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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보편적 시청권 논란과 향후 과제
커버스토리 | 등록일 : 2026-05-29

JTBC의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독점 중계 논란은 현행 보편적 시청권 제도의 실효성과 과제를 다시 짚어보는 계기가 됐다. 보편적 시청권을 둘러싼 쟁점을 정리하고, 향후 개선 방향을 고민해 본다. 편집자 주

 

JTBC의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독점 중계 논란은 한국 방송 정책의 오래된 쟁점인 보편적 시청권 문제를 다시 사회적 의제로 부상시키는 계기가 됐다. 그동안 우리 국민은 올림픽과 월드컵 같은 ‘국민관심행사’를 지상파 방송 채널 중심으로 시청했기 때문에, 동계올림픽이 JTBC 채널 단독으로 중계되는 상황은 다소 낯설었을 것이다. 

 

사실 JTBC가 이번 동계올림픽을 포함, 2032년 하계올림픽까지 총 4차례의 동·하계 올림픽, 그리고 2026년과 2030년 FIFA 월드컵 중계권을 독점 구매한 것은 이미 오래전에 결정된 사안이었다. 다시 말해 정부와 방송 업계 역시 특정 사업자 중심의 독점 중계 가능성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고, 국민의 보편적 시청권 보장을 위한 제도적 대응 필요성 또한 인지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당시에는 이를 당장의 현실적 문제라기보다 미래의 가능성 정도로 인식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중계권 재판매를 둘러싼 방송사업자 간 자율적 협상마저 무산되면서, 보편적 시청권 제도가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제도적 대응 실패’라는 평가를 받게 됐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이러한 상황이 현행 보편적 시청권 제도의 한계를 사회적으로 부각시키고, 국민의 실질적인 접근권 보장을 위한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환기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독점 중계의 문제점과 현행 제도의 한계를 지적하는 언론 보도가 크게 증가했고, 국회를 중심으로 관련 방송법 개정안이 논의되는 등 보편적 시청권의 실효성을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관심행사의 독점 중계, 허용될 수 있는가?

 

이번 논란에서 가장 핵심적인 질문은 결국 이것이었다. 올림픽과 월드컵 같은 국민관심행사를 특정 방송사업자가 독점적으로 중계하는 것이 과연 허용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단순히 특정 방송사의 사업 전략 문제가 아니라, 국민적 스포츠 이벤트의 공공성과 시장 경쟁 원리가 어디까지 조화를 이룰 수 있는가에 대한 논쟁이 본격적으로 제기된 것이다.

 

사실 방송사의 독점 중계 자체가 완전히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과거에도 스포츠 중계권 경쟁은 꾸준히 존재했고, 특정 방송사가 중계권을 우선 확보하는 사례 역시 반복됐다. 대표적으로 SBS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과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중계권을 단독 확보하며 논쟁의 중심에 선 바 있다. 당시에도 ‘월드컵 같은 국민관심행사를 특정 방송사가 독점하는 것이 적절한가’라는 비판이 제기됐고, 결국 지상파 방송사 간 재판매 협상을 통해 공동 중계 체제가 유지됐다.

 

현행 「방송법」은 국민관심행사의 독점 중계 자체를 직접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공동계약이나 순차편성 규정을 통해 공동 중계를 전제로 한 구조에 가까운 형태로 운영돼 왔다. 실제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나 아시아축구연맹 주관 경기, 월드컵 예선 등 일부 국민관심행사를 단독 중계한 사례가 존재하기도 했지만, 국민적 관심도가 가장 높은 올림픽과 월드컵은 공동 중계가 당연한 관행처럼 유지됐다.

 

이와 관련해 최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중심으로 논의된 「방송법」 개정안은 국민적 관심이 매우 큰 체육 경기의 경우 지상파 방송 1곳 이상에 중계권을 재판매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실상 일정 수준 이상의 공동 중계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려는 취지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독점 중계 제한 방식에 대해서는 법적 논란도 존재한다. 민간 방송사업자가 거액을 투자해 확보한 중계권에 대해 재판매를 강제하는 것이 과도한 시장 개입이라는 주장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적 관심이 매우 큰 체육 경기는 공익적 콘텐츠의 성격을 지니고, 또 현실적으로는 치솟는 중계권료를 감안할 때 특정 방송사가 단독 중계만으로 수익을 확보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결국 재판매를 통한 비용 분담과 시청자 접근성 확대를 정책적 목표로 설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중계권 재판매, 협상 기준과 중재 체계 필요해

 

현재 국민관심행사 중계권 재판매는 기본적으로 방송사업자 간 자율 협상 방식에 맡겨져 있다. 정부는 직접적인 가격 결정이나 계약 구조에 개입하지 않고, 사업자 간 협의를 우선 원칙으로 삼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자율 협상이 항상 원활하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특히 최근 스포츠 중계권 시장은 과거보다 훨씬 고비용 구조로 변하고 있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거액의 중계권 비용을 회수해야 하는 부담이 크고, 광고 시장 역시 과거처럼 안정적이지 않다. 결국 중계권을 확보한 사업자는 가능한 높은 가격에 재판매하려 하고, 반대로 구매하려는 사업자는 비용 부담을 줄이려 하면서 협상이 장기화되거나 무산되는 상황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번 JTBC 논란 역시 결국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방송사업자 간 자율 협상이 실패할 경우, 국민의 보편적 시청권 보장은 사실상 시장 상황에 따라 좌우될 수 있다는 한계가 드러난 것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직접 가격을 통제하거나 계약 조건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방식 역시 현실적 대안이 되기는 어렵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협상 자체를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협상 기준과 분쟁 조정 장치를 마련하는 것일 수 있다.

 

예를 들어 국민적 관심이 매우 큰 국민관심행사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재판매 협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거나, 협상 결렬 시 중재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분쟁조정 체계를 운영하는 방식 등이 검토될 수 있다. 특히 재판매 가격 산정 기준이나 협상 절차의 투명성을 높이는 장치는 향후 중요한 정책 과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다른 분야이기는 하지만 유료방송 사업자와 홈쇼핑 사업자 간의 송출 수수료 지급 기준에 대한 가이드라인과 협상 실패 시 조정을 담당하는 대가 검증 협의체 운영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중계권도 보편적 시청권 대상?

 

또 하나 중요한 쟁점은 디지털 중계권 문제다. 지금까지 보편적 시청권 논의는 방송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 그러나 최근 디지털 환경에서 스포츠 콘텐츠 이용 환경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스포츠 콘텐츠 소비가 방송 채널에서 인터넷 기반 동영상 플랫폼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은 더 이상 부정하기 어렵다.

 

이미 많은 시청자가 TV보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통해 스포츠 경기를 시청하고 있으며, 하이라이트 영상이나 클립 콘텐츠 소비 역시 크게 증가하고 있다. 앞으로는 방송 중계권보다 디지털 중계권의 가치가 더 높아질 가능성도 충분하다.

 

문제는 현행 보편적 시청권 제도가 이러한 디지털 환경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법적으로 방송 송출 기준이 충족되더라도, 실제 국민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접근성이 제한된다면 실질적인 보편적 시청권 보장이라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TV에서 볼 수 있는가’를 넘어, ‘국민이 실제 이용하는 플랫폼에서 얼마나 쉽게 접근 가능한가’라는 관점으로 제도를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온라인 동시 중계 제공 방식, 무료 하이라이트 제공 범위, 모바일 접근성 보장 기준 등 새로운 디지털 환경에 맞는 세부 기준 마련도 중요한 과제가 될 수 있다. 결국 보편적 시청권 논의 역시 방송 중심 시대의 사고에서 플랫폼 중심 시대로 전환될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 시대에도 올림픽과 월드컵 같은 국민관심행사가 여전히 모두가 함께 경험할 수 있는 공동체적 콘텐츠로 자리 잡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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