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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점검: 카카오 데이터 센터 화재]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위험: 커뮤니케이션 재난
집중점검 | 등록일 : 2022-12-30

지난해 10월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톡은 물론, 카카오맵, 카카오뱅크, 카카오T 등 모든 카카오 서비스가 중단됐다. 그로 인해 국민 대다수가 불편을 겪었고 그만큼 ‘카카오’ 의존도가 높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디지털 시대 새로운 재난, 그 이면의 문제점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아, 기자님…카톡이 이제야 되네요ㅠㅠ”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들을 취재하고 있을 때였다. 그중 한 명이었고, 어느 병원 간호사로 일했던 수빈 씨(가명) 카카오톡(이하 카톡)이 하루 만에 왔다. 선배 간호사에게 폭언을 들었고, 집단 내에선 편들어주는 이가 없었고, 불면증과 공황장애에 우울증까지 시달리다 결국 타의에 의해 그만둔 사람. 힘들 땐 누구도 그의 이야길 들어주지 않았었다.

 

그래서인지 수빈 씨는, 귀 기울여 들어주는 이가 생겨 큰 위로가 됐단다. 내가 취재하고 싶다고 그에게 카톡을 보냈을 때, 돌아온 대답이 그랬다. 병원에서 일할 땐 교묘하게 본인이 유난스러운 거란 이야길 듣고 지냈다. 그래서 ‘내가 문제가 있는 건가?’ 그런 생각도 했단다. 그런 그에게 “잘못한 게 없다”고 했다. 몇 번이고 내게 고맙다고 했다.

 

그 뒤로도 수빈 씨는 자주 연락을 해왔다. 직장 내 괴롭힘의 고용노동부 진정 상황은 어떤지, 회사에선 어떤 연락이 왔는지, 그 말로 인해 본인이 얼마나 힘든지, 괜히 문제를 키운 게 아닐지 우려까지도. 그 연락을 받는 게 어쩌면 위태로운 그를 지탱해주는 힘 중 하나란 생각을 했었다. 이전에도 그런 경험을 몇 번 했었다. 대학교 땐 새벽마다 오는 연락을 받으며, 친한 동생의 생명도 지켜냈었다.

 

그리고 2022년 10월 15일, SK C&C 데이터센터에 불이 났다. 카톡이 멈추었다. 수빈 씨의 카톡도 참으로 오랜만에 울리지 않았다. 잠잠한 사이 그의 안위가 걱정됐다. 하루 뒤 연락이 왔을 때, 그는 또 다른 자료를 내게 넘겨줬다. 그리고 이미 했던 이야기를 포함해, 이런저런 힘듦을 또 쏟아냈다. 고립된 세계에서 긴 시간을 보냈을, 그리고 밀린 카톡을 쏟아낸 뒤에야 숨통이 좀 트이는 것 같았던 수빈 씨는 이렇게 말했다.

 

“처음엔 금방 복구되겠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세상과 끊겨버린 기분이 들더라고요.”

 

태풍·지진·폭설·호우에 준하는 정도의 ‘소통의 재난’

 

그러니 카톡의 부재가 ‘단순히 대화 좀 못하는 정도’ 무게는 아녔다. 절박한 이들과의 소통을 많이 해왔으니까. 그들과의 유일한 소통 창구가 부서지는 일이 더 무겁고 더 깊게 느껴졌다.

 

한 지역에서 유기 동물 300마리를 돌보고 있는 소장님은 그 무렵 ‘펀딩’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는 겨울이 찾아오는 게 두렵다고 했다. 주로 대형견들이 지내는 곳이라 사룟값도 많이 들고, 불경기에 후원은 점점 쪼그라드는 데다, 중성화는 덜 돼 새로운 꼬물이들이 계속 태어나는 상황. “다 놓아버리고 싶을 때가 많다”고 하소연하던 그를 위해 기사도 썼었고, 그게 끝이 아니란 걸 잘 알아서 계속 지켜보며 돕던 중이었다. 그러니 그 펀딩은 생존을 위한 거였다.

 

새벽부터 밤까지, 길에 버려졌었던 수많은 개의 엄마로, 사료통에 사료를 붓고 배변을 치우는 일만 하는 터라 어떻게 써야 호소력 있게 담을지 잘 몰랐다. 바쁜 시간을 쪼개 내게 조언을 구해왔다. 카톡 채팅방은 그에게 설명하는 데 편리한 공간이었다. 사진과 영상을 보내 예시를 들며 알려주고, 글로 보면 이런 느낌이니 방향을 이렇게 잡자고. 카톡이 먹통이 되던 날, 우리의 대화는 멈췄다. 시간이 많지 않았던 터라, 마무리하지 못한 얘기에 대한 조바심이 났다. 불안이 꼬리에 꼬릴 물었다. 지난번처럼 펀딩에 실패하면 어떡하나, 그럼 그 긴 겨울은 또 어떻게 나나, 그 여파로 위태로운 유기견 보호소가 무너지면 어쩌나, 소장님이 포기하면 다 안락사가 되는 걸까. 불통은 ‘불안’이었고, 소식이 닿지 않는 이에 대한 걱정이었다. 그늘이 잔뜩 드리워져있는 어느 존재에게는 분명히 그랬다. 다음 날 연락해 온 소장님은 내게 이렇게 말했다.

 

“간밤에 2시간밖에 못 잤어요. 어제 새벽엔 안 좋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애들은 엄마 속도 모르고, 그냥 밥 주니 좋다고 꼬릴 흔들고만 있고…얘네 보면 또 버텨야 하는데, 그런 생각 들고요.”

 

펀딩이 잘 될 거라고, 걱정하지 말라고,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이대로면 괜찮을 거라고. 그를 안심시킨 뒤에야 이 카톡방의 무게를 새삼 깨닫게 됐다. 

 

150명이 모인 단톡방은 또 어떤가. 잃어버린 강아지 ‘똘이’를 찾기 위해 매일 부단히 정보를 주고받았던 그 공간 말이다. 고라니에 놀라 튀어 나간 똘이가 겨울 산에서 사라졌고, 밤낮없이 전단지를 1만 여장 넘게 붙였지만 여전히 찾지 못하고 있었다. 혼자보다는 둘, 둘보다는 셋이 더 낫단 마음으로 단톡방을 만들어 뭉친 이들은, 제 일처럼 이야길 나누며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오늘은 어디 가봤어요”, “이 가게 앞에서 닮은 강아지를 봤어요”, “여기 전단지는 제가 붙였어요”, 그렇게 잃어버린 가족을 위로하고 어딘가를 헤맬 똘이를 걱정했다. 그 단톡방은 단순한 소통 창구가 아니라, 여럿이 힘을 합치고 있고 포기하지 않았으니, 언젠간 반드시 찾을 거란 실낱같은 희망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니 응당 카카오 불통 사태를, ‘소통 재난’이라 불러야 했다. 재난은 경찰학 사전에선 국민의 생명과 신체, 재산에 피해를 줄 수 있는 거라 정의했고, 그 사례로 태풍과 홍수, 호우, 폭설, 지진 같은 걸 들었지만. 카톡을 못 하는 게 단순히 잡담을 그치는 정도일 수도 있으나, 내 사례만 보아도 취재의 밀도를 고려했을 때 전혀 그렇지 않았다.

 

기자로 현장을 마주하면 늘 중얼거리는 게 있었는데, 이번엔 더 그랬다. ‘왜?’ 이면을 살펴 목소리가 작은 존재를 위로하는 말, 그래서 다신 이런 일이 없도록 찾아보겠다고 다짐하는 말이다. 대체 왜, 민간 기업 한 곳의 관리 부재가, 이렇게까지 내게 크고 두려운 일로 다가오게 됐는가.

 

“혹시 라인이나 텔레그램 쓰세요?”

“아니요….”

 

그즈음의 밤에, 편의점에 컵라면을 사러 가다가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아르키메데스의 ‘유레카’ 같은 깨달음이랄까.

 

아내가 먹고 싶다던 ‘도시락’ 컵라면을 사러 집을 나섰다. 가장 가까운 GS25 편의점부터 갔다. 매대를 이리저리 살펴보아도 도시락 컵라면이 없었다. 그래서 근처에 있는 세븐일레븐 편의점으로 갔다. 거기에도 도시락 컵라면이 없었다. 아내는 대충 다른 걸로 사 오라고 했으나, 난 반드시 도시락 컵라면을 사주고 싶었다.

 

조금 더 걸어서 CU 편의점에 가서야, 도시락 컵라면이 있는 걸 발견했다. 그날 밤에 아내는 원하는 걸 먹으며 행복해했고, 난 세 군데를 간 뒤에야 겨우 살 수 있었다고 무용담을 늘어놓았다.

 

카톡 불통이 ‘재난’이 된 이유가 그거였다. 편의점은 여러 곳이 경쟁하고 있다. 여기에 없으면, 다른 데를 가면 된다. ‘대체재’가 있다. 최근 불매운동이 진행 중인 SPC, 노동자가 사망한 뒤 부실 대처해 소비자 공분을 일으켰던 그곳만 해도 그게 된다. 크리스마스에 파리바게뜨 케이크 대신, 뚜레쥬르 빵집에 가서 사면 된다.

 

다른 대체재가 쉬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특정 기업이 그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단 의미와 유사하다. 예컨대, SPC 불매운동에서도, ‘삼립 호빵을 먹지 않는다면 뭘 먹지?’라고 생각하면 금방 떠오르지 않는다. 그 기업 제품이 시장에서 지배력이 높단 얘기다. 실제 삼립 호빵 점유율이 90%를 넘는단다.

 

카톡도 ‘대체재’가 있다. 네이버 라인 메신저도 있고, 페이스북 메신저도 있고, 텔레그램도 있다. 그런데 그걸 써서 재난 상황이 해결되느냐 하면, 그리 간단치가 않다. 대화는 혼자 하는 게 아니다. 상대방이 있어야 한다. 그러니 나 혼자 라인과 텔레그램으로 바꾼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상대방도 그 메신저를 써야만 대화할 수 있는 거다.

 

그런 면에서 카톡의 위치는 절대적이다. 가입자가 4,300만 명에 달한다. 대화할 사람이 다 거기에 있어서, 나 혼자만 바꾸는 게 의미가 없다. 실제 카톡 불통 사태 때, 취재원과 소통하려고 라인을 깔아봤었다. 라인에 그 사람이 등록돼 있지 않았다. 결국, 카톡이 언제 돌아오나, 하염없이 바라보고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슬픈 얘기다.

 

그 엄청난 가입자를 기반으로, ‘카카오로 1초 만에 가입하기’ 신공으로, 카카오는 문어발식으로 확장해갔다. 카카오T는 3,200만 명, 카카오 맵과 카카오 내비는 1,400만 명, 카카오페이는 3,700만 명 등이 쓰고 있고, 카카오 선물하기 연간 구매자는 2,000만 명이다. 그러니 카카오 계열사가 벌써, 해외까지 포함해 187개란다. 이번 사태로 독과점 문제가 재조명되면서, 계열사 수가 이렇게 많단 것에 놀란 이들이 적잖았다.

 

말 그대로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소통 독과점’을 무기로 말이다. 대체할 수 없으면 꼼짝 못 하게 된다. 그래서 카카오톡 장애를 절실히 겪고도, 여전히 카톡을 부지런히 쓰고 있다.

 

카톡만 있는 게 아니다, ‘아찔한 독과점’의 세계

 

그 사실을 누가 가장 잘 알았을까. 다름 아닌 카카오다. 데이터센터에서 불나도, 며칠 정도 못 써도, 별수 없이 다시 카톡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단 걸 그들은 잘 알았을 거다. 그러니 가장 기본적인 안전성에 투자할 시간과 비용을 돌려, 맘 놓고 확장해나갈 수 있었던 거다. 경쟁해야 긴장하는데, 그들에겐 이미 경쟁 상대가 없었다. 문제가 생기면 망할 수도 있단 생각을 해야 하는데, 어지간해선 그런 일이 없을 거라 자신했을 거다.

 

그걸 앞세워 일상에 빠짐없이 침투했고, 기꺼이 써왔고, 그게 중단됐을 때의 말로가 뭔지를 우린 이미 경험했다. 카카오의 귀여운 캐릭터 ‘라이언’에 가려, 잘 보이지 않던 건 ‘재난’이었다. “카카오로 모든 게 가능해졌어”란 말은 “카카오가 멈추면 모든 게 불가능해”란 말과 같은 말이었다.

 

카카오 사태 이후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많다. 내 생각엔 이미 늦었다. 카톡은 대체 불가능하다. 카카오맵이 안 되면 티맵을 쓰면 되고, 카카오T가 안 되면 나가서 손이라도 들어 택시를 잡으면 되지만, 카톡은 도저히 안 된다. 독과점 규제 얘기가 나오고 있다. 관련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게 맞다. 그러나 카카오에 대해선 이미 어찌할 수 없다. 우리 생활이 이미, 너무 많이 종속됐다.

 

카카오가 얼마 전 데이터센터 이중화니, 안정화 대책이니, 이런 것들을 발표했다. 그 목소릴 믿는 것 말곤 할 수 있는 게 없다. 제대로 만들겠다고 하지만, 또 반복됐다간 기업이 망할 수도 있단 절박함 없이 얼마나 잘 대비할지 의문이다. 또 반복되면 국민들은 불편을 겪을 거고, 카카오를 욕할 거고, 그러면서도 또 쓸 거다. 그게 ‘독과점’의 무서움이다.

 

더 중요한 배움이 여기 있다. 독과점이 되려는 걸 내버려 두면, 카카오처럼 ‘재난’ 수준의 마비가 얼마든 또 올 수 있단 것. 카카오처럼 늦기 전에, 우리 생활의 필수 불가결한 서비스를 특정 기업 하나가 다 점유하기 전에, 미리 규제하고 깐깐히 심사해 막고, 건강한 경쟁을 시장에서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역할이 필요하다.

 

지금 스마트폰 화면을 깨워보라. 자주 쓰는 앱에 뭐가 있는지를 살펴보라. 그리고 생각해보자. 질문해보자. 그럼 쉽게 답이 나온다. “당근마켓 없이 중고거래를 할 수 있는가”, “배달의민족 앱 없이 배달을 할 수 있는가”, “마켓컬리 없이 배송할 수 있는가”, “유튜브 없이 영상을 볼 수 있나”, “네이버 지도 없이 길을 찾아갈 수 있나” 등. 이 모든 게 멈춘다면 우리 생활이 멈출 것인가.

 

대답을 쉽게 할 수 없다면, 그 기업의 지배력이 이미 그만큼 큰 것이다. 감히 예언하겠다. 그 의존도가 큰 만큼, 또 다른 재난이 분명히 생길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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