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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_언론사 인재 공백: 떠나는 언론인, 줄어드는 지원자]언론사 채용, 현황과 문제점 진단
커버스토리 | 등록일 : 2024-04-26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 해도, 여전히 기자가 되기 위해서는 좁은 문을 통과해야 한다. 그럼에도 높은 경쟁률을 뚫고 어렵게 합격한 기자들이 입사 직후 그만두는 사례가 적지 않다. 점차 외면받는 직종이 되어 가는 언론인, 채용 방식의 개선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해본다. 편집자 주

 

필자가 근무하는 이화여대 저널리즘교육원 윤세영저널리즘스쿨(YJS)에서는 기자 지망생에게 언론 윤리와 취재 실무를 가르친다. 연말에 새 기수를 선발하려고 면접할 때마다 답답하다. 존경하거나 기억에 남는 기자를 물으면 대부분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갑자기 생각나지는 않지만…”이라며 머뭇거리다가 인턴 시절에 알았던 기자 이름을 말하는 정도. 지원서를 보면 언론에 관심이 많고 기자가 되려는 의욕이 넘친다. 그런데도 롤모델로 삼을만한 기자를 말하지 못한다. 축구선수가 되겠다면서 손흥민과 메시를 모른다?

 

답답함은 교육과정에서도 마찬가지다. 문장과 기사 기초부터 지도하는데 기본기가 매우 부족하다. 감을 잡게 하려면 상당한 인내가 필요하다. 

 

“잘못된 교육을 마치고 저널리즘스쿨에 들어온 학생들의 수준은 한심하다. 명사와 대명사를 경우에 맞게 서로 조응시킬 줄 아는 학생이 드물다. 형용사를 엉뚱한 자리에 갖다 놓는 바람에 문장이 뒤엉키는 학생들이 즐비하기 때문에, 저널리즘스쿨의 첫 강의를 문장 기초교육에 할애하는 형편이다.”

 

새뮤얼 프리드먼(Samuel G. Freedman) 컬럼비아저널리즘스쿨 교수가 《미래의 저널리스트에게 (Letters to a young journalist)》에서 했던 말이다. 내 심경과 똑같아서 수업 시간에 읽게 하면 학생들도 웃는다.


기자 지망생이 논술에 목매는 현실

 

기자가 되기를 희망하지만, 지망생은 언론과 기자와 기사에 대해 잘 모른다. 문제는 기자에게 필요한 자질을 가르쳐도 지망생이 교육에 올인하기 힘든 현실에 있다. 언론 윤리를 열심히 공부하고 취재 보도를 성실하게 실습해도 지금 같은 수습 기자 시험에서는 유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언론은 서류 전형-필기-실무 평가-면접의 순서로 수습 기자를 뽑는다. 전형의 앞 단계인 필기시험이 문제다. 논술이 특히 그렇다. 대부분 언론사가 국내외 시사 이슈에서 문제를 낸다. 정치·경제·사회·국제 같은 분야를 중심으로 논제를 만들고 의견을 논리적으로 정리하게 한다.

 

입사 전에는 이렇게 사설과 칼럼 비슷한 글을 익혀야 한다. 입사 뒤에는 다른 일을 해야 한다. 취재와 기사 쓰기가 주요 업무. 사실을 파악하고 정확하게 정리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지망생에게 요구하는 역량과 수습 기자에게 요구하는 역량이 일치하지 않는다. 채용 연계형 인턴은 2주~2개월 동안 취재 보도를 중심으로 기자 자질을 평가한다. 하지만 이런 인턴을 선발하는 과정에도 논술 중심의 필기시험을 치르게 한다.

 

수습 기자에게 사실적 글쓰기 역량이 필요하지만, 지망생에게 의견성 글쓰기 역량을 평가하니 시험에 합격하려면 논술에 목을 매야 한다. 탈락자가 가장 많이 나오는 전형 단계라서 지망생은 취재 보도 실습이 아니라 논술에 목을 맨다. 사설 학원 강의에 몇 십만 원을 낸다. 취재를 잘하고 기사를 잘 쓰는 지망생이 아니라 논술을 잘 쓰는 지망생에게 유리하다. 이런 전형이 어떤 문제를 낳을까?

 

중앙일보·JTBC 사례를 보자. 2023년에 수습 기자 7명을 선발했다. 그중 1명은 이미 다른 언론사 입사를 결정하여, 실제 입사자는 6명이었다. 그런데 중앙일보에 배치한 5명 중에서 1명이 1주일 만에, 다른 1명이 1개월 만에 퇴사했다. 조선일보는 2023년 합격자 10명 중에서 1명이 3주 만에 그만뒀다. 또 2022년 합격자 13명 중에서 1명이 1개월 만에, 다른 1명이 3개월 만에 그만뒀다. 다음은 MBC. 2021년 합격자 9명 중에서 2명이 사표를 냈다. 1명은 2~3주 만에, 다른 1명은 수습을 끝내고 1개월 만에 사표를 냈다. 이에 앞서 2020년 합격자 7명 중에서 1명이 일찍 퇴사했다.

 

기자 이탈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00년대 이후 인터넷 등장과 모바일 확산으로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면서 늘었다. 신문과 방송을 중심으로 전통 언론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기자직 위상이 낮아졌음은 언론계 내외부가 모두 안다. 적어도 2010년대 이후에 이런 사실을 모르는 상태에서 기자를 준비하거나 입사하지는 않았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시험 과목과 문제 유형이라도 바꾸자

 

전통 언론이 어려운 상황임을 이미 알았는데, 높은 경쟁률을 뚫고 합격했는데, 수습 기자가 왜 입사 직후에 그만둘까? 퇴사자 동기나 선후배와 얘기했더니 공통점이 보였다. 이유가 크게 세 가지였다고 한다. 언론사가 적성에 맞지 않았다. 기자 생활이 생각과 달랐다. 취재가 힘들었다. 적성에 맞지 않았는데 언론사에 왜 지원했을까? 입사 전에는 기자가 어떤 직업이라고 생각했기에 입사 후에 다르다고 느꼈을까? 취재가 쉽지 않은 일임을 전에는 몰랐나?

 

 

1971년 동아일보 기자 채용 필기시험 문제 <출처 - 신문평론, 1971년 여름호>

 

 

논술 비중이 높은 시험으로는 기자직이 적성에 맞지 않는 지망생, 언론 현실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지망생, 취재 경험이 거의 없는 지망생을 가려내기가 쉽지 않다. 이번 글의 결론을 미리 말하면, 선발 방식을 바꿔야 기자직이 적성에 맞는 지원자, 언론 현실을 제대로 아는 지원자, 취재를 많이 경험한 지원자를 찾을 수 있다.

 

한국은 민관 모두 시험으로 인적자원을 충원한다. 조선시대의 과거(科擧)처럼 말이다. 공정성을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는 사회에서 시험이 아닌 절차, 예를 들어 서류전형과 추천으로 신입사원을 뽑기는 힘들다. 그렇다면 운용의 묘가 필요하다. 어떻게 해야 언론과 기자와 뉴스에 대해 잘 알고, 취재 보도를 잘하는 지망생을 뽑을까?

 

필자는 시험제도를 유지한다면, 과목과 문제 유형이라도 바꾸자고 제언한다. 지금은 국내외 현안을 중심으로 논제를 제시한다. 이런 논제를 언론-기자-뉴스와 관련한 내용에서 출제하면 어떨까? 언론의 역할, 기자의 윤리, 취재 원칙, 우수 보도를 키워드로 해서 논제를 만들자는 얘기다.

 

 

1977년 MBC 기자 채용 필기시험 문제 <출처 - 신문평론, 1977년 6월호>

 

 

KBS의 2022년 논술 문제가 좋은 사례다. 기사 2개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고 다음과 같이 세 가지를 정리하도록 했다. ①두 기사 내용이 오늘 발생했다. 둘 중 하나만 오늘 9시 뉴스에서 리포트 할 수 있다. 어떤 기사가 9시 뉴스에서 보도하기에 더 적합한지 논하라 ②위에서 선택한 기사를 리포트 하려고 한다. 취재원 3명에게 하려는 질문을 2개씩 만들고, 목적을 간략히 쓰시오 ③두 기사를 모두 9시 뉴스에서 방송하는 경우에 각각의 앵커 멘트를 5줄 이내로 쓰시오.

 

또 다른 유형은 실제 기사 쓰기다. 예를 들어 자료를 주고 기사를 쓰거나, 긴 기사를 짧은 기사로 압축하는 식이다. 또 신문 기사를 방송 기사로 다시 정리하거나, 이야기체 기사를 역피라미드 기사로 바꾸거나, 역피라미드 기사의 본문을 제시하고 리드를 쓰는 식도 가능하다. 뉴스를 많이 읽고, 실제로 썼던 경험이 있어야 유리하다. 필기시험 단계는 지원자가 많으니, 분량이 짧고, 형식이 단순해도 좋다. 국내 언론이 1960년대와 1970년대에 이렇게 출제했었다. 당시에도 필기시험은 국어, 영어, 상식 위주였지만, 상당수 언론이 기사 쓰기를 별도 과목으로 뒀다.

 

한국일보 1967년 문제를 보자.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의 기자회견 기사를 200자 원고지 5장 이내로 쓰라고 했다. 자료 주제는 ‘국민생활심의위원회 신설’로 위원회의 목적, 시기, 주체, 기능, 효과를 설명했다. 동아일보는 1971년 문제에서 화재 기사를 쓰라며 일시, 장소, 날씨 같은 기본 정보를 제시했다. MBC는 1977년에 기사 쓰기 문제로 3개를 냈다. ①서울시장 기자회견에서 질문할 사항 5개를 간단히 메모하라 ②초등학교 개학을 스케치한 글을 원고지 5장으로 쓰라 ③교통사고와 관련한 정보 9개를 활용해서 기사를 원고지 10장 안팎으로 쓰라. 문항 숫자와 분량과 형식을 조정하면 지금 시대에 충분히 활용할 만하다.


지원자에게 보다 친절해지자


최근 실무 평가는 취재와 기사 쓰기 위주여서 기자 자질을 파악하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지망생은 주제를 받으면, 현장에서 취재하고, 회사로 돌아와 기사를 쓴다. 취재원은 실명이어야 하고, 수첩과 사진을 함께 제출하므로 취재 결과는 물론 취재 과정까지 나온다. 방송사 시험에서는 자료를 주고 취재원에게 질문하거나 리포트를 하게 만든다. 이런 평가를 더욱 강화할수록 좋다.

 

필기 전형이든 채용 연계형 인턴이든, 그리고 어느 단계에서든 필기시험이 꼭 필요하다? 그렇다면 취재와 기사 쓰기를 잘하는 지원자가 유리하도록 과목과 문제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언론과 기자와 뉴스를 이론과 실무 모두 잘 알수록 기자 일을 잘할 테니 말이다. 유명 언론인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고, 뉴스를 많이 읽지 않고, 취재 보도를 했던 적이 없는데 기자로 뽑는다? 손흥민 선수를 모르고, 경기를 자주 보지 않았고, 공을 찼던 적이 없는데도 축구선수를 꿈꾼다고 프로구단이 계약하는 셈이나 마찬가지다.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시험 방식을 바꾸면서 언론사가 입사 지원자에게 조금 더 친절하기를 희망한다. 전형 단계와 시험 과목을 줄이고, 일정을 몇 개월 전에 예고하고, 단계별 합격 여부를 미리 공지한 일시에 알려주기를. 채용 연계형 인턴은 활동 기간을 줄이고 전환율을 높이기를. 언론이 존중받지 못하는 시대에 기자가 되겠다니 대견하지 않은가? 지원자가 점점 줄어도, 언론을 빛낼 보석이 어딘가는 있을 테니 정성 들여 찾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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