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사 상세
[미디어&AI 트렌드]언론중재법 20주년, 성과와 과제
미디어&AI 트렌드 | 등록일 : 2025-08-29

언론중재법이 제정 20주년을 맞았다. 제정 이래 27단 한 차례의 개정 이후 현재에 이른 언론중재법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가장 큰 이슈는 바로 유튜브가 언론인지에 대한 논란. 유튜브가 언론으로 인정받아 법 개정이 이뤄질 수 있을지, 이 현안의 해법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올해로 언론중재법 제정 20주년을 맞았다. 사람으로 치면 어느덧 성년이 된 셈이다. 과연 스무 살 청년이 된 언론중재법이 당면한 최대 현안은 무엇일까?

 

2005년 1월 27일 제정된 언론중재법은 대략 4년 후인 2009년 2월 6일 단 한 차례 개정된 이후 별다른 변화 없이 현재에 이르고 있다.1) 유일하게 법 개정이 이뤄진 2009년 당시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제법 중요한 이슈들이 법안에 담겼음을 알 수 있다. 특히, 포털 뉴스와 IPTV가 각각 ‘인터넷 뉴스 서비스’,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으로 법 적용 대상이 됐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개정 이유에 따르면, “사회적 영향력이 큰 인터넷 포털의 뉴스 서비스에 대해 언론 중재 및 피해 구제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여론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고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IPTV) 서비스가 신규로 제공되고 있는 점을 고려”했다고 한다. 이 말인즉, 기존에는 언론 매체가 아니었어도 언론으로서 실제 기능하고 일정한 사회적 영향력을 획득하면 법 개정을 통해 언론 매체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시야를 좀 더 넓혀 언론중재법 제정 이전의 상황까지 살피면, 언론중재법 적용 대상 매체의 범위는 당대의 언론 환경 변화 양상을 추종하며 꾸준히 확대됐음을 알 수 있다.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신문·잡지·방송·뉴스통신으로 국한됐던 매체의 범위는 1987년에 이르러 ‘케이블TV’를 방송의 하위 유형으로 받아들였고, 다시 2005년 언론중재법 제정과 더불어 ‘인터넷 신문’을 추가했다. 2009년 법 개정으로 포털 뉴스와 IPTV가 새롭게 추가된 것은 기존의 법 개정 양상에 비춰 지극히 자연스러우면서 필연적인 흐름이었다.

 

언론중재법의 최대 현안, 유튜브

 

2009년 언론중재법 개정 이후 현재까지 언론 환경은 크고 빠르게, 무엇보다 쉴 틈 없이 변했다. 종이신문의 쇠락은 거역할 수 없는 흐름을 지나 이제는 기정사실이 돼버렸고, 한때 뉴스 소비의 중심을 차지했던 포털의 시대마저 서서히 저물어가고 있다. 뉴미디어로 여겨졌던 인터넷 신문은 올드미디어가 된 지 오래며, 양적으로는 가히 주류 미디어로 여길 만하다.2) 그리고 이 모든 변화상을 압도하는 새로운 현상이 최근 들어 확인되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언론수용자 조사>나 로이터 저널리즘연구소의 <디지털 뉴스 리포트>와 같은 현황 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언론 환경 변화의 중심에 ‘유튜브를 통한 뉴스 소비 현상’이 자리 잡고 있다. 쉽게 말해, 이제 사람들은 종이신문, 신문사 홈페이지, 포털도 아닌, ‘유튜브’를 통해 뉴스를 접하고 있다. 2009년 당시의 포털 뉴스가 그러했던 것처럼, 오늘날에는 유튜브가 언론으로 기능하고, 사회적 영향력을 획득하게 됐다. 이러한 현상을 많은 연구자가 ‘유튜브 저널리즘’이라 명명하며 체계적으로 분석한 결과를 속속 내놓고 있다.

 

유튜브는 언론중재법에 있어서도 당면 최대 현안이 되고 있다. 언론중재법 운용의 핵심 주체인 언론중재위원회의 최근 정책 방향 역시 일관되게 ‘유튜브’를 향하고 있다. 2021년 5월 개최된 언론중재위원회 정책토론회의 주제는 ‘언론조정중재제도 40년의 성과와 입법 과제’였다. 성과와 입법 과제 중 후자를 중점적으로 다룬 이 토론회 두 번째 주제 발표에서 이용성 한서대 교수는 유튜브를 비롯한 언론중재법 적용 대상이 아닌 뉴스 서비스를 ‘신(新) 유형 뉴스 서비스’라 명명하며 기존 연구 성과를 토대로 언론중재법 적용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같은 해 12월 개최된 토론회에서는 유튜브가 보다 선명한 정책 의제로 부상한다. 이 토론회의 대주제는 ‘유튜브 등 1인 미디어와 인격권 보호’였는데 발제자로 나선 임상혁 변호사(당시 언론중재위원회 서울제6중재부 중재위원)가 ‘언론사 운영 유튜브 채널에 올라간 기사는 원칙적으로 조정 대상’이라는 다소 파격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그로부터 3년이 흐른 2024년 12월 언론중재위원회는 ‘유튜브 저널리즘과 인격권 침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유튜브를 전면에 내세운 토론회를 다시 개최한다. 제2주제 발표를 맡은 권형둔 공주대 교수는 일부 유튜브 채널을 언론사와 같거나 동등한 지위에 놓고 판결하는 법원의 판결 태도 등에 비추어 일정 규모 이상을 갖추고 시사 보도·논평을 위주로 하는 유튜브 채널에 한해 언론중재법 적용 대상으로 삼는 법 개정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지난 6월 13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언론중재법 제정 20주년 기념 학술세미나 ⓒ언론중재위원회

 

 

그리고 올 6월 13일 언론중재법 제정 20주년 기념 학술세미나가 ‘언론중재법 제정 20년, 성과와 과제’라는 주제로 개최됐다. “이 논의는 결국 ‘유튜브 저널리즘’ 피해에 대한 조정·중재 가능성으로 환원된다”는 한 토론자(장철준 단국대 교수)의 말처럼, 이 세미나 발표와 토론의 대상은 온통 유튜브였다. 이승선 충남대 교수는 발제문을 통해 사회 각 분야에 대한 보도, 논평, 여론 형성,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유튜브 채널을 ‘온라인 동영상 뉴스 서비스’로 개념화하고 이것을 언론의 한 유형에 포함시키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제안했다.

 

멈춰버린 언론중재법 개정, 이제는 이뤄져야

 

이제는 국회의 시간이다. 학자들이 아무리 ‘유튜브 저널리즘’ 현상에 대해 분석하고, 유튜브가 이미 언론으로 기능하고 사회적 영향력을 획득했다손 치더라도 언론중재법 적용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법률이 개정돼야 한다. 그런데 유튜브를 언론중재법 적용 대상으로 삼는 문제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이 다소 아쉽다. 제22대 국회 들어 발의된 총 7건의 언론중재법 개정안 중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 대표발의안(의안번호: 2201826)만이 유일하게 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

 

정치권의 관심과 더불어, 유튜브가 언론중재법 적용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난관이 또 있다. 우선, 유튜브의 언론성에 대한 논란을 매듭짓는 것이다. 유튜브의 사회적 영향력을 부정할 사람은 많지 않겠지만, 막상 유튜브가 언론이냐고 물으면 대답을 주저하고 고개를 갸웃거릴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러한 사고의 근저에는 언론에 대한 고정관념이 깔려있다고 본다. 언론에 대한 고정관념이란, 모름지기 기사는 사실 검증을 위한 취재에 기반해야 하며, 게이트키핑이 이뤄져야 하고, 객관주의를 비롯한 나름의 직업 윤리가 살아있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이러한 시각으로 보면, 유튜브 콘텐츠의 상당수에는 사실에 기반하지도 않은 채 밑도 끝도 없는 주장·의견만 난무한다. 게이트키핑은 아예 존재하지 않고, 일말의 직업적 양심 내지 윤리는 실종된 지 오래다. 그러니 유튜브는 기사도 아니고 언론도 아니며 아무것도 아니다.

 

문제는 언론성, 그러니까 언론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기준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3) 그래서 언론의 범주에 들어가 있는 기성 매체나 기사들 중에 고정관념에 부합하지 않는 매체나 기사들의 언론성이 적어도 법적으로는 부정된 바 없다. 사실 검증을 누락했거나 직업 윤리에 반하는 행동을 했다면 그로 인한 가중된 책임을 질 뿐, 언론성이 부정되지는 않았던 것이다. 기성 매체나 기사들에 적용하지 못했던 기준을 갑자기 유튜브에 적용할 이유는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음으로, 법 적용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편이 있어야 한다. 유튜브를 언론중재법 적용 대상으로 삼는다고 할 때 그 구체적 대상이 되는 것은 유튜브 채널 및 채널 운영자다. 언론중재법에서는 ‘언론’과 ‘언론사’를 구분하는데 유튜브 채널은 ‘언론’에 해당하고 유튜브 채널 운영자는 ‘언론사’가 되는 것이다. 이 둘 중에서 법 적용의 실효성 확보라는 측면을 고려하면 ‘언론’보다 ‘언론사’가 훨씬 중요하다.

 

기사와 관련, 정정보도나 반론보도, 심지어 손해배상의 책임을 지는 것은 ‘언론’이 아니라, ‘언론사’다. 피해자는 ‘언론사’를 상대로 보도청구를 해야 하고 손해를 배상해 달라고 요청해야 한다. 언론중재위원회나 법원에 출석해야 하는 것도 ‘언론사’다. 그런데 현행 제도 하에서 문제의 유튜브 채널에 대한 접근·확인은 가능할지 몰라도, 해당 채널의 운영자가 누구인지는 알기 어렵다. 유튜브 플랫폼 운영사인 구글은 채널 운영자 정보를 가지고 있겠지만, 사기업인데다 외국 회사다. 구글이 확보하고 있는 정보에 대한 접근은 결코 쉽지 않다. 채널 운영자 정보에 쉽게 접근하기 위해서는 공공데이터 형식으로 수집, 정리돼 있어야 한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 ‘등록’, ‘신고’ 의무를 지우는 것이다.

 

현행 신문법이나 잡지법에 따르면, 신문은 종류를 불문하고 관할 관청에 등록할 의무가 있고 잡지는 등록을 기본으로 하지만 일부 잡지(정보간행물·전자간행물 또는 기타 간행물)의 경우는 신고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러한 법 체계에 맞춰 유튜브 채널에도 ‘등록’ 또는 ‘신고’ 의무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유튜브 채널은 등록·신고를 하지 않고서도 얼마든지 운영할 수 있으니 법을 준수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최근에 논란이 된 바 있는 ‘나무뉴스’ 사례처럼, 콘텐츠의 소비가 주로 국내에서 이뤄지더라도 서버나 본사를 외국에 둠으로써 등록이나 신고 의무를 회피하려는 경우가 속출할 수 있다.4) 이러한 사태를 막기 위한 복안이 필요하다. 규제를 가함과 동시에, 언론중재법 적용 대상이 됨에 따라 누릴 수 있는 혜택이나 유인책에 대한 고민도 입법 과정에서 필요할 것이다.

 

유튜브는 이미 대세가 됐다. 언론중재법 개정에 관한 정치권의 관심과 더불어 그 무수한 유튜브 채널 중에서 어디까지를 언론중재법 적용 대상으로 삼을 것인지에 관한 입법적 결단, 법 적용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정교한 조문화 작업이 남았다. 지난 16년간 불발됐거나 멈춰버린 언론중재법 개정을 위한 작업이 이번 제22대 국회에서는 반드시 마무리되기를 소망해 본다. 

 

 

 

 

 

1) 엄밀하게 보면, 2009년 이후 총 네 번의 언론중재법 개정이 있긴 했다. 하지만 2011년과 2023년 세 차례 개정의 경우, 제도상의 유의미한 변화는 전혀 없었고 법률에 사용되는 용어나 표현, 문장을 쉽고 간결하게 바꾸기 위한 것이었다. 2018년 개정 역시 중재위원 결격사유 중 하나였던 ‘언론사에 소속된 현직 언론인’을 ‘언론사의 대표자와 그 임직원’으로 고친 것에 불과하다. 이러한 사정을 감안해 제도상의 유의미한 변화를 가져오는 법 개정이 없었다는 취지로 본문을 기술했다.

2) 언론중재법이 제정된 2005년 1월 1일부터 작년 말까지 언론중재위원회에서 처리한 조정사건 현황 통계에 따르면, 전체 사건 7만 1,883건 가운데 인터넷 신문에 대한 사건의 비중이 47.4%(34,064건)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2024년 한 해만을 놓고 보면, 인터넷 신문 사건은 2,537건으로 일간신문 사건(287건)의 약 9배에 육박하고 있다.

3)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표현한 것은 사회적 합의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는 언론성에 관한 기준이나 요건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신문법 제2조 제1호와 같은 일부 법 조항에서는 ‘발행의 주기성’, ‘여론 형성에 대한 기여’, ‘정보 전달’을 언론성의 한 요소로 명기하고 있다.

4) 박주연, <국내법 비웃는 나무위키... 서울시 등록 않고 위법적으로 나무뉴스 운영>, 시장경제, 2024.11.26, https://www.meconomy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05110

저자의 다른 미디어
  • 필자 : 양재규
  • 소속 :
  • 직함 :
  • 발행 : 2025-08-29
  • 조회수 : 31
  • 키워드 :
블로그 공유 트위터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