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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 하우투’는 기자들이 현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실무적인 노하우와 팁을 공유하는 섹션이라는 안내와 함께 ‘팩트체크 하우투’에 대한 원고를 요청 받았다. 팩트체크 저널리즘이 국내에 소개되던 초창기에는 이런 주제가 어울리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이미 많은 국내 언론 매체에서 팩트체크를 실천하고 있다. 또 팩트체크에 특화된 전문 매체도 있고, 10년 가까이 팩트체크를 하는 언론사까지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주제를 약간만 고쳐 팩트체크를 조금 더 잘 하기 위한 팁을 중심으로 다뤄보고자 한다. 먼저 간략하게 국내 팩트체크 현황을 살펴보자. 국내 언론학계에서는 ‘SNU팩트체크’가 등장해 16개 언론사가 활동하던 2017년을 팩트체크 원년이라 부른다. 그로부터 5년이 흐른 2022년 4월 중순 현재 SNU팩트체크에는 34개 회원사가 참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2020년 말에 설립된 시민참여형 플랫폼인 ‘팩트체크넷’에는 12개의 언론사 및 전문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또 팩트체크넷에는 언론사와 전문기관에 소속된 전문팩트체커뿐만 아니라 일반시민들 가운데 소정의 교육을 받고, 팩트체크에 직접 참여하는 시민 팩트체커들도 활약하고 있다.
여기에 속하지 않더라도 다양한 언론 매체들이 ‘팩트체크’라는 타이틀을 통해 기사를 생산하는 경우까지 포함하면 훨씬 많은 관련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는 셈이다. 이를 입증하듯 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 ‘빅카인즈(BIG kinds)’에서 ‘팩트체크’를 검색어로 2017년부터 2022년 3월까지 기사를 검색해 본 결과 5,800여 개의 기사가 추출됐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 동안에는 매년 1,400~1,800여 건의 기사가 쏟아졌다. 매월 100건이 훨씬 넘는 팩트체크 기사가 생산된 셈이다.
이를 분야별로 살펴보면 정치(2,330건), 사회(1,708건), 국제(1,054건), IT과학(990건), 경제(660건), 문화(563건), 지역(352건), 스포츠(43건) 등으로 나타났다. 정치 분야가 압도적으로 많고 사회 분야와 국제 분야가 그 뒤를 잇고 있다. 1990년대 초 미국에서 팩트체크 저널리즘이 태동하면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유력 정치인의 진술이나 주장의 진위를 가리는 일은 여전히 중요하다. 특히 대통령 선거 등 중요한 선거 국면에서는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미국을 비롯해 세계 주요 팩트체크 기관들이 여전히 유력 정치인이나 정당의 주장이나 진술을 중요한 검증 대상으로 삼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이런 흐름에서 보면 국내 팩트체크 저널리즘에서도 주요 검증 대상에 정치 분야가 많은 것이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라 할 수 있다.
팩트체크 할 아이템이 없어요
다만 걱정스러운 대목이 있다. 현재 팩트체크를 하고 있는 팩트체커들이나 언론인들을 만나면 한결같이 털어놓는 고민 중 하나가 팩트체크 할 대상을 찾는 일이 갈수록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이른바 검증 아이템 고갈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검증 분야를 넓히는 것이다. 정치 분야만 바라보면서 스스로를 가둬서는 안 된다.
코로나19 팬데믹 과정에서 국제적인 연대를 통해 맹활약한 전세계 팩트체커들의 활동은 팩트체크 분야가 질병이나 보건 분야 등으로 급속도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과정에서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된 숱한 허위 정보(이미지와 영상 등)들은 팩트체크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각인시켰다. 이런 측면에서 전쟁이나 분쟁 그리고 이를 보도하는 외신과 국내언론의 국제뉴스 등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해 보인다. 이처럼 팩트체크 검증대상을 정치 분야 외에도 질병이나 보건, 전쟁(분쟁), 법률, 문화예술, 경제 분야 등 시민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다양한 영역으로 넓혀 가야 한다.

2017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글로벌팩트체킹서밋에서 미국언론연구소(API, American Press Institute)의 톰 로젠스틸(Tom Rosenstiel)은 이를 ‘팩트체킹 3.0시대’로 명명했다. 로젠스틸은 “팩트체크할 수 있는 정치인 말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알아야 할 것이 무엇인가로, 행위자 중심(actor focused)이 아니라 이용자 중심(user focused)으로 무게중심을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다.1)
검증하고자 하는 아이템 고갈에 대한 또 다른 해법은 교차 검증과 협업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팩트체크는 ‘속보 경쟁’이나 ‘단독 경쟁’이 아니라 ‘진실 경쟁’, ‘품질 경쟁’이라 할 수 있다. 누가 더 많은 단서를 모아 실체적 진실에 조금 더 가깝게 다가가느냐의 문제인 셈이다.
다른 곳에서 이미 팩트체크를 한 내용이더라도 추가로 보강할 내용이 있거나 전혀 다른 관점의 접근이 가능하다면 주저하지 말고 도전해 봐도 좋을 듯하다. 실체적 진실을 향한 교차검증의 풍토가 확산되면 언론계 전반의 신뢰도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 보여진다. 또 한 가지는 협업이다. 우리 언론 풍토에서 가장 아쉬운 대목이기도 하다. 팩트체크가 속보 경쟁이 아닌 품질 경쟁이라면 협업을 못할 이유가 없다. 언론 매체간 협업, 또는 지역과 중앙의 협업, 다른 나라 팩트체커들과의 협업 등 시야를 넓히면 훨씬 더 다채로운 팩트체크가 가능해질 것이다.2)

비법을 찾기 전에 원칙부터 되새기자
팩트체크 방법론도 살펴보자. 크게 보면 세 가지로 나뉜다. 팩트체크 할 수 있는 검증 대상을 찾아내고, 검증 대상에 대한 확인작업을 거친 뒤, 평가를 거쳐 기술한 뒤 수정하는 작업이다. 그렇다고 천편일률적인 것은 아니다. 나라마다, 팩트체크 기관마다 자신만의 방법론과 노하우를 갖고 있다. 국내에서는 팩트체크넷에서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6단계로 도식화 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팩트체크 아이템 찾기 △검증가능 여부 판단 △선행 팩트체크가 있는지 확인 △검증 대상 진술문 작성 △검증 자료 조사 △결과물 작성이다. 이 단계를 반복하면서 노하우를 만들어가면 된다. 매우 실용적이고 유효한 팁이다.

체크리스트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일례로 미국언론연구소에서 제시한 체크리스트를 보면 팩트체크 대상 선정에서부터 검증 과정에 빼먹지 말아야 할 것들을 잘 정리했다. 이처럼 체크리스트를 활용하는 것은 팩트체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해 하는 것을 막아주고, 팩트체크 결과물에 대한 품질을 보증하는 역할을 한다.
체크리스트에 덧붙여 구체적인 검증 과정에서는 이른바 툴킷이라 불리는 검증 도구 모음을 활용하는 것도 유용하다. 이는 마치 넓은 백사장에서 금속을 찾는데 맨손으로 하는 것과 금속탐지기를 활용하는 것과 같은 차이를 보여줄 수 있다.
필자가 추천하는 툴킷은 퍼스트 드래프트의 툴킷과 벨링캣, 그리고 오픈소스 정보, 즉 오신트(OSINT) 툴킷들이다. 퍼스트 드래프트의 툴킷은 기본형과 고급형으로 구분되며 수준에 맞게 맞춤형으로 정렬할 수도 있다. 퍼스트 드래프트와 벨링캣의 툴킷은 대중적으로 꽤 유명한 편이다. 오신트 프레임워크도 흥미로운데 찾고자 하는 범주를 클릭하면 관련 도구들이 수없이 꼬리를 물고 펼쳐지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같은 방법론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결국 흔들림 없는 원칙과 끈질긴 근성이다.
퍼스트 드래프트 창립멤버인 클레어 워들(Claire Wardle) 박사는 “우리가 사용할 도구와 프로세스는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았지만 각각의 소셜미디어에 업로드 된 글, 사진 및 동영상은 각기 다른 유형의 검증 방법을 필요로 한다”면서 “검증의 비결은 여러분 마음속에 있는 셜록 홈스를 끄집어내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또 “여러분이 접한 정보가 사실이라고 손쉽게 알려줄 기계는 아쉽게도 세상에 없다”면서 “검증은 끊임없이 단서를 찾고, 찾아낸 것을 검증하고, 관련성을 조사하고, 더 많은 정보를 찾아내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팩트체크 비법이나 왕도를 찾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원칙을 바로 세우고 끈질기게 달라붙는 근성인 셈이다.
실제로 탐정처럼 근성있게 단서를 찾아내는 과정을 사례를 들어 살펴보자.
2020년 9월초 AFP통신의 팩트체커팀이 검증한 한국 관련 사례다. 검증 대상은 한국에서 시위를 하는 동영상 자료다. 이 영상은 프랑스 등 유럽에서 소셜미디어를 통해 많이 공유됐는데 한국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로 인한 정부의 이동제한조치에 항의하는 의미로 서울 광화문 광장에 모여 대규모 집회를 한다는 내용이었다. 프랑스 팩트체커팀은 우선 구글 이미지 검증 등을 통해 영상의 원본 여부를 검증해 이 영상이 2020년 영상이 아니라 2019년 10월 3일에 촬영된 영상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이를 통해 당시 영상이 코로나19와는 무관한 조국 전 법무장관 임명 철회를 요구하는 보수단체의 시위 영상이라는 것도 공개했다.
흥미로운 점은 여기에서 멈춘 것이 아니라 다양한 추가 자료를 취합했다는 점이다. 팩트체크 팀은 당시 시위대 영상에서 교보빌딩 ‘광화문글판’을 찾아냈고, 구글지도를 통해 교보빌딩 위치가 광화문과 바로 인접해 있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광화문글판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고 등장하는 문구에 주목했다. 바로 “나뭇잎이 벌레 먹어서 예쁘다. 남을 먹여가며 살았다는 흔적은 별처럼 아름답다”는 이생진의 <벌레먹은 나뭇잎>이었다. 그리고 게시 기간이 2019년 9월 2일부터 2019년 11월 30일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결국 이 영상이 코로나19와는 무관하다는 것을 다양한 경로와 단서를 통해 검증한 것이다.
2018년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펴낸 <팩트체크 저널리즘의 주요 원칙>에는 세계적인 팩트체크 기관들의 원칙을 모델로 삼아 국내에서 활용할 수 있는 8가지 원칙을 제안했다. 8개 원칙은 △검증 대상은 사실 여부를 가릴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조사는 발언자로부터 시작한다 △조사의 출처는 편중되지 않아야 한다 △증거는 물적토대를 가진 것이어야 한다 △최대한 익명 인용을 배제한다 △자료의 출처를 독자들에게 투명하게 밝힌다 △판정결과는 가장 나중에 밝힌다 △오류는 공개적으로 즉각 수정한다는 것이다.
비록 몇 년 전에 정리한 내용이지만 여전히 유효하며 2022년 팩트체크 저널리즘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대목이라 생각된다.
참고할 만한 툴킷 링크
1. 퍼스트 드래프트 툴킷 링크
Basic toolkit(https://start.me/p/vjv80b/first-draft-basic-toolkit?)
Advanced toolkit(https://start.me/p/wMv5b7/first-draftadvanced-toolkit?)
2. 벨링캣 툴킷 링크
https://docs.google.com/spreadsheets/d/18rtqh8EG2q1xBo2cLNy
hIDuK9jrPGwYr9DI2UncoqJQ/edit#gid=930747607
3. 오신트 프레임워크
참고할 만한 사이트
- SNU팩트체크(http://factcheck.snu.ac.kr/)
- 팩트체크넷(https://factchecker.or.kr/)
- 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IFCN)(https://www.poynter.org/ifcn/)
- 듀크대 리포터스랩(https://reporterslab.org/fact-checking/)
- 글로벌탐사저널리즘센터(GIJN)(https://gijn.org/)
- 퍼스트 드래프트(https://firstdraftnews.org/)
1) 정재철, <[제4회 글로벌 팩트체킹 서밋을 가다] 해마다 진화하는 팩트체킹 (사실검증), 3.0시대 모색한다>, 내일신문, 2017.7.19, http://www.naeil.com/ news_view/?id_art=244645
2) 정재철, <2022 선거 국면을 허위 정보 극복 기회로>, 신문과방송, 2022년 2월호, https://www.kpf.or.kr/front/news/articleDetail/592430.d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