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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회 퓰리처상 저널리즘 수상작이 5월 9일 발표됐다. 뉴욕타임스는 세 개 부문을, 워싱턴포스트는 가장 영예로운 상으로 꼽히는 공공기여 부문을 수상했다. 두 언론사의 수상 배경과 그 외 주목할 만한 2022 퓰리처상 수상작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미군이 이슬람국가(ISIS) 거점이라고 판단한 세 곳을 폭격했다. 2016년 6월 19일 새벽 3시경이었다. 보고에 따르면 전투원 85명이 죽었다. 사실은 달랐다. 화염에 휩싸인 곳은 전선에서 멀리 떨어진 농가였고 민간인 120여 명이 숨졌다. 사과와 보상과 문책은 없었다고 뉴욕타임스가 2021년 12월 밝혔다.
이 사례를 포함한 미군의 오폭(誤爆) 분석 보도를 뉴욕타임스는 퓰리처상 공공기여(Public Service) 부문에 응모했다. 퓰리처상 선정위원회(이하 위원회)가 심사 과정에서 국제보도(International Reporting) 부문으로 옮겨 수상작으로 결정했다. 공공기여 부문은 워싱턴포스트가 받았다. 작년 1월 6일에 발생한 연방의회 의사당 난입 사건을 재조명했다. 두 신문의 보도가 탁월했기에 위원회가 뉴욕타임스 기사를 국제보도로 옮기는 식으로 손을 모두 들어준 셈이다.
위원회가 5월 9일(현지 시각) 발표한 106회 퓰리처상 저널리즘 분야에서 뉴욕타임스는 국제보도, 전국보도(National Reporting), 논평(Criticism) 등 세 개 부문을 수상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가장 영예롭다고 여겨지는 공공기여 부문을 받았다. 퓰리처상 발표 뒤에 두 언론사가 주목을 받는 일은 이전과 비슷했다. 포인터연구소의 톰 존스(Tom Jones)는 올해 수상작을 일별하면서 “위원회가 연례적인 통과의례(an annual rite of passage)처럼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를 인정했다”고 표현할 정도다.
존 다니제브스키 퓰리처상 선정위원회 공동위원장 <출처 - 퓰리처상 선정위원회 홈페이지>
미군 오폭(誤爆) 탐사보도로 국제보도 부문 수상한 뉴욕타임스
오폭 보도를 보자. 미국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후반부터 중동 지역에서 폭격을 강화했다. 이라크, 시리아, 아프가니스탄의 미군 전사자가 6,000명이 넘을 정도로 인명 피해가 컸기 때문이다. 이런 기조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절까지 이어졌다. 5년 동안, 5만 회 이상이었다. ISIS가 위축되고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조금 더 버티는 효과가 생겼다. 그럼에도 전쟁의 끝이 보이지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부수적 피해(collateral damage)에 주목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역사상 가장 정밀한 공중 폭격 작전(the most precise air campaign in history)”이라고 표현했지만 오폭으로 민간인이 얼마나, 어떻게 희생됐는지를 파악하기로 했다. 의혹을 사실로 확립하는 과정의 집요함과 철저함은 필자가 보기에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취재팀은 폭격 자료를 모으는 일부터 시작했다. 군이 공식 발표했거나, 국내외 언론 또는 시민단체가 거론했거나, 소셜미디어에 게시된 사례를 근거로 했다. 정보자유법(Freedom of Information Act)을 활용해 정보 공개를 청구했고, 국방성과 중부사령부가 자료 제공을 거부하면 소송을 제기했다. 이런 방법으로 뉴욕타임스는 민간인 오폭으로 추정되는 2,866건 중에서 1,311건의 자료를 확보했다. 분량은 5,400쪽 이상. 대부분은 2014~2018년의 이라크와 시리아 사례다. 취재팀은 아프가니스탄 자료를 구하려고 다른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공식 발표에 나오지 않은, 즉 군 당국이 숨긴 오폭 및 민간인 피해 규모를 드러냈다는 사실만으로도 보도 가치가 높다. 하지만 취재팀은 통계를 전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현장 100곳 정도를 찾아가서 주민을 만났다. 증언과 목격담을 들으면서 사진, 동영상, 음성파일, 사망 증명서, 병원 기록을 입수했다. 미군 보고서 내용이 사실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마지막으로 군 당국에 답변을 요청했다. 뉴욕타임스는 미군 보고서를 포함해 자료 원문을 홈페이지의 기사 중간중간에 배치했다. 그러면서 정보가 정확하지 않고, 목표물을 잘못 선정하고, 장비가 부실해서 어린이를 포함해 민간인 피해가 늘었다고 지적했다.
취재팀을 이끈 아즈맷 칸(Azmat Khan)은 탐사 보도 전문가다. 2014년 버즈피드뉴스를 시작으로 알자지라 미국 지사, 공영방송 PBS에서 기자 및 프로듀서로 근무하면서 국제 문제, 특히 중동 취재에 집중했다. 2015년에는 아프가니스탄에서의 교육지원 프로그램 성과가 과장됐다는 보도로, 2018년에는 미군 폭격 5건 중 1건이 오폭이라는 보도로 다수의 언론상을 받았다.
그는 뉴욕타임스 매거진에 정기적으로 기사를 보냈다. 올해 수상작 역시 여기에 게재했다. 내용을 보완해서 논픽션으로 출간할 계획이다. 컬럼비아대 저널리즘스쿨에서 방문연구원으로 갈등 보도를 가르치다가 작년부터 조교수이자 글로벌저널리즘센터(Simon and June Li Center for Global Journalism)의 초대 소장으로 임명됐다. 말 그대로 언론계와 학계를 넘나들며 활동한다. 올해 퓰리처상 국제보도 부문에는 최종 후보작 세 건이 더 있다. 이 중에서 두 건이 뉴욕타임스 보도다.
공공기여 부문은 워싱턴포스트
탐사보도 부문은 탬파베이타임스 수상
공공기여 부문의 수상작은 의사당 난입 사건을 다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대가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의 대통령 당선을 공식 인정하려는 의사당 건물에 몰려가면서 폭력 사태를 유발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진실과 민주주의 미래에 대한 광범위한 전쟁에서 있었던 전투”였다.
난입 1년이 다가오자 워싱턴포스트는 3부작 시리즈(The Attack)에 기자 25명을 포함해 75명을 투입했다. 취재팀은 정치인, 시민, 전문가 등 230명 이상을 인터뷰하고 수천 쪽의 문건과 수백 건의 동영상, 사진, 음성파일을 검토했다. 첫 보도는 작년 10월 30일에 나갔고, 올해 1월까지 이어졌다. 워싱턴포스트의 샐리 버즈비(Sally Buzbee) 편집인은 “언론 앞에 놓인 도전은 명확했다. 우리는 민주주의 제도와 선출된 지도자에 대한 감시견 정도가 아니라 민주주의 그 자체를 위한 필수적인 옹호자였다”고 보도 의미를 설명했다.
미국 언론에서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는 취재 인력이 가장 많은 편에 속한다. 여건이 다른 신문보다 좋다. 그러니까 퓰리처상을 자주 받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 이런 질문에 대해 가장 많은 인력을 좋은 보도, 특히 비판적 기사에 집중 투입한다는 점에서 두 신문의 노력이 인정받아 마땅하다고 포인터연구소의 톰 존스는 지적한다.
지역 언론에서는 탬파베이타임스(Tampa Bay Times)가 산업재해를 다룬 기사로 탐사보도(Investigative Reporting) 부문을 수상해 눈길을 끌었다. 이 신문은 플로리다주에 있다. 원래 이름은 세인트피터스버그타임스(St. Petersburg Times)다. 퓰리처상을 작년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최근 10년 사이에 6회 수상했다.
코리 존슨(Corey G. Johnson) 기자는 힐즈버러(Hillsborough) 카운티의 학교 수돗물이 납에 오염된 사안을 취재하다가 고퍼리소스(Gopher Resource)라는 회사를 알게 됐다. 플로리다주에 있는 유일한 배터리 재활용 시설을 운영하는 곳이다. 민간기업이라 취재팀이 공장 내부를 볼 수 없었지만 전·현직 직원 80명 이상을 인터뷰해서 독성 물질과 직원의 건강관리 실태를 확인했다. 또 수천 쪽의 회사 문건(이메일, 편지, 컨설턴트 보고서 포함), 연방정부와 주 정부의 지침을 검토했다. 근로자 건강검진 기록은 당사자 동의를 거쳐 확보하고 의료 및 보건 전문가에게 검토를 의뢰했다.
탬파베이타임스는 보도에 50만 달러(약 6억 4,000만 원) 이상을 사용했다. 여기에는 기자 세 명이 납 중독 검사 자격증을 따는 데 필요한 수강료가 포함됐다. 회사의 이런 지원 덕분에 기자들은 △납 제련으로 인한 공기 오염도가 연방정부 기준보다 수백 배 높다 △2014~2018년 근무한 10명 중 8명은 납에 중독돼 신장과 심장질환 위험에 노출됐다 △최근 5년간 일한 근로자 14명 이상이 심장마비나 뇌졸중에 걸렸다는 사실을 1년 6개월의 취재로 밝혔다. 이 보도는 올해 미국뉴스지도자협회(NLA)의 지역보도(Frank A. Blethen Award for Local Accountability Reporting) 부문도 수상했다.
진실을 전하려는 자세는 50년 전과 같다
퓰리처상에서 필자가 흥미롭게 읽는 부문은 기획(Feature Writing)이다. 타이틀에 나오는 작법(Writing)이라는 단어가 말하듯, 주제의 참신성과 구성 및 문장력을 중심으로 심사한다. 다른 부문에는 대부분 보도(Reporting)라는 단어가 붙는다. 수상작을 읽으면 미국 기자들이 새로운 소재와 새로운 작법을 끊임없이 탐구하는 모습이 보인다.
올해는 애틀랜틱(The Atlantic)의 제니퍼 시니어(Jennifer Senior) 기자가 받았다. 2001년 발생한 9·11 테러 희생자의 유족과 여자친구가 기사 주인공이다. 뉴욕에 갔던 26살 청년, 바비 매클바인(Bobby McIlvaines)이 목숨을 잃었다. 여자친구는 남자친구의 마지막 일기장을 원했다. 자기 이름이 많이 나오니까 추억으로 간직하고 싶었다. 아버지는 오래 고민하지 않고 건넸다. 시간이 지나면서 부모는 아들의 생전 모습이 궁금했다. 그래서 일기를 보여달라고 부탁한다. 여자친구는 처음에는 생각해보겠다고 대답하지만, 나중에는 거절한다. 요청과 거절이 되풀이되면서 부모와 여자친구가 다툰다.
도입부를 읽으면서 이렇게 생각했다. 일기를 복사해서 한쪽이 원본을, 한쪽이 복사본을 가지면 되지 않나? 사랑하는 이를 갑자기 잃은 사람끼리 반목하고 갈등할 필요가 있을까. 기사 제목처럼 <20년이 지날 때까지(Twenty Years Gone)> 말이다. 마지막까지 읽고 나서야 궁금증이 풀렸다. 그리고 새삼 느꼈다. 테러와 재난과 범죄가 인간에게 얼마나 깊은 상흔을 남기는지. 유족과 여자친구의 심리를 사실에 기반해서, 섬세하게 묘사한 점이 인상적이다.
퓰리처상 선정위원회는 우크라이나 언론인에게 특별상(Special Citations)을 수여했다. 특정 보도가 아니라, 언론 발전에 기여하거나 의미 있는 사안과 관련한 인물이나 기관을 대상으로 한다. 존 다니제브스키(John Daniszewski) 공동위원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도하다 숨진 12명의 각국 기자, 올해 멕시코 갱단 폭력 등을 취재하다 살해당한 8명의 멕시코 기자 등을 언급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언론인이 대중에게 진실을 알리고 드러내기 위해 어렵고, 때로는 용감한 일을 계속하려면 독립 언론이 얼마나 필수적인지를 독립 언론에 대한 위협이 역설적으로 말해준다.”
올해는 미국 언론에 남다른 의미가 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의 베트남전 개입을 다룬 국방성 기밀문서, 일명 펜타곤 페이퍼(Pentagon Papers) 보도로 퓰리처상 공공기여 부문을 1972년 수상했다. 지난해 보도한 중동에서의 오폭 기사는 국방성 기밀문서를 입수해 국민에게 전달하는 수준을 넘어, 수천 쪽 서류에 숨겨진 민간인 피해의 실상을 생생하고 엄밀하게 분석했다. 펜타곤 페이퍼 보도로 공공기여 부문을 수상했기에 비슷한 소재의 중동 오폭 기사로 같은 부문의 상을 50년 만에 다시 받고 싶어서 뉴욕타임스가 공공기여 부문으로 응모했다고 필자는 추정한다. 워싱턴포스트는 1971년에 국방성 기밀문서를 뒤따라 보도했지만, 이듬해 발생한 워터게이트 취재로 퓰리처상의 공공기여 부문을 1973년 수상했다. 올해는 미국 민주주의 근간을 흔든 의사당 난입 사건을 소재로 같은 부문에서 상을 받았다.
진실을 전하려는 자세는 50년 전과 지금이 같다. 그러면서도 취재 및 보도 수준이 계속 발전하는 중이라고 올해의 퓰리처상 수상작이 웅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