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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글은 지난 호 주제1)를 잇는다. 이완수 동서대 교수는 취재 결과의 완결성보다 과정의 투명성이 중요하다며 기자들에게 사회과학자들의 과학적 절차와 방법을 활용하도록 제안했다. 유대근 한국일보 기자는 온라인 공간에서 원고량 제한이 덜 엄격하므로 사실 확인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했는지 충분히 보여줄 수 있다고 했다. 필자는 취재 과정의 자세한 설명이 언론 신뢰도를 높이는 가장 쉬운 방법임을 사례 중심으로 이야기하려고 한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이 고교 때, 대학 연구소에서 인턴을 2주간 하고 의학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됐다고 동아일보가 2019년 8월 20일 보도했다. 장관 임명을 놓고 갈등이 극심한 상황에서 여론이 부정적으로 흐르는 데 영향을 미쳤다. 취재팀은 한국기자협회가 주관하는 이달의 기자상을 신청했다. 심사위원회에는 전현직 언론인과 학자가 참여했다. 심사위원마다 기사를 보는 눈이 다르고, 정치 성향 역시 마찬가지여서 심사 단계별로 토론이 치열하다. 하지만 조 후보자 보도를 수상작으로 고르는 데 이견이 거의 없었다. 왜 그랬을까?
취재팀이 제출한 공적설명서에 취재 과정이 자세하게 나왔다.
“나의 진보적 가치와 아이의 행복이 충돌할 때 결국 아이의 행복을 위해 양보하게 되더라.”
경향신문 인터뷰(2010년 12월 7일) 일부다. 인사 검증 기사를 준비하다가 “아이의 행복을 위해 소신을 양보하게 만든 실체에 대한 호기심이 취재의 시작”이었다고 기자는 밝혔다.
호기심은 조 후보자 딸이 작성한 자기소개서를 구하면서 조금씩 풀렸다. 기자는 ‘해피캠퍼스’라는 유료 사이트에서 각각 500원~5만 원인 자기소개서 및 이력서 6통을 구입하고 8만 4,500원을 결제했다. 이어서 의학 논문을 구하고, 공동 저자를 확인하고, 당사자를 만나서 사실을 인정받기까지 50일 가까이 걸렸다고 했다.
다른 언론사의 9년 전 기사에 주목하는 꼼꼼함, 해피캠퍼스에 눈을 돌린 상상력, 논문을 찾아내는 끈질김, 복수 취재원에게 확인하는 신중함. 공적설명서를 읽으면서 무릎을 계속 쳤다. 필자가 23년 6개월 몸담았던 곳이라 기자상 회의에서는 말을 먼저 하지 않았다. 하지만 동아일보와 성향이 정반대인 언론사 논설위원이 가장 먼저 칭찬했고, 다른 심사위원들이 공감했다.
심사 결과는 만장일치에 가까웠다. 공적설명서가 취재 과정을 구체적으로 보여준 덕분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취재 시작부터 끝까지의 과정을 본문에 넣거나 보조 기사로 처리했다면 어떠했을까? 보도가 정파성의 산물이라거나 정권을 음해하려는 곳에서 찔러준 팁을 받은 것 아니냐고 비판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다음 사례는 서울신문 기획,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이다. 첫 기사는 2018년 9월 3일 나왔다. 1면 두 번째 단락에서 취재 방법을 6개 문장으로 설명한다.
“서울신문은 한국 사회 간병 살인의 현주소를 짚어보고자 법원의 판결문 방문 열람 등을 통해 지난 10여 년간 간병 살인 관련 판결문을 모두 확보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5월부터 진행 중인 자살 사망자 전수조사 결과와 중앙심리부검센터가 이미 분석한 자살 사망자
심리부검 289명 사례를 확인했다. 언론에 나온 기존 보도도 참고했다. 간병 살인 가해자들도 직접 만났다. 직접 만나지 못한 경우 주변 친인척과 지인을 대상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간헐적으로 간병 살인 관련 언론 보도를 분석하거나 판결문을 모아 보도한 적은 있었지만, 이처럼 대규모로 분석한 적은 처음이다.”
같은 날짜 3면 오른쪽에는 ‘어떻게 분석했나’라는 안내문이 있다. 간병 살인을 어떻게 규정하고, 가해자와 피해자 숫자를 어떻게 파악했는지 400자 정도로 정리했다. 탐사기획부가 간병을 키워드로 해서 판결문을 구하는 과정이 얼마나 힘들었는지는 기사만으로는 알기 힘들다. 조국 후보자 보도와 간병 살인 기획 모두, 기자의 성실함과 취재의 치열함이 심사위원회와 언론계만 아는 공적설명서에 나오는 점이 당시도, 지금도 아쉽다.
두 보도는 이달의 기자상에 이어 한국기자상과 관훈언론상까지 받았다. 이렇게 우수한 작품이 어떻게 나왔는지를 국내 언론은 기사에 넣지 않거나, 안내문으로 짧게 처리한다. 미국 언론 역시
제한된 여건 속 진실의 조각을 찾다
퓰리처상 국제보도 부문의 2022년 수상작을 보자. 아즈매트 칸(Azmat Khan)이라는 프리랜서 기자가 중동에서의 미군 오폭(誤爆)을 조명했다. 수상 목록에는 기사 8개가 나온다. 그 중 두 번째 기사 <미국 공중 폭격으로 인한 민간인 피해(The Human Toll of America’s Air Wars)>2)가 취재 과정을 자세하게 담았다. 온라인에는 2021년 12월 19일 올렸는데, 같은 제목으로 뉴욕타임스 일요판 2022년 1월 2일 30면에 게재했다. 기사는 8개 파트로 나뉜다.
오폭 문제를 본격적으로 파헤친 계기는 세 번째 파트 <탁월한 기술(Extraordinary technology)>에 나온다. 기사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는 이라크와 시리아를 폭격해 ISIS 전투원 2만 5,000명을 죽였다고 2016년 4월 발표했다. 민간인 피해는 21명이라고 했다. 칸 기자는 미국이 지원해 아프가니스탄에 설립한 학교 취재를 막 끝낸 상황이었다. 공직자 말이 현장 사실과 종종 다르다는 점을 알았기에 민간인 피해가 국방부 발표처럼 적은지 알아보기로 했다.
칸은 이라크 카이야라(Qaiyara)를 폭격 1개월 뒤에 찾았다. 민간인 피해가 한 명도 없었다고 발표된 지역. 주민은 민간인 6명이 죽었다고 이야기했다. 칸은 폭격당한 9곳을 더 갔다. 모두 민간인 주거지였다. 폭탄이 비처럼 쏟아졌다고 주민들은 증언했다. 이 중 5곳에서 민간인이 최소한 29명 죽었다. 칸은 기사에 이렇게 썼다.
“단 한 번의 취재로 연합군 공중 폭격이 매우 잘못됐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그는 검색과 통계에 밝은 아난드 고팔(Anand Gopal)과 함께 카이야라 폭격을 현장에서 체계적으로 취재하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 몇 개월 동안 확인했더니 새로운 사례가 나왔다. 그래서 취재 지역을 슈라(Shura)와 모술(Mosul) 동쪽의 아덴(Aden)으로 넓혔다. 폭격 지점을 먼저 확인하고 현장에 가서 주민을 만났다. 그러면서 사망자 이름과 사진을 모으고, 위성 사진을 분석하고 SNS를 검색했다.
취재 대상은 폭격 지점 103곳으로 늘었다. 그리고 폭격 5회 중 1회 정도로 민간인 피해가 있었음을 확인했다. 미군을 포함한 연합군 발표의 31배 수준이었다. 이렇게 되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칸은 표현했다. 취재할수록 분명해졌다. 민간인 피해가 당국 발표보다 훨씬 많았고, 대부분은 ISIS와 관련이 없었다. 뭔가 잘못됐다는 예감이 정확했다. 칸은 취재 결과를 2017년 11월 뉴욕타임스 일요판(온라인 11월 16일)에 <집계되지 않은 피해(The Uncounted)>라는 제목으로 먼저 보도했고, 이 내용 역시 2021년 기사에 넣었다.
두 번째 기사의 네 번째 파트 <우리는 희생자였다(We were the sacrifice)>도 추적 과정을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자료를 요청하면 당국이 공개 여부를 검토하고 결정하는 과정에 시간이 걸린다. 그 사이에 칸은 모술 서쪽인 올드시티(Old City)에 갔다. 집을 하나하나 방문하고, 주민과 이야기하고, 폭격 지점을 기록하기 위해서였다. 2018년 초였다. 문 두드리기(doorknocking)는 기자가 반드시 현장에 가야 한다는 상징적 표현이다. 칸은 실제로 문 두드리기를 시도했다.
취재의 엄격함은 여섯 번째 파트 <우리가 속한 신에게(To God we belong)>에 이어진다. 칸은 주민과 만나면 세부 내용을 먼저 얘기하지 않았다. 군 보고서를 비롯한 여러 자료를 읽었으니 폭격이 언제, 몇 회 있었고, 민간인 피해는 어느 정도인지 칸은 알았다. 하지만 먼저 자세하게 말하면서 대답을 유도하지 않았다. 찾아간다는 사실조차 미리 알리지 않았다. 이렇게 해야 조금 더 믿을 만한 증언이 나온다고 생각했다.
칸은 이야기할 마음이 있는지, 또 대화를 기사에 인용해도 좋은지를 주민에게 물었다. 그러면서 자신의 목적은 주민의 말과 얼굴과 목소리가 세상에 나오게 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기자가 솔직하고 진지하게 나오니 상당수 주민이 협조했다. 집에서 몇 시간씩 이야기했다. 일부 주민이 신의 뜻이니 지난 일을 잊고 싶다고 하면, 칸은 질문을 중단했다. 일부는 미국의 보상 계획에 대해 물었고, 일부는 언론 인터뷰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궁금해했다. 칸은 자신은 기자이지 구호단체 직원이나 NGO 대표가 아니라고 인터뷰 전에 언제나, 그리고 분명하게 말했다. 필자가 지금까지 요약한 내용은 모두 기사 본문에 나온다.
보도 여파는 상당했다. 정부와 의회와 시민사회가 움직였다. 작전 중에 민간인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라고 국방부 장관이 군에 지시했다. 상원 법사위원회는 드론을 활용한 공격에 대해 논의하려고 청문회를 열었다. 국제법, 정치학, 민권 분야의 학자들 역시 이 사안을 연구 주제로 다루기 시작했다.
기사에 넣은 오폭 취재 과정을 보면 제한된 여건에서 진실의 조각을 하나씩 찾는 과정이 경이롭다. 사회과학자 논문 못지않게 방법이 정교하다. 취재 보도 전문성이 이렇게 높기에 칸은 2021년에 컬럼비아대 저널리즘스쿨 조교수이자 글로벌저널리즘센터(Simon and June Li Center for Global Journalism)의 초대 소장으로 임명됐다.
빌 코바치와 톰 로젠스틸은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에서 언론과 언론인의 역할을 열 가지로 정리했다. 말 그대로 원칙이니 현장에서 바로 실천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또 미국과 언론 환경이 다르니 국내에 모두 적용하기가 쉽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취재 방법과 과정을 기사 본문에 넣거나, 보조 기사에 자세히 담는 일은 어렵지 않다. 회사와 경영진이 아니라 데스크와 기자가 마음먹고 실천하면 된다. 취재하면서 흘린 땀, 보도하면서 느끼는 고민을 공적설명서가 아니라 기사가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1) 《신문과방송》 6월호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 되짚기③ 원칙편 <진실의 첫걸음: 취재 과정의 투명성에 집중해야>
2) Azmat Kha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