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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학계에서 보는 새 정부의 미디어 정책
커버스토리 | 등록일 : 2025-06-27

이재명 대통령 당선 이후 미디어 정책이 대선 10대 공약 1순위로 부상하며, 공영방송 독립과 거버넌스 통합, K-콘텐츠 육성 등 미디어 정책 전반에 구조적 변화가 논의되고 있다. 여당의 국회 과반 확보로 정책 실행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 가운데, 실제 변화가 어떻게 이뤄질지 주목된다. 편집자 주

 

2025년 6월 3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제21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지난해 12월 3일 현직 대통령의 반헌법적 계엄령 선포 이후 6개월 만에 새 정부가 출범했다. 이재명 정부의 미디어 정책 개혁에 대한 관련 학계와 업계의 기대는 여느 정부보다 높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이에 협력하는 정치 세력이 국회 과반을 구성하고 있어, 법률 개정안의 의결과 시행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재명 대통령이 성남시장 시절 96%의 공약 이행률을 기록한 점도 기대를 한껏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선 공약 1순위로 부상한 미디어 관련 정책

 

더 고무적인 사실도 있다. 미디어 관련 정책이 이재명 후보와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10대 공약 중 정책 1순위에 포함됐다는 점이다. 역대 대통령 중 당선자의 공약에서 미디어 정책이 이처럼 높은 순위에 오른 적은 없었다. 심지어 과거에는 미디어 관련 정책이 100대 국정과제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이재명 후보의 제21대 대선 공약에서는 달랐다. ‘AI 3대 강국 도약’, ‘K-방산의 국가대표 산업화’, ‘국가첨단전략산업에 대한 대규모 집중투자’, ‘R&D 예산 확대’, ‘글로벌 4대 벤처 강국 실현’이라는 경제·산업 공약과 함께 ‘K-콘텐츠 지원 강화를 통한 글로벌 소프트파워 Big 5 문화강국 실현’이 포함됐다. 이재명 후보는 선거 유세 과정에서 이를 여러 차례 언급하기도 했다.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최한 후보자 초청 텔레비전 방송 토론회에서도 강조됐다. 이에 따라 미디어 정책 개혁의 실행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제시한 미디어 정책 공약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표 1], [표 2]에 제시된 바와 같이, ‘회복·성장·행복’ 비전에 기반한 247개 정책 공약 중, 통신 분야를 제외한 미디어 관련 정책 공약은 크게 11가지 정도로 분류된다. 이 가운데 세부 항목은 약 50개에 이른다. 이재명 당선자의 미디어 정책 공약은 그동안 미디어 산업계와 학계에서 제기된 사실상 모든 문제를 담아냈다고 볼 수 있다. 

 

주요 내용을 간략히 정리하면, 공영방송 지배 구조·재원 구조·자율성 확보, 분산된 미디어 거버넌스 개편, 인터넷 포털의 책임성과 이용자 보호 강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정상화와 독립성 강화, 한류 문화·콘텐츠 산업의 육성과 지원 확대, 문화콘텐츠·플랫폼 산업의 국가 전략 산업화와 글로벌 경쟁력 지원 강화, 네거티브 방식 등 미디어 관련 규제의 선진화, 유료방송 시장 공정경쟁 기반 조성, 방송광고 제도 개선, 지역·중소 방송사 지원과 확대, 방송통신발전기금의 개편 등에 집중하고 있다.

 

정책 공약에서 언급한 (한류) 문화콘텐츠 또는 K-콘텐츠가 방송이나 OTT 콘텐츠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K-드라마를 넘어 K-팝, K-웹툰, K-게임, 더 나아가 크리에이터 콘텐츠까지 포함하고 있다. 즉 미디어 콘텐츠와 문화 콘텐츠가 모두 포괄되는 형태로 정책 공약에 반영돼 있다.

 

 

 

<출처 - 제21대 대통령선거 더불어민주당 정책공약집 <이제부터 진짜 대한민국: 회복·성장·행복으로 국민통합>>

 

 

 

해결하지 못했던 수 십년간의 난제들

 

공약에는 텔레비전방송 수신료 인상이나 방송통신발전기금 제도 개선 등 수십 년간 해결되지 못한 난제들이 포함돼 있다. 이러한 과제들이 남아있는 이유는 미디어 시장별, 방송 사업자 유형별, 또는 개별 방송 사업자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디어 학계와 산업계가 이재명 정부에 요청하는 것은 미디어 정책의 우선순위 결정과 실행에 옮기는 것이다. 미디어 학계와 산업계는 줄곧 미디어 분야의 가장 시급한 과제로 이원화 또는 삼원화된 비효율적 미디어 거버넌스의 개혁을 강조해 왔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로 분리된 낡고 비효율적인 정책 거버넌스 구조를 개선해 달라는 것이다. 2008년 이명박 정부에서 출범한 통합 방통위, 2013년 박근혜 정부에서 신설된 미래창조과학부로의 기형적 이원화 이후 현재까지 미디어 거버넌스 기구는 한 번도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다. 2025년 6월 현재, 위원장만 혼자 남아 있어 사실상 식물위원회로 전락한 방통위가 그 모습을 대변하고 있다.

 

2025년 5월 15일, 미디어 3학회(한국언론학회·한국방송학회·한국언론정보학회)는 새 정부에 바라는 미디어 정책 1순위로 미디어 정책 거버넌스의 통합을 제시했다. 방통위 조직의 대부분, 과기정통부 제2차관 산하의 유료방송 관련 조직, 문체부의 일부 조직을 통합해 미디어·ICT 통합 독임제 부처로 일원화하자는 것이다. 효용성을 잃은 방통위는 공영방송(KBS, MBC, EBS)을 담당하는 공영방송위원회로 대폭 축소하고, 정치권에서 임명할 수 있는 위원 수도 절반 이하로 줄이자는 내용도 담겼다. 이 같은 정책 제안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대 대선에서도 유사한 안이 제안되었고, 당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공약에도 일부 또는 상당 부분이 반영되기도 했다. 그러나 문제는 대선 후 실행의 부재였다.

 

미래 지향적 규제 체계 마련에 집중해야

 

이와 함께 미디어 콘텐츠 정책 관련 국가 전략에 대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대통령실에 ‘미디어 수석’이 신설돼야 한다는 제안도 있었다. 선거 과정에서는 미디어 또는 미디어 산업을 중요시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대선 이후에는 누구도 신경을 쓰지 않는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미디어 시장과 환경이 급변함에도 불구하고 미디어 정책 분야에서는 불변의 연속만이 목도되어 왔기 때문이다.

 

1순위로 제시된 미디어 정책 거버넌스가 해결되고, 다음으로는 공영방송 개선과 재원 증대, 미래 지향적 수평적 규제 체계 마련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공영방송의 개선은 단순히 공영방송의 사장 선임이나 지배체제 개선 등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방송·미디어의 공적 영역과 시장 영역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현시대에 맞는 공영방송의 역할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두 바퀴로 가는 자전거처럼 공영성과 상업성 모두 조화롭게 고려되어야 한다. 미래 지향적인 수평적 규제체계 마련, 더 나아가 네거티브 방식의 정책 도입을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관·산·학 참여의 사회적 논의기구(예: 미디어 콘텐츠 혁신을 위한 국가전략위원회)를 설립해 미디어 정책, 진흥, 규제 등에 대한 미래 발전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방송법 제1조는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는 것을 법의 목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방통위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위원 임명, 공영방송 이사 추천권은 여야 정치권에 분할되어 있는 현행 구조가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진지한 검토가 필요하다. 그동안 논의도 많이 이루어져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서로 알고 있다. 문제는 실행이다. 이재명 정부가 국민 통합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실행을 통한 일 잘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 출발점이 미디어 거버넌스 개혁에서 시작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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