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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채무불이행에서 회생 절차까지
669 | 등록일 : 2026-08-28
지난 6월 12일 JTBC의 채무불이행 선언 이후 중앙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잇달아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약 206억 원 규모의 차입금을 제때 상환하지 못해 시작된 자금난이 그룹 전체의 위기로 번진 것이다. 이번 사태의 원인과 경과, 미디어 업계에 미친 파장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중앙일보, M&A 시장에 매물로 나와” 

지난 5월 초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등에 올라온 ‘지라시’ 제목이다. 지라시에는 “현재 조용히 인수 가능성 있는 쪽에 태핑(가격 확인)하는 것으로 알려져”, “(사주는) JTBC를 안고 가는 대신 중앙일보를 터는 쪽으로 생각을 굳혔다고”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와 관련해 중앙일보는 5월 8일 “성명불상자를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혐의로 서울 마포경찰서에 고소했다”라며 “명백한 허위 사실에 해당한다. 전파 가능성이 큰 오픈채팅방에 마치 기정사실인 것처럼 허위 사실을 적시해 회사가 심각한 내부 경영 위기나 지배구조의 불안정을 겪는 것처럼 오인하게 했다”라고 했다. 돌이켜보면 당시 지라시는 전조였다. 지난 6월 중앙그룹 유동성 문제가 본격화되면서 우려는 현실이 됐다. 

도미노가 된 유동성 위기

시작은 JTBC의 채무불이행이었다. 2026년 6월 12일 JTBC가 채무(유동화 차입금) 206억 원을 상환하지 못한 가운데 NICE신용평가로부터 신용등급이 ‘BBB/부정적’에서 ‘CCC/채무불이행 임박’으로 하향 조정되면서 위기가 표면화됐다. 

곧이어 6월 14~15일 JTBC·중앙홀딩스·콘텐트리중앙·메가박스중앙·중앙피앤아이가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기업회생절차는 법원이 지정한 주체가 기업 활동을 관리하도록 하는 제도다. 회생절차가 시작되면 채권자들의 개별 추심과 강제집행이 제한되는 대신 채무 조정과 자산 매각, 구조조정 등 회생 계획 수립에 돌입하게 된다. 이어 6월 19일 중앙일보는 220억 원의 기업어음을 막지 못해 워크아웃1)을 요청했다. 빚을 갚지 못해 신용등급이 떨어지자 금융기관에서 각 계열사에 조기 상환을 요구하게 되면서 그룹 전반의 유동성 위기로 이어진 것이다.

당초 JTBC의 채무불이행 상황에서 중앙그룹은 출연료 미지급이나 제작발표회 축소 등 개별 사안에 대해 “회사 상황과 무관하다”거나 “기존 일정대로 차질 없이 진행된다”는 입장을 유지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고, 결국 각 계열사들의 연쇄적인 회생절차로 이어졌다. 홍정도 중앙그룹 부회장은 6월 15일 임직원들에게 “최고 경영진으로서 임직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라는 입장을 내며 위기 극복을 공언했다.

구성원들이 지라시를 통해 회사 경영 상황을 확인해야 하는 혼란스러운 상황이 지속되자 중앙일보·JTBC 노동조합은 6월 18일 노보를 통해 “갑작스러운 사태에 노동자들은 생계와 일터의 앞날을 걱정하고 있다”라며 “회사는 현 상황을 촉발한 경위와 향후 진행 과정을 노동자들에게 투명하고 신속하게 설명하라”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회사에 △현 상황에 대한 설명 △고용 안정성 보장 △임금·퇴직금 지급 계획 공개 △자구책·회사 정상화 방안 마련 등을 요구했다. 

현장의 피해는 컸다. 기자들은 물론 북중미 월드컵에 투입된 인력에도 법인카드 사용이 중단돼 취재에 차질이 빚어졌다. 복지포인트 소멸 등 구성원들에게도 피해가 돌아갔다. <냉장고를 부탁해>, <아는 형님> 등 JTBC 예능 프로그램 출연자 출연료를 비롯해 스태프들도 제때 임금을 받지 못했다. 다만 지난 7월 초 법원이 기업회생절차 신청 후 보전처분으로 묶인 자금을 일부 유동적으로 쓸 수 있는 포괄 허가 신청을 받아들여 미지급된 출연료와 외부 제작비 지급은 마칠 수 있었다.

이후 상황을 종합해 보면 여러 측면에서 최악은 막았다. 서울회생법원 회생2부는 6월 30일 JTBC의 ARS(Autonomous Restructuring Support) 협의 상황을 지켜보겠다며 강제 회생절차 개시를 보류했다. ARS는 기업이 채권단과의 협상을 통해 자체적으로 재무 구조를 개선하고 경영 정상화를 이루도록 지원하는 구조조정 방식이다. 다만 중앙홀딩스, 중앙피앤아이, 콘텐트리중앙, 메가박스중앙 등 다른 계열사 4곳은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했다. 중앙일보는 워크아웃에 나서 대주주 경영권 지분 매각을 선택했다.
 
증앙그룹
JTBC의 채무불이행 상황에서 중앙그룹은 ‘괜찮다’라는 입장을 유지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고, 연쇄 회생절차로 이어졌다. ⓒ연합뉴스

전략 실패와 누적된 적자

이러한 사태의 원인으로는 콘텐츠 수익화를 중심으로 한 중앙그룹의 전략 실패와 시장 변화, 그리고 계열사의 재무적 부담이 지목된다. JTBC는 출범 초기부터 막대한 콘텐츠 투자를 강행했으나 원금을 회수하지 못하며 손실이 누적돼 왔다. 2011년 출범 이후 3년을 제외하곤 매해 적자를 기록했을 정도다. 다른 종편이 종일 시사 프로그램을 위주로 편성할 때도, 지상파 방송사가 드라마 제작 편수를 크게 줄일 때도, 중앙그룹은 공격적인 투자를 했다.

기업 구조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앙그룹의 핵심은 코스닥에 상장된 콘텐트리중앙과 자회사인 SLL중앙이다. SLL중앙이 JTBC에서 방송되는 주요 콘텐츠 IP를 소유함에 따라 JTBC 프로그램이 성공을 거둬도 광고 수입을 제외한 나머지 부가 수입은 SLL중앙으로 넘어가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SLL중앙의 몸값을 높여 매각하고 다시 상장하는 계획을 세웠는데, 이 전략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유동성 위기가 커진 면도 있다. 

SLL중앙의 콘텐츠는 대중에게 사랑받았지만 그만큼 수익으로 돌아오진 못했다. 여러 방송사가 스튜디오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는 상황에서 이 방향성을 비판하긴 어렵지만 지상파 방송사들조차 드라마 제작 편수를 과감하게 줄일 때도 투자를 지속한 점이 부담이 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역설적으로 SLL중앙은 현재도 사태의 여파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이와 관련해 중앙일보의 한 기자는 “오너 가문은 SLL중앙만 남기고 나머지를 워크아웃 하는 방향으로 간 것으로 해석된다”라고 했다. 

각종 중계권 확보에 사활을 건 것도 오판이었다. JTBC플러스는 PGA·LPGA 중계권에 이어, 지상파 3사가 공동 구매해 오던 1,000억 원대 규모의 올림픽과 월드컵 중계권까지 무더기로 사들였다. 당초 중계권을 지상파 방송사에 재판매해 수익을 내겠다는 계획이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중계권 문제는 경영 위기의 핵심적인 원인으로 보긴 어렵지만 도박에 가까운 경영 방식의 단면을 드러낸 사례다.

워크아웃 나선 중앙일보, 누가 인수하나

언론계의 이목은 경영권 매각에 나선 중앙일보에 쏠리고 있다. 중앙일보의 최대 주주는 64.73%의 지분을 가진 중앙홀딩스, 2대 주주는 홍석현 중앙그룹 회장(15.63%)이다. 중앙홀딩스의 감사보고서를 보면 “홍정도와 그의 특수 관계자가 100% 출자하고 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즉, 중앙일보가 대주주 경영권 지분 매각을 추진하면 사주 일가는 경영권을 잃게 된다.

매각 의사는 확실하다. 지난 6월 25일 ‘중앙일보 워크아웃 채권자 소집 통지 참고 자료’에 따르면 “자본 보강 의지와 실행 능력을 갖춘 우량 인수 의향자를 발굴하고 있다. 현 단계에서는 보안과 절차상 안정성을 고려해 구체적으로 밝히기 어려우나, 복수의 잠재 인수자와 초기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7월 10일 중앙일보가 채권단 동의를 받아 워크아웃이 개시됐다. 이후 여러 기업이 인수 대상자라는 소문이 업계에 퍼졌다. 박장희 중앙일보 대표이사는 편집국장 및 부서장들과의 회의에서 “중흥건설과 부영의 인수는 절대 아니다”라며 “복수의 인수자들과 협상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중앙일보가 가진 타운보드(엘리베이터 광고 사업) 등에만 눈독을 들이는 의향자를 걸러내고 편집권 독립을 보장하는 편집위원회 구성 등도 인수 의향자에게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

이 가운데 노조도 분리됐다. 지난 8월 11일 중앙일보·JTBC 통합노조는 임시 총회를 열고 노조 분리 안건을 통과시켰다. JTBC는 법원에 자율구조조정을 신청하고, 중앙일보는 워크아웃 개시를 선언하면서 각자 처한 상황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였다.

한국기자협회가 지난 7월 21~29일 기자 1,6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66.2%는 자신이 속한 언론사 역시 유사한 경영 악화를 겪을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중앙그룹의 위기는 미디어 업계 전반에 경고음이 되고 있다. 





1) 상호 협의하에 금융기관이 기업의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작업. 기업에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요청하는 대신 상환 유예, 채무 감면, 자금 지원 등의 혜택을 줌.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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