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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그래픽은 복잡한 사건이나 데이터를 독자가 이해하기 쉽게 도와주는 핵심 요소다. 그러나 생성형 AI 활용의 확산에 따라 뉴스룸에서의 제작 환경도 달라졌다. 《신문과방송》이 방송사 보도국 뉴스 그래픽 디자이너들을 만나 현장에서 체감하는 변화와 전망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뉴스 그래픽 디자이너는 생성형 AI가 저널리즘에 미치는 영향을 온몸으로 받고 있는 직종이다. 방송 뉴스의 헤드라인과 상단 제목 등 자막 타이포그래피, 앵커와 출연자의 배경 화면, 뉴스 내 그래픽 화면 등을 완성하는 뉴스 그래픽 디자이너는 지금 어떤 생각으로 뉴스를 만들고 있을까? 《신문과방송》이 4명의 디자이너를 만났다. 홍경수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가 사회를 맡았다.
홍경수 지방선거 방송이 막 끝나 아직 피로가 가시지 않으셨을 것 같은데, 이번 선거 방송에서 돋보이는 방송이 있었는지?
이정회(JTBC) 선거 때가 방송사의 실력을 뽐내는 시기인 것 같다. 팀 내에서는 MBC를 많이 봤고, 참고도 많이 했다. SBS의 경우에는 B급 감성으로 선거를 재미있게 풀어갔는데, B급 감성도 실력이 있어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선거 때 방송 3사를 비롯해 연합뉴스 등 여러 방송사별로 담당자를 배치해 모니터했다.
정연규(MBC) 예전에는 잘 만든 영상에 대해 얘기를 나누기도 하고 유심히 봤는데 지금은 ‘AI로 만들었구나’하고는 더 이야기하지 않아 아쉽다. 요즘은 그래픽 자체보다는 기획을 어떻게 했는지, 아이디어가 뭐였는지 등에 더 중점을 두는 것 같다. 예를 들어 SBS 같은 경우는 챗GPT와 콜라보했고, KBS는 국립중앙박물관 콘셉트를 잡았다. 지금 그래픽은 사실 다 비슷해 디자이너로서는 안타깝다.
홍경수 디자이너와 기자의 소통이 매우 중요할 것 같은데 어떤 식으로 상호작용하나.
김재윤(연합뉴스TV) 보통은 기자나 PD가 의뢰서를 가지고 일정한 형식에 맞춰 의뢰한다. 저희 경우에는 템플릿에 맞춰 요청이 온다. 그렇지 않은 경우는 따로 부연 설명을 적어주는데, 기사와 매칭이 되는지 체크하고, 내가 이해한 사실이 맞는지 카톡이나 전화로 확인하는 편이다. 기자들이 외부에서 근무하는 경우가 많아 대면으로 소통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홍경수 하루 일과도 궁금하다. 몇 시에 출근해서 시간대별로 어떤 일을 하고 퇴근하시나?
이강규(YTN) 업무 특성에 따라 새벽 조, 주간 조, 오후·야간 조로 나뉘어 3교대로 근무한다. 기자 그래픽의 경우 제일 많이 작업했을 때가 하루 17건, 앵커 배경 화면은 30개였다. 업무가 수시로 발생하다 보니 보통 기자 그래픽은 인당 7개 정도는 소화한다.

뉴스 그래픽 디자이너의 정체성은
홍경수 뉴스는 정보가 충만한 매체다. 정보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이정회(JTBC) 뉴스디자인실에서 일하면서 가장 신경 쓰는 건 시각화다. 기사를 시각화해서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므로 개인적으로 예쁜 것보다는 시각화를 좀 더 명확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예쁜데 시각화도 잘 되는 건 없는 것 같아 아무래도 둘 중에 선택한다면 시청자의 관점에서 잘 보이는 것을 선택하게 된다.
홍경수 MBC의 경우 회사 안에서 디자이너라는 직함도 쓰지만 그래픽 기자라는 직함도 사용한다고 알고 있는데, 두 정체성이 겹치는 부분도 있을 것 같다.
정연규(MBC) 현재 인포그래픽 데스크 역할을 맡고 있다. 기자들이 의뢰하면 내용을 보고, 디자이너가 제작한 것에 대해 AI를 포함한 다양한 방법으로 팩트체크한다. 기자가 의도한 기사와 내용이 살짝 다를 때가 있어서 얘기를 해줘야 하나 고민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 디자이너와 기자라는 두 정체성이 겹친다고 느낀다.
홍경수 그런 디자이너의 판단이 정치 뉴스 그래픽에서도 중요할 것 같다. 그래픽에 따라 여당과 야당에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재현될 여지가 있지 않나? 매우 섬세한 작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연규(MBC) 선거 방송뿐 아니라 일반 뉴스데스크에서도 후보자 얼굴 크기, 화면 배치 비율, 정당 색상 등은 모두 동일한 기준에 따라 정확하게 써야 한다. 그런데도 방송 사고가 종종 발생한다. 그럴 때 반대 진영에서는 의도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고 의심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제작 과정상의 실수다.

AI가 바꾼 뉴스 그래픽 제작 현장
홍경수 생성형 AI의 확산으로 직업이나 일하는 방식의 큰 변화가 예상된다. 제작할 때 AI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나.
김재윤(연합뉴스TV) 매일 방송되는 인서트 CG 뉴스의 경우에는 팩트체크, 즉 인물이 맞는지 챗GPT를 사용해 한 번씩 더 체크한다. 기획이 들어가는 디자인의 경우에는 실제로 레퍼런스 수집이나 콘셉트 기획을 생성형 AI를 활용해 빠르게 진행하기도 한다. 부족한 디테일이나 왜곡된 이미지는 여러 명이 함께 검수 과정을 거친다. 내부적으로 AI 가이드라인이 구축돼 있어 그에 맞춰서 제작하고 있다.
홍경수 화면 자료가 실제 자료 화면인지, 혹은 AI 생성물인지 판별하는 일도 중요할 것 같다.
이정회(JTBC) 예전에는 AI로 만든 이미지가 어색한 부분이 많아 비교적 쉽게 구분됐지만, 요즘은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아차리기 어려울 정도로 자연스러운 경우가 많다. 인물의 외형이나 복장, 배경, 상황 표현이 실제와 다르게 만들어져도 겉보기에는 그럴듯해 보일 수 있기 때문에, 단순히 보기 좋은 이미지를 만드는 것보다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감별하는 과정이 더 중요해졌다.
이강규(YTN) 가장 민감한 게 정치 분야다. 정당 색을 확인하거나, 정치인의 얼굴이 실제로 들어가는 경우 그 얼굴이 과거인지 현재인지 판별하는 것이 중요하고, 정치 이슈 외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는 편이다.
AI 시대, 뉴스 그래픽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것
홍경수 참 어려운 시대에 방송을 만들고 계시는데, 그래픽 디자이너들은 AI 시대에 본인의 직업이 지속가능할까 하는 걱정도 있을 것 같다.
김재윤(연합뉴스TV) 아마 생성형 AI를 다들 한 번씩 써보셨겠지만, 아직 프롬프트를 입력했을 때 원하는 결과물의 100%를 만들어 내지는 못한다고 생각한다. 내 업무를 대체하기보다는 보조 도구로 활용할 수 있는 정도라고 생각한다. 시각적으로 제작하는 부분 외에 누구한테 무엇을 어떻게 보여줄지에 대한 청사진이 머릿속에 있어야 더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 그 부분을 AI가 대체할 수는 없지 않을까 한다.
정연규(MBC)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속상한 마음이 크다. 우리 세대는 아직 어느 정도 안전지대가 있다고 느끼지만, 후배 세대는 진로와 미래에 대한 고민이 훨씬 클 수밖에 없다. 실제 방송사 공고를 보면 언리얼 엔진(실시간 3D 제작 도구)이나 블루프린트(언리얼 엔진의 시각적 프로그래밍 도구), 파이썬, C++ 같은 코딩 지식을 갖고 있는 이들을 우대한다. 이제 디자이너로 생존하려면 이것들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정회(JTBC) 디자인 업계 전체가 AI의 영향을 받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뉴스 그래픽 분야에서도 그 변화를 꽤 직접적으로 체감하고 있다. 특히 뉴스 디자인에서 가장 어려운 작업 중 하나가 사건·사고 상황을 시뮬레이션하거나 시각적으로 재구성하는 일이었는데, 최근에는 AI가 짧은 시간 안에 꽤 그럴듯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그런 점에서 디자이너로서 부담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래서 더 중요해진 것은 단순히 툴을 잘 다루는 능력이 아니라, AI가 만들어낸 결과물이 뉴스의 맥락과 사실관계에 맞는지, 시청자에게 오해를 주지 않는지 판단하는 역량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AI 시대의 뉴스 그래픽 디자이너는 AI와 경쟁하기보다, AI를 활용하되 뉴스의 정확성과 맥락, 전달력을 끝까지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홍경수 AI 시대의 뉴스 그래픽 디자이너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떤 능력과 재능이 필요할까.
김재윤(연합뉴스TV) 맥락을 판단하는 역할은 여전히 사람이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업에서 예를 들면, 선거 방송에서 양자 대결 구도를 보여주는 화면을 제작할 때 후보 A와 B의 득표율 차이가 3%p라고 하더라도, 그 수치를 어떤 의미로 해석하고 전달할 지는 사람의 몫이다. 단순 격차로 볼 수도 있고, 막판 역전의 결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정보의 맥락을 판단하는 건 아직까지 사람의 영역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부분을 계속 유지하고 발전시켜 나가면 불안해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다만 AI 관련 툴이 너무 많이 나와 있어 이제는 전부 공부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고 느꼈다. 그래서 내가 정말 필요한 툴을 선택해 공부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이강규(YTN) 앞으로 AI 시대 디자이너, 현직자도 그렇고 지금 취업 준비를 하는 이들에게 제일 필요한 건 인문학인 것 같다. 지금의 AI 영역에서는 결과물을 어떻게 뽑아낼 것인가에 대한 인문학적인 지식이 필요할 것 같다. 그래서 디자인의 기본으로 돌아가 다시 공부한다면 습득한 지식을 활용해 보다 나은 질문을 AI에게 던질 수 있지 않을까. 지금은 AI가 너무 빠르게 진화했기 때문에 이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 만큼의 언어를 알지 못하는 것 같다. 좀 더 공부한다면 보조 도구로서 AI를 보다 잘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홍경수 끝으로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시면서 보람을 느끼는 부분이 있다면 한말씀 부탁드린다.
이정회(JTBC) 뉴스 그래픽 디자이너로서 신입 때는 생각보다 보람을 못 느꼈던 것 같다. 그러나 2년 정도 지난 후 앵커 브리핑 전담 디자이너로 4년 가까이 일하게 됐고, 그 시기에 최순실 태블릿PC 보도가 나왔다. 원래 디자이너는 기자나 앵커와 소통할 기회가 많지는 않다. 그런데 손석희라는 언론인을 바로 옆에서 매일 보면서 ‘사람이 저렇게 멋질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최순실 태블릿PC 보도가 있었을 때 회사가 큰 주목을 받으면서, 당시 손석희 사장의 가까운 자리에서 함께 일한 디자이너로서 책임감이 무거웠지만, 그만큼 보람도 컸다. 방송이 끝나면 내가 만든 작업물이 캡처본으로 엄청나게 돌아다녔다. 그때 처음으로 디자이너로서 저널리즘을 실감했고, 작업물에 더 신경 써야겠다고 다짐했다. 시청자들을 비롯한 많은 이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잘 이해될 수 있도록 만들었을 때 보람이 크다.
정연규(MBC) 아침 방송 때 세상을 깨우고 사람들에게 뉴스를 전한다는 사실에 순수하게 보람을 느낀다. 사건·사고 보도에 쓰이는 것들을 잘 만들어도 뿌듯하긴 한데, 안 좋은 내용이 참 많다 보니 딜레마를 느끼기도 한다. 뿌듯하지만 내세우기엔 안타까운 일들이 많아서다.
김재윤(연합뉴스TV) 뉴스 그래픽은 정보 전달이 우선이지만, 장식 요소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디자이너로서 포기할 수 없는 지점이기도 하다. 다른 사람이 알아주지 않아도 트렌디한 요소를 접목해 보고, 좋은 자료가 나왔을 때 보람을 느낀다. 한 번은 명절에 기차를 타려고 대합실에 있었는데 TV에 내가 만들었던 CG가 나왔다. 그때 앞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정보를 읽어내는 걸 보고 큰 보람을 느꼈다.
이강규(YTN) TV에 내가 만든 것이 나오면 보람을 느낀다. 지금은 관리자지만 실무를 했을 당시 원동력은 자기만족이었다. 뉴스를 선택한 것도 좋아해서였고, 무엇을 만들든, 그게 설령 방송되지 않아도 결과물을 봤을 때 제일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다. 현재 관찰자이자 관리자로서는, 피드백을 정확하게 주고 그것이 결과로 이어졌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AI 시대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뉴스 그래픽 디자이너 혹은 뉴스 그래픽 기자. 이번 좌담회를 통해 이들이 단순한 디자이너를 넘어, 방송 뉴스를 최종 완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대담이 끝나고도 자리를 뜨지 않고 뉴스 그래픽 디자이너들의 역할과 미래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는 모습을 보며, AI가 저널리즘의 노동에 적지않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