 주요 정치인이나 장관의 도어스테핑은 기본이고 주요 이슈에 대한 브리핑은 총리, 장관 등이 직접 한다.  외신 입장에서는 계속 현장에 가지 않아도 취재할 수 있는 한국의 환경이 편하다. 다만 인터넷이나 SNS에 올린 발언을 분석하고 비판할 수는 있겠지만, 핵심 인물들을 직접 취재하지 않으니 그들이 공개하기 싫은 진실은 잘 밝혀지지 않는다. 한국에선 정부가 SNS를 잘 관리하며 기자들이 그 관리 안에서 취재하고 어려운 취재를 하지 않는 것 같다. 기자의 핵심적 업무 중 하나는 본인이 직접 취재원을 만나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던지는 것이라고 본다.

강진규 한국 언론은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우선순위를 비판 대상에 둔다는 느낌이다. 예를 들어 작년에 타이타닉 잔해 관광을 간 잠수정이 폭파한 사례가 있었는데, 외신은 이 사건을 서사적으로, 즉 창업자의 인생과 탑승자의 인생 등을 다뤘다. 한국 언론이라면 아마도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지?”, “이러한 사업을 허가한 공무원이 누구야?”라고 취재 방향이 흘러갔을 것 같다. 결국 이런 사업을 허가해 준 정부를 비판하고, 정부는 규제를 내놓는 식이다. 그만큼 정부에 기대하는 게 많다는 것이고 정부가 모든 문제의 해결점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또 다른 문제는 한국 기자들은 너무 많은 기사를 써야 한다는 점이다. 하루에 기사 아이템을 하나씩 발제해야 하는데, 이건 미국의 퓰리처상을 받은 기자라도 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러다 보니 보도자료를 쓸 수밖에 없는 게 아닌가. 단독이나 낙종에 대한 태도도 다르다. 외신은 AP나 AFP가 썼다고 해서 뉴욕타임스가 낙종했다고 생각하거나, “너 왜 이거 안 썼느냐”고 기자를 질책하지 않는다. 그건 통신사와 일간지의 역할이 다르기 때문인데, 한국 언론에서는 이런 구분이 잘 안 보인다. AFP에서는 다른 통신사에서 특종을 해도, “왜 이걸 못 썼냐”가 아니라 “이런 기사 너무 좋다, 우리도 써 보자”는 식으로 논의가 진행된다.

이희수 블룸버그는 일반 언론사라기보다는 멀티미디어 금융 정보 회사이고, 단말기를 통해 금융 정보를 유료로 제공하기 때문에 기사를 쓸 때 유료 이용자라는 타깃이 분명하다. 이 때문에 보도자료를 토대로 기사를 쓸 때도 자료를 그대로 베껴 쓰기보다는 이용자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할 것인지를 고민한다. 해당 기사가 글로벌 차원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왜 필요한지를 입증하지 못하면 기사로 쓰지 못한다. 회사에서 기사를 받아주는 문턱이 매우 높다. CEO와의 인터뷰를 진행하더라도 이미 나온 내용 외에 뭔가 새로운 내용을 담지 않으면 인터뷰를 받아주지 않는다. 

강진규 CEO 인터뷰를 언급하셨는데, 국내에선 정치인을 비롯해서 여러 인터뷰를 요청하면 “사전 질문지를 좀 보내달라”고 한다. 그런데 외신은 기본적으로 사전 질문지 혹은 무엇을 물어볼지를 미리 알려주지 않는다.

이희수 이런 문화 차이가 국내에서 취재할 때의 어려움 중 하나다. 블룸버그도 인터뷰를 할 때 사전 질문지를 보내줄 수 없다. 한국에서 취재할 때는 인터뷰를 요청하면 사전 질문지를 보내달라고 하는데, 줄 수 없다고 하면 취재가 진행되지 못한다. 

이웅비 BBC는 “덜 하고, 더 잘하자(Do less, Do better)”는 원칙을 갖고 있다. 5개 기사의 임팩트가 10이라면, 5개를 쓰기보다 임팩트가 20인 1개 기사를 쓰자는 쪽이다. 트래픽이 초반에만 반짝하고 점차 하향하는 기사는 쓰지 말자는 주의다. 내부적으로 롱테일이라고 부르는 이런 부류의 기사는 BBC의 명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 BBC도 기사를 쓰겠다고 하면 왜 써야 하는지, 그리고 해당 내용을 다른 언론사에서 보도한 적이 있다면 그 보도와 차별화 포인트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증명하지 않으면 기사화하지 못한다. 기자들이 “이거 써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걱정해도 회사에서 “이미 다 보도됐는데 뭐가 다르냐”고 반문한다.

강진규 이런 상황에서 국내 데스크는 “너 왜 이거 안 썼어, 왜 또 물 먹었어?”라고 물어보고 기자는 남의 기사를 참고해서 기사화할 텐데, 외신에서는 그런 질책을 들어본 적이 없다.

이웅비 인력이나 규모의 차이 영향이 있는 것 같다. 한국 기자들의 저널리즘 생산 능력은 뛰어나고 기획 기사도 (외신보다) 훨씬 잘 쓴다. 그런데 회사 차원에서 작성해야 하는 기사 수가 너무 많아 품질을 지향하는 기사를 쓰기 어려운 것 같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분리하지 않는다

 

이나연 국내 언론사들은 디지털 전략에 고전하고 있다. 전통적인 매체와 디지털 매체의 공존 혹은 우선순위, 그리고 변화 속 업무 관행에서 여전히 갈팡질팡하는 것 같다.

사쿠라이 산케이는 디지털화를 일찍 시도해 인기가 높았다. 이에, 인터넷에서 뉴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대신 광고로 수익을 대체했는데, 광고 수익이 크게 떨어져 온라인을 유료화했다. 하지만 포털 사이트에서 무료 뉴스를 볼 수 있고, 뉴스는 공짜라는 인식이 있어서 일본 언론사도 한국과 같은 고민이 있다.

이웅비 BBC의 공식 슬로건은 ‘디지털 퍼스트’다. 2010년부터 이를 위해 많은 투자와 교육, 훈련을 했다. BBC에 입사한 뒤 뉴스를 기획할 때부터 디지털과 소셜미디어로는 어떻게 송출할 것인지를 논의한다는 사실에 놀랐다. 예를 들어, TV로 나가는 뉴스를 짧게 편집해 페이스북에 올리는 것이 아니라 기사의 아이디어 단계부터 페이스북 이용자의 특성을 파악해 스토리텔링 자체를 다르게 구성한다. 모든 프로듀서가 기자와 함께 디지털 제작 흐름을 이해하고, 또 출고된 이후에도 분석할 수 있는 정도의 역량을 갖도록 훈련받는다. 국장급 이상도 분기별로 의무적으로 이런 교육에 참여해 기본적인 분석 도구, 소셜미디어에서의 제작 등을 배워야 한다.

이나연 한국에서는 언론사에서 디지털 전략을 마련할 때, 전통 매체와 디지털을 이원화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TV용 뉴스와 유튜브용 뉴스를 제작하는 인력을 구분하고 디지털 뉴스를 주제부터 다르게 구성하는데 BBC와는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이웅비 그렇다. BBC의 자체 분석 결과, “온라인 혹은 소셜미디어에서 연성기사가 인기 있다”는 믿음은 편견으로 밝혀졌다. BBC의 경우 탐사보도가 소셜미디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르다. 뉴스 제작 인력과 재가공 인력을 구분하면 재가공 인력은 해당 스토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제대로 된 뉴스를 만들기 어렵다. 그래서 이제는 기사를 발제하고 제작한 프로듀서가 디지털 재가공까지 다 책임진다. 처음엔 BBC의 고위 간부들도 틱톡 등에 어떤 방식으로 기사를 내보낼지를 논의하면 못마땅하게 생각했지만, 지금은 사용자들의 뉴스 이용 방식을 이해하기에 설득됐다.

이희수 블룸버그도 BBC와 매우 유사하다. 통신사지만 디지털이 중요해 일부 기사의 경우엔 기획할 때, 다양한 플랫폼에 실을 방법을 함께 고민한다. 예를 들어, BTS가 앨범 촬영을 했던 곳에 석탄 발전소를 가동 중인데, 이런 기사는 작성 때부터 다양한 플랫폼용을 동시에 구상한다. 플랫폼에 따라 스토리텔링이 달라지는 만큼, 펜 기자에게도 영상을 직접 촬영하라고 요구하고 교육도 실시한다.


한국 언론의 낮은 신뢰도, 이유는?

 

이나연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한국은 유독 뉴스 이용자의 언론 신뢰가 낮고, 이 때문에 주요 언론사의 젊은 기자들도 많이 이탈한다. 외신은 어떤지, 그리고 이런 현상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사쿠라이 한국 언론이 겪고 있는 문제는 모두 같은 배경에서 비롯된다. 일본에서도 한국보다 훨씬 오래전에 한국의 ‘기레기’와 유사한 용어, ‘마스고미(マスごみ·매스컴+쓰레기)’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 일본의 여론조사를 보면 여전히 대다수가 신문사, 통신사 등에서 정보와 뉴스를 얻는다. 한국의 언론 신뢰도가 일본보다 낮은 이유는 이념적 갈등, 즉 정치적으로 보수와 진보의 갈등이 심한 탓인 것 같다. 문재인 정부 때는 보수 인사가 유튜브에서 “KBS 같은 언론사는 믿을 수 없다”고 했고, 정권이 바뀌니 반대로 진보 인사가 유사한 말을 유튜브에서 한다. 유튜브에는 가짜뉴스도 많은데, 기성 언론보다 믿을 수 있다고 하니까 악순환으로 언론의 신뢰도가 낮아진다. 일본은 그런 면에서 한국과 다르다. 일본 언론의 경우 언론사별 이념 차이가 훨씬 적다. 흔히 “극우 산케이”라고 하지만 산케이 기사의 90% 이상이 진보로 불리는 아사히와 비슷하고 사설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강진규 한국 언론의 문제점은 독자들이 생각할 공간을 주지 않고 기사의 지향점이 분명한 점이라고 본다. 예를 들어, 지난 대통령 선거 다음 날 “외신 기자로서 한국의 대선 보도를 평가해달라”는 인터뷰 요청을 받은 적이 있다. 당시 한 일간지의 1면 보도를 예로 들었는데 지목한 기사의 제목이 <문재인 정부 5대 실책, 윤 정부의 타산지석>이었다. 문제는 이러한 제목의 글이 칼럼이 아닌 기사라는 점이다. 이런 현상은 한국의 모든 언론, 조선일보부터 한겨레까지 유사하다. 이에 비해 뉴욕타임스, BBC 등 해외의 레거시 미디어는 결론을 미리 정하지 않고 판단은 독자가 하도록 남겨둔다. 언론사가 정치적 목적을 갖고 기사를 쓰기 때문에 정치적 갈등도 심해진다. 최근 뉴욕타임스가 바이든이 대통령 후보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오피니언 면에 썼다. 며칠 뒤 한 개 면에 걸쳐 관련 기사를 실었는데, 전현직 백악관 참모, 민주당 참모, 미국 외교관, 해외 외교관, 민주당 기부자 등 7개 이해관계 집단의 20명이 넘는 취재원을 동원했다. 그러나 결론은 “바이든이 물러나야 한다”가 아니었고 최종 판단은 독자가 내리도록 했다. 한국은 독재 정부와 같은 역사적 배경 때문에 기자들이 ‘지사(志士)적 역할’에 중점을 두고 사회의 변화를 이끌려는 경향이 있지 않나 싶다. 한국 기자들이 ‘기록자’와 ‘계몽자’ 역할을 모두 하려 한다면, 외신 기자들은 기록하는 것에 더 방점을 두는 것 같다.

이희수 블룸버그는 광고를 안 받고 단말기 판매를 통해 나오는 수익으로 운영되니 독립성,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다. 취재원을 만날 때도 식사비 등은 무조건 기자가 내는 것이 규정이다. 이러다 보니 취재원에 대해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고 특정 업체(광고주)에 편중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한국은 “업계에 따르면”이라는 기사가 많은데, 우리는 투명 취재원이 원칙이고 정말 민감한 정보는 두 명 이상에게서 동일한 정보를 확인해야만 쓸 수 있다. 기자가 된 이후 저널리즘에 대한 가치관과 신념이 회사와 일치하기 때문에 오랫동안 일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웅비 한국 기자들의 역량이 외신에 비해 전혀 부족하지 않은데, 이런 역량과 별개로 뉴스룸의 구조적인 면에서 외신이 앞선다. 특히 한국 기자들에게 제일 부족한 것은 충분한 시간과 자원이다. 이 두 가지만 제공되면 좋은 탐사보도, 기획취재를 할 수 있다. 많은 기사를 생산하기보다 1년 혹은 몇 달이 걸리더라도 하나의 영향력 있는 기사를 쓰는 것이 더 많은 트래픽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지난 7월 8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간담회 현장 ⓒ한국언론진흥재단

 

 

사쿠라이 ‘올바른 역사’라는 말이 있다. 한국의 경우 언론사와 기자가 자신이 믿는 이념과 신념을 토대로 독자를 그 방향으로 유도해야 한다는 사명감에서 ‘올바른 기사’를 쓰려고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역사와 마찬가지로 기사도 올바른 것은 없다. 기자의 역할은 다양한 가치가 세상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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