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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이지만 그만큼 미확인 정보, 비윤리적이고 악의적인 콘텐츠가 유통되기 쉬운 단점이 있다. 조회수를 올리기 위한 무분별한 경쟁이 빚은 부작용을 막을 방법은 없는지, 열린 인터넷을 둘러싼 쟁점과 해결 방안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세상이 웹으로 연결된 지 30년은 넘은 것 같다. 웹으로 구축된 인터넷은 우리 일상을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디지털 가상공간에서의 삶으로 바꾸고 있다. 인터넷 공간의 특성은 노드(node)와 링크(link)로 구성된다. 노드는 개인이나 조직, 또는 국가가 될 수 있다. 이 같은 노드들을 연결하는 것이 링크다. 링크를 통해 노드들이 서로 많이 연결될수록 사회적 의미 또는 경제적 수익이 발생한다. 노드의 영향력은 링크를 통해 무한 복제되거나 증식할 수 있다. 가령, 특정 웹사이트가 링크를 따라 계속 연결될수록 해당 사이트의 영향력은 급격히 증가한다. 이 영향력은 다시 특정 웹사이트의 이용자 규모를 확장한다. 결과적으로 구독자 빈도나 이용자 조회수가 늘어날수록 특정 노드의 사회·경제·정치적 영향력은 증가하게 된다.
핵심은 특정 노드, 구체적으로 말해 웹사이트의 링크를 연결하는 힘이 무엇인가에 대한 것이다. 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특정 사이트 이용 동기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사람들은 뉴스를 보거나 듣기 위해, 또는 좋아하는 영화나 드라마 등 동영상 콘텐츠를 보거나 업무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나 콘텐츠를 찾고, 필요한 물건과 서비스를 구매하기 위해 특정 사이트를 이용한다. 이는 기존 오프라인 공간에서 이뤄진 이용자 습관이 인터넷 공간에서도 반복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는 별개로 개인의 취향이나 정치적 신념 또는 경제적 목적을 위해 노드의 연결성을 높이는 일도 일상화되고 있다. 인터넷 공간은 열린 생태계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노드를 구축할 수 있는 열린 인터넷 시스템은 다음과 같은 특성을 공유하는 편이다. 첫째, 특정 웹사이트에서 유통하는 콘텐츠 제작에 투입되는 자본 규모와 이용자 규모는 비례하는 특성이 있다. 둘째, 특정 웹사이트에 인센티브 시스템이 마련될 때 이용자 참여는 급격히 늘어나지만, 소수 생산자와 다수 이용자로 이용자가 나뉜다. 셋째, 특정 웹사이트가 유통하는 콘텐츠 규모가 커질수록 이를 이용하는 이용자 집중이 가속화된다. 동시에 특정 플랫폼이 독과점적 시장 지위를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으로 열린 인터넷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콘텐츠 형태를 변형시키는 혁신이 이뤄지는 반면, 일탈적이거나 유해한 콘텐츠의 생산·유통이 늘어날 가능성도 크다. 열린 인터넷 시스템이 기존 콘텐츠 생산 및 유통을 대체하거나 보완하는 환경을 구성하고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탈법·일탈적인 콘텐츠 유통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구체적으로 이러한 쟁점들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인터넷 공간, 주목받지 않으면 돈을 벌 수가 없다
우선, 인터넷 공간이 기존의 미디어 공간을 대체하기는 하지만 오프라인 콘텐츠 생산자들의 지배력은 인터넷 공간에서도 복제·확장된다. 오프라인 콘텐츠 제작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는 사업자들은 그만큼 이용자의 주목 시장을 지배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홀드백(hold back)1)이나 교차 플랫폼 전략을 바탕으로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한 콘텐츠들을 오프라인 및 인터넷 공간에 유통함으로써 경제적인 가치를 높인다. 게다가 막대한 제작비를 감당할 수 있는 재정 자원을 포함해 여러 가지 IP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는 만큼 인터넷 공간에서 콘텐츠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인터넷 공간에서 기존 A급 콘텐츠의 품질을 넘어서는 콘텐츠를 공급하는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들도 레거시 미디어들의 콘텐츠 제작 방식과 유사한 특성을 공유한다. 콘텐츠 제작에 많은 비용이 투입된 만큼 이들 콘텐츠의 저작권은 강력한 법적 보호를 받는다.
다음으로, 인터넷 공간에는 개별 노드, 다시 말해 개인이나 조직들이 자신의 콘텐츠를 바탕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생산자 비즈니스 모델이 있다. 이들은 조회수나 팔로워수가 늘어날수록 플랫폼 사업자들로부터 광고료를 배당받을 수 있다. 자신의 콘텐츠가 많이 이용될수록 경제적 수익이 늘어나는 구조다. 게다가 이용자들로부터 직접 콘텐츠 이용료를 모두 회수하는 OTT 비즈니스 모델도 있다. 개별 제작자 입장에서는 눈에 띄거나 차별화된 콘텐츠를 제작하면 조회수가 늘어나 플랫폼 사업자들로부터 재정적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그동안 거대 콘텐츠 제작자들의 콘텐츠들을 소비해 왔던 개인들도 스스로 제작한 콘텐츠를 플랫폼에 올려 자신의 수익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 이는 열린 인터넷 플랫폼을 통해 이용자 모두가 참여하는 콘텐츠 유통 시장이 생겨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로 이 부분이 열린 인터넷 공간의 이점이자 단점이다. 열린 인터넷 공간에서 제작된 콘텐츠들은 기존 레거시 미디어가 제작한 A급 콘텐츠와 직접 경쟁하기보다는 대체로 다른 이용자 콘텐츠들과 경쟁하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이들에게도 주목의 경제가 강력하게 작동된다. 주목받지 않으면 경제적인 수익을 낼 수 없다. 게다가 대다수 개인이나 조직들은 콘텐츠에 투입되는 제작비가 충분하지 않거나, 콘텐츠 제작에 필요한 저작권을 완전하게 소유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이용자 주목을 끌기 위해 불법과 탈법의 가장자리에서 일탈적이거나 인권에 반하는 콘텐츠들을 고민 없이 생산하는 주체가 될 수도 있다. 자신들이 인터넷 플랫폼에 업로드한 콘텐츠가 사회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를 고민하는 대신 조회수를 올려 수입만 올리면 된다는 목표 의식이 지배적일 가능성도 있다. 주목을 끌면 돈이 되는 인터넷 공간의 시스템 속성이 반영된 것이다.
한편, 열린 인터넷 공간은 다양성이 지배적인 공간이기보다는 특정 웹사이트 또는 기업 중심으로 시장이 집중되는 특성이 있다. 다시 말해, 대다수 이용자가 정보와 콘텐츠 양이 많은 특정 웹사이트로 몰리는 경향이 나타난다. 콘텐츠가 많을수록 인터넷 플랫폼의 경쟁력이 높아진다. 글로벌 플랫폼들이 비용 부담을 무릅쓰고 막대한 규모의 클라우드 시스템 또는 데이터 센터를 구축하고 유지하는 이유다.
특정 플랫폼에서 이용할 수 있는 콘텐츠와 정보가 증가할수록 이에 접속하거나 이용하는 이용자 규모는 확대되고 집중된다. 지배적인 플랫폼을 이용하는 소수 콘텐츠 제작자들은 자원이 충분하지 않더라도 정치적 신념에 소구하거나, 개인 취향에 집중하거나 자극적·일탈적 콘텐츠 제작을 통해 플랫폼 내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다.
과열 경쟁이 부추기는 비윤리·탈법적 콘텐츠 생산, 해답은?
열린 인터넷 생태계에서는 정보와 콘텐츠를 많이 소유·운영·유통하는 플랫폼 사업자들, 그리고 이들 플랫폼에서 콘텐츠를 제작하는 소수 생산자가 공생하며 경제적 수익을 점유하는 구조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쟁점은 콘텐츠 제작자들이 늘어날수록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콘텐츠의 다양성이 약화될 뿐만 아니라 검증되지 않은 정보나 콘텐츠들이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가령, 인터넷 공간에서의 여론 형성은 마치 정보의 폭포 현상에서 보던 것과 같이 자극적이고 말초적인 정보 흐름에 따라 여론이 급격히 변화하고 유동하는 속성을 나타낸다. 임팩트가 강한 뉴스나 정보는 검증 과정을 완벽하게 거치지도 않은 채 짧은 시간 내에 수많은 이용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일이 늘어난다.
결과적으로 열린 인터넷 공간 내 플랫폼 간 그리고 콘텐츠 생산자들 간 경쟁의 과열은 콘텐츠 다양성보다는 비윤리적이거나 탈법적인 콘텐츠 생산을 부추기는 근본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는 누구라도 콘텐츠 생산과 유통이 가능한 열린 인터넷 생태계가 불러온 또 다른 모순이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서비스 혁신이 필요하지만 혁신과는 별개로 손쉽게 비윤리적이거나, 인권에 반하는 콘텐츠의 제작·유통을 선택할 가능성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열린 인터넷 공간은 개별 국가 단위로 사회적·경제적 규제가 쉽지 않다. 여론을 왜곡하거나 특정 이념 편향성을 확대재생산하거나 또는 인권을 약화시키는 콘텐츠 제작이 늘어나도 이를 개별 국가에서 온전히 규제하고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이 같은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 첫째, 우리 사회에 다양성 가치나 원칙을 강화해 이를 공유하는 방안이다. 한국을 비롯해 대부분의 사회가 사회적 가치에 대해 양극화된 의견만으로 나뉘는 정서가 계속된다면 집단 간 갈등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다양성 원칙을 세우고 여러 다른 의견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하다. 특히, 플랫폼 사업자들이 AI 알고리즘을 정교화함에 따라 이용자들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정보나 콘텐츠를 반복적으로 이용하는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이를 줄이기 위해서는 특정 여론이나 정보, 콘텐츠에만 매몰되지 않은, 다양한 가치들을 경험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플랫폼 알고리즘 개발과 이용자 교육이 필요해 보인다.
둘째, 플랫폼 기업의 사회적 책임 및 자율 규제 모델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국내외 플랫폼 기업들은 정보와 콘텐츠들을 제공함으로써 이용자를 모으고 이들을 다시 연결하는 방식으로 가치를 창출한다. 그 과정에서 윤리적으로 쟁점이 되거나 인권을 침해할 수 있는 정보나 콘텐츠 노출이 쉽게 일어나기도 한다. 그러나 이 모두를 제도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게다가 해외 플랫폼 기업들의 경우 특정 국가 단위에서 규제를 적용하기 어렵다. 현실적인 대안은 이들 플랫폼 기업이 자신들의 사업을 통해 사회적 여론 형성이나 다양성 증진, 청소년 윤리 인식 등에 미치는 영향력이 적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플랫폼마다 자율 규제 모델을 만들고 이를 사회에서 계속 검증받게 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플랫폼 서비스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성을 높일 수 있도록 이용자 평가를 다양화해 살펴보는 작업 역시 필요할 것이다.
셋째, 인터넷 플랫폼을 통해 정보나 콘텐츠를 제작하는 개인, 조직들에 대해서는 플랫폼 단위로 리터러시 또는 윤리 교육을 이수하게 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특정 개인이나 사업자, 조직이 자유롭게 인터넷 공간에서 정보와 콘텐츠를 이용하거나 의견을 표현하는 행위는 규제 대상이 될 수 없다. 다만, 정치적 또는 상업적인 목적으로 인터넷 공간에서 정보와 콘텐츠를 제작하려는 주체들에게는 최소한 자신의 콘텐츠를 업로드하기 전 인터넷 윤리와 리터러시 교육을 이수하도록 유도하는 시스템이 필요할 것이다. 이는 열린 인터넷 공간에서 활동하는 콘텐츠 제작자들이 갖춰야 할 최소한의 윤리적 기준을 강조하고 확인하는 과정이 될 수 있다. 콘텐츠 제작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리터러시 교육 프로그램은 그들이 제작하는 콘텐츠나 정보의 다양성 가치나 윤리적 쟁점, 저작권 침해 가능성 등 여러 기준을 근거로 만들 필요가 있다.
넷째, 콘텐츠 플랫폼이 이용자에게 미치는 효과를 다양하게 분석해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치는 일도 필요하다. 가령, 여론 및 사회가 양극화되는 현상이나 비윤리적·반인권적 콘텐츠 생산 및 유통 증가, 이용자들의 과도한 콘텐츠 몰입이나 중독, 동영상 콘텐츠 이용 증가에 따른 이용자 인지 능력의 변화 등 쟁점이 한둘이 아니다.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연구를 통해 문제점과 해결 방안이 무엇인지를 파악해 정책적으로 보완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할 것이다. 이 같은 효과 분석은 플랫폼 기업을 중심으로 연구와 조사 능력을 갖춘 학계와의 공동 작업을 통해 주기적·중장기적으로 수행될 필요가 있다. 조사 결과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 플랫폼 및 제작자의 자율 규제 기준에 반영되도록 하는 것도 적절한 대안이 될 것이다.
1) 영화 한 편이 상영 후 다른 수익 과정으로 이동하기까지 걸리는 기간. 편집자 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