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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을 약 1년 앞둔 지난여름, 파리 부시장 두 명이 기자들 앞에서 센강으로 뛰어들었다. 퍼포먼스의 주인공은 에마뉘엘 그레고이(Emmanuel Grégoire) 부시장과 파리 올림픽 준비를 총괄하는 피에르 라바단(Pierre Rabadan) 부시장. 센강으로 다이빙한 두 명의 부시장을 바라보며, 파리 시장 안 이달고(Anne Hidalgo)는 공식적으로 파리 올림픽 세 개 수영 종목을 센강에서 개최하겠다며, 경기가 열릴 장소를 공개했다. 르몽드, 르피가로, 리베라시옹 등 프랑스의 유력 언론은 이 사실을 크게 보도했고, 뉴스 전문 채널 BFM은 센강에 뛰어든 공무원들을 ‘원기 왕성(En Pleine Forme)’하다고 칭찬했으며, 스포츠 전문지 레퀴프(L’Équipe)는 “약속을 지킨 이달고 시장, 내년에 수영한다(Anne Hidalgo, maire de Paris: « Promesse tenue, on nage dans la Seine»)”라고 전달했다. 도대체 센강에서 수영하는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이기에, 프랑스 언론들이 앞다퉈 이 사실을 보도하는 걸까.

더러운 센강에서 올림픽 수영 경기를?
약 100일 앞으로 다가온 파리 올림픽의 슬로건은 ‘완전히 개방된 대회(Ouvrons grand les Jeux)’다. 에펠탑 앞에서는 비치 발리볼 경기, 베르사유 궁전에선 승마 경기, 그랑 팔레(Grand Palais)에선 태권도와 펜싱 경기를 하는 식이다. 하지만 파리시가 올림픽 전체 예산의 3분의 1을 쓰며 가장 공들이는 부분은 바로 센강에서 수영 경기의 일부, 즉 트라이애슬론, 다이빙 그리고 10km 수영 경기를 개최하는 것이다. 문제는 센강의 수질. 더러워도 너무 더럽다. 수질 악화를 이유로 센강에서의 수영이 금지된 해가 1923년, 거의 100년 전의 일이다.

파리 시민의 생활 중심지인 센강은 강 위의 배들과 강 주변 레스토랑 때문에 얼핏 봐도 깨끗한 상태는 아니다. 여기에 비가 오면 하수와 오물이 센강으로 유입된다. 파리 언론이 이달고 시장의 선언을 놀랍게 받아들이는 건 이 때문이다. 물론 파리시도 센강 수영 프로젝트가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고 있다. 약 30년 전, 자크 시라크(Jacques Chirac) 전 대통령이 파리 시장이던 시절, 시민들이 수영할 수 있을 정도로 센강 복원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파리시는 올림픽이라는 대형 이벤트를 기회로, 약 14억 유로, 우리 돈으로 2조 원에 가까운 예산을 센강 정화에 투입하여, 7개 수영 종목을 센강에서 개최한 1900년 파리 올림픽의 재현을 기대하는 중이다.
프랑스 언론의 기대는 약 한 달 만에 불안으로 바뀌었다. 작년 8월 초 센강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10km 수영 대회가 수질 상태 때문에 취소된 것. 프랑스의 주간지 르푸앙(Le Point)은 ‘불과 몇 시간 직전에(Cela s’est joué à quelques heures)’ 취소가 결정됐다며 우려를 표했다.
자연스럽게 프랑스 언론의 관심은 2023년 8월 17일, 센강에서 4일간 개최될 트라이애슬론 국제 대회에 집중됐다. 수영, 마라톤, 사이클을 동시에 하는 트라이애슬론 이벤트의 첫날, 불안은 기대로 바뀌는 것처럼 보였다. 성공적으로 트라이애슬론 수영 경기를 센강에서 마무리했기 때문이었다.
역사적 순간이었다. 프랑스 선수들은 경기 전 염소 성분이 들어간 약을 먹었다고 밝히긴 했지만, 수질 상태엔 큰 불만이 없어 보였다. 문제는 단체 경기가 열리는 대회 마지막 날. 당시 취재를 위해 경기장을 찾았지만, 시작 한 시간 전까지도 선수들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알고 보니 수영 경기가 취소된 것. 당일 오전 잠시 내렸던 비가 원인이었다. 어쩔 수 없이 수영을 뺀 두 종목, 마라톤, 사이클 두 경기만 열렸고, 실망스러운 성적을 받아 든 프랑스 트라이애슬론팀의 도리안 코니(Dorian Coninx)는 “수영에 강점을 보이는 프랑스 팀에게 (수영 취소는) 불리한 결정이었다”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센강 수질보다 더 큰 문제는 시민들이 겪을 불편
대회가 끝나고 프랑스 체육부 장관, 올림픽 준비 위원장, 파리시 부시장 등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프랑스 언론은 취소 이유를 물으며 파리 올림픽의 센강 프로젝트가 너무 무모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피에르 라바단 파리시 올림픽 준비 단장은 기자회견을 하는 동안에도 “아직 센강 수질 저하에 대한 정확한 원인을 찾지 못했다”라고 털어놨고, 아멜리에 우데야-카스테라(Amélie Oudéa-Castéra) 장관은 그래도 4일 중 3일은 문제가 없었으니 오히려 “좋은 신호로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장관의 무책임한 답변에 한 프랑스 기자가 “당신은 센강에 들어간 적이 있냐”고 물었다. 순간 기자회견장에 흐른 짧은 정적. 곧 프랑스 체육부 장관은 “기쁜 마음으로 들어갈 겁니다”라고 답했지만, 다음날 거의 모든 프랑스 언론은 트라이애슬론 취소 소식을 전하며 우려를 내놨다. 르몽드는 “센강 수질의 불확실성 때문에 (경기가) 취소됐다(annulée en raison d’incertitudes sur la qualité de l’eau de la Seine)”고 보도했고, 프랑스앙포(France Info)와 르파리지앵(Le Parisien) 등도 취소 사실을 비중 있게 다뤘다.

더 큰 문제는 파리 올림픽에 대한 우려 사항이 센강 수영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완전히 개방된 대회를 모토로 도심 전역에서 경기가 열리기 때문에 시민들이 감내해야 할 불편이 클 수밖에 없다. 그중 가장 큰 걱정이 교통이다. 실제 트라이애슬론 국제 대회가 열렸던 알렉상드르 3세 다리(Pont Alexandre-III) 맞은편에 위치한 앵발리드(Invalides)에선 양궁 월드컵 4차 대회가 동시에 열렸다. 당일 교통 통행은 전면 중단됐으며, 양궁과 트라이애슬론 경기장 두 곳의 연결 통로가 따로 준비되지 않아, 현장에서 취재하던 많은 언론인은 혼란에 빠졌다.
무엇보다 방송팀의 경우 챠량 통제로 무거운 장비를 직접 들고 걸어서 이동해야 하는 게 고역이었다. 방송팀의 항의에 파리시는 올림픽 기간 중 작은 손수레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올림픽 당일에도 양궁과 트라이애슬론은 같은 날 열릴 예정. 결국 파리시는 두 개의 경기를 동시 개최해 교통 상황을 점검하려 했던 것인데, 예상대로 주변부 교통이 마비된 것이다.
리베라시옹은 ‘프랑스 올림픽 기간 중 대중교통 점검1) ’ 기사에서 광역 파리 구역, 일드 프랑스(Ile de France) 주지사인 발레리 페크라스(Valérie Pécresse)를 인터뷰했는데, 주지사 역시 “좀 걷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피할 수 없다, 불편을 줄 것이다”라며 파리 시민들의 인내를 요구했다. 하지만 파리 시민들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르파리지앵이 SNS에 올림픽 교통 혼잡 미리 보기 정보를 게재했는데2), ‘올림픽 동안 피해야 할 곳은 파리 전체’, ‘혼잡하지 않은 곳을 설명하는 게 빠를 듯’, ‘13호선은 올림픽 없어도 난리’ 등의 부정적 댓글이 여러 개 달렸다. 여기에 올림픽 기간 대중교통비가 약 두 배 인상될 거란 발표까지 나오면서 시민들의 불만은 더욱 커졌다.
총격 테러 경험한 시민들, 가장 우려하는 것은 안전
하지만 프랑스 언론의 가장 큰 우려는 경기도, 교통도 아니다. 바로 안전이다. 2015년 바타클랑(Le Bataclan) 극장에서 무차별 총격 테러를 경험한 파리는 최근 러시아 모스크바 극장에서 벌어진 비슷한 테러를 보며 9년 전의 악몽을 떠올렸다. 테러에 대한 악몽은 곧 올림픽 개막식에 대한 우려로 이어졌다. 왜냐하면 파리시는 개막식을 올림픽 역사상 최초로 스타디움이 아닌 센강에서 열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번 올림픽 개막식은 각국 선수단을 태운 160척의 보트가 아우스터리츠 다리(Le pont d’Austerlitz)에서부터 에펠탑에 이르는 6km의 구간을 지나가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즉, 이번 개막식은 ‘완전히 개방된 대회’의 결정판인 셈이다. 센강 옆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는 별도 통제 없이 행사를 무료로 일반 시민에게 전면 개방할 계획이었지만,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일단 계획은 보류된 상태다. 르몽드는 ‘테러의 위험에서 안보의 도전까지(du risque terroriste à la délinquance, le défi de la sécurisation)’3)라는 제목의 팟캐스트 방송에서 거의 모든 전문가가 이구동성으로 센강 개막식은 안전의 관점에서 최악의 선택이라고 말했다며 이를 비판했다. 파리시 역시 애초 센강 개막식에 60만 명의 유료 관객을 계획했지만, 파리 경시청의 반대로 10만 4,000석까지 줄인 상황. 그럼에도 르몽드 기자는 “리스크는 올림픽 경기를 헤치려는 사람들의 상상력만큼 광대하다, 무제한적이다”4)라며 센강 개막식에 대한 우려의 시선을 던졌다.
테러 우려에 대해 프랑스는 경찰 등 보안 인력 확충을 해결책으로 제시했지만 이마저도 쉬워 보이지 않는다. 지난 1월 파리 시청 앞으로 경찰들이 모였다. 프랑스 정부는 올림픽 동안 안전 관리를 위해 파리 경찰 전원의 휴가 제한 계획을 발표했는데, 경찰들이 이에 공개적으로 반발한 것이다. 시위를 막아야 할 경찰이 시위를 벌이는 상황. 경찰들은 휴가 보장, 추가 보상금 책정 등의 주장을 펴는 동시에, 개막식 안전 관리를 위한 현실적인 인력 충원 계획을 내놓으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경찰 시위는 곧 다른 여러 분야의 시위로 확산됐다. 역시나 올림픽 기간 중 여름휴가가 제한될 수 있는 자영업자들이 거리로 나섰다. 올림픽 전용차선 이용에서 제외돼, 영업에 타격을 입게 된 우버 택시 기사들은 순환 도로에서 시속 5km로 운전하는 일명 ‘달팽이 시위’로 자신들의 분노를 표출했다, 그리고 추방 위기에 내몰린 프랑스 공사 현장의 불법 이민자들도 시위에 동참하면서, 파리 올림픽 준비는 더욱 암울해지는 상황이다.
완전히 새로운 올림픽…언론 반응은 냉소적
지난 2월 파리시는 외신 기자들을 초청해, 아우스터리츠역 아래의 공사 현장을 공개했다. 파리시는 수영장 20개를 동시에 채울 수 있는 양의 물을 저장할 수 있는, 거대한 하수 저장고를 건설 중이다. 대형 터널을 이곳에 연결, 센강으로 유입될 빗물과 하수를 저장고로 보내려는 것이다. 피에르 라바단 시장이 직접 나와 센강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지만, 기자들의 반응은 냉소적이었다.
일단 하수 저장고의 공사도 끝나려면 멀어 보인 데다, 강우량이 예상보다 늘어나 저장고 용량을 넘어서면 저장고는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라바단 시장을 따로 만난 자리에서 파리 올림픽의 준비에 우려를 표하자, 그는 “걱정은 우리가 할 테니, 당신은 혁신적인 파리 올림픽을 재밌게 즐기면 됩니다”라고 했다. 프랑스인 특유의 자신감이 묻어나는 말이었다.
실제 프랑스는 역사적으로 세계의 문화 예술 흐름을 끌어 나간 선두 주자였으니, 기존의 올림픽과 차별화된, 완전히 새로운 올림픽을 열겠다는 그들의 야심은 충분히 이해 간다. 하지만 프랑스 언론이 던지는 다양한 우려의 시선을 보면, 파리지앵들이 너도나도 올림픽 기간엔 파리를 떠나겠다고 하는 말이 호들갑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과연 파리는 100년 만에 파리에서 열리는 이번 올림픽을 역사에 남을 기념비적 대회로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을까. 이제 100일 정도 남았다.

1) Damien Dole, <Transports publics : Paris se magne le train avant les JO de l’été 2024>, 2024.3.26, https://www.
liberation.fr/economie/transports/transports-publics-paris-se-magne-le-train-avant-les-jo-de-lete-2024-20240326_
Q5CIXA4VUZHJTGCFBYD3SEHRQM/
2) https://www.instagram.com/p/C5QuxLbI3_K/
4) J’ai envie de dire que les risques, c’est un peu comme l’imagination d’un individu ou d’un groupe déterminé à perturber
les jeux, c’est même presque comme le destin, je dirais, c’est sans limit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