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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N은 지난해 10월,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업무정지 처분을 받았다. 매우 드문 사례이지만, 이를 기점으로 방송사업자에 대한 재허가·재승인 제도를 다시금 손봐야 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방통위 재허가·재승인 제도를 점검해본다. 편집자 주

2020년 10월 30일, 방송통신위원회는 종합편성채널 MBN에 6개월 업무정지 처분을 내렸다. MBN이 부정한 방법으로 2011년 최초 승인을 받은 이래, 2014년과 2017년 각각 재승인을 받은 행위에 대해 방송법 제18조(허가·승인·등록의 취소 등) 및 동법시행령 제17조를 적용해 내린 결정이다. 업무정지처분은 재승인 심사의 결과가 아니라, 과거 승인과 재승인 심사를 할 때 허위 정보를 제출한 데 따른 것이다. 국내에서 방송사업자에 대한 재허가·재승인 거부나 방송 중단에 해당하는 업무정지 처분이 내려진 사례는 매우 드물다. 이와 별개로, MBN은2020년 11월 27일 조건부 재승인을 받은 바 있다.
국내에서 방송사업자에 대한 재허가 거부와 관련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2004년 경인방송 사례다. 당시 재무구조 악화와 노사 갈등으로 인한 문제가 지속해 경인방송의 재허가 취소가 결정됐고, 후속 조치로 신규 사업자를 선정한 바 있다. 2009년에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인 서대구방송의 재허가 거부가 있었으나, 법원에서 절차상 문제를 지적하며 취소 결정을 내렸다. 이에 2015년에 다시 재허가 거부 처분을 해 2017년에 법원에서 인용한 바 있다. SO인 CCS충북방송은 2018년 재허가 심사 과정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조건부 재허가 결정에 방송통신위원회가 동의하지 않아 재허가 거부가 결정됐으나, 이후 법원의 조정 명령으로 2020년 재심사를 거쳐 최종적으로 조건부 재허가를 받은 바 있다.
방송사업자에 대한 재허가·재승인 제도는 법률적으로 허가·승인을 받은 사업자의 사업권을 연장할지에 대해 결정하는 과정으로, 방송시장 진입 규제의 대표적인 정책이다.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적 가치에 비춰볼 때, 정부가 방송 사업에 대한 허가·승인권을 행사하는 것이 정당한가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우리나라 헌법 제21조 제2항에 따르면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헌법재판소는 방송 사업에 대한 허가를 두고 언론의 내용을 사전에 제한하기 위한 것이면 헌법적으로 허용될 수 없지만, 내용 규제가 아니거나 내용 규제 효과를 초래하지 않으면 헌법에 금지한 ‘허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한 바 있다(헌법재판소 1993.5.13. 결정, 91헌바17 등). 즉 (재)허가·승인 제도는 정부의 재량행위 범위내에 존재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재허가·재승인 심사 과정
현재의 재허가·재승인 제도는 2000년 방송법 제정 이후 법률적으로 정착됐다. 방송사업자에 대한 허가 제도는 이전에도 있었다. 그러나 이는 전파법에 근거한 단순 기술심사의 성격이었고 대체로 3년마다 자동 연장되는 형식적 절차에 불과했다. 2000년 이후 방송법은 방송평가 결과를 반영함과 동시에, 제10조와 제17조 (재)허가·승인 절차의 심사 기준에 따라 방송사업자의 공적 책임과 공정성 준수, 프로그램 제작 역량, 기술 및 재정적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재)허가·승인을 내리기 시작했다. 이후로 방송법에 근거해 지상파 방송사업자, 종합 유선 방송사업자, 위성 방송사업자는 허가를 받아야 하고,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중 보도 전문, 종합 편성, 홈쇼핑 사업자는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그 외 일반 PP는 허가나 승인이 아니라, 등록 과정을 거치면 된다.
재허가·재승인 심사는 주관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심사대상 사업자를 공표하면서 시작된다. 통상적으로 심사는 재허가·재승인 만료 6개월 전부터 시작되는데, 해당 부처는 심사 기본계획을 수립한 뒤 사업자가 제출한 신청서를 검토하고 보정 작업을 한다. 이후 법률, 방송, 회계, 기술, 소비자 부문의 외부 전문가를 위촉해 재허가·재승인 심사위원회를 구성한다. 심사위원회는 법에서 정한 심사 기준을 적용해 1,000점(방송평가 400점 포함)을 기준으로 평가하고, 최종 점수와 부관 사항(조건) 등의 내용을 제출한다.
최종 심의는 해당 부처의 결정에 따른다. 참고로 심사 결과 650점 미만의 사업자에 대해서는 재허가·재승인 거부 또는 조건부 재허가·재승인을 적용할 수 있다. 앞서 살펴본 몇몇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조건부 재허가·재승인을 받아 왔다.
국가별로 다른 재허가·재승인 심사
우리나라의 재허가·재승인 심사는 일본과 유사한 절차적 특징을 보인다. 일본도 방송사업자가 제출한 신청서에 대해 전파감리심의회 심사(자문)를 거치고, 전파법에 근거해 재허가 승인과 거부를 결정하는 제도를 시행한다. 조건 부과나 조건 미이행에 대한 처벌 조치 등도 우리와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한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방송사업자에 대한 심사와 평가를 정부 주도 아래 재허가·재승인하는 것이 특징이라 하겠다.
반면 미국의 경우는 상당히 간소한 재허가 절차를 적용하고 있다. FCC가 정한 최소한의 의무조항 준수 여부와 시청자의 거부 청원에 대한 심사 등으로 이뤄진다. 구체적으로 재허가 대상 방송사업자를 공지하고, 사업자가 기본사항을 작성해 제출하면 이를 공시하고 시청자들의 청원(petition)을 접수한다. 주로 시민단체 등에서 청원을 제출하는데, 청원 내용에 대한 방송사의 답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된다. 이때 방송사와 청원자 간에 합의 중재가 시도되고, 그에 대한 내용이 담긴 시민협약서(Citizen’s Agreement)를 재허가 조건으로 부과하게 된다. 즉 기본 의무사항 준수를 전제로 한 방송사와 시청자 간의 협의를 정부가 중재하는 방식으로 요약될 수 있다.
한편 영국의 재허가 제도는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재허가 대상 방송사업자는 자체 평가 결과를 주무 부처인 오프콤(Ofcom)에 제출하고, 오프콤은 방송사업자에 대한 연차 평가와 중간평가 등을 거쳐 재허가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오프콤은 허가조건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방송사와의 협상을 통해 실적을 평가한 후 운영 목표를 설정하는 점이 특징적이다. 즉 정부가 방송사업자에 대한 다면적 평가를 지속해서 진행하면서 협의를 통해 계획을 이행할 수 있도록 견인하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방송사업자에 대한 재허가·재승인 제도는 국가별로 다른 특징을 보인다. 방송사업자의 운영실적과 계획에 대한 평가가 규제로 인식되는 경우도 있는 반면, 방송사 운영의 내실을 도모하기 위한 과정으로 이해될 수도 있다.
국내 재허가·재승인 제도의 쟁점
국내의 재허가·재승인 제도로 다시 돌아와 보자. 그간 이 제도와 관련해 방송사업자와 학계 등에서 비판적인 의견이 적잖게 제시됐는데, 그중 몇 가지를 살펴보겠다. 우선 심사 기준과 관련해 자주 지적되는 문제는 방송 평가와 중복된다는 점이다. 방송평가에서 이미 평가받은 항목이 재허가·재승인 심사에도 재반영됨에 따라 이중적인 적용이라는 의견이다. 이는 주로 감점 항목과 관련이 있다. 즉 심의 규정이나 법률 위반에 따른 감점이 방송 평가와 재허가·재승인 심사에도 중복으로 적용된다는 의견이다. 이는 방송 평가에서는 실적 위주로, 재허가·재승인 심사는 계획 위주로 평가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견해와 맞물려 있다. 한편 외형상 이중 적용이기는 하지만, 해당 항목의 중요도가 높은 것을 감안하면 과도한 적용은 아니라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또한 재허가·재승인 심사 항목이 매체별, 채널별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의견도 빈번하게 제시된다. 종합편성사업자와 전문편성사업자, 공영방송과 민영방송, 전국사업자와 지역사업자 등 방송사업자의 특성에 따른 차별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방송 평가와 같이 사업자 유형에 따라 심사 항목과 기준, 배점 등을 차별화하는 정책 연구 등이 이뤄진 것을 볼 때 주무 부처도 이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심사 항목과 기준이 추상적이라 정성적인 요인이 많이 개입되는 점도 심심치 않게 문제가 제기된다. 단적인 예로 방송의 공정성과 관련된 사항은 어떤 관점에서 평가하는지에 따라 편차가 심하게 발생할 수 있다. 지난 20여 년간 재허가·재승인 심사 기준에 대해 개선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으나, 심사 항목과 기준의 계량화 문제는 장단점이 명확한 사안으로 해결점을 찾기에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심사 절차와 관련해서도 쟁점 사항이 다수 제기된다. 먼저 (재)허가·승인 유효 기간과 관련된 문제다. 현행 방송법 제16조는 방송사업자의 허가·승인 유효 기간이 7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시행령에 위임하고 있다. 방송법 시행령 제16조는 이를 5년으로 명시하고 있다. 중요한 점은 2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허가·승인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재허가·재승인 심사는 통상 3년에서 5년 사이의 유효 기간이 부여된다. 외국의 경우 일본은 5년, 미국은 8년, 영국은 10년 내외의 유효기간을 적용하고 있다. 이와 비교할 때, 국내에서는 비교적 단기 면허에 해당한다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이에 정부 부처는 심사 결과 점수에 따라 3년에서 5년까지 유효 기간을 부여하는 기준을 적용하고 있으나, 재량의 범위가 과도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재승인·재허가를 받은 사업자는 허가증에 부관 사항으로 조건이 첨부된다. 과거에는 단순한 기술적 내용의 조건 정도였으나, 최근에는 다양하고 상당히 많은 조건이 부과되는 경우가 일반화됐다. MBN에 대한 조건부 재허가 결정에는 17건의 조건과 5건의 권고 사항이 부과됐으나, 같은 심사위원회임에도 JTBC에 대해서는 재허가 조건 8건과 권고 사항 6건이 부과됐다. ‘조건부 재허가’와 ‘재허가 조건’의 차이도 명확지 않다. 조건부 재허가는 650점 미만 사업자에게 재허가 거부 대신 내리는 처분인 반면, 재허가 조건은 650점 이상인 사업자에 적용하는 용어로 구분할 수 있다.
그 밖에 재허가·재승인 심사 서류의 간소화를 통해 사업자의 행정력 투입을 절감하고, 방송국 단위의 심사 제도로 인해 다수 방송국을 동일한 사업자가 운영하는 경우 유효 기간의 차이로 발생하는 문제 등을 개선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돼 왔다.
위에서 살펴본 재허가·재승인 심사 기준과 절차에 대한 문제 제기와 개선 방안은 오랜 기간 논의됐고 부분적으로는 개선된 점도 있지만, 재허가·재승인 제도가 어떠한 정책 목표 아래 설계되고 진행돼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도 필요해 보인다.
앞서 살펴본 영국의 사례와 같이, 향후 사업 운영에 필요한 역량과 공적 책임감을 점검하고 사업자와 필요한 조치를 협의해가는 방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단기적으로는 재허가·재승인 심사 항목과 배점 등에 대한 고시 제정을 통해 사업자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방안도 적용해봐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