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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AI 트렌드] 공무원 크리에이터, 어떻게 봐야 하나
미디어&AI 트렌드 | 등록일 : 2025-12-26

공무원 크리에이터의 원조 격인 ‘충주맨’의 성공 이후, 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유사한 콘텐츠를 쏟아내고 있다. 이 흐름은 어디까지 왔고, 무엇을 남겼을까. 지방자치단체 SNS의 명과 암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지난해 8월 충주시 유튜브 채널 관리자인 ‘충주맨’ 김선태 주무관은 JTBC <아는 형님>에 출연해 자신을 서울로 초대한 김희철과의 일화를 소개하며 화제를 모았다. 휴가까지 내 충주에서 왔건만 찌개에 소주가 전부라 그 후론 연락을 안 받았다는, 아마도 예능용 조미료를 많이 추가했겠지만, 스타와 친목을 쌓을 정도가 된 김선태의 유명세를 확인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한편으로 이 일화는 지역 홍보 유튜버가 처한 딜레마로도 보인다. 충주를 대표하는 인기인이 됐지만 결국 그가 서울로 움직이고, 그의 팬이 충주로 움직이진 않는다는 점에서.

 

김선태의 노력과 특유의 B급 감성 덕에 충주시 유튜브는 충주시 인구를 넘는 96만 이상의 구독자를 모으며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 홍보의 새로운 모범 사례가 됐지만, 이러한 온라인 화제성과 조회수가 충주라는 지역에 정확히 얼마나 기여했는지는 사실 알 길이 없다. 인지도가 오른 김선태가 지역을 대표하는 ‘충주맨’으로서 바쁘게 서울의 방송가를 누비는 동안, 그렇게 만들어진 친근함이 충주 여행이나 이사, 기업 유치, 시정 만족도로 이어지는지에 대해서는 놀라울 정도로 논의되지 않는다. 충주와 청주를 여전히 헷갈리는 서울 촌놈들에게 충주라는 브랜드를 확실히 인식시키긴 했으나, 홍보는 그자체로 목적이 될 수 없다는 점에서 김선태의 성공담은 스타 크리에이터 탄생이라는 개인의 성취에 그친다.

 

‘충주맨’ 이후의 풍경, 화제성보다 중요한 것은

 

충주맨 성공 이후 그를 벤치마킹한 공공기관 혹은 공기업 크리에이터들에 대한 대중의 양가 감정은 이러한 괴리와 무관하지 않을 것 같다. 언젠가 ‘요즘 김선태병 걸린 홍보 담당자가 너무 많다’라는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와 크게 화제가 된 바 있다. 실제 해당 게시물에서 제시한 사례는 조작일 확률이 높았지만, 흥미로운 것은 그에 대한 동조 반응이 매우 많았다는 것이다. ‘김선태병’이라는 멸칭은 온당하지 않지만, 그의 성공 이후 숏폼 챌린지를 비롯한 인터넷 밈(meme)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난 건 사실이다.

 

900만 조회수를 기록한 화제의 숏폼 영상으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양산시청 홍보팀 민홍식 팀장은 십 대인 딸을 통해 최신 유행에 대한 정보를 얻는다고 밝혔다. ‘충주맨’ 이후 가장 큰 주목을 받는 한국철도공사의 ‘미스 기관사’ 역시 ‘골반이 멈추지 않아’ 밈을 이용한 게시물로 화제를 모았다. 흔히 주의력 경제라 불리는 유튜브 시장에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에게 익숙한 밈을 활용해 시선을 뺏는 전략을 쓰는 건 일종의 수렴 진화에 가까우며, 이것을 ‘김선태병’이나 획일화로 매도할 수는 없다. 다만 앞서 말했듯, 이러한 콘텐츠가 사용자의 주의라는 자원을 잠시 획득할 수는 있어도 그것이 어떤 정보 값을 갖고 사용자 선택에 영향을 주는지는 미처 이야기되지 않는다.

 

가령 900만 조회수를 기록한 양산시청 영상은 양산 일자리 센터 ‘워크넷’에 대한 홍보 영상이고, 분명 잘 만든 콘텐츠지만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선 만들게 된 계기나 화제성에 대해서만 이야기할 뿐 실제로 워크넷 이용이 증가했는가에 대해선 누구도 질문하지 않는다. 그러니 공무원 크리에이터를 깎아내리는 ‘김선태병’이라는 멸칭은 부당한 동시에 문제의 본질과도 거리가 멀다. 중요한 건 공무원들이 주목받고 싶어 하는 게 아니라, 그렇게 얻은 주목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고 있느냐는 것이다.

 

조회수의 함정, 공공 콘텐츠 평가 기준 돌아봐야

 

공무원 크리에이터를 어떻게 볼 것이냐는 논의는 크리에이터 역량이나 스타성, 호불호 이미지 등의 개인적 차원보다는 유튜브 중심의 미디어 환경 맥락에서 이야기돼야 한다. 가령 ‘왜 이렇게 지자체에서 공식 유튜브 화제성에 목을 매게 됐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그저 ‘충주맨 성공을 봤으니까’라고 답하는 건 사실일지언정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보단 눈에 보이는 성과가 중요한 지자체 입장에서 유튜브의 조회수라는 숫자는 매우 쉬운 정량평가 기준이 될 수 있다는 게 논의의 맥락을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정성평가는 어려운 일이며, 해석의 투쟁을 동반한다. 하지만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통념에서 유튜브 조회수나 구독자 수는 평가 기준으로서 매우 투명하게 느껴진다. 

 

물론 그것은 착각이다. 조회수는, 조회수만을 증명할 뿐이다. 주의력 경제의 각축장이 된 유튜브는 갈수록 사용자를 머물게 하는 것에만 최적화되는 중이다. 골반이 멈추지 않는 댄스의 중독성이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지 못하게는 할 수 있겠지만, 그것이 효율적인 정책 홍보나 지자체의 브랜드 가치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인과관계는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밈의 무분별한 사용으로 인한 콘텐츠의 질적 저하 문제가 벌어지기 좋은 환경이다. 그 김선태조차 과한 드립으로 영상을 삭제하고 사과한 이력이 있다. 큰 논란이 되진 않았지만 사기꾼 전청조를 패러디한 영상도 실제 사기 피해자가 있는 사건을 탈맥락화된 밈으로만 소비했다는 점에서 비판받을 여지가 있다. 온라인 밈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커뮤니티 상당수가 여성혐오나 혐중(중국 혐오), 장애 비하 등 다양한 혐오 표현의 온상지라는 점에서 크리에이터가 자신도 모르게 혐오 맥락이 있는 밈을 검수 없이 활용했다 낭패를 볼 가능성이 적지 않다. 조회수가 높을수록 좋은 개인 사업자라면 모르지만, 우리가 지자체를 비롯한 공직 사회에 기대하는 보편 가치와 품위라는 것이 아직 유효하다면, 성공의 기준이 조회수로 환원되는 뉴미디어 환경에 대한 비판적 관점을 갖고 각 콘텐츠에 대한 정성평가를 동반해야 할 것이다.

 

지자체 홍보의 새로운 성공 모델 찾아야 할 때

 

그런 면에서 개인적으로 김선태의 성공과는 다른 방식으로 성취를 이룬 두 가지 사례를 덧붙이고 싶다. 하나는 2024년부터 김밥축제를 성공적으로 기획하고 운영한 김천시 공무원들이다. 김천이라는 이름에서 연상되는 ‘김밥천국’ 이미지를 오히려 역발상으로 활용한 이 행사는 2만 명 규모를 예상한 1회부터 온라인을 통한 입소문으로 10만 명이 모였고, 담당 공무원 셋은 특별승진 및 특별승급했다. 도파민을 자극하는 온라인 홍보는 없었지만, 아이디어의 참신함만으로 네티즌들의 자발적 홍보를 끌어내며 성공한 사례다.

 

또 다른 하나는 최근 구정 만족도로 이재명 대통령의 칭찬을 받은 성동구청 정원오 구청장의 엑스(X, 구 트위터) 활용법이다. 정치인이나 지자체장 상당수가 SNS를 본인에 대한 주목도를 위해 사용한다면, 정원오 구청장의 경우 구정을 위한 소통 채널로 엑스를 사용하며 명료하고 친절한 행정 설명, 구민 의견 청취 등을 통해 높은 행정 효율을 보여줬고, 엑스에선 흔치 않은 호감형 인플루언서로 자리매김했다.

 

만약 지자체의 홍보에 대한 평가, 홍보 담당자에 대한 평가가 유튜브 조회수로만 결정된다면 공무원 크리에이터들은 계속해서 제2의 ‘충주맨’이 되는 길만 좇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김천시와 성동구 두 사례에서 보듯 온라인을 통해 지자체를 알리고 이미지를 높이는 성공의 방식은 유튜브 조회수 숫자 너머에도 존재한다. 아니, 유튜브를 주력 채널로 활용한다 해도 결국 성공은 숫자 너머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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