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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핀란드 탐페레(Tampere)에 본사를 둔 종합일간지 아아무레흐띠(Aamulehti)를 방문했을 때다. 나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그리고 몇몇 국내 신문 책임자와 동행해 해당 일간지 키모 코스키(Kimmo Koski) 편집장을 만났다. 코스키 편집장은 당시 가장 신경 쓰는 현안 가운데 하나가 ‘디지털 전환’이라 말했다. 이 신문사는 수십 년 동안 사용하던 기존 편집 및 제작 방식을 모두 디지털 방식으로 바꾸고, 온라인으로 먼저 기사를 내보내는 방식으로 업무 프로세스를 바꿨다고 했다. 나는 당시 인상적이었던 풍경을 기자협회보에 소개했다.
“아아무레흐띠 편집국은 온라인판 전체를 볼 수 있는 대형 모니터를 뉴스룸에 설치하고, 실시간 조회수와 도달률이 표시되는 모니터를 바로 옆에 설치해 뒀다. 전문 분석업체와 계약해 언론사 홈페이지에 들어오는 트래픽 유입 경로를 수시로 확인했다. 편집국장은 온라인과 지면의 상황을 모두 파악해 기사를 기획했다. 안락한 의자나 커다란 회의실은 보이지 않았고, 의사결정은 모니터를 보면서 바로 이뤄졌다. 같은 미디어 그룹(알마미디어)에 속한 지역 언론사 기사를 골라 마우스 클릭 몇 번으로 전국판에 넣을 수도 있었다. 온·오프라인 양쪽을 함께 편집할 수 있도록 만든 콘텐츠관리시스템(CMS)의 힘이었다.”1)
디지털 전환을 위한 노력은 다른 핀란드 언론사에서도 발견한 공통점이었다. 헬싱긴사노맛(Helsingin Sanomat) 본사 편집국도 적절한 수준의 페이월 개발과 온라인판 디자인 개선, 또 이용자 경험 변화를 위한 연구와 실험을 하는 중이었고, 공영방송 윌레(Yle) 또한 뉴스 리포트를 다양한 디지털 도구와 연결하는 방안을 자사 뉴스랩(Yle Newslab)을 통해 개발하고 있었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젊은 세대 시청자를 확보하기 위해 15~29세를 겨냥한 서브 채널 브랜드 윌레키오스키(Yle Kioski)를 만들어 뉴스, 다큐멘터리 제작물, 최신 현안 리포트를 올리기도 한다. 이 브랜드는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등 여러 플랫폼에 영상 중심 콘텐츠를 유통하며 인기 있는 소셜미디어 채널로 자리 잡았다.2) 오프라인 독자나 시청자만 고려하던 기존 사고방식을 바꾸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노르딕 미디어의 디지털 혁신’ 연수 프로그램
북유럽 지역 언론계가 ‘디지털 전환’을 어떻게 해석하고 대응하는지를 살펴볼 방법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노르딕저널리스트센터(NJC, Nordic Journalist Centre)에서 기획하고 운영하는 언론인 대상 연수 프로그램에서 작은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노르딕저널리스트센터는 1957년에 창립된 비영리 단체로, 덴마크 항구도시 오르후스(Aarhus)에 본사를 두고 있는 언론인 연수 전문 기관이다.3) 북유럽 지역 젊은 취재진과 편집자 등을 대상으로 교육과 네트워킹, 세미나 등을 제공해오고 있다. 특히 대학 저널리즘스쿨 커리큘럼과도 연계해 예비 및 현직 미디어계 종사자가 현업에서 활용 가능한 기술과 지식을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한다.
이 센터는 2022년 노르웨이 베르겐(Bergen), 미국 뉴욕, 덴마크 오르후스를 오가며 ‘노르딕 미디어의 디지털 혁신’이라는 이름의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2월, 3월, 6월에 각각 다른 장소에서 일주일씩 진행한다. 첫 번째 코스는 덴마크 오르후스 미디어저널리즘스쿨(DMJX)에서, 두 번째 코스는 (영미권 미디어 스타트업 중심지) 미국 뉴욕에서, 세 번째 코스는 노르웨이 베르겐에서 운영한다. 참가자는 각 코스를 운영하는 도시에서 저널리즘 아이디어 기획, 미디어 제작 및 출판, 그리고 미디어 혁신을 주제로 강연과 워크숍을 듣게 된다.
이 코스를 운영하는 노르딕저널리스트센터 책임자 존 프뢸릭(John Frølich)은 다음과 같이 프로그램 구성 취지를 밝힌다.
“우리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노르딕 발행인(publishers)과 그들의 디지털 발전을 지원하고자 한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수많은 발행인이 괴로워하는 시기, 또 디지털 전환이 한 방향으로 진행되는 시기를 지난 뒤 그 중요성을 체감하게 될 것이다.”
여기서 ‘발행’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이 프로그램에서는 디지털 형식으로 제작물을 보도하거나 발행하는 활동으로 제한을 둬, 전통적인 인쇄나 출판 방식을 제외한다. 그러면서 ‘디지털 혁신’은 참여자가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미디어 상품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미디어 회사가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이바지하는 개념이라고 안내한다. 특히 ‘이전에 해보지 않은 것을, 기존에 없던 방식으로’ 진행하는 시도, 데이터·모바일 환경·사용자 이해와 같은 요소를 강조하는 점이 인상적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명시한 교육 대상자는 젊은 북유럽 저널리스트(young Nordic journalist)다.
도시는 미디어 생태계, IT 기업은 재원 제공
‘노르딕 미디어의 디지털 혁신’ 프로그램에서 주목할 점은 언론, 지역, IT 기업, 대학이 협력하는 모습이다. 이 연수는 이른바 ‘미디어 도시’를 표방하는 노르웨이 베르겐과 페이스북이 공동 스폰서로 지원한다.4) 공동 스폰서인 베르겐시는 대학과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베르겐시는 자체 웹사이트에서 미디어 기술 관련 100여 개 참여사가 미디어 스타트업 생태계를 조성한다고 밝힌다. 페이스북은 저널리즘 프로젝트 기금을 통해 이 연수에 100만 덴마크 크로네(약 1억 8,000만 원)를 투입한다. 운영 기관인 노르딕저널리스트센터는 페이스북의 운영비 지원이 연수 내용과 강의자 구성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며, 다만 페이스북이 가진 사용자 이해 측면의 전문성과 운영 혁신 등을 살펴볼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안내한다.
참여자들은 디지털 혁신이라는 관점에서 접근 가능한 아이디어나 콘셉트를 준비한 뒤, 연수 과정에서 이를 각종 도구와 전문 지식을 통해 발전시킬 수 있다. 프로그램이 밝히는 연수 대상은 북유럽(혹은 노르딕) 지역에 해당하는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 아이슬란드 또 자치령인 그린란드, 페로 제도, 올란드 제도에 거주하는 모든 언론인이다. 특히 프리랜서 전문가가 많은 북유럽 미디어 업계 특성을 반영해 자영업자와 프리랜서도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런 사례를 살펴보더라도, 북유럽 언론 및 각 미디어 그룹이 얼마나 ‘디지털 전환’에 성공했는지, 또 그런 평가를 할 만한 기준을 찾는 일은 쉽지 않다. 다만 디지털 환경에서 저널리즘이 갖춰야 할 요소에 주목해 사용자를 분석하고, 데이터에 기반해 계획하며, 전문적이고 효율적인 도구와 장비를 종합적으로 사용해 콘텐츠를 사업화해야 한다는 비슷한 문제의식은 한국 미디어 업계 구성원도 공감하리라 생각한다. 더 구체적인 사례와 인터뷰를 통해 북유럽 미디어가 어떻게 저널리즘 혹은 콘텐츠 혁신을 실행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기회는 다음 소식으로 남겨둔다.
1) 최원석, <디지털 시대, 핀란드 신문의 생존법>, 기자협회보, 2017.9.27, http://www.journalist.or.kr/news/article_print.html?no=42687
2) 윌레키오스키 틱톡 계정. https://www.tiktok.com/@ylekioski?lang=en
3) 노르딕저널리스트센터 웹사이트. https://njc.dk/
4) 참고로, 노르웨이 베르겐시는 2015년 도시 내에 미디어 클러스터를 만들어, ‘미디어 도시 베르겐’ 사업을 진행해 왔다. 2020년에는 저널리즘 연구소를 만들기도 했다. https://wan-ifra.org/2016/07/bergen-the-making-of-a-world-leading-media-innovation-hu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