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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로 우리 언론은 ‘재난보도준칙’을 제정했고, 재난 보도에서 신속성보다 정확성이 우선이라는 교훈을 새겼다. 그럼에도 최근 제주항공 참사에서 오보는 재발했고 과거 재난 보도의 문제점 또한 되풀이됐다. 이번 사고를 통해 재난 보도 현황과 더디지만 개선된 점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지난해 말, 우리는 다시 한번 끔찍한 사고로 온 국민이 슬픔에 젖었다. 우리나라 역사상 최악의 항공 사고로 기록된 제주항공 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대형 사고와 같은 사회 재난은 대부분 사전에 철저한 관리가 이뤄지면 발생하지 않을 사고이기에 안타까움이 더 클 수밖에 없다.
반복되는 재난을 겪으며, 국민의 공감과 위로를 넘어 피해 극복 등 일상 회복을 위해 언론이 어떤 보도 태도를 취해야 하는가에 대해 성찰하게 된다. 이에 이번 제주항공 참사 보도를 통해 우리 언론이 어떤 변화를 보여주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재난 보도와 언론의 역할
2014년 세월호 참사 발생 이후 우리 언론은 ‘재난보도준칙’을 제정한 바 있다. ‘재난보도준칙’의 전문은 재난 보도와 관련한 언론의 역할을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는데, ①정확하고 신속한 정보 제공 ②피해 확산 방지 및 피해 극복 ③사회적 혼란이나 불안 방지 ④피해자 명예와 인권 보호로 요약할 수 있다.
“재난이 발생했을 때 정확하고 신속하게 재난 정보를 제공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도 언론의 기본 사명 중 하나이다. 언론의 재난 보도에는 방재와 복구 기능도 있음을 유념해 피해의 확산을 방지하고 피해자와 피해지역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기능해야 한다. 재난 보도는 사회적 혼란이나 불안을 야기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며, 재난 수습에 지장을 주거나 피해자의 명예나 사생활 등 개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1)
‘재난보도준칙’은 제대로 지켜졌는가
세월호 참사는 속보 경쟁으로 인한 언론의 오보가 피해자 가족과 국민에게 큰 상처가 된다는 것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재난보도준칙’ 역시 신속성보다 정확성을 앞세우게 된 배경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제주항공 참사의 경우에서도 일부 언론사의 오보는 재발했다. 사고 당일 오후 1시경 발표된 당국의 공식 브리핑은 총 탑승자 181명 중 2명이 구조됐다는 내용이었으나, 그에 앞서 한 언론사는 “구조 인원 6명(오전 9시 57분 보도)”, 다른 언론사는 “구조 인원 3명(오전 10시 58분 보도)” 등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속보로 내보낸 바 있다.
사회적 혼란과 불안 방지를 위한 언론의 노력은 어떠했을까? 제주항공 참사는 충돌과 폭발이 동반된 사고로 영상 제공에 있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사고였다. 참혹한 장면을 여과 없이 내보낼 경우 피해자 유가족과 국민에게 심각한 트라우마를 형성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방송사는 충돌 장면을 영상으로 송출해 논란이 된 후 편집을 통해 삭제하기도 했고, 또 다른 방송사들은 충돌 직전의 영상으로 공포와 불안감을 조성한 데 대해 사과방송을 내보내기도 했다.

피해자 인권 보호는 준수됐을까? 참사 발생 직후 각 언론사의 속보 경쟁 과정에서 한 언론사의 인터넷 판에는 <무안공항 폭발 제주항공기 승객 175명 전원 명단>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일부 정보가 모자이크 처리되기는 했지만 많은 정보가 그대로 노출됐다. 기사는 한두 시간 후 곧바로 삭제되기는 했지만 이러한 기사가 피해자와 유가족의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그 밖에도 일부이기는 하지만 피해자에 대한 배상과 보상 금액이 얼마가 될 것이라는 기사가 게재되기도 했고, 유가족에 대한 무분별한 취재와 촬영으로 갈등이 발생하는 등 과거 재난 보도의 문제점이 반복되기도 했다.
‘재난보도준칙’은 내재화되고 있는가?
우리 언론은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 등 대형 사회 재난을 겪으며 ‘재난보도준칙’ 준수의 중요성을 학습하고 있다. 속보 경쟁으로 인한 오보와 선정적 보도 등 고질적인 문제점이 여전히 반복되고 있지만, 몇 가지 측면에서 개선점을 찾아볼 수 있다.
먼저 재난 보도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에 대한 언론의 자정 노력이다. 방송기자연합회와 한국영상기자협회는 제주항공 참사 발생 당일, ‘무안공항 항공기 사고 취재·보도 유의사항’을 발표해, 피해자와 시청자의 심리적 충격을 고려하고, 무리한 접근이나 과열 경쟁을 경계하라는 등의 내용을 권고했다. 아울러 국가트라우마센터와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간한 <트라우마 예방을 위한 재난보도 가이드라인> 등을 숙지해 줄 것을 당부한 바 있다.
또한 재난 보도에 대한 시민단체의 모니터링 역시 강화되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제주항공 참사 발생 며칠 후, <언론은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재난보도준칙을 지켜라>라는 논평을 발표해, 일부 보도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아울러 언론사 자체적으로도 재난 보도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사과하는 등 신속한 대응으로 바로잡는 모습은 과거와 비교해 개선된 모습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아직 ‘재난보도준칙’이 현장의 취재기자와 데스크에 충분히 내재화됐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취재와 보도 과정 곳곳에서 아쉬운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다만 ‘재난보도준칙’이 존재하고 언론은 이를 준수해야 한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언론사 내부와 시민단체의 모니터링, 그리고 시청자와 독자의 피드백을 통해 준칙 준수에 대한 요구의 목소리가 보다 명확하게 들리고 있는 것이다.
요즘 스스로 학습해 성장하는 생성형 AI 기술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재난보도준칙’ 역시 문서로서가 아니라 학습을 통해 언론인의 DNA에 깊숙이 내재화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1) 한국기자협회(2014), ‘재난보도준칙’ 전문, https://www.journalist.or.kr/news/section4.html?p_num=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