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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_TV의 종말? 스트리밍 시대의 생존 위기]미국의 방송 지원 정책
커버스토리 | 등록일 : 2024-06-28

미디어 시장의 지각변동으로 방송사들은 생존을 위한 전투를 펼치고 있다. 이러한 방송사를 돕기 위해 미국에선 정부 차원의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미국 방송 시장의 격변과 기성 방송사들의 대응 전략, 정부의 지원책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의 성장으로 미국의 방송 생태계가 큰 변화를 겪고 있다. OTT 서비스 플랫폼의 등장은 콘텐츠 소비의 패턴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았고, 제작 및 유통 구조 또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기존의 전통적인 방송사들은 이러한 변화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생존을 위한 전투를 펼치고 있다. 시청자들이 기존 방송 매체들을 외면하면서 주요 수입원이었던 광고 수익이 크게 줄어들게 된 것이다. 변화의 바람 속에 방송사들은 재정적 압박을 피할 수 없게 됐고, 살아남기 위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이미 여러 방송사가 디지털 전환을 추진해 새로운 플랫폼 진출을 도모했고, 혁신적인 콘텐츠 제작을 통해 시청자들을 유치하고자 한다. 한편 미국 정부에서도 방송 산업 지원을 위한 여러 가지 정책을 내놓고 있다. OTT 서비스 플랫폼의 약진으로 촉발된 미국 방송 시장의 격변, 전통 방송사들의 대응 전략, 그리고 정부의 방송 산업 지원책 등 방송 생태계 변화의 궤적과 향방을 들여다본다. 

 

플랫폼의 다양화, 그 결과는?


최근 몇 년간 미국 방송 시장의 변화를 간단히 정의하자면 ‘플랫폼의 다양화’일 것이다.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로 대표되는 OTT 플랫폼의 급성장뿐만 아니라, 로쿠, 플루토TV와 같은 FAST(Free AdsupportedStreaming TV) 텔레비전 시장 또한 점차 성장하고 있다. 2022년 7월 닐슨(Nielson) 조사에 따르면, 미국 전체 TV 시청에서 34% 이상이 넷플릭스와 같은 OTT 플랫폼을 통해 이뤄지고 있으며, 지상파 방송사를 통한 TV 시청은 21.6%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저도 전월 대비 3.7%p 감소한 수치였으며, 연간 기준으로는 약 9.8%p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2024년 현재 미국 가정의 70% 이상이 OTT 플랫폼 서비스를 구독하고 있다. 

 

방송 환경의 변화와 시청자의 이동은 전통 지상파 방송국의 광고 수익 감소로 이어졌다. 다수의 조사기관이 미국 지상파 방송국들의 연간 광고 수익이 6~9%씩 감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는데, 이러한 감소세는 앞으로 더욱 심화돼 2027년에는 미국 지상파 방송국의 전체 광고 수익이 약 200억 달러(약 27조 6,000억 원)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광고 시장에서 미국 텔레비전 방송국의 입지 변화는 기업들의 광고 지출 데이터로도 확인되는데,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과자 회사 리츠 크래커(Ritz cracker)의 경우, 2024년 기준 미국 전체 광고 예산의 15%만 TV 광고로 책정했다고 한다. 이는 불과 3년 전 전체 광고 예산의 42%를 TV 광고로 책정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수치다. 이렇듯 광고 수익 급감으로 인해 기존 지상파 방송국은 구조조정과 인력 감축이 불가피해졌으며, 정부 또한 방송국들의 생존을 위한 지원 방안을 검토하게 됐다. 


시장 변화가 불러온 방송사의 구조 변경

 

OTT 플랫폼의 확대가 미국 방송 시스템에 끼친 영향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보기에 앞서 미국의 방송 시장에 대해서 간략하게 살펴보자. 미국의 방송 시스템은 다원화된 구조를 지니고 있는데, 공영방송, 상업방송, 지역방송, 비영리 방송 등 다양한 영역의 방송사들이 운영되고 있다. 공영방송 부문에는 PBS(Public Broadcasting Service)와 NPR (National Public Radio)이 있다. PBS와 NPR 모두 전국 가맹 방송국들의 네트워크 형태로 운영되는데, PBS에는 보스턴의 WGBH, 메릴랜드의 MPT 등을 포함한 350여 개 가맹 방송국이, NPR에는 뉴욕의 WNYC, 워싱턴DC의 WAMU 등 1,000개의 라디오 방송국이 소속돼 있다. 

 

이들 방송국은 모두 연방정부와 민간 기부금으로 운영되며, 상업적 목적이 아닌 교육·문화·시사 콘텐츠 제작에 주력한다. 프로그램 편성에 있어서도 오락성 프로그램보다는 다큐멘터리, 교양, 뉴스 등의 비중이 높다. 한편 ABC, NBC, CBS, FOX 등 주요 지상파 방송사들은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대형 상업 방송사들이다. 이들은 광고 수익에 의존하며, 시청률이 높은 오락 프로그램을 주로 편성한다. 이 외에도 미국 전역에 약 1,700개의 지역 방송사가 있는데, 이들은 해당 지역의 뉴스와 정보를 주로 다룬다.

 

미국에서 OTT 플랫폼은 201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인 성장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넷플릭스가 2007년 스트리밍 서비스를 개시한 이후 초기 진입자로서 가입자를 꾸준히 늘려 나갔고,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Amazon Prime Video), 훌루(Hulu) 등 후발 주자들이 대거 가세하면서 OTT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2017년 넷플릭스 가입자가 1억 명을 돌파하고, 2019년에는 디즈니플러스가 출시되면서 OTT 시장은 급속한 팽창기를 맞이했다. PwC(PricewaterhouseCoopers)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6년까지 OTT 플랫폼의 매출 증가율은 1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며, 2024년 기준 상위 5개 OTT 업체 시장 점유율이 70%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미국의 경우 유료 케이블 텔레비전 요금이 매달 60~100달러(약 13만 원)로 높은 반면, OTT 서비스는 플랫폼 당 월 10~20달러(약 2만 원)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다. 따라서 OTT 서비스에 가입하면서 유료 방송을 가입 해지하는 코드 커팅(Cord-cutting) 현상뿐만 아니라, 여러 개의 OTT 서비스에 동시 가입하는 다중 구독(multiple subscription) 또한 일반화되고 있다. 

 

이렇게 급변하는 환경에서 기존의 방송사들에 구조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이다. 대형 방송사인 NBC유니버셜과 CBS도 자체 OTT 플랫폼을 출시해 수익원을 다각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NBC유니버셜은 2020년에 피콕(Peacock)을 출시했고, CBS는 2021년 파라마운트 플러스(Paramount+)를 선보이며 자사 프로그램 스트리밍 서비스에 주력했다. 공영방송 PBS도 PBS 비디오 앱을 통해 회원제 OTT 스트리밍 서비스를 개시, 다큐멘터리와 교육 콘텐츠를 제공한다. 

 

지역 방송사들은 전략적인 제휴를 통해 생존을 도모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텍사스 휴스턴의 지역 방송인 KHOU 방송국은 자체적으로 KHOU 11+ 라는 스트리밍 앱을 출시하여 로쿠, 애플TV와 같은 OTT 스트리밍용 디바이스 업체를 통해 콘텐츠를 유통한다. 이처럼 전통 방송사들은 규모와 관계 없이 OTT 플랫폼 진출로 새로운 수익원을 찾고 콘텐츠 유통 채널을 다변화하는 중이다. 


기술, 인프라, 지역 콘텐츠에 지원

 

정부 차원에서도 이러한 방송국의 생존 위기에 대응하는 조치들이 마련되고 있다. 미국 연방 정부는 방송국에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는데, 인프라 투자 혹은 프로그램 제작을 위한 투자에 대해 세금 공제 혜택을 마련하고 있다. 또한 크고 작은 기금을 통해 공영방송국을 지원한다. 주정부와 지방정부 차원에서도 지역 방송국이 지역 콘텐츠를 제작할 경우 세금 감면이나 보조금 지급 등의 인센티브를 통해 지역 문화와 정보를 알리도록 장려하고 있다.

 

우선, 미국 연방 정부는 공영방송공사(CPB, Corporationfor Public Broadcasting) 지원을 통해 공영방송 운영과 프로그램 제작을 위한 기금을 제공하고 있다. 2024 회계 연도에 미국 의회는 CPB에 5억 2,500만 달러(약 7,300억 원)의 연방 예산을 승인했다. 이는 전년도 4억 7,500만 달러(약 6,557억 원) 예산에서 약 5,000만 달러가 증가한 금액이다. CPB 자금의 70% 이상은 지역 공영 미디어 방송국에 직접 전달돼 텔레비전과 라디오 프로그램 제작을 지원한다. 

 

구체적으로는 커뮤니티 서비스 보조금(CSG, Community Service Grants)과 제작 보조금(Content and Production Grants)이 있는데, 이러한 보조금은 다양한 콘텐츠와 교육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데 쓰인다. 또한 교부금 및 경쟁 기금을 통해 다양한 연방 기관에서 방송 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국립인문학기금(NEH, National Endowment for the Humanities)에서는 미디어 프로젝트 프로그램(Media Project Program)을 통해 방송국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NEH는 2024 회계 연도에 방송 제작을 지원하는 보조금 프로그램에 약 350만 달러(약 48억 원)를 편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제 혜택으로는 방송 및 케이블 TV 네트워크는 장비 및 인프라에 대한 자본 지출에 대해 가속 감가상각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방송 연구 개발(R&D)에 대해서는 세액 공제를 해주는데, 이는 새로운 기술 개발 및 혁신을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연방 정부는 기술 혁신과 서비스 성장을 위한 간접 지원 또한 제공했는데, 관련된 사항으로는 ‘리팩(Repack) 기금(TV 방송사 재배치 기금)’을 살펴볼 수 있다. 리팩 기금이란 미국 연방 통신 위원회(FCC, Federal Communications Commission)가 방송 주파수 재할당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을 TV 방송국에 상환해 주기 위해 설립한 기금이다. 이를 통해 방송 채널 재배치로 발생한 비용에 대해 약 17억 5,000만 달러(약 2조 4,000억 원)를 지급했다.

 

또한, 코로나19 사태 때에는 광고 수익 급감으로 어려움을 겪는 방송사를 지원하고자 2020년 1억 달러(약 1,380억 원) 규모의 긴급 광고비 지원 기금이 만들어졌다. 이 밖에도 소수계 방송사 지원, 저소득층 가구 수신기 보조 등 특정 프로그램 기금이 운용되고 있으며, 일부 주(州)정부에서는 지상파 방송국 현대화 기금, 방송 인력 재교육 기금 등을 별도로 조성하기도 한다. 주정부 차원에서도 수익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방송국, 특히 공영방송국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지원 방침들은 주마다 다르지만, 주로 새로운 기술과 인프라 투자 및 지역 관련 콘텐츠 제작을 촉진하기 위한 세금 공제 또는 보조금의 형태를 띠고 있다. 이러한 공제는 장비 업그레이드나 서비스 확장 비용을 상쇄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예를 들어, 조지아와 같은 주에서는 해당 주 안에서 미디어 콘텐츠를 제작하고 방송하는 것을 장려하기 위한 세금 공제를 제공하고 있다. 조지아주의 엔터테인먼트 산업 투자 관련법(Georgia’s Entertainment Industry Investment Act) 중에서 영화 세금 공제(Film Tax Credit)의 경우, 영화뿐만 아니라 텔레비전 및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프로젝트에 대한 세액을 공제해 줌으로써 조지아 지역의 미디어 제작 활동을 지원한다. 이에 더해 주 정부에서 예산을 편성해 공영방송국에 직접 운영자금을 지원하거나, 보조금을 주는 방법도 있다. 

 

뉴욕주에서는 공영방송국 운영비를 직접 지원하기 위해 주정부 예산을 편성했으며, 뉴욕주 교육부(SED, New York State Education Department)의 문화 교육 기금을 통해 방송국을 지원하기도 한다. 주정부들은 지역 방송국과 민간 기업 간의 협력이 이뤄질 수 있도록 기반을 조성하는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현재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방송 산업이 OTT 플랫폼과 스트리밍 서비스가 주도하는 환경으로 발전하면서 시청자들에게는 콘텐츠 선택의 자유가 확대되고, 궁극적으로는 더욱 다양한 콘텐츠가 제공될 것이다. 기존의 방송 산업의 가치사슬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가운데, 전통 방송사들은 새로운 플랫폼 사업에 대한 투자, 기존 업체들과의 제휴 및 인수합병 등의 전략을 활용한 수익 모델을 확보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방송 산업의 지각변동이 전 세계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 만큼,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 정부의 대응 및 지원 정책도 지켜보는 것이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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