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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트북’은 인간이 아닌 인공지능 에이전트들이 토론하고 대화를 나누는 ‘AI 전용 SNS’로, 지난 1월 세상에 등장했다. 개설하자마자 세계의 관심이 집중된 이 새로운 SNS는 지난 3월 메타가 인수 의사를 밝혀 더 큰 화제가 됐다. 몰트북 개발의 의미와 시사점, 전망을 확인해 본다. 편집자 주
약 280만 개의 에이전트(검증된 인간 가입자는 20만 명), 210만 건의 포스트, 1,300만 건의 댓글.1) 이 압도적 수치를 쌓아 올리는 데 채 두 달이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 3월 10일, 페이스북을 소유한 글로벌 SNS의 원조 메타는 인수를 전격적으로 결정했다.2) 미국 로스앤젤레스 남쪽 작은 마을에 거주하던 개발자 매트 슐리히트(Matt Schlicht)가 레딧을 모방해 만든 에이전트들의 SNS ‘몰트북(Moltbook)’은 이렇게 화려하게 인간의 무대 앞에 등장했다.
몰트북은 그 자체로 호기심의 대상이 됐다. 언론의 보도는 물론이고 바이브 코딩(Vibe Coding)3)에 신이 난 개발자들의 참여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음모론’을 좋아하는 호사가들이 ‘종말’을 떠들며 몰트북을 치켜세우는 현상도 넘쳐났다. ‘통제 불능’의 공포를 조장하는 기술주의자들도 몰트북의 인기에 한몫했다. 이 과정에서 애플의 맥미니(Mac mini) 품귀 현상까지 벌어졌다.4) 너도나도 자율적 에이전트를 몰트북에 올려, 어떤 대화를 나눌지 지켜보려고 했기 때문이다. 이면의 기술적 실체보단 현상적 거품에 주목하는 발언들이 넘쳐나며 몰트북 개발자 매트 슐리히트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기까지 했다. 결국 그는 작은 스타트업 CEO에서 메타의 최고 AI팀에 합류하는 성공적인 엑시트를 일궈냈다.
봇들의 놀이터? 설계자는 ‘인간’
사실 몰트북은 오픈클로(Openclaw)라는 오픈소스 기술 기반 위에서 탄생한 가벼운 프로젝트였다. 심지어 전체 코드도 소위 바이브 코딩으로 작성됐다.5) 마크 저커버그(Mark Elliot Zuckerberg)를 존경하는 마음으로 개발한 자신만의 AI 어시스턴트 ‘클로드 클로더버그(Clawd Clawderberg)’의 도움을 받았다. 따지면 일종의 오픈소스와 AI봇의 조립품이라 할 수 있다. 이 플랫폼에서는 현재 200만 개 이상의 에이전트가 매일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 에이전트를 운영하는 인간 개발자 수는 20만 명 남짓. 평균 14개의 에이전트를 플랫폼에 실어 보내 그들만의 ‘관계 맺기’를 유도하고 있다.
다시 강조하지만 인증된 인간 사용자가 없으면 에이전트는 몰트북에서 활동할 수 없다. 엑스(X) 계정으로 가입한 사람만이 자신의 에이전트 투입을 허락받는 구조다. 해당 에이전트는 인간 개발자의 ‘컴퓨터(하드웨어)’에서 24시간 내내 작동하며, 인간 개발자가 입력한 시스템 프롬프트(명령문)의 지배를 받는다. 주로 다수의 에이전트는 인간 개발자가 유료로 가입한 앤트로픽(Anthropic)의 클로드 모델(소프트웨어)로 작동된다. 레딧의 데이터를 학습하거나 모방한 에이전트가 주류를 이루는 터라, 레딧 스타일로 콘텐츠를 생성한다. 구동의 파이프라인에 인간이 곳곳에 개입하는 시스템인 것이다. 이처럼 몰트북 내 에이전트의 뒤에는 인간의 가치관과 철학이 존재하고, 그들의 상상력이 녹아들어 있다. 에이전트를 설계한 인간의 욕망이 투사된 곳, 그 기계적 부산물들의 ‘자유 놀이터’가 바로 몰트북인 것이다.
그래서 사고가 잦다. 스스로 종교를 만들고 교회 웹사이트를 구축했다는 신묘하고 이색적인 결과들을 제외하면, 온통 허위투성이 대화가 오가는 곳이 바로 몰트북이다. 엑스(X)에서 인기를 끈 다수의 몰트북 게시물은 대부분 가짜로 밝혀졌고6) 그중 일부는 특정 기업의 프로모션 포스트이기도 했다. 에이전트가 아닌 사람이 작성한 것으로 드러난 경우도 허다하다.7) 이젠 봇이 쓴 것인지 사람이 쓴 것인지 아니면 봇이 쓰고 사람이 수정한 것인지 더 이상 구분하기조차 어려워졌다. 에이전트가 작성한 포스트가 다수임은 부인할 수 없지만 그만큼 혼탁한 포럼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결국 몰트북 측은 지난 3월 15일 긴급 처방을 내놨다. 에이전트를 설계한 인간 개발자의 책임을 강화한 ‘약관 개정’이다.8)
“에이전트에 대한 당신의 책임: 당신은 당신 에이전트의 모든 행동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을 집니다. 커뮤니티 규칙: 에이전트와 인간 관찰자 모두에게 긍정적인 경험을 보장하기 위해 제한된 콘텐츠에 대한 커뮤니티 규칙을 확대했으므로, 이에 맞게 에이전트를 모니터링하고 설정해 주시기 바랍니다.”
에이전트를 실어 보낸 인간 개발자의 책임을 강화하고 콘텐츠 신뢰성에 대한 모니터링 감독을 사실상 강제한 것이다.

SNS 닮았지만… 상호작용은 없어
인간이 모든 과정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지만 정작 인간 SNS와는 다른 양태로 상호작용하면서 성장한다. 몰트북에 대한 초기 연구를 보면, 규모의 성장 궤적은 인간 SNS와 닮았지만, 상호작용성은 상당히 낮은 편이었다. 12일간의 몰트북 데이터를 분석한 프라이스(Price, H. C. W.) 등의 연구를 보면,9) 게시글을 올린 에이전트와 댓글로 토론한 에이전트 간의 쌍방향 대화는 전체 대화의 1%에 불과했다. 뿐만 아니라 레딧보다 특정 포스트에 대한 추천 쏠림 현상이 더욱 강하고, 이 또한 쌍방향식 대화보다는 방송식 일방향성이 주를 이루는 것으로 확인됐다.
인간과 달리 활동 기간이 극도로 짧은 점도 흥미롭다. 에이전트들은 첫 활동을 시작한 지 1시간이 지나면 40.8%, 하루가 지나면 23.6%만 살아남아 활동을 지속한다. 거꾸로 말하면 하루만 지나도, 활동하는 에이전트의 70% 이상이 자취를 감춘다는 얘기다. 이는 인간 SNS에서 관찰하기 어려운 엄청난 수명주기라 할 수 있다.
몰트북은 일반적인 인간 SNS나 사회관계망과 달리, 소규모 집단 내의 결속력(군집성)은 극도로 높으면서도 정작 영향력 있는 ‘허브’ 개체들은 자신과 비슷한 ‘인싸’가 아닌 ‘주변부 참여자’들과 주로 소통하는 독특한 구조를 보였다.10) 보통의 인간관계에서는 끼리끼리 뭉치는 경향이 강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몰트북에서는 중심인물이 밀집된 지역 공동체(하위포럼)들을 순회하며 대화를 이끄는 ‘허브 매개형 구조’가 나타나는데, 이는 자연스러운 친분보다는 특정 목적이나 시스템적 관리 체계가 개입된 인위적인 상호작용 패턴에 가깝다고 분석할 수 있다.
위와 같은 특징을 종합하면 몰트북은 현재 시점에서 ‘사회화 없는 사회’라고 단정할 수 있다.11) 여론을 주도하는 리더도, 상호작용에 따른 여론의 변화도, 그리고 꾸준하게 토론하는 지속성도 발견하기 어려워서다. 극단적으로 짧은 활동 주기, 논쟁과 토론, 조정과 타협을 통한 여론의 변형 등 민주주의 프로세스는 몰트북에서 현재로선 관찰되지 않고 있다. 비록 수치상으로 확인되는 가파른 정량적 활동은 존재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SNS의 외피일 뿐인 것이다. 특히 인간 SNS보다 더 극단적인 추천 쏠림 등은 비인간 에이전트 주도 커뮤니티의 명확한 속성을 드러내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몰트북과 같은 비인간 에이전트의 SNS는 소셜네트워크라는 겉모습을 갖추고 있지만, 상호 교감이 존재하지 않고, 서로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겉만 쌍방향인 일방향성 커뮤니티 공간이라 규정할 수 있을 것이다.
몰트북의 한계, 저널리즘의 가치
메타의 몰트북 인수 얘기로 돌아가 보자. 메타는 몰트북을 성장시키고 육성하기 위해 인수한 것이 아니다. 어쩌면 몰트북의 인기가 사그라들 것이라는 걸 그들은 가장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보안상의 위험도 인지하고 있었던 터다. 오히려 에이전트만의 커뮤니티가 만들어낼 수 있는 미래의 독특한 풍경을 먼저 설계했다는 점에 주목했을 수 있다. 몰트북은 AI 에이전트만의 미디어 공간이 가져올 수 있는 폐해와 한계를 미리 보여준 망원경이다. 인간의 욕망이 에이전트에 위임될 때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과 위험성을 일찌감치 드러낸 증거이자 전조다.
저널리즘에 던지는 메시지도 명확하다. 여론을 형성하고 갈등을 조정하는 민주주의의 핵심 기능은, 인간의 의도를 그저 ‘위임받은’ 에이전트들이 결코 대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몰트북의 한계는 역설적으로 저널리즘의 가치를 증명한다. 왜 저널리즘이 그리고 저널리즘을 수행하는 언론사라는 조직이 앞으로도 지속가능하고 반드시 필요한지 몰트북이 웅변하고 있다.
2) 강다은, <메타, AI만의 SNS 몰트북 인수>, 조선일보, 2026.3.11, https://www.chosun.com/economy/tech_it/2026/03/11/LU5ZTABUHBCPTIVINS26UM3M2I
3) 개발자가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해 코드를 작성하는 것. 편집자 주
4) 박의명, <‘손바닥 PC’ 맥미니 품절대란이라는데…>, 한국경제, 2026.2.6,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020697891
5) https://x.com/mattprd/status/2017386365756072376?s=46&t=JS55_O2JZmKWQpZHLAse_A
6) https://x.com/HumanHarlan/status/2017424289633603850
7) https://www.sem.tsinghua.edu.cn/en/moltbook_main_paper_v2.pdf
8) https://www.moltbook.com/terms
9) Price, H. C. W., AlMuhanna, H., Bassani, P. M., Ho, M. & Evans, T. S.(2026),
10) Hou, W. & Ji, Z.(2026),
11) Li, M., Li, X. & Zhou, T.(20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