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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人사이드]언론상담소: 인사이동과 전문성
미디어 人사이드 | 등록일 : 2024-06-28

Q. 

기존 부서에서 기자로서 전문성을 키우고 싶었는데 뜻하지 않게 인사발령이 났습니다. 직장인으로 회사의 인사발령을 따르는 게 당연하기도 하지만, 발령 전 부서와 취재 주제와 영역, 업무 방식이 크게 달라져 섭섭한 마음이 듭니다. 희망 부서에 오래 머무를 수 있는 방법, 희망 분야에서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회사에 어필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익명의 기자

 A2.


이런 말씀으로 시작해서 죄송합니다만, 원래 인생이 그렇습니다. 희망과 현실은 불일치합니다. 그 간극의 크기만큼 실망과 좌절도 커집니다. 세상이 나의 바람을 저버리면, 큰 꿈은 쪼그라들고 포부는 비관이 되기 쉽습니다. 고작 40대 중반에 이런 말씀 드려 죄송하지만, 사는 건 별로 쉽지 않은 듯합니다.

 

2006년 가을입니다. 대학 마지막 학기, 저는 수업 전 교실에 앉아 눈물을 짜냈습니다. 한 언론사 필기시험 낙방 때문이었습니다. 보통은 수백 명이 시험을 치르고 이 가운데 30~40명이 합격하는 ‘바늘구멍’ 같은 언론사 시험이니 낙방은 일도 아니지만, 이때는 달랐습니다. 이 경제 방송국은 서류에서 많이 추려 이미 100명 정도만 남은 상태에서 필기시험을 쳤습니다. 그 가운데 통과자는 60명쯤… 그러니까 60%를 뚫지 못하고 떨어진 겁니다. 

 

눈물을 흘리며 ‘나는 하면 안 되는 공부를 하는 건가?’ 혹은 ‘나는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걸까’ 생각했습니다. 실력이 형편없는 게 아닌가 하는 자괴감이 너무 컸죠. 나의 희망과 세상의 평가는 불일치했습니다(사실은 나의 희망과 나의 능력이 불일치한 것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다행히, 운 좋게, 지금은 과분한 회사에서 18년째 일하고 있습니다만, 입사가 끝은 아니죠. 전문 분야를 가지고 싶습니다. 문제는 기자 대부분이 그렇단 점이죠. 모두가 원하지만(수요), 선망하는 전문 분야(공급)란 제한됩니다. 여기에 또다시 현실의 벽이 있습니다. 

 

여지없이 저는 그 벽에 부딪혀 좌절했습니다. 처음엔 흔치 않은 경제학 전공자이니, 경제부에서 일하는 게 어렵기야 하겠나, 가면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착각이었죠. 입사 후 10년 동안 저는 경제부를 단 한 번, 10개월 남짓 경험했을 뿐이었습니다. 사회부 사건팀 근무를 하고, 지역 근무를 다녀오고, 수도권 근무·내근을 하고, 이리저리 다녀오느라 시간만 보냈습니다. 쉬우리라 생각했던 기회는 오지 않았습니다. 다시 한번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를 되뇌었습니다.


좌절과 아쉬움 속에 시간을 허비하지 마세요

 

그러다 다시 한번 다행히, 운 좋게,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회사에 ‘예비 전문기자’ 제도란 것이 생겼습니다. 여기 지원해서 경제 파트 일을 본격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약간은 인정받는 편인 기자가 되었습니다(그러니 《신문과방송》에서 기고를 요청했다고 믿어봅니다).

 

말이 길었네요, 짧게 요약하면 이런 겁니다. 내 맘대로 되는 건 원래 별로 없다. 그리고 돌아보면, 동료들도 대부분 그랬습니다. 이를테면, 우리는 모두 어느 정도 실패하며 삽니다. 너무나 특출나서 처음부터 모두의 인정을 받는 누군가가 아니라면 말이죠.

 

그래도 다들 어느 정도는 원한 걸 이루고 삽니다. 우리같이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기회는 온단 겁니다. 저도 이 글에서 벌써 두 번이나 ‘운 좋게도’ 원하는 걸 이뤘다고 말하지 않았나요? 그 경험을 되뇌어 보고 이런 조언을 해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 내 마음을 다잡아야 합니다. 좌절과 아쉬움 속에 시간을 허비하지 마세요. 실패는 모두가 경험합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어떤 이는 비극의 주인공이 되고 맙니다. 반면 어떤 사람에게 실패는 더 큰 성공의 예비 작업이 됩니다. 마음을 다잡고 시간을 열심히 살아내야 합니다. 

 

시험에 떨어져도 계속 공부하며 시험을 봐야 하듯, 회사가 나를 몰라주어도 계속 주어진 일은 열심히 해내야 합니다. 저 역시 제 의지와는 무관하게 사회부에, 또 지역방송국에, 또 수도권 근무에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때로는 가족과 멀리 떨어져서 근무하기도 했고 정서적으로 육체적으로 힘든 시간도 많았습니다. 다만 돌이켜보면 분명 정치·경제·사회·문화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기사를 쓰면서 시야가 넓어졌고 글쓰기 실력도 나아졌습니다. 조금 더 긍정적인 자세로 ‘깊이 원하지는 않았지만 분명 도움이 될 기회’를 놓치지 말고 살아내야 합니다.

 

그다음, 완전한 실패도 때로는 희망의 자양분이 된다고 믿어야 합니다. 저는 회사에서 징계를 받은 경험도 있습니다. 시키는 일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는데요(나중에 징계는 다 무효가 됐어요). 자초지종은 제쳐두고 몹시 외롭고 힘든 경험이었단 사실만 말씀드릴게요. 제대로 된 일을 못 한 채 상당한 시간을 보내야 했고, 휴직도 해야 했습니다. 사람 만나기가 두려울 때도 많았죠. 

 

그런데 그 소모의 시간도 나중엔 도움이 되더군요. 일의 중심에선 밀려났지만, 책보고 생각하고 공부할 수 있었던 시간이 되어줬거든요. 나중에 본격적으로 원했던 기사를 쓰고 안팎으로 인정을 받기 시작할 때, ‘아 내가 지금 이 기사를 쓰는 원동력은 바로 그 쉬어가는 시기에 한 공부 덕분이구나’를 느꼈습니다. 조금 한가한 부서에 갔다면, 꼭 그 시간을 축적의 시간으로 만들어 보세요. 


남루한 행색의 기회도 잡아야 합니다

 

그리고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모두가 달려드는 기회만 기회인 것은 아닙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제가 다닌 회사에서 선발한 ‘예비 전문기자’ 제도가 제게는 기회였는데, 사실 그땐 그게 기회인 줄도 몰랐어요. 경쟁은 없었고(지원자가 저밖에 없었어요), 혜택은 인사 발령뿐이었거든요. 지나 보니 그 기회를 잡지 못했다면 지금 이 글을 쓰는 사람은 제가 아니었을 것 같네요. 제 기회는 그렇게 화려해 보이지 않았고, 어쩌면 좀 초라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때로 기회는 그런 모습입니다. 그런 남루한 행색의 기회도 잡아야 합니다.

 

인생은 한 번뿐입니다. 실패하고 싶지 않죠. 욕심을 낼 수밖에 없습니다. 원하는 부서에 오래 머물기는커녕 한 번 가기도 어렵다면, 그렇게 전문성을 키울 기회조차 잡지 못한다면, 섭섭하고 낙담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두 번 살 수 없는데, 내 뜻이나 내 힘으로 이끌어 가기 힘들어진다면 그럴 수밖에 없죠. 하지만 동시에 인생은 신비로운 여정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안 풀리다가도 어느 날 뭔가 이뤄져 있기도 하거든요. 그러려면 낙담에 갇혀있지 않고 묵묵히 내 앞의 일들을 해야 합니다. 하고 싶은 일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노력해야 합니다. 무엇이든 축적의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그러면 세월이 지난 뒤 분명 어떤 결실이 있을 겁니다. 처음 원했던 정확히 그것일지 아닐지는 모르지만, 분명 스스로 뿌듯할 수 있는 무엇인가가 모습을 드러낼 겁니다. 

 

더 크고, 높은 어떤 뜻이 있는지 어떤지는 알 수 없습니다. 저 자신도 요즘은 제 앞에 캄캄한 날들만이 기다리고 있다고 느끼기도 합니다. 제 인생의 결론이 해피엔딩이 아닐 수 있을 것 같기도 해요. 나의 희망과 세상의 부름은 다시 한번 불일치합니다. 불확실하고, 또 섭섭합니다.

 

하지만 낙담보다는 새로운 기대로, 또 무엇을 하려고 도전해야 할지 생각합니다. 작은 실패를 만나더라도 실망하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에 집중하며 마음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움직여 보려 노력합니다. 결과는 알 수 없습니다만, 그 말고 달리 다른 뭔가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존경하는 은사님께서 해주신 말이 있습니다. 젊은이에게 인생은 때로는 좌절스럽고 절망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인간을 결정짓지 않습니다. 선택은 각자의 몫이라고요. 힘내고 크게, 멀리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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