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상세
온라인 뉴스 매체의 잇따른 몰락이 화제가 되고 있다. 작은 온라인 잡지로 시작해 정통 언론에서는 다루지 않는 새롭고 다양한 뉴스 콘텐츠로 세계의 이목을 끈 바이스미디어도 그중 하나다. 바이스미디어의 성공과 실패가 시사하는 바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지난 5월 15일, 미국의 온라인 뉴스 매체 바이스미디어(Vice Media)가 뉴욕 남부연방파산법원에 파산신청서를 제출했다. 온라인 뉴스 업계의 강자로 떠오르며 2017년에는 약 57억 달러(약 7조 3,500억 원)의 기업 가치 평가를 받았던 바이스의 초라한 몰락이다. 이에 앞서 4월에는 또 다른 대표적 온라인 뉴스 매체 버즈피드(BuzzFeed)가 뉴스 부문 폐업을 선언하고 전체 인력의 15%를 해고했다. 2023년 1월에는 온라인 미디어 복스(Vox)가 구조조정을 단행해 7%를 감원하며 가까스로 연명해나가고 있다. 이러한 온라인 뉴스 매체의 몰락은 디지털 미디어 환경의 변화를 반영한 것일 뿐만 아니라, 앞으로 온라인 뉴스 매체가 생존하기 위해서 나아가야 할 방향 또한 시사하고 있다.
디지털 네이티브 뉴스의 성장
버즈피드는 한때 전 세계 온라인 방문자수 1위를 자랑했다. 특유의 바이럴 기사로 온라인에서 주목받던 버즈피드는 엔터테인먼트 뉴스를 큐레이팅하던 단계에서 한층 더 나아가 뉴스 부문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2021년 중국 신장 위구르 비밀 수용소 심층 보도로 국제 보도 부문 퓰리처상을 받는 등, 버즈피드는 온라인에서뿐만 아니라 뉴스 생태계 전체에서 그 존재감을 인정받는 미디어로 성장했다.
작은 온라인 잡지로 시작한 바이스미디어는 2000년대를 거치며 바이스 뉴스, 바이스 TV, 바이스 스튜디오 등의 계열사에 더해 영화, 잡지, 여성 채널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했다. 이 중 바이스 뉴스는 동영상이라는 포맷을 이용한 뉴스 콘텐츠 생산에 비중을 뒀는데, 이는 특히 소셜미디어를 통해 뉴스를 접하고 소비하는 18~34세 연령층에게 크게 어필했다. 바이스 뉴스는 정통 언론에서 다루지 않을 법한 주제와 사건들을 집중적으로 조명해 큰 이목을 끌었다.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보도하는 기존의 정통 주류 미디어와는 달리, 바이스 뉴스는 빠르고 유연하게 주제를 선정하고 다양한 국제적 사건을 전한다고 자부하기도 했다. 또한 사실 확인과 객관성 여부를 중시하는 정통 언론의 원칙과는 다른 방향의 보도를 기획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예를 들면 2013년 미국 NBA 농구 스타 데니스 로드먼(Dennis Rodman)의 북한 방문을 기획 보도한 것이다.
당시 바이스미디어는 데니스 로드먼이 평양을 방문해서 치른 모든 행사를 밀착 취재했고, 후에 이를 바탕으로 제작한 다큐멘터리의 판권까지 HBO에 넘겼다. 기존 정통 언론은 독재자나 범죄자로부터 취재 권한을 돈으로 매수하지 않는 것을 불문율로 삼고 있지만, 바이스는 데니스 로드먼의 북한 방문기를 취재하는 대가로 북한에 상당한 금액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늘날에도 바이스미디어의 유튜브 팔로워 수는 약 1,680만 명에 육박한다. 이렇게 남다른 행보를 걷던 바이스미디어의 기업 가치는 57억 달러(약 7조 3,500억 원)에 이른다는 평가를 받았고, 끝내 성사되지는 못했지만 미국 주식 시장에 상장(IPO)하기 위한 준비를 하기도 했다. 2023년 현재 뉴욕타임스의 시가총액이 약 62억 달러(약 7조 9,000억 원)인 것을 감안하면, 바이스의 존재감은 당시 정통 언론에 상응할 만큼 크게 성장했었다고 볼 수 있다. 바이스미디어와 버즈피드, 두 매체의 공통점은 소셜미디어의 성장과 함께 급성장해 기존의 뉴스 미디어에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이다.
안정적인 비즈니스 모델의 부재
2023년 4월, 버즈피드는 뉴스 사업을 접겠다고 전격 발표했고 버즈피드보다 서너 배 큰 바이스미디어는 그로부터 한 달도 안 돼 파산을 신청하게 됐다. 바이스가 신청한 ‘챕터 11’ 파산은 기업의 재조직과 부채 상환을 통해 부채 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법원의 승인을 받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바이스미디어는 불과 5~6년 전 승승장구하던 시기에 평가받던 가치의 4%도 안 되는 2억 2,500만 달러(약 2,900억 원)라는 훨씬 낮은 금액에 매각될 전망이다.
뉴스 미디어의 세대교체를 자신하던 온라인 뉴스 미디어 매체들이 줄줄이 몰락의 길을 걷게 된 배경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지속 가능하고 안정적인 비즈니스 모델 창출에 실패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바이스와 버즈피드는 물론, 대부분의 온라인 뉴스 미디어들은 소셜미디어의 급성장 흐름에 얹혀 독자를 끌어들였다. 여기에는 광대역 인터넷 확산으로 인해 동영상 콘텐츠 소비가 쉬워진 점과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대중화에 힘입어 소셜미디어를 통해 바이럴 콘텐츠의 확산이 가능해진 것이 큰 몫을 했다.
이렇듯 빠르게 성장한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독자층을 확보하는 접근 방식이 초반에는 온라인 뉴스 미디어에게 성공을 안겨주는 듯 보였지만, 결국 그 성공이 장기적으로는 지속되지 못했다. 플랫폼을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소셜미디어, 즉 빅테크 회사였다. 광고를 통해 발생하는 수익 구조는 뉴스 미디어보다는 플랫폼인 소셜미디어에 더 유리하도록 점차 발전했고, 이로 인해 바이스미디어 등 온라인 뉴스 매체의 광고 수익은 급감하게 됐다. 따라서 소셜미디어를 플랫폼으로 삼아 급성장한 신생 온라인 매체들이 광고 수익 감소로 인해 재정난에 시달리게 된 것은 전혀 놀라운 결과가 아니다. 특히 소셜미디어의 주축이 되는 알고리즘이 콘텐츠 공급자인 온라인 뉴스 미디어가 아닌 콘텐츠가 소비되는 플랫폼에 유리하도록 진화한 것은 온라인 뉴스 미디어에는 큰 위기로 작용했다. 소셜미디어 이용자가 뉴스피드를 통해 미디어 콘텐츠를 소비함으로써 발생하는 수익은 버즈피드나 바이스보다는 결국 페이스북(메타)과 구글에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주는 시스템이 됐기 때문이다.
지속가능한 온라인 뉴스 미디어를 위해
디지털 네이티브 뉴스 미디어들의 실패를 지켜보는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비즈니스 모델의 안정화 없이는 신생 온라인 미디어의 지속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지적한다.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 CNN의 디지털 담당 부서 등을 거쳐 미국 뉴스 매체에 대한 경험이 풍부한 미트라 칼리타(S. Mitra Kalita)는 지난해 10월 《신문과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디지털 네이티브 뉴스의 생존을 위해서는 수익 구조 다각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칼리타 역시 에피센터(Epicenter)라는 신생 온라인 미디어를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는데, 에피센터의 경우 수익 구조를 크게 네 가지로 다양화해 사업의 안정성을 높여 나가는 중이다. 여기에는 광고를 통해 발생하는 수익, 독자의 가입비 및 구독료, 공공기관과의 협업, 그리고 공익·자선 재단을 통한 기부가 포함된다. 칼리타는 현재 미디어 환경에서 온라인 뉴스 매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시장에 대한 분석과 타깃 이용자에 대한 분석이 모두 정확히 이뤄져야 함을 강조했다.
바이스미디어의 파산 신청과 버즈피드의 뉴스 부문 폐업은 결국 소셜미디어라는 플랫폼에 의존하여 콘텐츠를 유통하는 온라인 미디어의 장기적인 생존이 불가능함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미 전 세계 사용자를 연결한 네트워크를 통해 뉴스 콘텐츠의 유통 경로를 확보하는 것은 쉬워졌지만, 알고리즘이라는 강력한 도구를 빅테크 기업들이 쥐고 있는 한, 여기에 의존하는 것은 온라인 뉴스 매체에게 리스크일 수밖에 없다. 이는 수년 전부터 존폐의 기로에 놓여 생존을 위한 새로운 수익 구조 창출에 만전을 다한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와 같은 정통 매체와 크게 대조적이기도 하다.
신생 온라인 뉴스 매체들은 정통 매체와는 다른 시각의 콘텐츠로 신선함을 선사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결과적으로 비즈니스 모델 창출에는 실패했다. 따라서 유료 구독 시스템의 정착 등 운영의 안정화와 회사의 생존을 위해 정통 매체가 쏟아부은 노력을 접목하는 것 또한 온라인 뉴스 미디어가 추구해야 할 방향이 될 수 있다.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를 구축하지 못하면 뉴스 미디어가 추구하는 어떤 저널리즘도 생존할 수 없음은 정통 매체와 디지털 네이티브 매체 모두에게 해당되는 냉혹한 현실이다. 비즈니스 모델의 실패로 인한 감원, 폐업, 그리고 파산은 바이스미디어나 버즈피드만의 문제가 아닌, 모든 온라인 뉴스 미디어가 당면한 문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