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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6일과 23일 한국언론학회 미디어정책특별위원회가 <언론 본질 회복을 위한 차기 정부의 미디어정책 방향을 논하다>라는 제목으로 연속 세미나를 열었다. 기성 언론 중심의 저널리즘 규제 정책을 다룬 첫 번째 행사와 포털의 내일을 주제로 한 두 번째 행사까지 이번 세미나의 주요 내용을 지면에 옮긴다. 편집자 주
한국언론학회 산하 미디어정책특별위원회(위원장: 유세경 이화여대 교수)는 차기 정부 미디어 정책의 바람직한 방향성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 2월 연속 세미나를 개최했다. 대선 전 두 차례 열린 세미나 중 첫 번째 세미나는 기성 언론을 중심으로 저널리즘 규제 정책에 대해 다뤘다. 두 번째 세미나는 디지털 플랫폼을 중심으로 뉴스 생태계 관련 정책 방향을 짚어봤다. 이번 세미나는 언론 신뢰와 저널리즘의 품질 회복이라는 근본적 목표를 위해 한국언론학회의 목소리를 내고 학회원들의 의견도 모아보기 위해 마련된 것이었다. 현장의 목소리와 젊은 세대의 의견을 함께 들어보기 위해 학자뿐만 아니라 언론인과 언론학 전공 학생, 변호사 등 다양한 토론자를 초대한 것도 특징이었다.
2월 16일 열린 첫 번째 세미나에서는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가 ‘언론 자유와 규제, 자율과 타율의 조화: 언론 개혁 논의의 방향성에 대한 시론적 검토’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심 교수는 언론 현실 인식에 대한 사회적 괴리가 크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논의를 시작했다. 즉, ‘각종 규제 때문에 공익에 기여하는 보도까지 위축된다’는 언론인들의 인식과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로 오히려 사회 전체에 피해를 주고 있다’는 인식의 괴리가 너무도 크다 보니 그 처방도 정반대일 수밖에 없는 상황을 지적했다. 그 결과, 언론 개혁의 방향성을 정하기도 어렵고 특정한 개혁 방향이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괴리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규제를 위한 잣대를 객관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사안들은 법으로 엄격히 제재하고 그 기준을 넘어서는 영역은 법의 개입을 유보해 자율의 영역에 맡기고, 나머지 영역은 순수한 품질의 영역으로 남겨둘 것을 제안했다.
물론 법의 영역과 자율의 영역, 품질의 영역을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법과 행정적 제재는 명확히 규정돼야 하고 도저히 용납해서는 안 되는 행위로 제재 대상을 국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심 교수는 설명했다. 특히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와 관련해, 이 조항이 2021년 2월 헌법재판소에서 합헌으로 결정됐지만 네 명의 재판관이 낸 일부 위헌 의견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투 사건 등 사회 전체적으로 공적인 차원의 문제를 제기한 사람이 오히려 가짜 명예를 훼손한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을 방치하는 것이 타당한 상황인가라는 질문도 던졌다. 초상권이나 사생활 침해, 음성권 침해 등 인격권 침해를 이유로 언론 보도와 표현을 제약할 때는 당사자가 문제를 제기하기만 하면 이를 불법의 영역에서 다룰 것이 아니라 평균적인 사람의 입장에서 당혹감을 느낄 만한 것을 기준으로 삼을 것도 제안했다.
1년이 넘도록 논란이 된 언론중재법 개정 관련해서는 언론의 여러 문제에 대한 언론 스스로의 성찰과 개선 노력이 전제돼야 함을 심 교수는 강조했다. 언론중재법 개정안 논의 과정에서도 언론은 법안 반대에 매몰돼 균형 있는 보도를 하지 못했다면서 왜 이런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해 언론이 깊이 있게 성찰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고 이러한 모습이 계속된다면 언론 신뢰 회복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효성 있는 언론 자율규제 필요성 논의돼
이어지는 토론에서 김민정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언론 단체들이 추진 중인 통합형 언론자율규제기구는 좋은 출발점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언론 스스로 자정작용을 해나가겠다는 다짐이 법적 제재를 피하기 위한 임시방편 혹은 면피용 제스처가 아니라는 것을 제대로 보여줄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정낙원 서울여대 교수는 현실적으로 언론 개혁을 위해 필요한 것은 완벽한 정책이 아니라 최소한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임을 토론에서 강조했다. 언론은 책임 있는 태도로 작은 개혁을 시도해 이러한 움직임이 사회 전체로 확산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언론 개혁이 사회적 화두로 등장할 때마다 언론계의 거센 반발로 인해 자율규제가 해법으로 제시되곤 했는데, 공적규제와 자율규제는 각각의 역할이 다르므로 언론 개혁은 양대 축을 통해 시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율규제는 법으로 강제하기 어려운 객관성, 공정성, 선정성, 폭력성 등과 관련해 언론 윤리 위반 사항을 제재하고, 공적규제는 명백한 허위 사실 보도로 인한 피해를 구제하는 것으로 분리돼 함께 작동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취재 현장에서 참가한 두 명의 기자도 토론을 이어갔다. 이혜미 한국일보 기자는 사내 ‘보도 견제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부당한 회사 방침이나 데스크의 지시, 보도 방향 등에 대해 비판하고 점검하는 내부적 기구가 잘 작동된다면 언론인들의 자율적인 정화 노력이 활성화되고, 이는 동료들의 비판인 만큼 현장 기자들에게도 뼈아프게 다가올 것이라고 제안했다. 송승환 중앙일보 기자는 시민에게 언론은 일방적 존재로 느껴지고, 징벌적 방식의 언론 개혁이 힘을 얻는 것도 언론에 대한 답답함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언론의 진정한 체질 개선과 실효성 있는 자율규제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아래로부터의 자율규제’가 작동돼야 한다면서 기자들이 언론 윤리를 지킬 것을 강조했다. 송 기자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수습기자 교육에서 신입 기자들에게 “각자 마음속에 취재 윤리라는 크레이프 케이크를 하나씩 만든다고 생각하자”고 말한다고 했다. 계속해서 한 층씩 얇게 쌓으면서 그 사이에 내용물을 채워 넣어 먹음직스러운 크레이프 케이크를 만들 듯이 연속된 취재와 보도 활동에서 고민했던 순간들에 대한 나름의 피드백을 쌓아올리면서 자신만의 취재 윤리라는 케이크를 쌓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 밖에도 이영민 이화여대 학생이 언론사 취업준비생으로서 느끼는 생각을 더했고, 법률사무소 삼정의 장윤미 변호사는 기자에 대한 형사처벌이 가능한 조항은 그대로 둔 채 언론사에 징벌적 손해배상금을 병과하는 것은 언론에 대한 이중 패널티를 주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언론 문제 해결 위한 해법 찾기 계속돼야
2월 23일 개최된 2차 세미나에서는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겸임교수가 ‘포털의 내일: 자율규제와 규제 샌드박스 사이에서 균형 찾기’라는 제목으로 포털로 대표되는 디지털 환경에서의 언론 개선 방향을 발표했다. 포털은 언론과 관련해 많은 부작용을 낳긴 했으나 여전히 새로운 기술과 창의적 상품이 결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공간이라고 심 교수는 평가했다. 특히 기존의 미디어 영역이 국가 주도로 성장한 산업 영역이었다면, 포털과 OTT 등의 영역은 시장에서 경쟁을 통해 성장한 산업 영역이라고 봤다. 따라서 기존의 규제 체계에서는 새롭게 등장할 기술이나 서비스를 빠르게 예측하고 법 제도로 반영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글로벌 차원에서 경쟁이 이뤄지는 시장을 국내법(local regal)으로 규제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며 자칫 이해관계나 가치가 충돌하는 과정에서 섣부른 제도화로 역차별이 발생할 수도 있음을 우려했다. 포털이 ‘혁신의 실험장’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보장할 필요가 있다면서 가령, 개인정보보호법에 저촉되지 않으면서 위치기반서비스(LBS, Location Based Service)와 지리정보시스템(GIS, Geographic Information System)을 이용한 맞춤형 뉴스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뉴스포털 이용자들의 소비 행태를 비식별정보로 활용하는 서비스 등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도록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포털 사업자들이 시장에서의 지배적 지위를 남용하는 불공정행위나 여론 지배력을 이용한 영향력 행사와 같은 사회적 폐해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규제가 필요하다고 봤다.
포털에서 유통되는 뉴스에 대한 규제는 정부의 직접적인 행정규제보다는 법을 통해 인터넷뉴스사업자가 수행해야 할 책무를 규율하고 이 규율을 자율규제기구가 자체적인 규약을 통해 실천할 수 있도록 협력 규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심 교수는 제안했다. 언론은 아니지만 언론과 유사한 정보를 제공하는 사업자의 경우에는 별도의 법적 규제를 통해 인터넷 공간에서의 사회적 책무와 경제적 이익에 대한 과세를 부과해 언론 사업자와는 차별적 규제를 할 필요성이 있음도 덧붙였다. 알고리즘을 악용해 저널리즘의 가치를 훼손하는 뉴스 생산자에 대해서는 알고리즘이 저널리즘에 미치는 책임성에 비춰 포털이 시정을 요청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털의 알고리즘 공개 원칙과 입점 계약에 따른 내용에 대한 뉴스 생산자 귀책 의무를 계약 관계에 명확히 해야 하고, 알고리즘을 악용한 행위에 대해서 계약을 즉시 해지할 수 있어야 한다며 위험을 외주화시키는 방식의 자율규제로는 시장 교란을 해소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이어진 토론에서 황용석 건국대 교수는 최근 포털과 관련한 규제 논의는 디지털 플랫폼으로서 경쟁법적 접근 및 이용자 보호주의적 접근이 주류이며, 등록매체법인 신문법상의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의 지위 등과 관련한 매체법적 논의가 병행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포털에 대한 집중력 논의는 군집상품의 속성과 시장 참여자의 구조 등이 구체적으로 설정된 후 관련 법제를 중심으로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황 교수는 봤다. 박찬경 경북대 교수는 시장 획정 문제와 관련해 유럽연합에서 월간 이용자 수, 매출 등을 기준으로 규제 대상을 정의하는데 이러한 규정이 플랫폼 기업의 시장 지배력을 추정하는 좋은 방식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많고, 유럽 소비자 단체들도 우려를 표명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공정한 알고리즘을 어떻게 수치화해 평가하고 이를 알고리즘에 반영할 수 있을지, 알고리즘 전체를 공개하지 않으면서 알고리즘의 판단 기준을 대중과 정책 수행자에게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기계학습 모형의 해석 가능성 등의 논의가 컴퓨터공학, 법학 등의 분야에서 활발하다면서 학제 간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송해엽 군산대 교수는 포털 규제는 복잡한 측면을 담고 있어서 명확하게 이해하기도 어렵고 해결책을 찾기도 어렵다는 점에서 다수의 대선 후보 공약에서 별다른 차별점이나 확실한 대안을 발견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봤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로 하게 되는 선택은 문제를 단순화해 바라보게 되는 것인데, 이는 잘못된 규제 방향으로 이끌 수 있음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고 송 교수는 우려했다.
강미혜 퍼블리시 뉴스와기술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포털을 중심에 둔 국내 뉴스 시장의 근본적 문제는 시장경제 논리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한국 언론의 ‘탈(脫) 포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언론사 브랜드에서 벗어난 개별 기사로 뉴스 이용자에 소구하는 형태가 발전될 수 있도록 언론의 내일을 위한 합의와 기술력의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금준경 미디어오늘 기자는 주요 신문사 가운데 온라인 가십성 기사를 쓰지 않는 언론사가 드물다면서 이는 포털이 야기한 측면이 있다고 봤다. 포털이 수익 정산 방식을 전환한 이후 더욱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기사가 쏟아지는 상황이고 이에 따른 포털의 대응책은 그 효과가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소수자와 약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야기하는 뉴스의 경우 포털이 자율적 조치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음을 금준경 기자는 강조했다. 이화여대 미디어학과 석사과정생 박혜령 씨는 포털 규제에 대한 논의는 ‘아웃링크’ 의무화에 멈춰 있고 산업 활성화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플랫폼 이용자를 위한 진지한 고민이 없는 정책은 반쪽짜리 정책이라면서 이용자를 위한 규제 내용과 정책적 뒷받침에 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규제의 시각 전환을 요청했다.
이상 두 차례에 걸친 세미나에서는 전통적 언론과 디지털 환경 속 언론이 처한 문제와 해법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다른 사회적 문제도 해법을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지만, 특히 언론의 경우 사회적 공익에 기여해야 한다는 특성과 생존을 위해 이윤을 창출할 필요성이 본질적으로 역할의 충돌과 사회적 마찰을 일으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세미나의 목표가 제시하듯이 언론은 신뢰와 저널리즘 품질 회복이라는 지향점을 잃어서는 안 되며, 차기 정부에서는 언론을 둘러싼 여러 문제가 바람직한 방향성을 찾을 수 있도록 의견 수렴과 해법 찾기를 지속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