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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방송》은 지난해 12월 16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언론사 이용자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독자·시청자들을 만났다. 새해를 맞으며, 뉴스 소비자들은 우리 언론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언론계가 새겨들어야 할 의견을 확인해 본다. 편집자 주
박아란 언론사 이용자위원으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신 분들의 소중한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이용자위원 활동 계기를 포함하여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이상기 한겨레신문에서 20여 년간 기자 생활을 했고 현재는 THE AsiaN 발행인으로 언론계에 몸담고 있다. 공영방송의 중요성을 잘 알기에 시청자로서의 목소리를 내고자 올해 9월부터 KBS 시청자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유재연 JTBC에서 기자로 일했고 현재 스타트업 투자사인 옐로우독에서 파트너로 일하고 있다. 올해 중앙일보 독자위원회에 참여해 기술과 산업 관련 기사를 전문가적 시각으로 살펴보고 있다.
정지훈 한국일보 뉴스이용자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인 건국대 학생이다. 이용자위원회 활동을 통해 세상에 대한 더 넓은 시각을 갖고 싶어서 시작했다. 20대 대학생 입장에서 기사가 친절하게 작성됐는지를 살펴보고, 특정 이슈나 기사에 대한 주변 친구들의 생각을 물어본 뒤 반응을 종합하여 언론사에 전달하려고 노력 중이다.
송지현 한겨레 열린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직장에서 PR 직무를 담당하고 있으며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의 미디어감시팀에서 사회적 약자를 향한 혐오와 차별적인 미디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모니터링, 기사 댓글창 관리 요청, 아카이빙, 캠페인 등으로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의견 개진이 어려운 아동·청소년의 관점에서 언론 보도를 살핀다.
질주하는 유튜브, 뉴스의 미래일까 위기일까
박아란 뉴스 소비 행태가 바뀌었다. 특히 한국에서 이용률이 높은 유튜브를 통한 뉴스 이용에 대해 사회적 우려가 많다. 유튜브를 통해 뉴스를 보는 것에는 단점도 있지만 장점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바뀐 뉴스 소비 행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정지훈 유튜브는 사용자 편의성에 굉장히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생각한다. 쇼츠는 1분 이내에 특정 이슈에 대해 잘 정리해 전달하기 때문에 스낵 컬처에 익숙한 젊은 세대의 호응이 높다. 기존 언론의 경우 뉴스 간의 연결성이 굉장히 낮다. 그러나 유튜브에서는 화면 하단의 연관 동영상에서 관련 내용을 더 찾아볼 수 있어서 편리하고 효율적이다.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유튜브에서 뉴스를 안 볼 경우 알고리즘에서 뉴스가 계속 노출되지 않을 수 있다. 유튜브 인기 동영상에도 최근 사회적 현안에 대한 뉴스가 거의 없다. 결국 유튜브가 뉴스 콘텐츠를 차단해버리는 게이트키퍼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송지현 평소 포털을 통해 뉴스를 소비하는 편인데 비상계엄 사태 이후 오랜만에 텔레비전으로 뉴스 전문 채널들을 보고 있다. 유튜브를 통한 뉴스 소비는 알고리즘에 의해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틀 안에 갇히는 확증편향이라는 치명적 단점이 있다. 많은 아이들이 글을 읽거나 글씨를 쓰는 것과 유리된 삶을 살고 있어서 장기적으로 문해력 저하도 걱정된다. 한편 레거시 미디어들은 다양한 법과 제도에 따라 부과되는 의무도 있고 저널리즘 원칙이나 윤리를 따르게 되어 있다. 그러나 유튜버들이 운영하는 뉴스 형식의 콘텐츠에는 국내법상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데 미디어 이용자들은 더욱더 유튜브로 집중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유튜브 콘텐츠에 대해서도 법과 제도적 장치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
유재연 뉴스를 소비하는 목적이 완전히 달라졌다. 과거에는 세상을 바라보기 위해 45분간 텔레비전 뉴스를 봤다면 현재는 이용자들이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취득하고 단편적인 정보들을 모아 스스로 머릿속에서 꿰어나가기 위해 뉴스를 본다. 각자 원하는 정보를 취득해서 목표에 맞게 정보를 활용하고 있어 새로운 미디어들이 새로운 공식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러한 지점에서 뉴미디어들이 살아나갈 길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상기 뉴스 쇼츠도 편집자의 역량에 따라 좋은 뉴스를 짧은 시간 내에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어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신문 편집자가 뉴스 가치에 따라 기사를 배치하듯이 쇼츠도 제작자들의 통찰력이나 능력에 따라 카드뉴스처럼 잘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용자들을 과거 뉴스의 형식에 묶어둘 수는 없다.
무엇이 한국 언론의 북극성이 될 수 있을까
박아란 2024년 한 해 동안 《신문과방송》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기자들의 무력감과 기자 괴롭힘(1월호), 고(故) 이선균 씨 보도 등 인격권을 침해하는 기사(3월호), 젊은 기자들이 뉴스룸을 떠나는 인재 공백 현상(5월호), 유튜브가 공론장으로 부상한 총선 보도(6월호) 등 다양한 이슈가 있었다. 사실 이러한 문제들은 올해만의 문제는 아니고 그동안 반복되고 누적되던 것이다. 왜 이러한 문제가 발생할까.
이상기 언론이 너무 많은, 비슷한 기사를 양산하는 모습이 바뀌지 않고 있다. 기사 클릭이 바로 언론사 수익으로 직결되는 시스템이 오랫동안 구축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관행이 젊은 기자들을 뉴스룸에서 떠나도록 만든다. 젊은 기자들이 언론사에서 배울 것이 없다고 느낀다면 떠날 수밖에 없다.
유재연 이러한 악습을 바꾸려면 언론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바꿔야 한다. 언론사의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광고 기반이고 그 광고의 단가를 정하는 것은 조회수와 시청률이다. 하지만 독자와 시청자층도 점점 줄어들고 있기에 조회수와 시청률 측정의 효과성도 점차 낮아지고 있다. 언론사들은 어떤 콘텐츠로 어떤 지표를 향해 나아가야 할지, 이른바 북극성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학계에서는 논문의 인용률 등 영향력을 측정하는 여러 지표가 있는데 언론사도 좋은 기사, 사회에 영향력을 미치는 기사 등을 측정할 수 있는 새로운 지표가 필요하다. 지표가 변해야 젊은 기자들도 이탈하지 않을 것이다. 20대, 30대 기자들은 ‘내가 이곳에서 얼마나 배울 것이 있으며 나는 여기서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까’를 굉장히 중요시한다. 언론의 성장 방향성을 정하기 위한 새로운 지표가 시급하다.
송지현 언론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여러 언론사가 유료화 모델, 구독 모델을 시도하고 있지만 잘 정착되지는 않는 것 같다. 이용자들이 넷플릭스에 매달 이용료를 내는 데는 거부감이 적지만, 뉴스를 소비하기 위해 돈을 지불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용자 측면의 이러한 인식까지 함께 개선돼야 할 것이다.
정지훈 앞서 여러 위원님이 언론사 측면에서 말씀하셨기에 독자 입장에서 말씀드리겠다. 혐오나 차별, 자극적 내용에 대한 반복된 보도가 이용자들로 하여금 이를 자연스러운 사회현상으로 인식하게끔 하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이용자위원회 활동을 하면서 해외 살인 사건에 대한 기사가 흡입력이 있다고 생각해 좋은 기사로 평가했는데, 다른 위원이 제목이 너무 자극적이라는 것을 지적한 바 있다. 자극적 표현에 너무 무감각해진 것은 아닌지 스스로 반성하는 계기가 됐다. 독자들도 언론의 부정적 측면에 대해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제공하고, 언론사들도 뉴스이용자위원회 등 다양한 경로를 활용해 이용자들의 생각과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이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법이 되리라 생각한다.
보조수단으로서 AI는 긍정적, 신뢰 주는 기사는 결국 사람 기자의 몫
박아란 올해의 핫이슈는 생성형 AI이다. 모임에서 다들 AI 이야기를 하다 보면 인간이 통제력을 상실할 것 같은 불안감에 휩싸이곤 한다. 언론사들도 AI를 점점 더 활용하는 추세다. 뉴스룸의 AI 활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유재연 기자들의 생산성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AI 활용은 가야 할 방향이자 피할 수 없는 수단이다. AI를 활용해 기사 작성에 들이는 시간을 효과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면 사회적으로 더 중요한 기사를 작성하는 데 시간을 더 쓸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AI를 활용해 더욱 가치 있는 기사를 쓰는 방향으로 언론사 내부에서도 합의되어야 할 것이다.
이상기 하지만 수습기자나 저연차 기자들은 가능한 AI를 쓰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물론 자료 정리나 통계분석을 위해서는 AI가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기사 작성 과정에서 이슈를 해석하고 방향을 정하는 데는 기자의 기획력과 창의력이 중요한데, 저연차 기자들이 이러한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 AI는 보완재 정도의 도구로만 활용돼야 할 것이다.

정지훈 AI가 생성한 기사 이미지에 아쉬운 부분이 많다. 굳이 이 기사에 AI 이미지가 들어가야 하나 싶은 것들이 모니터링할 때 많이 보였다. AI 이미지를 볼 때마다 과연 기자가 적절한 취재를 했을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AI 이미지보다는 데이터 시각화, 인포그래픽을 적절하게 사용하고 현장 사진을 더 많이 보여주는 것이 언론이 독자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송지현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여러 차별과 불평등을 AI가 학습·재현하는 경우가 많고 그로 인한 문제점들이 계속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언론이 AI에 대한 의존도를 너무 높이는 것은 위험이 따를 것이다.
2025년 우리 언론에 바란다
박아란 ‘새해에는 이런 뉴스를 보고 싶다’라는 주제로 의견을 부탁드린다.
이상기 2025년에는 서로를 인정하고 공감하고 통합하는 사회를 만드는 데 이바지하는 기사들을 많이 보고 싶다. 그런 기사를 쓰려면 기자들이 많이 고민하고 땀을 흘려야 할 것이다. 언론인이 땀 흘리고 고뇌한 만큼 독자나 시청자는 행복해지리라 생각한다. 결국 기자는 소명의식이 필요한 직업이다. 긍정적 마인드와 소명의식을 가진 언론인들이 취재현장을 지켜줬으며 좋겠고 그런 기자들이 작성한 기사가 넘쳐났으면 좋겠다.
송지현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기사를 더 많이 보고 싶다. 계엄선포 방송에서도 수어 통역이 병행되지 않아 청각 장애인들의 정보 소외 우려가 있었다. 뉴스 댓글을 비롯한 온라인 혐오 표현도 심각하다고 생각한다.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하는 혐오 표현뿐만 아니라 아동 관련 문제가 발생했을 때 관련 아동과 양육자에게 2차 가해를 입히는 댓글도 많이 보였다. 언론사와 포털은 혐오 표현이 예상되는 기사에 대해 댓글 기능을 해제하거나 엄격한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정지훈 미디어 이용자들에게 바라는 점인데, 기사 모니터링을 하면서 기사 성향이 자신과 맞지 않으면 기자를 매도하는 모습을 보면서 충격을 받았다. 새해에는 언론도 저널리즘 본질에 충실한 기사를 작성하길 바라면서, 이용자들도 언론이 제대로 보도할 수 있도록 비판과 응원을 적절하게 섞어서 의견을 표출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유재연 사회적으로 편 가르기가 조회수와 수익을 창출하는 창구가 되면서 언론을 통해 사회의 부정적 측면이 너무 부각되는 것 같다. 그간 한국이 많이 발전했고 세계적인 플레이어들도 많은데 한국이 괜찮은 나라임을 보여줄 수 있는 기사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박아란 그런 뉴스들을 새해에는 많이 볼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눈 내리는 날, 발걸음해주시고 좋은 의견 들려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