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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신뢰 회복은 사회 전체에 주어진 과제다. 그럼에도 그 책임을 언론계에만 물어야 할까. 뉴스 소비 형태가 바뀌면서 기성 언론 또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것은 아닐지. 국내 언론의 신뢰 하락 원인을 다른 관점에서 탐색한 연구 결과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최근 몇 년간 언론학 분야에서 많은 주목을 받은 주제 중 하나는 ‘국내 언론의 신뢰도 하락’이다. 언론 신뢰도는 2014년 세월호 사태를 거치면서 ‘기레기’라는 멸칭과 함께 본격적으로 금이 가기 시작해 급기야 <디지털 뉴스리포트>에 나타난 국내 언론 신뢰도는 2017년부터 2020년까지 무려 4년 연속 40여 개의 조사 대상국 중 최하위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이후 최하위는 면하였으나 여전히 바닥권을 헤매는 형국이다.
언론 신뢰도 하락과 함께 뉴스 회피 현상도 심상치 않다. 2017~2022년 뉴스 무관심층 비율은 6%에서 13%로 두 배 이상 증가했고, 이 기간 뉴스 회피를 경험한 비율도 52%에서 67%로 15%p나 증가했다. 뉴스 회피 현상은 뉴스에 대한 무관심을 넘어 의식적으로 뉴스를 기피하는 현상으로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언론을 무력화하고 식견 있는 시민(informed citizens)의 부재를 가져오는 심각한 문제다. 재정적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신뢰도까지 바닥이니 그야말로 한국 언론의 위기이자 민주주의의 위기인 것이다.
신뢰 하락, 정말 뉴스 품질의 문제일까?
많은 연구들이 국내 언론의 신뢰도 하락 원인을 기성 언론의 뉴스 품질 저하에서 찾아왔다. 공정성과 객관성 등 저널리즘 기본 원칙의 퇴색을 비롯한 과도한 상업주의와 선정주의가 뉴스 품질을 떨어뜨리고 언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뉴스 회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이들은 언론 내부 개혁이 뉴스 소비를 회복하고 뉴스 산업을 재건할 수 있다고 진단한다.
신뢰받는 언론이 되기 위해서는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을 지키고 뉴스 품질을 제고하는 노력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언론은 상시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런데 한국 언론이 최근 몇 년간 신뢰도가 급락할 정도로 ‘과거에 비해 심각한 질적 퇴행’을 보였나? 뉴스 품질의 저하, 상업주의, 선정주의, 정언유착 등의 문제는 계속 있어 왔고 분명 개선이 필요하나, 이러한 문제를 비롯한 저널리즘 환경과 취재 보도 관행이 과거에 비해 크게 달라진 것은 아니다.
언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최근 몇 년간 전 세계에 공통적으로 확산된 현상이라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7~2022년 뉴스 무관심층의 비율이 한국에서 6%에서 13%로 약 2.2배 증가하는 동안 조사 대상국 평균도 5%에서 12%로 2.4배 증가했다. 뉴스 회피 비율도 한국이 52%에서 67%로 15p% 증가하는 동안 조사 대상국 평균은 56%에서 69%로 13%p 증가했다.

온라인 뉴스 콘텐츠가 언론 신뢰 하락 기폭제
언론의 취재 보도 관행이 과거에 비해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신뢰도 하락이 국내에 한정된 현상이 아니라면, 언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전적으로 국내 언론의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하나의 유력한 외적 요인은 온라인 뉴스 콘텐츠 이용의 증가다. SNS, 동영상, 숏폼 등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이들을 통한 뉴스 소비도 자연히 증가했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언론 전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온라인 뉴스 콘텐츠의 속성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온라인 뉴스 콘텐츠 이용은 다음의 몇 가지 이유로 언론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첫째, 온라인 뉴스 콘텐츠에는 허위 조작 정보와 혐오 표현 등 유해 표현이 포함될 수 있는데, 특정 매체에서의 부정적 경험이 언론 전반에 대한 신뢰도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둘째, 온라인 뉴스 콘텐츠와 댓글은 종종 기성 언론을 비판의 대상으로 삼는다. 언론에 대한 비판을 접한 빈도와 언론에 대한 신뢰도의 부적 상관관계는 매우 높게 나타난다. 셋째, 온라인 뉴스 콘텐츠의 흥미성, 메시지의 명확성, 형식의 자율성 등의 장점은 기성 언론의 상대적 약점이 된다.
지금까지 온라인 뉴스 콘텐츠의 역할에 대한 시각은 기성 언론의 대안으로 한정됐다. 즉, 뉴스 소비자들이 기성 언론에 실망한 결과 온라인 뉴스 콘텐츠를 소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온라인 뉴스 콘텐츠는 더 이상 대안으로만 소비되지 않는다. 유튜브와 같은 온라인 플랫폼은 이미 보편적 채널이 돼 기성 언론과 동등한 지위에서 뉴스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다. 오히려 극단적 성향의 온라인 뉴스 콘텐츠가 유발하는 피로감 때문에 대안으로 기성 언론을 찾는 경우도 많다. 온라인 뉴스 콘텐츠 이용은 더 이상 기성 언론에 대한 태도의 종속변수가 아니라는 것이다.
<2023 언론수용자 조사> 데이터를 활용한 구조방정식 모델링 분석
온라인 뉴스 콘텐츠 이용이 언론에 대한 인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기 위해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수집한 <2023년 언론수용자 조사> 결과를 구조방정식 모델링으로 분석했다. 구체적으로, 전통 뉴스 콘텐츠(TV와 신문)와 온라인 뉴스 콘텐츠(인터넷, SNS, 동영상, 숏폼) 이용이 언론에 대한 평가(규범적 평가, 기능적 평가, 언론 신뢰도, 언론인 평가, 언론인 신뢰도)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를 기본 모델로, 언론에 대한 평가가 뉴스 콘텐츠 이용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를 대안 모델로 설정하고 두 모델의 적합도를 비교해 인과관계의 타당성을 추론했다. 이후 변인 간 관계를 표준화계수(β)를 구해 살펴보았다.

먼저 기본 모델과 대안 모델의 적합도를 ChiSquare, CFI, TLI, RMSEA, SRMR, AIC, BIC 등 7가지 지표를 기준으로 비교한 결과, 뉴스 미디어가 기성 언론에 대한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를 설정한 기본 모델이 그 반대 경로를 설정한 대안 모델보다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에서처럼 동일 변인들에 대해 경로 구조가 다른 모델의 적합도를 비교하는 경우, 일반적으로 설정된 경로의 개수가 많아 복잡한(자유도가 낮은) 모델이 그 반대의 경우보다 적합도가 더 높게 나타남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에서는 자유도가 높은 기본 모델이 자유도가 낮은 대안 모델보다 적합도가 월등히 우수했다. 이는 언론에 대한 인식이 뉴스 미디어 이용을 결정하기보다 뉴스 미디어 이용이 언론에 대한 인식을 결정하는 경로가 타당함을 보여준다.
각 변인 간 관계를 분석한 결과, 기성 언론에 대한 인식은 대표적인 전통 뉴스 미디어인 TV 뉴스 이용이 증가할수록 긍정적으로 변하는 반면, 인터넷, SNS, 숏폼, 동영상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의 뉴스콘텐츠 소비가 증가할수록 부정적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문 열독은 언론에 대한 인식과 유의미한 관계가 없었다. 이러한 결과는 기성 언론의 잘못으로 인해 대안으로 온라인 뉴스 콘텐츠를 이용한다는 일각의 주장과 달리 온라인 뉴스 콘텐츠 이용이 기성 언론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가지게 만들고, 전통 뉴스 미디어 이용은 언론에 대한 평가와 무관하거나 긍정적인 관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언론 위기 극복 위해 뉴스 미디어 환경 변화에도 주목해야
언론은 사회가 당면한 중요한 문제를 구성원들에게 알리고, 공론장으로 기능해 여론을 형성하며, 권력을 감시·견제함으로써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막중한 역할을 수행한다. 그러하기에 우리 사회는 공적제도에 버금가는 특별한 지위를 언론에 부여하고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언론 산업이 되살아나고 언론 본연의 사회적 기능과 책임을 완수하기 위해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는 일은 언론사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에 부여된 과제다.
본 연구는 달라진 미디어 환경에서 나타난 새로운 형식의 온라인 뉴스 콘텐츠 이용이 언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형성하는 유의한 요인이 된다는 사실을 논증함으로써 언론의 신뢰 회복과 위기 극복을 위해서 언론사 내부의 문제에만 주목하기보다 외적, 환경적 요인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음을 제안하였다.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이 유입되면 이를 통한 의도적이거나 비의도적인 뉴스 소비가 증가하고 그 결과 기성 언론의 의존도와 영향력은 줄어들게 마련이다. 특히 기성 언론보다 자유로운 형식과 내용이 가미돼 흥미롭고, 메시지가 분명하며, 개인의 구미에 맞는 콘텐츠를 선택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온라인 뉴스 콘텐츠의 장점은 상대적으로 기성 언론의 약점이 된다. 기성 언론은 참신하고 새로운 시도를 지속해 상대적 약점을 극복하고 경쟁력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한편으로 레거시 미디어로서 기성 언론은 그들만의 충분한 저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 지금처럼 정치적으로 양극화된 사회에서 온라인 뉴스 미디어는 더욱 극단적으로 치우친 경향이 나타나기 때문에 기성 언론이 정론을 펼치며 중심을 잡는다면 금세 신뢰를 회복할 수도 있다. 극심한 정치 양극화 사회에서는 오히려 기성 언론이 극단화된 온라인 미디어의 ‘대안 미디어’로 기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신뢰를 되찾을 더없이 좋은 기회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