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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가 영상 산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 오리지널 콘텐츠 IP(지식재산권)를 두고 벌이는 경쟁도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그 가운데 세계적 주목을 받는 것이 바로 K-콘텐츠. OTT 오리지널 콘텐츠에서 K-콘텐츠가 차지하는 비중과 이들 생태계의 향후 전망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지난 5월 6일 열린 제58회 백상예술대상 시상식 결과는 놀랄 만했다. TV 부문 15개 상 중 무려 10개가 OTT 오리지널 콘텐츠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됐다. 대상 <오징어게임>, 드라마작품상 <D.P.>, 연출상·예술상 <오징어게임>, 극본상 <소년심판>, 남자조연상 <D.P.> 조현철, 여자조연상 <지옥> 김신록, 남자신인연기상 <D.P.> 구교환, 남자예능상 <터키즈 온 더 블럭> 이용진, 여자예능상 <SNL코리아> 주현영. 나머지 다섯 개 상은 KBS, MBC, JTBC, tvN, Mnet이 각각 한 개씩 나눠 가졌다. TV 부문 말고 OTT 오리지널 부문을 새로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대중성을 중요한 기준으로 하는 상의 특성을 고려할 때, 영상 산업의 축이 방송사와 PP에서 OTT로 이동했음을 보여준 결과라 하겠다. OTT 오리지널 콘텐츠가 힘을 발휘하는 것은 돈이 되기 때문이다. 돈이 되는 곳에는 투자가 몰린다. ‘콘텐츠가 왕이다’라는 말이 실감 난다.
콘텐츠가 왕인 진짜 이유, 넷플릭스
하지만 ‘콘텐츠가 왕이다’라는 빌 게이츠의 말은 플랫폼을 가지거나, 플랫폼을 어려움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만 진실이다. 플랫폼을 지렛대로 비즈니스를 수행하는 입장에서 콘텐츠는 자신의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 반면에 콘텐츠를 만드는 쪽의 입장에서는 아무리 좋은 콘텐츠를 만든다 해도 수용자를 만날 수 있는 방법, 즉 플랫폼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에 그치고 만다. 잘 알려졌듯이 넷플릭스는 <오징어게임>을 공개함으로써 신규 가입자 증가라는 직접적 이득을 얻었다. 2021년 3분기 신규 가입자 수가 전 분기 대비 440만 명이나 늘어나 총 가입자가 2억 1,360만 명에 달했다. 수백억 원의 구독료 수입뿐만 아니라, 브랜드 가치 및 기업 가치 상승, 시장 지배력 강화 등은 온전히 넷플릭스의 것이다(JTBC, 2021.10.3).
하지만, 넷플릭스 가입자는 팬데믹이 잦아든 2022년 4월 들어 감소로 바뀌었다는 보고다. 2022년 1분기 가입자가 2억 2,160만 명으로 직전 분기 대비 20만 명 감소한 것이다. 넷플릭스의 실적 부진과 더불어 여타 OTT 회사의 주가는 디즈니 5.6%, 로쿠 6.2%, 파라마운트 8.6%,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 6%의 하락세를 보였다(경향신문, 2022.4.21). 결국 OTT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전략은 좋은 콘텐츠를 확보하고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고퀄리티에 가격경쟁력을 갖춘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최고의 제작 기지는 한국이고, 넷플릭스의 K-콘텐츠에 대한 사랑은 더욱 커질 듯하다.
오리지널 K-콘텐츠의 최전선,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는 국내 OTT에도 효과를 발휘했을까? 티빙은 2022년 2월 기업 가치가 2조 원으로 6개월 전보다 6배 급증했다고 발표했다(아주경제, 2022.4.18). 이는 외부 투자의 효과로 추측되며, 티빙이 무엇보다 오리지널 콘텐츠에 끊임없이 투자를 했고, 구독자를 계속 늘려왔기 때문으로 보인다. 2021년 말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Monthly Active Users, 안드로이드OS+iOS)가 가장 많은 곳은 넷플릭스(1,248만 명)였고, 웨이브 474만 명, 티빙 417만 명 순이었다. 티빙의 이용자 수 증가율은 65.5%로 넷플릭스(36.1%), 웨이브(14.8%)를 몇 배나 뛰어넘었다. 티빙의 이용자 수를 끌어올리는 데는 <환승연애>, <술꾼도시여자들>이 각각 이용자 300만 진입과 400만 진입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IGA웍스 모바일인덱스 자료). 티빙의 발표에 따르면, MZ세대 유료 가입자의 50%가 <여고추리반>, <환승연애>, <술꾼도시여자들>, <서울체크인> 등 오리지널 콘텐츠를 통해 유입됐다고 한다.
리서치 서비스 와이즈앱의 구독자 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1년 1월 웨이브 285만 명, 티빙 257만 명, 쿠팡플레이 68만 명 순이었던 구독자 순위가 2022년 1월에 티빙 366만 명, 웨이브 357만 명, 쿠팡플레이 355만 명으로 티빙이 국내 1위 구독자 수를 기록했다(포춘코리아, 2022.4.14). 티빙은 앞으로 드라마, 예능 뿐만 아니라 스포츠와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장르에서도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한다.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의 상당수는 웹툰 기반으로, 세계 최고의 웹툰 강국인 한국적 상황을 반영한 전략이라 할 수 있다. 황혜정 티빙 콘텐트&마케팅 리더에 따르면, 웹툰 기반 IP의 경우 검증된 콘텐츠라는 점에서 불확실성을 줄여주고, 원작의 팬덤을 그대로 가져올 수 있는 장점이 있고, 제작 기간도 짧아진다고 한다. 게다가 배우 섭외도 쉬워진다고 하니, 웹툰을 기반으로 한 드라마 제작은 화수분이 아닐 수 없다(중앙일보, 2022.5.4).

OTT 미래 좌우하는 생태계 육성
오리지널 콘텐츠에 수천억 원을 투자한다는 OTT 회사들의 경제성은 어떠할까?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서 알려진 제작비와 정량적 성과는 다음과 같다. 넷플릭스는 한국에서 제작하는 드라마 시리즈에 200억에서 300억여 원의 제작비를 투자했다. 이는 회당 100억 원을 상회하는 미국 드라마 제작비에 비하면 20~25%의 수준에 불과하다. 따라서 넷플릭스가 한국의 저렴한 제작 시스템을 활용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넷플릭스는 2021년 5억 달러(약 6,368억 원)를 한국 콘텐츠에 투자하겠다고 밝혔고, 2022년 투자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7억 5,000만 달러가량(약 9,552억 원)을 투자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미 한국 드라마를 통해서 전세계인들에게 넷플릭스의 매력을 충분히 알린 넷플릭스는 향후 예능과 다큐멘터리 장르에서 다양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개발해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티빙의 제작비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쿠팡플레이의 <SNL 코리아>가 회당 10억여 원, 총 120억여 원, 넷플릭스의 <먹보와 털보>가 회당 6억 원, 총 60억여 원의 제작비를 투자한 것을 고려한다면, 티빙의 <환승연애>나 <서울체크인>은 회당 5억여 원 안팎의 제작비가 투자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술꾼도시여자들>의 경우 배우들의 출연료 등을 감안할 경우 회당 10억 원 안팎의 제작비가 투자된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가 만드는 드라마 1화 제작비(84억원에서 144억 원)로 12화를 모두 제작한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적은 예산을 투자해 역대 최고의 MAU나 가입 기여 수치를 기록했다면 이보다 더한 효율성은 없을 듯하다.

두 OTT의 사례에서 보듯 치열해지는 OTT 경쟁 속에서 오리지널 콘텐츠의 IP를 두고 격전이 벌어지고 있고, 이 싸움은 더욱 격화될 것이다. 《K를 생각한다》의 저자 임명묵에 따르면 한국 콘텐츠의 대표적 특성은 전투력(combativeness)이고, SNS 시대의 경제적 자본과 매력 자본을 둘러싼 인정경쟁이 격화됨으로써 1990년대생이 느끼게 된 증가된 불행감과 부정적 에너지를 콘텐츠로 풀어냈다고 분석했다(임명묵, 2021). 전투력으로 무장된 수많은 아마추어 크리에이터들이 웹툰과 웹소설을 통해서 풍부한 콘텐츠를 쏟아내고 있다. 온라인 포털은 폭발적인 창작력에 불을 지피기 위해 ‘웹툰·웹소설 지상 최대공모전’(네이버)을 매년 운영 중이며, ‘파일럿웹툰 프로젝트’ 공모전(카카오)을 진행하고 있다. 수용자들도 맹렬하게 콘텐츠를 소비하며 콘텐츠에 대한 예리한 비평을 실시간으로 풀어낸다. 웨이브, 시즌(Seezn) 등의 OTT도 공모전을 새로 만들거나 규모를 키우는 등 IP 확보전에 뛰어들었다. OTT 플랫폼들이 K-콘텐츠에 기댈 이유는 충분하고, 앞으로 누가 K-콘텐츠를 효과적으로 대중에게 소개할지 수용자들은 즐거운 마음으로 기대하고 있다. K-콘텐츠 생태계에 OTT의 미래가 달려있는 셈이다. 정부의 OTT 성장 정책도 궁극적으로는 콘텐츠 생태계 육성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