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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비평]
미디어비평 | 등록일 : 2022-06-24

한국인의 기대 수명은 꾸준히 증가해 왔고 OECD 국가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높으며, 의학 및 보건학의 발전에 힘입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예방 의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질병을 미리 발견하고 위험 요인을 제거해 평균 수명도 늘어나고 있다. 정기 검진을 통해 치명적인 질환을 발견해 시술이나 수술로 질병의 요인을 제거하는 것은 평균 수명을 유의미하게 늘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기대 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건강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 또한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

 

건강에 대한 관심은 건강 정보 추구로 이어졌고, 각종 미디어는 건강 정보를 얻는 가장 기본적인 창구로 간주되면서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과거와 마찬가지로, 지상파 방송이나 채널 사업자들과 같은 매스미디어는 여러 건강 관련 프로그램이나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통해 시청자에게 건강 정보를 전달하고 있으며, 최근 들어 시장 지배력이 급격히 증가한 네이버와 같은 포털이나 유튜브로 대표되는 소셜미디어를 통해서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양의 건강 관련 정보가 공유되고 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서 건강 정보를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적극적으로 수집하는 것은 개인의 건강을 증진한다는 점에 있어서 문제가 된다고 보기 어렵다. 다만, 최근 들어 건강 정보 추구와 관련해서 점점 더 심각한 문제가 되는 것은 과잉 정보(Information Overload)와 오정보(Misinformation)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커피의 효과를 구글에서 검색해 보면 헤아릴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정보가 순식간에 제공되며, 이용자는 커피의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효과가 뒤섞인 정리되지 않은 정보에 노출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보의 진위를 파악하고 적합한 정보를 적절하게 선택해 활용하는 것은 오롯이 이용자의 몫이다. 이와 같은 과잉 정보로 인한 불확실성의 증가와 부정적인 영향은 이미 많은 연구자가 제기해 왔으며, 최근 들어 심각해지는 가짜뉴스의 확산은 이러한 문제점을 가중시켰다.

 

과잉 정보와 오정보로 인해 정보 이용자들이 접하게 되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다 신뢰할 만한 기관이 정보를 수집·분석·정리해 제공해야 한다. 언론을 비롯한 뉴스 및 시사·교양 콘텐츠 생산자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이유다. 비록 과거에 비해 시장 지배력이나 전반적인 영향력이 감소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지상파 방송사를 비롯한 주요 언론사는 개인 수준의 정보제공자(예: 블로거)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높은 신뢰를 받고 있다. 이는 결국 건강 정보 전달에서 언론사 역할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주요 언론사가 뉴스 이용자에게 얼마나 신뢰할 만한 정보를 정확하고 신속하게 전달하고 있는가일 것이다. 이를 가장 잘 살펴볼 수 있는 이슈는 단연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과 이에 대한 언론 보도일 것이다. 2020년 1월부터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은 전 세계에 막대한 혼란을 야기했고, 혼란의 원인은 ‘불확실성’이었다. 지금껏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유형의 바이러스였기 때문에 어디서 비롯됐고 어떠한 경로로 얼마나 빠르게 인간에게 전파됐고, 어떻게 치료할 수 있는가에 대해 밝혀진 바가 거의 없었고, 누구도 정확하고 신뢰할 만한 정보를 제공할 수 없었다. 결국 전 세계적으로 불확실성이 확산했고, 한국도 다르지 않았다.

 

감염병 보도와 가차 저널리즘

 

불확실성이 급속도로 확산하는 상황에서 언론은 신종 감염병 자체에 대한 정보와 감염병 확산에 대한 정보를 국민에게 정확하게 전달할 의무가 있다. 이는 언론의 공적인 역할을 고려했을 때 가장 기본적인 의무이자 책임이라고 볼 수 있다. 국민 또한 언론의 이와 같은 기본적인 역할을 예상하고 언론 보도를 대하게 된다. 특히 재난이 발생했을 때는 언론이 더욱 정확하고 신뢰할 만한 정보를 전달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진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은 현대인에게 생명을 위협하는 급작스러운 감염병의 확산은 지극히 중요한 이슈일 것이며 사람들은 불확실성 감소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게 된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언론 보도에 촉각을 기울이는 것 또한 너무나 자연스러운 행동이며, 그만큼 언론의 역할이 더욱 막중해진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19와 같은 심각한 건강 관련 이슈에 대한 언론 보도는 여러 허점을 보였다. 저널리즘을 전공했거나 관련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라면 ‘경마식 보도’, ‘황색 저널리즘’이나 ‘가차 저널리즘(Gotcha journalism, 이른바 꼬투리 잡기식 언론 보도)’과 같은 표현을 들어봤을 것이며, 코로나19에 대한 언론 보도에서도 이러한 부분을 확인할 수 있다.

 

필자는 2020년 2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주최한 신종 감염병과 언론의 역할과 관련된 세미나에서 크게 두 가지를 지적했으며, 이는 가차 저널리즘에 대한 비판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즉, 당시 원인 불명이며 치사율이 높은 신종 감염병이 지속적으로 확산하면서 국민의 우려가 커지는 시점이었으나, 불필요하게 자극적인 감염병 관련 기사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특히 세미나 중에 필자가 제기했듯이, 치사율이 높은 감염병의 확진자 수를 보도하면서 ‘돌파’나 ‘경신’이라는 표현을 아무렇지 않게 사용했던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마치 올림픽에서 국내 혹은 세계 신기록을 세우듯이, 감염자의 수에 있어서 새로운 기록을 달성하는 것과 같은 뉘앙스로 보도하는 것은 경마식 보도이자 가챠 저널리즘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신종 감염병에 대해 조금이라도 정확하고 신뢰할 만한 정보를 원하는 뉴스 이용자들에게 이와 같은 자극적인 기사는 결코 도움이 되지 않으며, 이미 ‘기레기’라는 불미스러운 비유로 비난을 받는 언론의 이와 같은 행태는 언론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릴 뿐이다.

 

팬데믹 상황에서의 경마식 보도와 정보 부족

 

경마식 보도의 사례는 뉴스통신진흥회의 2021년도 지정과제인 <코로나19와 언론보도> 보고서에서도 드러난다. 해당 보고서를 살펴보면, 전체 기사에서의 비중이 높진 않지만, 확진자나 사망자 수의 순위를 매겨 국가 간 경쟁처럼 보도한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여러 저널리즘 교과서에서 상세히 설명하듯이, 경마식 보도의 목적은 사람들의 주의를 끄는 것이며 주목재로서의 뉴스 콘텐츠를 통해 이윤을 창출하게 된다. 이는 미디어 시장이 왜 이중시장 구조인가를 잘 설명한다. 결국, 언론사가 돈을 벌기 위해 심지어 신종 감염병과 이로 인한 팬데믹 상황을 이윤 창출 기회로 활용했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전 세계적으로 위중한 상황에서 자극성 기사를 통해 이윤을 추구했다는 오명 외에도, 코로나19와 관련된 언론 보도의 추가적 문제점은 심층 보도의 부족과 감염병 뉴스의 정파성이라고 볼 수 있다. 우선 건강에 대한 관심이 전반적으로 높은 상황에서 신종 감염병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을 때, 국민이 원하는 정보는 보다 ‘상세하고 객관적이며 정확한’ 정보라고 볼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정보원에 다각도로 접근해 심도 깊은 분석에 기반한 심층 기사를 작성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뉴스통신진흥회의 <코로나19와 언론보도> 보고서에서도 보여주듯이, 절대다수는 스트레이트성 단신 기사였으며, 감염병 현황에 대한 기사가 대부분이었다. 물론 감염병 발생 현황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높을 수밖에 없으나, 이러한 정보로는 감염병에 대한 적절한 대처 방법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심층 기사를 작성하기 어려운 여러 이유가 존재하며 이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부분도 있으나, 언론의 역할을 고려했을 때 단순 정보 외에 보다 신뢰할 만한 정보를 종합해 전달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견의 여지가 많지 않다.

 

공공재로서의 뉴스 콘텐츠 강화해야

 

다음으로, 코로나19와 같이 모든 사회 구성원이 서로 협력해도 극복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언론사의 이념적 편향성이 반영된 기사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감염 확산을 막고 사회·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전방위적으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시점에, 감염병 관련 정보나 정책과 관련해 이념적 판단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언론의 역할을 제대로 완수했다고 보기에 무리가 있다. 비록 언론의 환경 감시 역할을 부정할 수는 없으나, 전 세계적으로 확산한 팬데믹 위기 극복을 위해 이념이나 정파를 넘는 협력이 필요한 상황에서, 언론이 중심을 잃고 정치와 팬데믹 어젠다를 연결함으로써 정파성을 드러내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렵다. 

 

이처럼, 코로나19라는 건강과 직결된 심각한 재난 관련 이슈에 대해 언론은 허점을 보였다. 문제의 핵심은 근본적으로 뉴스 콘텐츠는 주목재로서의 성격을 띠는 동시에 공공재의 성격도 지닌다는 점이다. 코로나19라는 심각한 상황에서도 주목을 통해 이윤창출에 이바지해야 하는 구조적 문제는 완전히 해결하기 어렵지만, 언론의 공공성은 반드시 확보돼야 한다. 특히, 인간의 건강 및 생명과 직결된 이슈에 대해서는 더욱 그러하다. 코로나19와 같은 사태는 앞으로도 발생할 것이다. 이 같은 치명적 감염병이 아니더라도 수많은 질병으로 많은 이들이 고통 받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언론인은 더욱 신중하고 철저한 검증을 통해 건강 관련 기사를 객관적으로 작성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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